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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 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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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히말라야에 美(미)치다’는 오랜 기자 생활에서 비롯된 통찰력과 문장력, 그리고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포착한 원시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웅장하고 경이로운 히말라야의 생동감 넘치고 신비로운 풍광을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또 오래 전 시간이 멈춘 듯 옛 원형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목민들의 원시적인 생활상과 신비로운 티베트불교의 실상, 고산 세르파와 포터들의 애환을 현장감 있게 전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히말라야 관련 책들이 대부분 여행서에 그쳤다면 ‘히말라야에 美(미)치다’는 인문지리 기행서에 가깝다. 저자는 파키스탄 K2, 낭가파르밧, 히말라야의 숨은 오지 돌포, 에베레스트, 고쿄리, 촐라체까지 일반 여행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히말라야의 광활하고 내밀한 곳곳을 걸으며 꼼꼼히 기록했다. 히말라야의 역사 문화와 전통, 종교, 자연과 지리환경, 정치와 사회에 걸쳐 생생한 보고와 깊이 있는 설명을 덧붙인다.

출판사 서평

오지여행가이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김성태 씨가 ‘히말라야에 美(미)치다’ 책을 발간한다. 책 발간에 맞춰 2022년 1월 4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22갤러리에서 출판기념회 겸 사진전을 연다. 전시회는 히말라야 곳곳의 장엄하면서도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절경과 고산유목민의 때 묻지 않은 원시적인 전통적 삶의 모습을 담은 작품 50여 점이 소개된다.

‘70세 은퇴 청년 히말라야를 걷다’
‘히말라야에 美(미)치다’의 저자 김성태는 30여 년간 일간지에 몸담으면서 주로 경제 분야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였다. 저자는 은퇴 이후에 트레킹 위주로 전 세계 오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사진작업을 하는 오지여행가이자 저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와 NGPA 등에서 사진공부를 했으며 사회공익적 사진집단인 ‘꿈꽃팩토리’ 소속으로 여러 사진기록 프로젝트와 개인 및 그룹 사진전시에 참여하며 사진작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5년 발간한 1편 ‘티베트에 美(미)치다’에 이은 2편 ‘히말라야에 美(미)치다’는 그동안 그가 다녀온 전 세계 오지를 책으로 선보이는 출판 프로젝트의 두 번째 책이며 파키스탄 K2, 낭가파르밧, 마지막 숨은 오지 돌포,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깊숙한 오지 구석구석을 걸으며 글과 사진으로 남긴 인문지리 기행서이다.

목차

01 파키스탄K2,낭가파르밧
1. 고통과 환희의 극점인 K2와 낭가파르밧 트래킹, 신의 영역으로 다가가는 고행의 빙하길을 걷다 _18
2 혜초의 발자취가 스민 K2의 관문 스카르두, 폐허의 카르포추성에 올라 안전트레킹을 빌다 _28
3. 끊기고 무너진 험난한 오프로드를 뚫고 발토로빙하 트레킹의 전초기지인 아스콜리로 _37
4. 불볕더위 속 황무지 모레인 빙하길, 두개의 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 위의 졸라캠프 _47
5. 초록의 나무 숲이 있는 마지막 캠프 파유, K2를 등정한 이탈리아 원정팀 만나 축하의 포옹을 하다 _56
6. 트랑고타워 등 해발6~7,000m의 바위침봉을 바라보며 58km의 험난한 발토로빙하에 들어서다 _63
7. 황량한 원시미의 극치인 거대암봉과 빙하호수, 빙벽, 크레바스가 뒤엉킨 빙하길을 따라 우르두카스로 _72
8. 고로 가는 길. 악마의 목구멍같은 크레바스와 거대한 빙산과 빙탑이 동화의 세계같은 환상으로 다가오다 _81
9. 5개의 거대빙하가 만나 합쳐진 발토로 빙하의 거칠고 황량한 얼음대평원 콩코르디아 _90
10. 자연의 위대함, 태초의 순수성, 존재의 하찮음, 空(공)·無(무)·虛(허)…. K2 앞에 서서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을 적시다. _100
11. 브로드피크BC와 콩코르디아에서 폭설에 갇히며 겨울궁전 같은 은빛의 카라코람 속살을 보다 _111
12. 아름답고 휘황한 하늘의 선물, K2해돋이와 미봉 초고리사의 우아한 자태에서 산악미의 진수를 보다 _121
13. 폭설과 포터들의 사보타주로 가셔브롬BC 코앞서 포기, 눈보라 헤치며 콩코르디아로 탈출 _130
14. K2를 뒤로하고 신들의 정원인 은빛설국의 빙산사이를 걸어 우르두카스로 _139
15. 붕괴된 빙하와 사라진 길. 천년의 신비품은 파르스름한 빙하얼음의 속살을 보며 파유캠프로 _148
16. K2트레킹 완주를 축하하며 소한마리 잡아 동네잔치. 눈물 글썽이며 포터들과 아쉬운 이별 _157
17. 색깔의 향연 펼쳐진 야생화의 천국. 데오사이국립공원에서 야영하며 모기떼와 전쟁을 벌이다 _165
18. 4,500m 수직암벽인 루팔벽 앞에서 라인홀트 매스너의 애끓는 형재애를 생각하다 _175
19. 천애절벽 험로를 뚫고 페어리메도우로, 폭우 속 빙하와 사투를 벌이며 낭가파르밧 베얄 BC에 오르다 _185
20. 해발4,700m의 국경관문인 쿤자랍을 보고 장수마을 훈자로, 개발로 박제화되가는 훈자의 모습 안타까워 _194

