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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 : 다시 일하고 싶은 엄마의 성역할 바꾸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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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권주리
  • 출판사 : 교양인
  • 발행 : 2022년 01월 11일
  • 쪽수 : 236
  • ISBN : 979118706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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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엄마가 바깥양반, 아빠가 전업주부가 된다면?
엄마 역할에서 ‘휴직’하고 싶은 엄마의 유쾌하고 발랄한 실험

아이와 함께 떠난 첫 가족 여행은 순탄치 않다. 기저귀 가방에 육아용품을 싸고 아이를 챙기는 일은 엄마의 몫이다. 아이 전용 의자를 자연스럽게 엄마 옆에 놓는 식당 직원, 우는 아이를 두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냐고 묻기만 하는 남편, 결국 아이를 달래려 음식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서는 엄마. 왜 엄마는 집에서도 여행을 와서도 한 끼 편하게 먹을 수 없을까? 정말 여성의 삶은 그렇게 정해진 걸까? 남편이 ‘주양육자’가 되면 어떨까? 밥을 먹을 때도,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가족과 나들이 갈 때도 머릿속이 온통 아이 걱정으로 가득해 엄마만 종종거리는 상황이 계속될까?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는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통념에 맞서 엄마 휴직을 선언하고 바깥양반이 되기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육아’를 위한 휴직이 아닌, ‘일’을 하기 위해 엄마 역할을 잠시 내려놓은 여성의 진솔하고 용기 있는 체험기다. 이 책은 삼 년간 전업주부이자 주양육자로 살며 “왜 아빠는 주양육자가 될 수 없을까?”라고 고민하며 시작된 엄마 휴직의 계기부터 남편과 역할을 바꾸면서 부부와 아이에게 나타난 변화까지 6개월의 여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아이와 독대하는 것이 자신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라고 털어놓고, 전업주부의 억울함과 화의 원천이 매일 반복되는 보상 없는 돌봄노동에 있다고 꼬집으며, 타인의 평가로 해고당하지 않는 직업인 전업주부로 사는 게 편한 점도 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저자의 꾸밈없고 담백한 이야기들은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뿐 아니라 살림과 양육, 돌봄노동의 고됨을 아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출판사 서평

가사노동ㆍ돌봄노동의 최전선에 있는
‘평범한’ 주부 엄마의 이야기

최근 사회면 기사의 댓글창이나 맘카페에서는 수많은 엄마들이 이렇게 토로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양육 환경은 더 ‘매운맛’이 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유자녀 기혼 여성의 약 60퍼센트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1년).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감염자가 나와 아이의 조퇴가 잦아지자 육아휴직뿐 아니라 퇴사를 고민하는 워킹맘이 늘었다. 재택근무가 확대되었지만 부부의 가사노동 분담 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서울 시민 2만 가구 중 82.3퍼센트가 ‘아내가 가사노동을 전적으로 혹은 주로 책임지고, 남편이 약간 돕는 정도’라고 답했다(〈KBS뉴스〉, 2021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남성의 육아휴직과 재택근무 증가 등 달라진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주양육자 여성’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힘겨워졌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생명을 낮 시간 동안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막막함,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집안일을 매일 반복하는 지루함, 다시 바깥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가치 없는 일을 하는 무직자 취급을 당하는 억울함…….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주양육자 여성’이라면 이 책에서 저자가 털어놓는 이러한 감정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출산 후 ‘자연스럽게’ 주양육자이자 전업주부가 된 저자는 6개월간의 ‘엄마 휴직’을 통해 이전과 달리 엄마가 아닌 개인으로서 삶을 다시 꿈꾸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과 같은 엄마들에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과 같은 엄마가 된 것은 모두 지난 시간의 피땀 눈물로 일궈낸 ‘엄마 되기’의 결과일 뿐이라고, 남자라서 혹은 여자라서 원래 못하거나 원래 잘하는 일 따위는 없다고. 저자는 가사노동ㆍ돌봄노동의 ‘여성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남편이 주양육자이자 전업주부가 되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아빠들도 돌봄노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 휴직을 원하는 내가 나쁜 엄마인가요?
우리 가족이 다함께 잘 살아보려고 하는 일입니다

