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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풀 조지아 : 신화·종교·와인의 나라 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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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름다운 지상의 땅, 신화의 땅 조지아

조지아는 대(大)코카서스 산맥과 카스피 해 및 흑해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다. 영토는 우리나라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하고, 인구는 350여 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자연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아름답고, 주민들은 놀랍도록 역동적이며 극적이다.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해발 5천 미터가 넘는 고산준봉들,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 풍요의 땅, 풀과 모래바람만이 지나는 황량한 광야와 부드러운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까지,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곳이 조지아다.
그런가 하면 조지아는 고대 그리스 신화 ‘아르고 원정대’가 황금양피를 찾아 나섰던 고대 콜키스 왕국의 신화를 간직한 신화의 땅이자, 인류 역사 최초로 포도주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또 아르메니아의 뒤를 이어 로마보다도 먼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최초의 기독교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지아의 역사는 그리스, 비잔틴, 아랍, 페르시아, 몽골 등 주변 강대국들에 끊임없이 약탈당한 고난의 역사였다. 1801년 이후의 근대 200여 년은 러시아의 식민지로 지내야 했던 서러운 역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지아의 전통과 정체성은 지켜져왔으며, 마침내 독립 국가로 우뚝 섰다.
그러나 여전히 이 아름다운 지상의 땅, 신화의 땅 조지아에 대한 글은 너무도 적다. 인터넷상에 올라온 여행 글이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조지아 관련 서적이나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이 책을 쓰려고 마음 먹은 이유다. 여기저기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하나로 모으고, 필지가 여행중에 보고 들은 생생한 이야기들을 더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목차

▲ 작가의 말 : 아름다운 지상의 땅, 신화의 땅 조지아 | 008
▲ 덧글 : 내가 여행 사진 찍는 법 | 500

1. 트빌리시(1) 올드타운
나를 깨운 성당의 종소리 ─ 성삼위일체 성당 | 012
성물 판매점과 성상화 | 018
드디어 츠민다 사메바 | 021
조지아인에게 정교는 삶 그 자체 | 034
트빌리시 건설자 바흐탕 고르가살리와
메테히 교회 | 038
주인없는 성, 나리칼라 | 046
한손에 와인, 한손에 칼 - 조지아 어머니상 | 054
성 니노의 십자가가 보관된 시오니 성당 | 060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 아바노투바니 유황온천 | 065

2. 트빌리시(2) 루스타벨리
시간이 만든 모자이크, 루스타벨리 거리 | 070
“레닌 자서전 사세요!” - 루스타벨리 거리의 헌책 판매상 | 082
조지아 자유와 민주 수호의 성지, ‘자유광장’ | 086
러시아에 푸쉬킨, 조지아에는 루스타벨리 | 091
불운했던 천재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 - 조지아 내셔널 갤러리 | 095
초기 인류인 호모 게오르기투스의 화석 - 조지아 국립박물관 | 100
작은 인형들이 펼치는 인생 갈라쇼 - 마리오네트 인형극장과 시계 타워 | 107

3. 므츠헤타
쿠라 강과 아라그비 강이 만든 십자가 - 즈바리 수도원 | 118
“난 이 신성한 성당에 묻힐 자격이 없소” - 스베티츠호벨리 성당 | 131
묵주 팔찌 만드는 수녀들 - 삼타브로 수도원 | 145
고대 조지아왕국 유적지 아르마지치헤 - 바그네티 유적지 | 151
칠십 넘어 호텔 사장이 된 전직 화가 게오르기 할아버지 | 158
신앙의 힘으로 세운 다비드 가렛자 수도원 - 동굴 수도원 단지 | 166
4. 시그나기
아블라바리 거리, 트빌리시 아르메니아 타운 - 시그나기 가는 길(1) | 178
가난한 시골길 풍경 - 시그나기 가는 길(2) | 182
길에서 만난 조지아 농부들 - “조지아는 신의 선물” | 187
도착, 드디어 코카서스 | 193
더 이상 장엄할 수 없다 - 코카서스의 일몰 | 196
골든라이언 식당에서의 즐거운 한때 - 시그나기 사랑방 | 200
시그나기는 사랑의 도시 | 210
천재는 비극적이어야 하나 - 조지아 국민화가 니코 피로스마니 | 216
보드베 수도원, 성녀 니노 잠들다 ─ 수도원 가는 길 | 225
보드베 수도원 입구에서 만난 걸인들 | 228
성녀 니노, 가슴에 십자가를 품고 잠들다 | 230
러시아 황제의 고백, “스위스보다 아름답다” | 234
시그나기 마을 산책 | 239

5. 텔라비 및 수도원 기행
텔라비, 에라클리 2세의 도시 | 248
알라베르디 대성당 | 251
중세 조지아 고등교육의 산실 - 이칼토 수도원 | 261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네크레시 수도원 | 264
카헤티 왕국의 그레미 성 | 268
카헤티, 조지아의 보르도와 브루고뉴 ─ 조지아에 와인이란 | 276
크베브리 와인, 조지아의 전통 양조기법 | 283
카헤티를 보지 않았다면 조지아 와인을 논하지 말 것 | 288
굴곡진 조지아 역사와 닮은 조지아 와인의 역사와 미래 | 293
알렉산드르 차프차바제 박물관 - 조지아 최초의 병입 와인의 탄생 | 297
킨즈마라울리, 스탈린이 사랑한 와인 | 304