02 히말라야 마지막 숨은 오지, 돌포
1. 빅뱅이후 지구의 첫 모습, 원시의 자연과 순수성을 간직한 히말라야의 마지막 숨은 오지, 돌포 _208
2. 결항 잦은 주팔행 경비행기, 절벽 끝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 트레킹 전초기지인 두나이에서 첫 야영을 하다 _218
3. 무너진 벼랑길과 씨름하며 너댓명의 자식을 둔 다둥이 오지마을 비아스갓에 도착, 훈훈한 정을 느끼다 _227
4. 히말라야의 깊고 험한 골짜기의 벽지마을 ‘체드훌 곰파’서 떠돌이 박물장수를 만나다 _235
5. 외딴 유목민 천막 찻집서 수유차 한잔 마시고 나와르빠니의 멋진 강변 풍광에 취하다 _244
6. 태곳적 생태계의 천연기념물 같은 거칠고 황량한 원시의 땅, 돌포파의 순수하고 투박한 삶의 냄새 짙게 풍겨 _253
7. 도타랍의 쓰러져가는 천년곰파와 가을들녘의 이삭줍는 여인들 _261
8. 신화와 전설이 살아 숨쉬는 아름답고 신비한 상돌포, 최초의 사립학교인 크리스탈 마운틴 스쿨에 들르다 _271
9. 5,200m의 잔타라에 오른 후 고개 아래 깊은 계곡서 야크를 키우는 유목민 소녀를 만나다 _280
10. 황량하고 공기 희박한 무인지대를 헤매다 3일만에 만나는 물도리동의 곰파마을 ‘수구가온’ _289
11. 시간과 공간이 과거에 갇힌 살당마을서 초등학생들과 합창을 하며 함께 놀다 _297
12. 궁벽한 오지, 천애절벽 골짜기에 있는 700년 고찰 ‘남궁곰파’ 깨달음을 얻고 열반한 고승들의 숨결이 느껴져 _307
13. 세라패스 정상에 돌탑을 쌓고 숨막히는 설산 봉우리들을 보며, 상폴포 불교 중심지인 세이곰파로 _316
14. 돌포의 심장이자 불교성지인 크리스탈산 절벽 위에 위태롭게 자리한 고모체곰파와 샤캉곰파 _326
15. 하돌포로 카라반 길 떠날 채비하는 세이마을 유목민들. 세이곰파 메빼둥스님과 아쉬운 작별 _335
16. 5,300m 캉라정상에서 바라본 ‘칸지로바히말’의 신비롭고 황홀한 웅자에 말문이 막히다 _343
17. 파드마삼바바의 신화가 깃든 카라반의 길, 폭순도 호수의 높고 험한 호숫가 벼랑길을 넘다 _355
18. 물안개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쪽빛 폭순도 호수와 천년고찰, 초링곰파… 한폭의 그림 위를 걷는 듯 _365
19. 폭순도 링모마을서 레치로 하산하며 겨울에만 내려와 사는 카라반의 피한용 빈마을을 보다 _375
20. 고행의 순례길인 돌포트레킹, 열대우림의 락탕계곡을 지나 주팔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 _384

