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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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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구상 가장 거대한 생물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세계

★★★
앤드류 카네기 어워드
2021 논픽션 수상작

★★★
Kirkus 논픽션
2020 최종후보
★★★
PEN/E.O. 윌슨 Literary Science 어워드 최종후보

세상에는 아무도 본 적 없는 고래가 있다. 실제로 부채이빨고래의 존재는 지난 140년 동안 단 한 번 보고되었다. 해저의 오아시스로 은유되는 죽은 고래의 몸은 심해에서 풍요로운 생태계가 된다. 그리고 숲보다 또한 고래가 보는 바다는 푸르지 않으며, 빙하가 깨지는 소리에 영향을 받는 고래도 있다. 포식자의 시선이라고 느껴지는 고래의 동공은 사실 어딜 보는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고래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오직 고래만이 알고 있는 자연의 진실이 있다. 저자 리베카 긱스는 최신 과학 연구가 밝혀낸 새로운 고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인간과 고래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쫓는다. 수천 년 전 암각화에 고래를 새겼던 고대인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지금 이 시대 고래와 우리의 관계를 반추한다. 긱스가 구현한 이 공생의 역사와 과학적 진실은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게 해 준다. 이 지적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자문할 수 있다. 산업화 이후, 온 지구를 항해하는 고래를 잡아 가두고, 기름을 짜내고, 수염을 뽑고, 그 고기를 먹으며 고래를 이해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우리’는 지금 고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긱스의 문장은 우리를 감각의 바다에 빠뜨린다!”
〈월 스트리트 저널〉

“《모비딕》 이후 고래에 관한 가장 훌륭한 책”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출판사 서평

우리는 고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고래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우리는 고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지구상 최대의 생물, 고래에 대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추적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인간과 이어져 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본래 네 발 달린 포유류 동물에서 유래한 진화적 기원과, 최신 과학계 보고 등 이 시대 우리가 고래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직접 고래를 보러 다닌 저자의 생생한 르포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를 전달하는 저자의 문장과 태도에는 기후 위기 시대의 글쓰기를 고민하는 생태적 관계론이 깃들어 있다. 이 유려한 데뷔작은 유력매체들의 서평 릴레이를 받았고 2021년 앤드류 카네기 메달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으며 2020년 Kirkus 논픽션 어워드와 PEN/E.O.윌슨 리터러리 사이언스 라이팅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
책은 호주의 퍼스 해변에 떠밀려온 거대한 혹등고래에서 시작한다. 좀처럼 보기 힘든 바닷속 고래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동네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 현장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저자 리베카 긱스는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복기하며 독자들을 삽시간에 호주의 해변가로 몰입시킨다. 죽어가는 고래의 가뿐 숨소리와 힘이 풀린 동공을 감정에 매몰되지 않은 채 묵묵히 보여 준다. 거기엔 현장에 모인 구경꾼들이 왜 자꾸 고래의 사체가 떠밀려오는지를 두고 벌이는 시시콜콜한 대화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대화들은 두서없지만 지금 우리가 고래라는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낱낱이 드러나는데 그 현장에는 인도적인 죽음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자그마치 자동차 안테나만 한 굵기의 주삿바늘을 찔러 독극물 안락사를 시도할 것인지 다이너마이트를 매달아 폭사를 시도할 것인지, 어떤 것이 고래의 고통을 가장 줄여주는지 고민하던 찰나에 긱스는 그 ‘자비로움’마저 인간의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게다가 그 독극물의 여파는 인간의 자비로움을 만들지언정 사체를 먹고사는 또 다른 생물들, 스캐빈저들(구더기, 까마귀, 하이에나 등)에게는 재앙이 되었던 것이다. (본문 18쪽)
하지만 저자는 감상에 빠지기보다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지식을 그러모은다. 그의 말마따나 심장에 차가운 얼음 조각 하나(본문 180쪽)를 담은 것처럼, 감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작가적 초연함을 유지한다. 프롤로그에 직접 밝혔듯이 “과학적 소양에 바탕한 상상력으로 우리가 다른 생명체의 감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48쪽) 긱스는 고래 주변에는 모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자신의 머리 위 화관을 울며불며 고래에게 씌우려는 사람, 서핑을 하려 왔다가 멍하니 고래를 보는 사람, 목말을 탄 채 즐겁게 구경하는 어린아이까지 매우 다양하다. 6장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돌고래 셀피 소동을 소개하는데 이 모든 장면은 이 시대 우리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귀여워하고, 사진을 찍고, 슬퍼하며 손을 대는 식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다가가는 일련의 행동들이다.

