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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워커홀릭으로 살아온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고민도 가족에 있었고, 깨달음도 가족에 있었으며, 행복과 평안함도 가족에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이런 것들을 누군가 알려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방황할 때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덜 힘들지 않았을까?
누군가 나를 보고 마인드 포토그래퍼(Mind Photographer)라고 했다. 한 인간으로서 인생 후반을 살아가는 김도형이 이제야 사진작가로서 눈을 뜨고 알게 된 내 모습이다. 나에게는 단순한 증명사진이든 진지한 프로필 사진이든 서로 다르지 않고 경중도 없다. 내가 찍은 인물사진은 ‘그 사람만이 가진 삶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족사진은 구도와 조명이 훌륭한 인물의 군집체가 아니다. 내가 찍는 가족사진은 ‘가족 관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내가 촬영한 사진으로 누군가 자신감을 되찾고, 내 사진이 나와 같은 경험에 빠진 사람들에게 불만족의 삶에서 행복으로 탈출하는 길이 되길 바란다. 조명은 단 하나면 된다. 기교도 기술도 핵심이 아니다. 사진 찍는 인물의 삶에 공감하고 마음속 짐을 꺼낼 뿐이다. 가족 사이에 얽혀 있는 감정의 찌꺼기를 들어낼 뿐이다. 내 인물사진은 그렇게 비워내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진이고, 그래서 유니크(Unique)하다.
이 책이 마인드 포토그래퍼(Mind Photographer) 김도형의 삶과 사진, 그리고 사람의 따뜻한 행복을 전하는 내용으로 전해지길 소망한다.

정옥기(사단법인 한국프로사진협회 회장)
사람 냄새 나는 작가, 김도형?
개인의 역사를 넘어 사진계의 역사를 위해

김도형 작가의 에세이 ‘나는 마인드 포토그래퍼’ 출간을 축하합니다. 김도형 작가는 사단법인 한국프로사진협회 기획위원으로 활동하여 연이 닿은 작가입니다. 작가는 전시회를 열고 도록을 내야 작가입니다. 실력이 없고 행동하지 않는 말로만 작가라고 하는 작가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자신을 깎아내는 고통을 견디며 아름다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고뇌하고 실천한 김도형 작가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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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작가는 실력도 출중하고 사진을 잘 찍는 사람 냄새가 나는 작가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사진의 기능적인 면을 봅니다. 김도형 작가는 기능적인 것 이전에 사람을 마음으로 촬영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연이 어떠한지, 감정이 어떠한지 살펴보는 사람입니다. 단순하게 셔터만 눌러대는 사진과는 다르게 사람을 연구하고 감정에 공감하는 사람입니다. 2011년에 예술의전당에서 사진전과 인물사진집 ‘소리빛’을 보았을 때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하였습니다. 10년 만에 김도형 작가는 인물사진집이 아닌 자신의 철학과 삶을 담은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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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책은 김도형 작가의 삶과 철학이 있습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공감하는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별것도 없는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모두가 그저 그런 사진을 촬영할 때 남과 다른 자신의 색을 내는 김도형 작가의 위치는 4차 혁명이 도래하는 새로운 시대에 더욱 빛이 날 것입니다. 개인의 역사와 사진계의 역사를 위해 큰 족적을 남기리라 믿으며, 출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성악가(김동규)
그 ‘사람’의 세월과 이야기를 꺼내다

떠올려보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그중에서도 특별히 중요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불행히도 대부분은 총체적으로 기억할 뿐이며 그 기억들은 세월과 함께 흐릿해지고 희미해집니다. 잡고 싶어 안간힘을 써 봐도 노화 앞에서는 그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십여 년 전, 김도형 작가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와의 작업은 무척 색달랐습니다. 그는, 카메라 렌즈 하나로 저한테서 뭔가를 캐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찰나에 제 수십 년의 음악 인생을 후루룩 담아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밀려드는 ?세월의 파도 앞에 서 있는 중년의 한 남자 김동규. 그도 역시 김도형 작가에게 그렇게 기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음악가의 화려한 외양을 관통하여 정확하게 그 ‘사람’을 찍어내는… 음악인생을, 세월을, 이야기를 꺼내는 타고난 사진쟁이 김도형 작가님,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프롤로그 006
추천사 012