03 에베레스트, 고쿄리, 촐라체
1. 루크라의 절벽 위 비행장에 안착, 춘설 속에 핀 랄리구라스 꽃을 보며 남체로 _396
2. 고소적응을 위해 남체, 쿰중, 상보체를 걷다 희말라야의 절경에 취해 3시간여 길을 잃고 헤매다 _405
3. 몽라에 올라 바라본 아마다블람 등 설산봉우리의 파노라마에 가슴이 뻥 뚫리다 _413
4. 폭설로 겨우내 길이 막혔던 촐라패스, 영국팀이 처음으로 넘었다는 소식에 환호하다 _420
5. 고쿄리(5,357m) 정상에 올라 초오유, 로체 등 히말라야의 웅자를 보고 거칠고 황량한 고줌바 빙하를 건너다 _428
6. 야간등반으로 5,420m의 촐라패스 정상을 넘으며 숨겨진 설경의 꿈속같은 황홀경에 넋을 잃다 _437
7. 쿰부빙하를 따라 에베레스트의 마지막 롯지인 고락셉으로.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며 나 자신과 싸우다 _445
8. 히말라야 고산등정의 숨은 주인공 세르파와 포터들의 삶에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다 _453
9. 칼라파트르 정상(5,550m)에서 에베레스트의 몽환적인 해돋이를 보며 벅차오르는 감동과 전율에 할 말을 잃다 _460
10. 영혼의 안식처인 메모리얼 파크와 아마다블람 등 설산 고봉으로 풍광이 아름다운 텡보체 사원 _467
11. 셰르파 파상의 집에서 주흥에 겨워 네팔의 국민가요 ‘레섬 삐리리’를 합창하며 트레킹의 완주를 자축하다 _474
12. 악천후 ??문에 비상 헬기로 루크라를 탈출하다. 히말라야 산록의 다랭이 논밭, 얼룩말이 뛰노는 것 같아 _480

본문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발 한발 내딛는 무념의 발자국에도 감각이 있다. 생각들이 백지의 여백에 흡수되고 진공상태의 허공으로 흩어지는 느낌이다. 걷기명상의 삼매경은 이런 상태를 말하나? 힘들다는 생각 자체를 잊은 채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이 떼어진다. 고통을 승화시키며 걷는 고행자의 모습이 이럴까?
발바닥의 감각과 발자국 소리가 내 의식을 살아 숨 쉬게 끊임없이 자극한다. 걸어야 한다는 목표만이 힘들게 내딛는 발걸음에 의미를 부여한다. 언뜻 언뜻 스치는 근심, 불안, 허망감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발밑으로 스며든다. 걸으며 만나고 지나가고 사라지는 풍경들. 이들과 울림이 있는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게 된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흘러간다. 사람도, 풍경도, 시간도, 마음도 마찬가지다. 여운이 남는 흘러감이 있고 그것을 인지하게 되면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도 함께 풀어진다.
저 밑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계곡에서 바람이 치솟아 올라온다. 태곳적 원시의 바람처럼 야성의 냄새가 풀풀 난다. 좁고 가파른 벼랑길 절벽에 위태롭게 달라붙어있는 들꽃의 이파리가 바람에 파르르 떨린다. 바람의 냄새, 야생화 꽃잎의 보이지 않는 파동, 평소 같으면 그냥 흘려보낼 사소한 것들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은은한 감동이 울림이 되어 내 마음을 흔든다.

신이 빚어놓은 히말라야의 비경
버리고 비우는 무심의 발걸음

흔히들 K2베이스캠프에 이르는 발토로 빙하를 ‘악마의 길’이라 부른다. 지옥의 문, 고통과 환희의 극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지 않는 거칠고 험한 길이다. 그래서 오지여행가나 트레커들에게 더 매력적인, 꼭 도전해보고 싶은 꿈의 장소로 자리 잡지 않았나 싶다. 황량한 무채색의 빙하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톱날 같은 거대 침봉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낯 선 아름다움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우주의 빅뱅이후 생성된 지구의 첫 모습 같다. 태곳적 신비감과 삭막함, 비장함이 묻어나는 거대산맥의 장엄미는 트래커 들의 혼을 빼 놓는다.

