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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촬영지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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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영화는 문화의 스크린에서 항구적으로 상영된다

소박한 영화론은 흔히 이렇게 시작됩니다. 영화는 시간의 발자국을 남기고 필름은 기억을 벽에 아로새깁니다. 영화의 우주에 승선했던 많은 분들은 그들의 예술혼을 통해 인류의 문화라는 도화지에 영화의 발자국을 새겨놓고 예술의 심연 속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세상에서 이륙하면서 예술의 역사 세계로 귀환하였습니다. 떠남과 돌아옴이라는 이율배반적 행위는 작가들이 예술의 장에서 세상과 만나는 고유한 방식입니다.
영화는 프레임의 하구로 무수한 장소를 받아들였습니다. 그 장소는 촬영을 위한 일회적인 세트가 맨 앞줄에 서 있었으며, 도시의 골목과 배들이 정박한 항구 그리고 시간의 퇴적물이 수북한 오래된 한옥의 누마루로 목록을 이어갔습니다. 영화의 프레임에 등재된 장소는 사람이 살았던 생활의 공간이 최초의 전입자라면 카메라가 채운 영화의 장소는 새로운 이주자입니다. 영화가 소환한 장소, 영화의 인물들이 살았던 장소, 영화의 기억으로 시간에 부식되지 않는 장소는 영화 세상에 하나둘씩 편입해옵니다. 영화의 영토는 이렇게 시간 속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의 과잉 속에서 찾아낼 수 없었거나 무관심한 시선으로 인해 후경에서 녹슬어갔거나 시간의 지층에 묻혀 다만 침묵했을 뿐입니다. 우리의 답사는 영화의 지도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프레임으로 담아낸 장소의 주소 확인 작업에서 영화의 정서와 장소의 기억이 어떻게 만나고 상호 삼투되었는가를 살펴보는 움직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역사라는 지층에 새겨져 있었고, 그 층의 하나하나가 장소의 역사이며 장소는 무형의 시간과 유형의 인간이 빚어낸 자연사의 결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장소의 역사성과 정서는 카메라가 프레임으로 견인하면서 예술의 기억이 가미되고 예술의 층을 하나 더 부가하면서 문화와 역사의 무늬를 만듭니다. 여기서 장소와 인간은 문화의 이름으로 때로는 예술의 분위기로 서로 마주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문화와 역사와 인간의 감성적 삼투 작용으로 인해 장소는 늘 문화의 이름으로 생성되고 역사의 이름으로 기록을 늘려갑니다.
영화의 촬영 장소는 영화의 지도를 통해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의 심연으로 접어드는 일종의 출구이자 창입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답사를 통해 손으로 만지고 발걸음의 촉감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세상을 향한 창이었다면 영화의 장소는 역사성과 예술성의 심연으로 향하는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 약도에 가깝습니다. 영화 지도 그리기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토양 안에 예술의 자리, 문화의 기미를 더듬어 땅에 막대기로 그리는 서툰 약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몸짓으로부터 부산은 영화제 개최 도시에서 영화 역사의 보고이자 문화의 두터운 지층을 가지고 있는 영화문화도시로 재 명명될 합당한 명분을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

