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80세에 ‘시인의 꿈’ 이룬 박영종 작가 첫 시집

올해로 80세를 맞은 박영종 시인의 첫 시집. 이혜선 시인(문학평론가·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이 평한 대로 이 시집은 ‘한 세기의 역사가 깃든 도서관’이다. 고교 교장이던 남편과 사별한 뒤 60대에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70대에서야 본격적으로 뛰어든 늦깎이 시작(詩作) 공부의 결실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쓴 작품 60편을 담아냈다.

‘행복, 때론 그리움’(1부), ‘사랑하는 손주들’(2부), ‘흑백사진의 추억’(3부), ‘웃음 보약’(4부) 등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집의 1부는 남편과의 곡진한 사랑을 담아냈고, 2부를 통해서는 〈손주와의 카톡방〉 등 화기애애한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3부와 4부를 통해서는 각각 한 가족을 이루며 열심히 살았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와 노년의 삶을 행복하고 값지게 보내고자 하는 시인의 삶이 한 편 한 편 진솔한 시어들로 채워졌다.

80세에 ‘시인의 꿈’ 이룬 박영종 작가 첫 시집

올해로 80세를 맞은 박영종 시인의 첫 시집으로, 시집 해설을 쓴 이혜선 시인(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은 ‘한 세기의 역사가 깃든 도서관과 같은 시집’이라고 평했다.

박 시인은 서문에서 ‘80세에 이번 시집을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부끄러움과 용기가 필요했다’고 밝히면서 ‘내가 겪어온 경험에서 시대적 흐름과 변천이 느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적었다.

시집의 제1부는 ‘행복 때론 그리움’이다. 생전의 남편이 선물한 〈빨간 자전거〉가 그만의 시어로 농축됐고, 시 〈셋방살이〉를 통해서는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을 따뜻하게 소환한다. 그런가 하면 시 〈미안해요〉를 통해서는 저 세상 남편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쏟아냈다.

혼자만 밥 먹어서 미안해요 / TV를 보는 것도 / 따뜻한 방에서 자는 것도 미안해요 / 당신이 사 준 자전거 / 36년 동안 잘 타고 있어요 / 당신의 노력과 정성으로 가꾼 생활 공간에서 / 안정된 생활 하고 있어요 / 아들 삼형제 미덥게 잘 자랐어요 / 어떤 일이든 편하게 얘기해 달라는 / 아들들 있어 행복해요 / 이 모든 걸 혼자 누리니 미안해요 / 당신 만나 미안한 마음 얘기할 날 기다려요 …… 〈미안해요〉 전문

시집의 제2부는 ‘사랑하는 손주들’이다. 〈할머니 자장가〉를 통해 손주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냈는가 하면 〈손자의 선물〉을 통해서는 손주들의 할머니 사랑이 얼마나 큰지 가늠하게 된다. 특히 〈손주와의 카톡방〉을 읽다보면 시인 할머니를 둔 이들 손주들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오늘도 카톡방을 두드린다 /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함께한다 / 손자 일곱 명에게 한자와 중국어를 띄우기 6년 / 카톡방으로 문장을 띄우고 녹음을 해서 보낸다 / 멀리 유학 중인 손자 / 군대에 간 손자도 옆에 있는 것 같다 / 잘 따라 주고 매일 주고받는 인사에 힘을 얻는다 / 고마운 카톡방 / 오늘도 아침 일찍 / 카톡방에 띄울 예문을 준비한다 ……〈손주와의 카톡방〉 전문

시집의 제3부는 ‘흑백사진의 추억’이다. 〈피난살이〉, 〈전쟁의 참상〉, 〈땔감〉, 〈물지게〉, 〈학도병 오빠〉 등등 시제(詩題)만 봐도 우리 시대가 겪었던 가슴 아린 역사의 압축판이다. 그 아픈 기억 속에서 소환한 〈봄소풍〉, 〈가을 운동회〉, 〈옥색 고무신〉의 추억이 따스하게 펼쳐지는가 하면,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 〈친정아버지〉, 〈정거장 우리집〉 같은 시들은 시로 녹여낸 ‘자전적 에세이’다.