길이란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와 인연이 서로 교차하는 시공간이다. 그 길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땅바닥에 새겨놓은 사연이며 기억이다. 그래서 길은 수 없이 많은 발자국들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하나보다. 오늘도 쉼 없는 발자국들이 길 위에 흔적을 남기며 시간을 밀어내고 있다. 길 위에서 길을 묻고 길을 생각한다.?지금까지 걸어온 길 들이 몽롱한 정신만큼 아득하게 먼 기억의 찌꺼기처럼 느껴진다. 걸음은 나의 일부가 되면서 땅과 호흡을 같이한다. 내딛는 발걸음에 내 의식이 잦아들며 빙하계곡 위를 스치는 바람이 되고 한 점 구름이 된다. 숨결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간다. 가다가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지나온 길 위에 소중한 무엇을 버린 것은 아닐까? 발걸음을 붙잡는 알지 못할 미련과 아쉬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길 위에 흘리고 바람에 날려버린 내 생각 들은 의미가 있는 것인가...? 시작과 끝이 하나인 길. 도착하면 그 지점이 다시 출발점이 된다. 길은 계속 앞으로 가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을 갖고 태어난다. 길 위에 스며든 발자국의 여정은 곧 우리 네 삶의 궤적이다. 그 길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걷고 있는 내가 주인이 된다. 무념, 느림, 비움, 내려놓음, 침묵, 고독, 버림, 뒤돌아봄... 지쳤지만 길과 하나가 된 몸이 마침내 자유로운 사고를 할 때 그 순간을 영원히 지속하고 싶은 욕구가 내 정신을 수정처럼 맑게 한다.

K2 정상부근서 피어오르는 설연의 아름다움이 처연하다. 숨 막히는 장엄미에 태곳적 신비와 공포감이 깃든 거친 야성성이 묻어난다. 자연의 위대함, 태초의 순수성, 존재의 하찮음, 空(공), 無(무), 虛(허)... K2 앞에 서서 벅차오르는 감동에 두두둥둥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경이로운 K2의 웅자와 카리스마에 온 세상이 한 순간 시간을 멈춘 듯 숨을 죽인다. 찌르르 꼬리뼈에서 전율이 일며 뒤통수를 향해 회오리친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앞이 흐릿해진다.

새롭고 낯설거나 힘들고 위험 한 곳 일수록 도전과 모험심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오지트레킹이 가져다주는 짜릿함과 흥분 또한 이에 비례해 커진다. 이질적이고 낯설수록 매력적인 게 오지트레킹의 묘미다. 불확실성의 새로움, 한 시간 후, 내일, 모레,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어떠한 풍광이 펼쳐질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은 오지여행의 본질이다. 꿈과 호기심이 여행의 산파라면 새로운 발견과 체험을 통해 얻는 지식은 그 자식들이다. 그러한 체험을 통해 자기만족은 물론 나 자신과 인간의 삶에 대한 나름의 성찰을 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돌포는 트레커들이 지향하는 목표와 도전, 모험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나무랄 데 없는 코스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걸어 올라온 길이 뱀 꼬리처럼 곡선을 그리며 길게 이어지다가 언덕 밑으로 사라진다. 아스라이 끝이 안 보이는 길게 뻗은 길은 추억의 발자취로 생각이 담긴 발걸음의 잔상이다. 내 삶의 궤적을 보는 것아 괜히 맘이 설레기도 하고... 노마드! 떠나고 싶어 하는 유목민적인 원초적 본능이 아직 꿈틀거리며 살아있나 보다. 인생은 결국 모든 게 길 위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내가 다시 길 위에 서는 것도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희망을, 설렘을, 호기심을 키우며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이다. 인생여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을 길이나 여행에 비유하는 것도 이때문인 것 같다.

히말라야에서는 낮달을 자주 본다. 푸르른 창공에 쪽 배 같은 낮달은 나그네의 감정 선을 건드리는 그 무엇이 있다. 썰물 빠지듯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에 마음이 애잔해진다. 낮달의 허망함과 저 멀리 겹겹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히말라야 스카이라인의 경이로움이 뜬금없이 인간의 보잘 것 없음을 실감케 한다.