“세 살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지.”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엄마가 필요해.” “아이는 누가 봐? 아이 보고 싶어서 어떡해.” 전업주부, 워킹맘을 막론하고 엄마라면 누구나 수십 번은 들어봤을 말이다.
‘엄마의 부재’라는 말은 여성들에게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죄책감을 안기고, 살림과 양육은 엄마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단단히 굳힌다. 저자가 엄마 휴직을 선언한 것은 이기적인 엄마여서도, 아이에게 무관심해서도 아니다. 이 책은 아내가 바깥양반, 남편이 전업주부가 되는 역할 바꾸기가 부부 관계와 돌봄노동 문제의 바탕에 놓여 있는 가부장제와 성차별을 딛고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역할을 바꾼 부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나아가 성별에 따라 살림과 양육의 주체가 결정되는 전통적인 가족 풍경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아이는 반드시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가족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이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경력 단절 엄마, 3년 만에 세상으로 나가다

‘엄마 휴직’이라는 말은 엄청난 고심 끝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찾아낸 두 단어를 조합한 말이다. 엄마라는 역할에서 잠시 휴직하겠다는 선언, 엄마 휴직. 인터넷 검색창에 ‘엄마 휴직’ 두 단어를 넣어봤다. 결과는? 정말 놀랍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라는 직업에서 잠시 휴직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비상식적인가 싶을 정도로 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엄마 휴직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주양육자 역할을 엄마에서 아빠로 바꾸는 것이 시작이자 끝이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려니 참고 자료가 없었다. 보고 배울 예시가 없었다. 며칠 동안 자책과 실망을 반복하다가 단호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래, 아무도 없다면 내가 첫 번째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앞으로의 내 삶의 선례가 되자.’ 그렇게 엄마 휴직 준비가 시작됐다. _ 본문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_ ‘육아 휴직’ 아니고 ‘엄마 휴직’입니다
1장 엄마도 휴직이 필요하다
아빠는 왜 주양육자가 될 수 없을까
86년생 권주리
전업주부의 월급은 얼마?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주부가 되었다
평가가 없는 유일한 직업
엄마 휴직을 하고 싶은 진짜 이유는
2장 바깥양반이 되어보겠습니다
‘주양육자는 엄마’라는 공식에 반기를 들다
전업주부의 하루 일과
세 식구가 먹고살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남편, 나도 밖에서 일을 하고 싶어
3장 경력 단절 엄마, 삼 년 만에 세상으로 나가다
나만의 사무실이 생겼다
좌충우돌 첫 출근기
‘대기하는 삶’에서 ‘계획하는 삶’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
휴직하고 얼마 벌었냐면요
4장 우리 집 주양육자는 아빠입니다
전업주부 남편의 우울이 시작되다
덜 완벽한 주부여도 괜찮아
남편, 이제야 내 마음을 이해하는구나
여자라서 잘하는 게 아닙니다
학부모 단체방의 유일한 아빠
주양육자가 바뀐 내 아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5장 함께 노를 저어 나아가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바깥양반과 전업주부, 누가 더 힘들까?
가족 중 억울한 사람이 없으려면
앞으로 휴직은 제비뽑기로 결정하자
일요일 오후 4시의 대청소
주부 남편이 흘린 눈물

에필로그 _ 나와 당신의 엄마 휴직을 응원하며
부록 _ 엄마 휴직을 위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정보

본문중에서

“육아 우울증은 없지만 엄마 휴직은 하고 싶습니다.”
1장 _ 엄마도 휴직이 필요하다

1장에서는 삼 년간 하루 평균 열두 시간을 주양육자와 전업주부로 살았던 저자가 엄마 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힌다. 퇴근과 동시에 육아 출근을 하는 남편이 있었기에 독박 육아 신세도 아니었고 육아 우울증을 앓지도 않았는데, 저자는 왜 엄마 역할에서 내려오겠다고 선언한 걸까?
남편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아빠였지만 주도적으로 육아를 하는 ‘주양육자’는 아니었다. 아이 이유식과 반찬 걱정, 개월 수에 맞는 기저귀 검색, 주기적으로 도서관에 방문해 책 대여하기, 동네 엄마들과 소통하기…… “내가 했던 모든 고민과 선택을 남편도 똑같이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저자는 남편과 역할을 바꿔 자신이 ‘부양육자’이자 바깥양반이 되는 실험을 감행한다. 저자는 엄마 휴직이 육아 우울증에 시달리는 엄마들을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부부 간 평등한 양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용기 있는 도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엄마 휴직을 바랐던 이유는 ‘육아 우울증’에 걸려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엄마라는 자리를 버리겠다는 거야?
아이를 키우며 내 인생의 주도권이 나에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하든 아이 위주였고 내 욕구는 저 뒤로 밀려났다. 사소하게는 커피 한 잔부터 크게는 직업적 선택까지. 모든 것은 ‘아이를 돌보는 주양육자’ 역할을 수행하고 난 뒤에야 선택할 수 있었다.
경력 공백이 걱정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경력 공백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일 년, 이 년, 삼 년 그리고 십 년 정도가 지난다면? 그때의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20~22쪽)