기차 소리 / 뻬에 엑 뻬에 엑 / 수증기 내뿜는 요란한 소리에 놀라 / 귀를 막고 뛰게 했던 증기 기관차 / 석탄 빨갛게 태운 검은 연기가 / 하늘을 덮고 퍼져 나갔다 / 칙 칙 퍽 퍽 / 큰 쇠바퀴 굴러간 뜨거운 선로 위에 / 엎드려 귀 대고 듣던 멀어져 가는 소리 / 나도 같이 서울로 가고 있었지 / 침목 위에 내 나이 엄마 나이 세다 보면 / 점점 희미해지던 / 인천에서 서울 가는 기차 소리 …… 〈기차소리〉 전문

이번 시집의 마지막 편인 제4부 타이틀은 ‘웃음보약’이다. 남편과의 사랑과 별리(1부), 대를 이은 자식 삼형제와 손주들에 대한 사랑(2부), 개인사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힘들었던 시대의 소환(3부)에 이어 제4부를 통해서는 ‘자신만의’ 건강한 노년 인생을 활기찬 시어들로 힘차게 펼쳐냈다. 〈스키의 매력〉, 〈인라인스케이트〉, 〈래프팅〉, 〈만년 운동기구〉 같은 시들을 통해 하루하루를 활력 있게 보내는 노년의 삶을 자신만만하게 표현했고, 〈피아노와 나〉, 〈묵향〉, 〈노래 불러본다〉 등을 통해서는 10대들만큼이나 다양한 취미 생활에 푹 빠져 나이를 잊고 사는 노시인의 에너지 넘치는 일상이 넉넉하게 묘사됐다.

길게 뻗은 인천대교 / 바다위에 걸쳐 피어나는 노을 / 고된 하루 붉게 물들어 / 오늘에 감사한 인사를 한다 / 내일의 준비를 위한 / 희망의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수평선 / 저물 때 더욱 찬란히 빛나는 노을처럼 /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어라 …… 〈노을〉 전문

고교 교장이던 남편과 사별한 뒤 60대에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70세 넘어 본격적으로 뛰어든 늦깎이 시작(詩作) 공부의 결실로, 따뜻한 가슴으로 쓴 작품 60편이 젊은 독자들에게는 ‘문학의 힘’을, 중년과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민중사적 공감대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해설을 쓴 이혜선 시인이 원고 말미에 적은 아래 대목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시집 〈빨간 자전거를 타는 할머니〉다.

흔히 사람들은 “내 살아온 이야기는 책을 몇 권을 써도 모자란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것을 글로 나타내기는 힘든 일이다. 그런데 박영종 시인은 마치도 자서전을 쓰듯이 자기와 민족의 역사를 시로 재구성하여 보여주면서 자아성취감을 얻는 동시에 가족은 물론이고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일을 해내고 있다. …… 이혜선 시인의 〈해설〉 중

박영종 시인은 나이를 뒤집어서 81세를 18세로, 지금도 생기 있는 여고생으로 사는 분이다.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면서 그분의 삶을 대하는 자세, 모든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에 감동한 바가 크다.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 탄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생각났다. 그만큼 박 시인의 이번 시집은 한 세기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도서관과 같다. 한 사람의 개인사이면서 또한 민족과 함께 해 온 민중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시집이다.

시집을 내면서 ·04

1부 │행복, 때론 그리움

해산날 · 22
셋방살이 · 23
안테나 · 24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 25
빨간 자전거 · 26
퐁당퐁당 · 28
소중한 선물 · 29
그날 · 30
구급차 · 32
그리움 · 33
청평의 바람 · 34
미안해요 · 35
스승의 날 · 36

2부 │사랑하는 손주들

금줄 · 42
손주의 응가 · 44
고무신 자동차 · 45
땅강아지 · 46
할머니 자장가 · 47
손자의 선물 · 48
손때 · 49
귀 울림 · 50
손자와의 특별한 하루 · 51
손주와의 카톡방 · 52
화기애애 · 53


3부 │ 흑백사진의 추억

피난살이 · 56
전쟁의 참상 · 57
전쟁 때 먹던 것들 · 58
땔감 · 60
물지게 · 62
학도병 오빠 · 64
기차 소리 · 65
봄소풍 · 66
가을 운동회 · 67
옥색 고무신 · 68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 · 69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 · 70
목화솜 이불 · 71
친정어머니 · 72
어머니의 한 · 74
괘종시계 소리 · 75
정거장 우리 집 · 76
친정아버지 · 77
그림 사주 · 78
어머니 뒤통수가 예뻐요 · 80
요양병원 · 81

4부 │ 웃음 보약

웃음이 보약 · 84
고무줄 시간 · 85
월정사에서 · 86
듣던 말 · 88
칠십 생일 · 89
래프팅 · 90
스키의 매력 · 91
인라인스케이트 · 92
피아노와 나 · 93
노래 불러 본다 · 94
만년 운동기구 · 95
묵향 · 96
뒤집어본 나이 · 98
노을 · 99
하면 된다 · 100

해설 | 한 세기의 역사가 깃든 도서관 · 이혜선 시인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