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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형태〉는 작가의 10대부터 20대가 되기까지의 작품활동에 대한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 캐릭터 드로잉 위주로 그렸던 그림의 형식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그림 이야기나 색감, 디테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내밀한 생각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다 보니, 조금은 난해하고 복잡해 보일 수도 있으나 작가는 사람들이 살면서 느끼는 생각들이 저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생각의 형태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모두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선이 존재한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얘기입니다.
작가의 생애 첫 책인 〈생각의 형태〉는 작품을 역순으로 배치해 현재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으로 꾸몄습니다. 제3장은 고등학교 때 그린 캐릭터와 만화로 다양한 재료로 형태와 개성을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제2장은 캐릭터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와 세계, 컨셉을 연구하여 반영한 그림입니다. 제1장은 제목과 작품세계를 따로 담을 만큼 오랜 생각을 거쳐 탐구한 작가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도연 작가의 그림을 가장 좋아하고 적극 지지 하는 이는 엄마입니다. 자녀의 독특한 예술성을 인정하기까지 순탄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여느 부모들처럼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생각의 형태〉를 발간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이 책은 작가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모든 이의 삶을 함께 담았음을 느낍니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독창적입니다. 마음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세밀하고 섬세한 생각을 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 전체를 보여주고 부분을 확대해서 다시 보여주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그림의 일부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발한 상상력은 물론 선 하나, 색 하나에 얼마나 많은 내공을 들여서 표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중적이지 않지만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고집하는 작가는 이 작품집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로 찾아왔던 미국 시사만화가 협회 팻 베글리 회장은 “Was introduced to this very talented girl at Korea Animation High School and she attended my lecture at KOMACON. Do-yeon is a prodigy”라는 트윗으로 도연 작가의 미래를 응원했다고 합니다. 예술의 가치는 시공을 초월하여 빛날 것이라고 기대하며, 도연 작가의 첫 작품집을 펴냅니다.

꽉 막힌 차들로 정체된 도로를 보며 생각했다.
차 안에 가만히 있는 나도 오만가지 생각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꽉 막힌 차 사이에서 도로를 걷는 사람들의 생각도 방황하는 건 아닐까?
정처 없이 도로 위에 떠도는 잡념과
밤이 가까워질수록 깊어지는 감정을 상상하며
의지할 빛이 없는 길 잃은 사람을 위해 가로등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8쪽, 방황하는 생각과 가로등

인간에 의해 멸종당한 동물을 알게 됐다.
동물들은 서로 다른 생김새, 서로 다른 성향일지라도
인간에게 당한 고통과 원한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고 힘을 모아 인간에게 복수하러 간다.
언젠가는 그 멸종동물의 영혼이 하나로 뭉쳐
인간의 멸종을 경고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14쪽, 멸종과 원한의 세계

손끝을 스치는 바람 중
어느 바람은 지나가는 듯 멈춘 듯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어느 바람은 느리게 불어오다가 갑자기 휘몰아치고
다양한 바람을 피부로 느꼈다.
실제로, 콜럼버스가 항해할 때 탔던 ‘대서양의 무역풍’과
골짜기에서 산등성이로 불어 올라가는 ‘골바람’
다양하고 재미있는 바람이 있었다.
이런 바람의 다양한 속성과 기존의 바람에 대한 느낌을 살려 그린 ‘바람의 형태’.
-20쪽, 바람의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