6. 고리
고리 가는 길 | 310
고리스치헤(고리 성) | 313
스탈린 박물관, 고리 시를 먹여살리는 스탈린 | 316
“그녀가 죽었을 때 나의 심장도 같이 죽었소” | 322
우플리스치헤, 코카서스 최초의 집단 거주지 | 327

7. 스테판 츠민다(카즈베기)
디두베 버스터미널, 카즈베기 가는 길 | 334
진발리 호수와 아나누리 성 | 337
즈바리패스 전망대, 조지아-러시아 우호기념비 | 343
게르게티 사메바 성당 | 352
신과 함께여서 행복하다는 게오르그 수도사 | 360
스테판 츠민다 마을 | 366
다리알 계곡, 코카서스의 관문 | 374
“여기서부터는 정교의 나라 조지아입니다” - 성 미하일 가브리엘 성당 | 379

8. 쿠타이시
쿠타이시 가는 길 | 384
쿠타이시, 신화의 땅 | 390
자부심 넘치는 쿠타이시 시민들 | 397
세계 유네스코 유산목록에서 제외된 바그라티 성당 | 401
겔라티 수도원, 찬란한 콜키스의 빛 | 405
겔라티 수도원의 성모상들 | 409
다비드 4세의 위대함은 포용과 인문정신 | 413
핏빛 강물이여 흘러라 - 모짜메타 수도원 | 419
시간이 빚은 대자연의 신비 속으로 - 사타플리아 자연보호구역 | 421
프로메테우스 동굴과 오카체 협곡 | 426

9. 메스티아
메스티아 가는 길 | 436
아직도 진행중인 압하지아 공화국과 조지아의 분쟁 | 438
호텔 올드세티와 카페 라일라 | 441
코쉬키, 탑형 가옥 | 449
스바네티 향토역사박물관 | 451

10. 우쉬굴리
우쉬굴리 | 458
“스바네티의 쏠(소금) 살래요?” | 465
우쉬굴리, 하늘 아래 첫 동네 | 469
찰라디 빙하 트레킹 | 474
하츠발리 리조트, 메스티아의 가을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 482
조지아에서의 마지막 만찬 | 489

본문중에서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방안으로 빛과 바람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아, 얼마 만에 보는 맑은 하늘인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이토록 맑은 하늘을 미세먼지 때문에 보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이 분했다. 미세먼지 걱정 없이 이토록 청명한 하늘을 보면서 살아가는 조지아인들이 부러웠다.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 덩그렁거리는 종소리, 담벼락 아래서 누군가 조용조용 속닥거리는 소리, 비닐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모든 것이 몽환적이었다. (14쪽)

성물 판매점 문이 열려 있었다. 비좁은 가게 안에는 십자가와 이콘, 종교서적, 성경책, 묵주 등이 진열대를 다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까지 쌓여 있었다. 하나님과 성모마리아, 예수는 물론이고 성경 속 인물들과 조지아의 역사적 인물들을 묘사한 성상화들이 벽에 가득했다. 타마라 여왕과 성녀 니노의 성상화도 눈에 띄었다. 타마라와 니노. 두 여인이 없었다면 조지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조지아는 이 두 여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할 만큼 조지아 역사에 두 여인이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한 명은 조지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이고, 또 한 명은 조지아에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파한 조지아 정교의 어머니다. 문득 이 두 여인을 합한 것이 ‘조지아의 어머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마라와 니노는 사후에 조지아 정교의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조지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상화가 바로 타마라 여왕과 성녀 니노의 성상화다. (18쪽)

드디어 사메바 성당에 닿았다. 규모가 정말 압도적이었다. 누군들 그 거대함에 제압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메바 성당은 ‘인간들이여 보라, 너희들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신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하고 외치고 있는 듯했다. 인간의 나약함과 신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려는 것이 설계자의 의도였다면, 그는 분명 성공한 듯하다.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뒤로 젖혀야 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른 나라의 가톨릭 성당들의 화려함에 비하면 사메바 성당의 외관은 비교적 소박했지만, 알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는 듯했다. (22~23쪽)

조지아인들에게 종교는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며, 기도는 생활이고 일상이다. 그리고 그들의 종교는 다름 아닌 조지아 정교다. 조지아인들의 신앙은 이미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시작된다. 태어나면서 세례를 받고, 걸음을 걷기 시작하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간다. 커서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자신의 아이가 생기면 또 손을 잡고 교회로 이끈다. 죽어서는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이 이런데 어떻게 다른 종교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조지아인들이 자신의 종교를 일부러 혹은 유별나게 드러내는 법은 없다. (36쪽)