하루 열두 시간의 노동을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 동안 집안일 88만 원과 육아 208만 원, 도합 296만 원을 버는 셈이다. 매일 반복하는 노동이 겨우 이 정도의 가치인가 싶지만, 이 말인즉슨 사회에서 돌봄노동의 가치가 겨우 이 정도라는 뜻이기도 하다. …… 내 노동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숫자, 즉 돈으로 정확히 환산하여 내밀지 않으면 전업주부의 노동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전업주부 여성들이 지금까지처럼 군소리 없이 살아야 이 세상이 ‘가장 편하게 잘’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29~31쪽)

‘주양육자는 엄마’라는 공식에 반기를 들다
2장 _ 바깥양반이 되어보겠습니다

2장에서 저자는 전업주부의 하루 일과 목록을 정리해보고, 자신이 바깥양반이 될 경우 아이가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세 가족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비를 얼마나 벌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엄마 휴직은 예상보다 쉽지 않다. 저자는 아이를 위해 ‘육아 휴직’을 한다는 엄마만 있을 뿐 ‘엄마 휴직’을 떠올리는 엄마는 전무후무하고,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다룬 육아서는 넘치지만 주양육자 역할에서 내려오겠다는 엄마를 위한 책은 하나도 없는 현실에 당황한다. 바깥일을 하겠다고 하자 “나도 집에서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테니, 너도 돈 벌 생각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남편, “사위 혼자 아이를 볼 수 있겠냐”는 어머니, “그럴 수 있는 게 행운”이라는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살림과 양육을 ‘여성의 역할’로 간주하는 사회적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내가 엄마 휴직을 바라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남편도 나처럼 주양육자 역할을 맡을 수 있고 나도 남편처럼 바깥양반 역할을 맡아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할 수 있음을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 집에 돈이 차고 넘쳐 부부가 모두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남편은 왜 나에게 돈 벌어 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던 걸까. 그때까지도 내 ‘일’을 단순히 취미나 헛된 욕망으로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 덧붙여 주부라는 역할을 남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조금 당황했다. 주양육자와 주부가 된다는 것이 ‘집에서 쉬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다니? (73쪽)

남편이 해고나 좌천의 부담 없이 휴직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엄청난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부부가 운이 좋은 것은 맞다. 하지만 부인이 전업주부이고 남편이 바깥양반인 상황에서도 남편에게 “너 행운이다!”라고 말하는가? 오히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네가 고생이 많다”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려준다. 그런데 왜 부인인 내가 일을 한다고 하니 나에게 “행운이다”라고 말하는 걸까. 원래부터, 당연히 그래야 하는 ‘엄마’의 역할인 ‘주양육자 겸 주부’를 남편이 맡아주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76, 77쪽)

‘대기하는 삶’에서 ‘계획하는 삶’으로
3장 _ 경력 단절 엄마, 삼 년 만에 세상으로 나가다

3장에서는 삼 년 만에 일터로 복귀한 저자가 아이와 남편의 일정에 맞춰 대기하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계획하는 삶을 살며 주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일을 오래 쉬었으니까 잘하지 못할 거야.” 저자는 그동안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족쇄처럼 자신의 손과 발을 묶어 두었다고 고백하면서, 이 표현이 전업주부 여성의 존재를 납작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일을 다시 시작하며 집에서는 느낄 수 없던 성취감을 찾아 나간다. 아이의 “엄마 최고!”라는 말로 채워지지 않는, 내 가치와 존재를 집 밖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쾌락이다.