1장 : 마음 담음
1. 연주자의 영혼이 깃든 사진을 찍다 018
2. 마음 표현이 서툰 모녀 024
3. 26년 만에 처음 만난 엄마와 아들 030
4. 어느 여류 감독의 정면 사진 찍기 038
5. 사진은 인생과 마음을 찍는 것 046
6. 사진은 타임머신 054

2장 : 사진 치유
1. 스튜디오는 화해 공작소 064
2. 내려놓음 070
3. 박수무당의 눈물 076
4. 잃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주는 사진 084
5. 혀짧은 학생의 감성 회복기 092
6. 포기하려 할 때 일으켜준 분들 098
7. 비구니 스님의 눈물 104

3장 : 이야기 사진
1. 기적의 빵조각을 나누는 인생 상담소 116
2. 사춘기와 대화하는 법 126
3.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132
4. 어머니의 기도 140
5. 부모도 사랑을 원한다 146

4장 : 나만의 촬영법
1. 호흡하고 조율하고 흐름을 타라 158
2. 사진은 뒤집어 놓고 찍는다 166
3. 나만의 사진 찍는 비결 172
4. 작은 것이 더 어렵다 180
5. 사진작업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188
6. 사진은 ‘척’을 싫어한다 196
7. 연주자들의 열정을 훔치는 작업 206