출판사 서평

영화는 문화의 스크린에서 항구적으로 상영된다

소박한 영화론은 흔히 이렇게 시작됩니다. 영화는 시간의 발자국을 남기고 필름은 기억을 벽에 아로새깁니다. 영화의 우주에 승선했던 많은 분들은 그들의 예술혼을 통해 인류의 문화라는 도화지에 영화의 발자국을 새겨놓고 예술의 심연 속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세상에서 이륙하면서 예술의 역사 세계로 귀환하였습니다. 떠남과 돌아옴이라는 이율배반적 행위는 작가들이 예술의 장에서 세상과 만나는 고유한 방식입니다.
영화는 프레임의 하구로 무수한 장소를 받아들였습니다. 그 장소는 촬영을 위한 일회적인 세트가 맨 앞줄에 서 있었으며, 도시의 골목과 배들이 정박한 항구 그리고 시간의 퇴적물이 수북한 오래된 한옥의 누마루로 목록을 이어갔습니다. 영화의 프레임에 등재된 장소는 사람이 살았던 생활의 공간이 최초의 전입자라면 카메라가 채운 영화의 장소는 새로운 이주자입니다. 영화가 소환한 장소, 영화의 인물들이 살았던 장소, 영화의 기억으로 시간에 부식되지 않는 장소는 영화 세상에 하나둘씩 편입해옵니다. 영화의 영토는 이렇게 시간 속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의 과잉 속에서 찾아낼 수 없었거나 무관심한 시선으로 인해 후경에서 녹슬어갔거나 시간의 지층에 묻혀 다만 침묵했을 뿐입니다. 우리의 답사는 영화의 지도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프레임으로 담아낸 장소의 주소 확인 작업에서 영화의 정서와 장소의 기억이 어떻게 만나고 상호 삼투되었는가를 살펴보는 움직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숨 쉬는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부산이라는 도시가 영화와 대면했던 풍경 그리고 영화가 지나간 발자국으로 인해 부산은 어떤 무늬를 만들어냇느냐는 질문을 손에 들고 영화 촬영지로 이름 붙여진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영화와 장소의 만남 그리고 그 장소에서 대면한 비가시적인 숨결을 바라보고 경청하기로 첫 번째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영화가 매개가 되어 호명된 그 장소와 부산의 묵은 주소가 빚어낸 견고한 정체성이 서로 길항하는 자취와 숨결을 가만히 글의 형태로 담아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2차 작업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중구와 동구 그리고 낙동강 하구에 이르는 답사가 강처럼 이어졌습니다. 영화는 부산을 쉬지 않고 호명하고 시간은 강과 나란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 담아내는 곳은 중구와 동구, 금정구와 부산진구 그리고 남구와 수영구를 지나서 영도에서 해운대의 구시가지와 센텀시티로 이어졌습니다.
첫 답사지 중구는 조선키네마주식회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중구의 복병산 아래 조선키네마주식회사의 자리가 있다는 기록을 들고 찾았던 장소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서 역사를 품고 있었습니다. 역사의 품에서 공동 우물로 사용된 골목 안 우물이 있었고 그 우물을 통해 조선키네마주식회사의 전업배우와 감독으로 채용된 이채전과 나운규 그리고 윤백남의 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었습니다.
동구는 〈범일동 블루스〉의 촬영지이면서 유서깊은 극장들이 하나둘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는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할매 국밥집은 존속했지만 보림극장은 업종이 변경되어 시대에 밀려나는 쓸쓸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남구와 수영구는 광안대교라는 장소가 부산에서 가장 많은 촬영지로 기록되었다는 사실과 봉준호의 〈마더〉에 등장하는 문현동 안동네가 인상적입니다.
기장은 산과 바다의 자연 풍광으로 인해 1965년 김수용 감독의 〈갯마을〉에서 윤종빈의 〈군도 : 민란의 시대〉까지 많은 작품을 촬영아였고 〈판도라〉의 배경이기도 했습니다.
해운대는 구 시가지에서 시작하여 수영 비행장에서 영상클러스터로 발전한 센텀시티의 변화까지 담아냈습니다. 센텀시티는 영화 촬영 장소라기보다는 영화 클러스터로 위용을 갖추어가는 배경과 현황을 기록하여 미래 부산의 영화 공간으로서 가치에 대한 여백을 남겨두었습니다.
부산진구는 서면이 위치한 곳으로 〈친구〉와 〈와일드 카드〉, 〈타짜〉 등 범죄 영화의 장소이며 추격 장면의 장소로 등장합니다. 영화 속에서 부산은 다양한 얼굴을 소유합니다. 도시의 폭력과 환락의 색채에서 미포의 낡은 가게가 주는 순박함까지 그 거리가 넉넉합니다. 영도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국밥집 주인을 찾아 서성거린 흰 여울 길과 영선 아파트는 카메라에 빈번하게 호출되어 영화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애초의 집필 계획은 부산의 장소가 갖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대한 탐구와 영화 촬영 장소 답사 지도와 부산 음식 문화까지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모든 일은 계획된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며 그것 또한 삶의 구수한 맛으로 여겨집니다. 필자에 따라 동일한 장소에 대해 상이한 기억과 각인된 장소감이 달라서 글쓰기의 형식이 다양해지고 말았습니다. 영화와 예술은 다양성과 자유 분방성의 성향을 지니므로 영화 장소에 대한 글도 다양한 색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화로 수렴되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연유로 글쓰기 형식의 통일성에 대한 조율을 유보하고 느슨함과 자유분방함의 맛을 남겨두었습니다. 아울러 답사의 글로 치우치는 경직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인터뷰도 가미했습니다. 외국인과 영화인을 중심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부산 영화와 부산의 장소성에 대한 생각들을 담아보았습니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라는 이유로 영화도시라는 거창한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한때는 7일이었다가 지금은 10일로 늘어난 이 기간 부산은 영화라는 명사와 함께합니다. 하지만 영화제가 끝난 다음 부산은 영화와 어떻게 관계를 지속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둔감했었고 무관심해 왔습니다. 365일 중에 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355일의 부산은 영화제가 지나간 자리에 어떤 영화적 기억과 사건으로 영화의 문화가 서식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기도 하지만 영화가 일 년 내내 촬영되는 곳이며 영화의 전당에서 추억의 명화와 현재의 화제작이 동시에 상영되면서 영화의 불꽃을 이어가는 곳입니다. 이 책은 부산이라는 도시에 영화가 촬영되었고 영화의 작업이 이루어졌던 장소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장소감에 대한 반추의 기록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역사라는 지층에 새겨져 있었고, 그 층의 하나하나가 장소의 역사이며 장소는 무형의 시간과 유형의 인간이 빚어낸 자연사의 결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장소의 역사성과 정서는 카메라가 프레임으로 견인하면서 예술의 기억이 가미되고 예술의 층을 하나 더 부가하면서 문화와 역사의 무늬를 만듭니다. 여기서 장소와 인간은 문화의 이름으로 때로는 예술의 분위기로 서로 마주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문화와 역사와 인간의 감성적 삼투 작용으로 인해 장소는 늘 문화의 이름으로 생성되고 역사의 이름으로 기록을 늘려갑니다.
영화의 촬영 장소는 영화의 지도를 통해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의 심연으로 접어드는 일종의 출구이자 창입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답사를 통해 손으로 만지고 발걸음의 촉감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세상을 향한 창이었다면 영화의 장소는 역사성과 예술성의 심연으로 향하는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 약도에 가깝습니다. 영화 지도 그리기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토양 안에 예술의 자리, 문화의 기미를 더듬어 땅에 막대기로 그리는 서툰 약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몸짓으로부터 부산은 영화제 개최 도시에서 영화 역사의 보고이자 문화의 두터운 지층을 가지고 있는 영화문화도시로 재 명명될 합당한 명분을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