메테히 교회에서 내려와 다리를 건너 나리칼라로 향했다. 지금의 메테히 다리는 과거의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살해 현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다리 위에 잠시 멈춰서서 쿠라 강을 바라보았다. 강은 물살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느릿하게 흐르고 있었다. 보트와 유람선이 강물에 몸을 맡긴 채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햇살 한 자락이 물살 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희희덕거렸다. 눈을 감고 절벽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풍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돌연 달그닥거리는 말굽 소리가 들려왔다. 관광객을 싣고 시티투어를 하는 마차가 지나가는 소리다. (46쪽)

택시는 좁고 가파른 언덕을 거침없이 달렸다. 자동차가 사람들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걷던 사람들이 놀라서 옆으로 비켜섰다. 트빌리시 택시기사들의 운전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마 운전 솜씨를 겨루는 대회가 있다면 절대 우승을 놓치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들의 운전 실력은 능숙함을 넘어 현란했다. 질주 본능이 발동된 기사들에게 승객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보였다. 경주마처럼 최단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그들의 최대 관심사인 듯했다. 승객인 내가 겁을 먹고 잔뜩 웅크릴수록 기사는 즐거워했다. 표정에는 ‘뭐 이까짓 거 갖고 그래?’ 하는 의기양양함이 가득했다. 택시는 롤러코스트를 질주하는 것 같은 현란한 묘기 끝에 정확히 성문 앞에 정차했다. 기사는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서둘러 다른 관객을 찾아 떠났다. (49~50쪽)

이름도 모르는 성인의 이콘 앞에 초를 밝히고 성호를 긋고 잠시 묵상을 했다. 나는 정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말과 생각을 멈추고 서 있는 그 짧은 순간 느껴지는 평화로움과 무거운 정적감, 그리고 ‘누군가’와 교감하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조지아 여행을 하는 동안 늘 초를 피우고 이콘화 앞에 서서 기도를 했다. 그렇게 하고 있노라면 어떤 때는 절대자의 존재가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때는 내 마음이 좀 너그러워지는 듯도 했다. (50쪽)
벽화 한 점 없이 텅 비어 있는 조지아 성당들은 무척 검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진정으로 신을 모시는 곳’이라고 나름의 해석도 달아보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돈이 없어 벽화를 그리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외관은 그럭저럭 복원 또는 재건했지만, 벽까지 장식할 여력이 아직 안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벽화 대신 저렴한 성상화를 군데군데 걸어놓은 곳이 많다. 조지아의 성당이나 수도원들은 그렇게 가난했다. 그 텅 빈 벽들이 언제쯤 아름다운 벽화로 채워질지 아무도 모른다. 과연 그런 날이 올지조차도 불분명하다. 성당 입구에는 성당 재건용 기금함이 있지만, 어느 세월에 모금을 받아 성당 재건을 할 수 있을지. (51쪽)

거리를 걷다 보면 문 앞에 “1873~1905 작곡가 ○○○가 이 집에서 살다”라고 적힌 글귀를 자주 보게 된다. 조지아 사회에 특별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 거주했던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서 그의 예술적 성취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거창하게 리모델링을 한다거나 으리으리한 조형물을 갖다놓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현판 하나면 족하다. 길을 걷다 누구라도 현판에 적힌 이름을 한번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를 기억하는 행위가 될 터이니 말이다. 이는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이면서, 그 도시의 저력이자 품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트빌리시는 작지만 자신의 가치를 보존하고 드러낼 줄 아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73쪽)

예전 모스크바에서 공부할 때 기억이 났다. 내가 유학을 하던 1990년대만 해도 책이 무척 귀했다. 책은커녕 식량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시절이었다. 국립백화점인 ‘굼’에 물건이 없어 판매대는 늘 휑하게 텅텅 비어 있었고, 어쩌다 상점에 물건이 들어온 날은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곤 했다. 사회주의 체제의 배급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시절이었다. 몇 시간을 기다려서 냄비 하나 사오면 피곤해서 그냥 곯아떨어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상황이 그러한데 책방에 책이 있을 턱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주말이면 배낭을 메고 헌책방 순례하는 것이 일이었다. 간신히 구한 책들은 인쇄상태와 제본 상태도 형편없어, 책장을 넘기는 대로 떨어져나가기가 일쑤였다. ‘부키니스트’라는 헌책방을 돌면서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퍼부었는데, 어쩌다 찾던 책을 구한 날은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화보가 곁들여진 톨스토이 평전이나 작품집을 구했을 때라든가, 박물관이나 미술관 화보집, 좋아하는 화가의 화집을 손에 넣었을 때에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84쪽)

저자소개

변영숙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지역학과에 진학했다. 1990년대 초반 교환학생 자격으로 3개월간 다녀온 언어연수가 계기가 되어 대학원 1학기를 마치고 모스크바 유학길에 올랐다. 지역학을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언어학을 전공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 후 1년간 모교에서 강의를 했다. 이후 컨설팅 전문업체 ‘러시안브레인’을 창업, 다년간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석박사급 해외인력 채용과 해외 진출 컨설팅, 수출입 업무 등을 진행했다. 다수의 매체에 여행글과 에세이를 쓰는 한편, 러시아와 인접 국가들의 역사, 문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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