들풀 위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아침햇살에 영롱하다. 고요한 침묵 속에 느껴지는 편안함과 고독감, 자연이 주는 계곡물소리와 새소리가 감미롭다. 바람결을 따라 운무가 숨바꼭질을 하며 풍경이 수시로 바뀐다. 누가 산에 안개와 구름이 없으면 마치 봄에 화초가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나.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과 하나가 된다. 아니 자연의 품에 안긴다. 초록의 자연이 있어 인간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가. 자연은 말없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꾸밈이나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받아들인다. 무심의 고요함을 품으며 적막함이 온 세상을 껴안고 있는 것이 자연의 본 모습이다. 산들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소리나 들꽃 잎이 미풍에 파닥이는 파동이 들리고 보이는 듯하다. 흐르는 듯 유연한 부드러움과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숨겨짐에서 오는 호기심...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모나지 않게 모든 것을 품고 포용하는 자연의 본질은 곡선이 아닐까? S자로 휘돌아 가는 길이나 물돌이동이 그리는 곡선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렌다. 자연을 알면 인생이 보인다고 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경지가 이런 것일까?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히말라야가 잠에서 깨어난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하루를 여는 에베레스트의 하늘이다. 빅뱅이후 지구의 첫 새벽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먼동이 트며 신비로운 서광이 에베레스트를 감싼다.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을 못 할 것 같은 경이로움과 벅참이다. 눈길 닿는데 까지 그려진 히말라야의 스카이라인이 여명 속에 은빛으로 빛난다. 전설 속의 설인인 예티가 저 산 어디엔가 살고 있을까? 등태산 소천하(登泰山 小天下). 온 세상이 발아래에 있다. 함성과 함께 사람들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상서로운 여명 속에 아침 해가 에베레스트 정상 위로 고개를 내민다. 휘황한 빛을 발하며 눈부신 빛 가름이 온 천지를 비춘다. 지구의 용마루에서 맞는 환상의 아침 해돋이, 온 세상을 품은 듯 감당 못할 환희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벅차오르는 감동에 어느 사이엔가 힘듦이나 추위, 숨참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마음이 히말라야의 새벽만큼이나 상쾌해진다. 가슴 속의 티끌과 근심, 걱정, 오만가지 잡생각이 날숨과 함께 깨끗이 씻겨 나간다. 바람에 펄럭이는 낡고 바랜 타루초와 룽다 때문인지 경외감과 함께 종교적 신성 같은 감정의 울림이 가슴을 두드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눈길을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앞에도 뒤에도 눈발자국 선이 끝점으로 사라지는 지점까지 아무도 없다. 침묵을 벗 삼아 홀로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체면에 걸린 듯 생각의 바다에 빠져든다. 꼬리를 물며 흩어졌던 생각들이 한데 모이며 내 의식을 지배해 간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 다른 나를 만난다. 바늘하나 꽂을 틈새 없는 마음자리에 시간과 경쟁, 정체모를 조바심과 강박감에 허둥지둥 ?i기며 살아온 나. 여유나 느림, 게으름은 뒤쳐진 자의 어설픈 변명이나 옹색한 자기합리화에 불과 한 것으로 생각했다.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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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오지 여행가, 다큐멘터리 사진가. 30여 년간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일보 등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주로 경제 분야 현장을 취재했다. 뒤늦게 오지트레킹에 빠져들면서 히말라야, 안데스, 티베트, 파미르고원, 중남미, 아프리카, 원시소수민족, 사막, 빙하 등 전 세계 오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다큐멘터리사진을 찍고 있다.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와 NGPA 등에서 사진공부를 했다. 사회 공익적 사진집단 꿈꽃 팩토리 소속으로 〈제1회 한국다큐멘터리사진의 달〉 수원 지역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제 골목 컨퍼런스전과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가했고, 문화역 서울28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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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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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여행가, 다큐멘터리 사진가. 30여 년간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일보 등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주로 경제 분야 현장을 취재했다. 뒤늦게 오지트레킹에 빠져들면서 히말라야, 안데스, 티베트, 파미르고원, 중남미, 아프리카, 원시소수민족, 사막, 빙하 등 전 세계 오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다큐멘터리사진을 찍고 있다.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와 NGPA 등에서 사진공부를 했다. 사회 공익적 사진집단 꿈꽃 팩토리 소속으로 〈제1회 한국다큐멘터리사진의 달〉 수원 지역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제 골목 컨퍼런스전과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가했고, 문화역 서울28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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