육아하느라 바깥일을 쉴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꼭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삭막하고 몰인정한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 걸까? 모든 육아하는 전업주부 엄마들을 한순간에 ‘집에서 애 보며 노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표현. 주양육자와 주부의 시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표현. 물론 과거에 했던 일과 관련된 경력이 잠시 단절되는 것은 맞지만 그런 상황을 정말로 원하는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90쪽)

요리에 자신이 없어 반찬 배달과 밀키트를 이용했지만 가족들의 끼니를 놓친 적은 없다. 화장실 타일 사이에 핀 곰팡이를 완벽히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분홍색 물때가 낄 때까지 내버려 둔 적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알아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 아이가 무탈하게 잘 성장하는 것, 남편이 바깥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돌봄노동의 보상이라 말하지만 그것은 아이와 남편에게 가는 보상의 결과이지 나 자신을 위한 보상은 아니다. (101, 102쪽)

“여자라서 잘하는 게 아닙니다.”
4장 _ 우리 집 주양육자는 아빠입니다

4장에서는 남편이 살림과 육아에 6개월간 매진한 뒤 가족에게 나타난 변화를 상세히 그리고 있다. 남편은 아이 양치시키기, 유치원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서 소통하기, 동네 육아 커뮤니티 교류 등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잘하지 못했던 일도 점차 잘해 나간다. 저자는 지금껏 자신이 살림과 육아를 잘해냈던 이유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살림과 육아에 정성껏 매진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빈껍데기가 된 성별 고정관념의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특출한 집안일 기술이 잠재된 유전자 따위가 여성에게만 있을 리 없다. 엄마라서 잘하고 아빠라서 못하는 일은 없다.

주양육자에서 부양육자가 되고 나니 내게 아이는 잘해내야 할 과제나 목표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아이 그 자체로 다가왔다. 아, 그렇구나. 아빠들이 무조건적으로 아이를 예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그냥 예뻐만 해도 되니까 예뻐만 했던 거구나. 아이와 관련한 귀찮고 힘들고 까다로운 선택을 하는 건 모두 주양육자인 엄마가 책임지고 있으니까 부양육자인 아빠들은 그저 아이를 예뻐만 할 수 있는 거였구나. (146, 147쪽)

주양육자의 성별이 양육에 영향을 끼치는 건 부모가 편견에서 비롯된 죄책감을 스스로 느낄 때뿐이다. 아빠가 주양육자가 되었다고 해서 아이가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밥을 덜 먹는 일은 없었다.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 크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55쪽)

서로에게 협조적인 태도로 함께하겠다는 선언
5장 _ 함께 노를 저어 나아가려면

5장에서는 역할을 바꾸었던 부부가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가정 보육이 늘면서 눈물을 흘리며 힘들다고 토로하는 남편을 보며 저자는 주부 시절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고, 주말 오후에 함께 집 청소를 하며 각자의 역할에는 그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빠도 주도적인 주양육자가 될 수 있고, 엄마도 죄책감 없이 출근하는 평범한 바깥양반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독박 육아나 생계 부양의 책임을 지우지 않아야 한다. 결국 가족은 한 배를 탄 셈이다. 이 책은 항해가 길고 고되더라도 서로 배려하고 신뢰하며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가족상을 제시한다. ‘엄마 휴직 선언’은 그 길고 고된 항해를 서로에게 협조적인 태도로 함께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우리 집의 모습이었나? 종일 혼자 외로웠던 주부 남편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고생했어”라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문제의 중심엔 ‘돈’이 있었다. 내가 바깥일을 하면서 벌어 오는 그놈의 ‘돈’이 우리 집의 주 수입원이 되면서 나는 어느새 가부장제의 꼭대기에 올라 주부 남편의 어깨를 스리슬쩍 밟으려 했던 것이다. “밖에서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너는 집에서 살림하고 애 보면서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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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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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저자 권주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아동청소년극 전공을 수료하고 현재 연극 기획자 및 강사로 일하고 있다. 딸, 엄마, 부인, 사회자, 선생님 등 많은 역할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바꿔 가며 충실히 임하고자 노력하며 산다. 그중 하루를 마무리하며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는 ‘블로거’ 역할을 가장 좋아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닌 사랑하는 항승과 주리’라는 주제로 십 년째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일상 속 상념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유쾌하고 진지하게 살아간다.

블로그: 〈사랑에 장애가 있나요?〉
유튜브: 〈항승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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