에필로그 212

프롤로그

마인드 포토그래퍼가 되기까지

사진작가로서 길을 걸어오면서 하고픈 일 중 하나가 ‘김도형과 사진’에 관한 글을 써보는 일이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했었다. 그런 과정을 겪어왔기에 글을 쓰는 일은 외롭고 힘들었던 삶의 여정 속에 작은 쉼표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사람들 반응도 살피고 조언도 얻어볼 요량으로 주변 지인에게 사진을 찍으며 있었던 많은 경험을 신나게 이야기했다.
대부분 “그거 좋은데!”, “와, 재미있겠다”, “빨리 써봐. 내가 첫 번째로 구매해줄게”라며 응원했다. 하지만 나를 잘 아는 후배의 한마디는 사진 속 에피소드보다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게 했고, 지금껏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게 했다.
“그건 내가 아는 형이 아닌데요.”
그동안 겪어온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왜 내가 아니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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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늘 함께 지냈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너무도 몰랐기에 지금도 마음에 맺힌 그리운 어머니. 내 기억 속 어머니는 늘 기도하시는 모습이었다. 그 많은 기도문을 술술 외웠던 어머니는 그러나 글을 읽지 못하는 분이셨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동안 그걸 몰랐다. 그러기에 동생에게 모질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하는 모습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 얼마나 읽고 싶고 쓰고 싶었던 우리말일까. 어머니는 소천하시기 전, ‘화장실’이란 단어를 읽으셨다. 그리고 그 감격에 겨워 펑펑 우셨다. 눈물이 두 뺨에 흘러내리던 우리 어머니, 나의 어머니를 결코 잊을 수 없다.
기억 속 어머니는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자식들에게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해주신 만능 요리사였다. 늦게나마 한글을 깨우친 후 지으신 삼행시는 내 어머니가 시인 감성이 풍부한 분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그때는 참 몰랐다. 가장 가까이 있었고, 언제나 함께할 것 같은 그분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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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존해 계시는 나의 아버지는 장사를 업으로 하셨는데, 당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는지 수시로 어머니를 구박했다. 어머니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변혁의 시대에 고단한 삶을 살아오신 여느 아버지처럼 아버지 역시 생활에 대한 조급증과 어머니를 향한 미안함이 더해진 강박관념이 있었다. 아버지의 거친 표현은 어머니와 우리 형제를 모두를 참으로 힘들게 했다.
솔직히 나의 이런 이해심도 최근에야 갖게 되었을 뿐이다. 그때는 아버지의 마음을 읽지 못했기에 원망과 불만이 가득했다. 결국 행복한 추억만으로도 부족한 어린 시절을 나는 결핍과 불만이 가득한 시간으로 보냈다.
‘내가 크면 이런 어른이 되어야지’ 하는 상상이 시작된 것도 그때였다. 방황의 시간 속에 나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고, 그분들께 표현하지 못한 못난 마음에 내내 괴로웠다.
어른이 되었지만 생각과 마음의 불균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내게만 오면 무거워져서 가는 모습에 상처받고 두려워했다. 그래서 늘 외로워했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는 낮은 자존감이 나를 힘들게 했고, 스스로 나약해지는 모습에 겉으로는 밝고 강한 김도형으로 살았지만, 홀로 있을 때는 한없이 작아지고 불안한 김도형이 나를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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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26살에 힘들게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문득 이렇게 살다가는 너무 외롭게 지내다 죽을 것 같은 생각에 두려웠다. 이왕 사는 건데 이렇게 살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그때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피나는 노력을 다해 성격을 고치려고 애썼다. 궁즉통(窮卽通)이라 했다. 어린 시절 결핍을 보상받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끌리면 닥치는 대로 저질러댔다.
그때 발견한 김도형은 무엇을 시작하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고, 짧은 시간에 좋은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외로움을 잊고 싶었기에 세상으로부터 도망가듯 살아온 ?삶의 틀 속에서는 참다운 나를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내 안에는 나만의 순수한 미친 열정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수많은 실패에도 사진작가로서 일어설 수 있었던 힘도 ‘미친 열정’의 발견 덕분이다.
여느 아버지처럼 아버지도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살아오신 아버지 인생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아버지에 대해서는 늘 불만이었다. 한때는 효자가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포장했으나 그건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 언제나 똑같은 소리를 하시는 아버지가 싫었다. 아버지는 마음을 닫고 사는 불행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효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후로는 아버지와 말 섞는 것도 싫었다. 이게 진짜 나였다.
사진작가로서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말 못 할 고뇌와 인내로 삶의 굴곡을 지나던 어느 날, 내가 아버지의 머리에 뿔을 단 아들이란 사실을 깨달았고,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찬찬히 살펴본 아버지는 많이 늙고, 많이 아프고, 많이 외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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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은 같다. 그렇게 무뚝뚝하고 융통성이 없으신 아버지가 습관처럼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다.
"땡기면 많이 먹어라."
역시 이 말의 의미도 젊은 시절에는 잘 몰랐다. 아버지는 그 무뚝뚝한 표현으로 "네가 하고 싶은 건 언제든 열심히 해라"라고 아들을 응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은 몰랐지만, 남들에게 비춰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깨닫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아진 지금, 아버지가 가끔 하시는 한 마디에는 유머와 위트가 담겨 있음을 알고 함께 웃는다. 아버지의 존재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이제 나도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남을까?"
그동안 워커홀릭으로 살아온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고민도 가족에 있었고, 깨달음도 가족에 있었으며, 행복과 평안함도 가족에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이런 것들을 누군가 알려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방황할 때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덜 힘들지 않았을까?
누군가 나를 보고 마인드 포토그래퍼(Mind Photographer)라고 했다. 한 인간으로서 인생 후반을 살아가는 김도형이 이제야 사진작가로서 눈을 뜨고 알게 된 내 모습이다. 나에게는 단순한 증명사진이든 진지한 프로필 사진이든 서로 다르지 않고 경중도 없다. 내가 찍은 인물사진은 ‘그 사람만이 가진 삶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족사진은 구도와 조명이 훌륭한 인물의 군집체가 아니다. 내가 찍는 가족사진은 ‘가족 관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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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촬영한 사진으로 누군가 자신감을 되찾고, 내 사진이 나와 같은 경험에 빠진 사람들에게 불만족의 삶에서 행복으로 탈출하는 길이 되길 바란다. 조명은 단 하나면 된다. 기교도 기술도 핵심이 아니다. 사진 찍는 인물의 삶에 공감하고 마음속 짐을 꺼낼 뿐이다. 가족 사이에 얽혀 있는 감정의 찌꺼기를 들어낼 뿐이다. 내 인물사진은 그렇게 비워내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진이고, 그래서 유니크(Unique)하다.
이 책이 마인드 포토그래퍼(Mind Photographer) 김도형의 삶과 사진, 그리고 사람의 따뜻한 행복을 전하는 내용으로 전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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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30일
개포동 스튜디오에서 포토그래퍼 김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