목차

목차

서문 / 4

부산 영화의 원적지 그리고 나운규의 길 [중구] 문관규 / 13
부산 영화의 이행기 때 울려 퍼지는 범일동 블루스 [동구] 김기만 / 33
부산 영화, 서구에서 배우다 [서구] 차수빈 / 47
여울여울 애환이 서려있는 공간들이 카메라에 담기다... 섬 아닌 섬마을, 영도 [영도구] 강동호 / 59
부산의 중심에서 영화, 문화를 외치다 [부산진구] 정승언 / 71
스러져 간 온천장 극장과 프레임에 비친 부산의 면면(面面) [동래구] 구혜원 / 89
황령산 아래 펼쳐진 풍경, 연제구 [연제구] 강지원 / 101
잃어버린 부산(釜山)을 찾아서 [금정구] 허서연 / 113
부산의 영화에 남겨진 미래, 낙동강 [북구?사상구?사하구] 김충국 / 125
강과 바다가 품는 섬의 온기, 을숙도에서 가덕도까지 [강서구] 김수연 / 143
오랜 자연 속에 품은 새로운 푸른 꿈 [기장군] 최혜인 / 167
자연과 예술?문화?축제가 어우러진 영화 속 그곳 [남구?수영구] 김채희 / 177
사라진 바닷가마을과 작은 극장을 위한 산보 [해운대구] 변경난 / 193
부산 영화의 새로운 출발지 [해운대 센텀시티] 박정민 / 207
세계 영화계의 매력적 여행지, 부산항 [부산항] 박은지 / 219

인터뷰
김사겸 감독 / 235
김한근 소장 / 251

저자소개

문관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부산 영화지도 답사 회원,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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