해저의 오아시스
고래가 품고 있는 자연의 비밀
최신 연구에 따르면 고래는 대기질에 영향을 끼친다. 2010년대 중반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조사 결과였다. 깊이 잠수할 수 있어서 서식 반경이 심해까지 미치는 향고래의 경우 전 세계 대기질 구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심해에서 오징어와 크릴을 먹은 고래들의 배설은 영양 ‘펌프’ 구실을 하며 해저 수많은 유기물질의 순환을 돕는다. (97쪽) 그 과정에서 플랑크톤 번성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플랑크톤들은 전 지구적 규모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숲이 기후 조절 역할을 하듯 동물도 그럴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고래 한 마리는 탄소 흡수에서 1천 그루 이상의 나무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고래의 귀지는 ‘대양의 핵심 표본’으로 불린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이를 입증하는 말랑말랑한 귀지인데 야채 보관실에 오랫동안 내버려 둔 셀러리같이 생겼다. (310쪽) 생물학자들은 이 귀지로 고래의 나이와 그 고래가 평생 노출되었던 오염,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해양 세계에 관한 기록인 셈이다. 고래의 눈도 알면 알수록 새롭다. 직사광선을 맞은 인간의 동공은 수축하지만 대부분의 고래의 동공은 미소를 짓듯 반원으로 수축하면서 반원의 구석에 동그란 점이 남는다. 각각의 눈에 두 개의 동공이 있는 셈이다. 저자는 생태관광 쌍동선을 타고 눈앞에서 거대한 향고래의 점프를 목격했었다. 잔뜩 겁에 질린 저자는 포식자의 시선으로 마주쳤다고 생각했지만 조사를 거듭해 보니 그 동공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을 확률이 컸다. 이를 계기로 동물 세계에서 인간적 자질을 찾고자 했던 자신의 욕망에 대해 저자는 다시금 성찰한다. (238쪽)
책에는 그 밖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래의 다양한 모습을 알려 준다. 크릴 새우를 잡아 먹는 혹등고래의 젖은 핑크빛에 버터 맛이 나며 성게 불모지에서 먹을 것이 없어진 범고래는 털복숭이 팝콘을 먹어 치우듯이 해달을 잡아 먹는다. 또한 고래 낙하라고 불리는 죽은 고래의 몸은 그 자체로 심해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귀중한 ‘해저의 오아시스’인 셈이다.

‘멸종 이후에도 관계는 남아’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호주의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톰 반 두랜은 생물이 멸종되더라도 그 생물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던 문화적, 생태적 관계는 떠나지 않고 거듭 출몰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지금은 멸종해 없어진 박쥐의 리본처럼 길쭉한 혀와 함께 진화한 어떤 꽃의 화려한 꽃부리가 있다. 하지만 ‘혀가 긴 박쥐’가 멸종한 지금 이 꽃부리는 괴이해 보인다. 하지만 꽃마저 멸종되지 않고 계속 번식한다면, 영원히 이 과거의 흔적은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실제로 볼 수 없는 존재와 실질적 소통을 한 흔적이다. 고래 또한 마찬가지이다. 포경으로 멸종된 고래 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개체 감소’라는 개념이 더 중요해졌다. 고래에게는 멸종보다는 개체 감소로 인한, 포경 시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종의 개체 감소로 그 동물이 속한 생태계, 그들이 양분 삼아 지속하는 환경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는 개념이다. 앞서 언급된 대기질의 구성에도 우리가 모르는 결정적인 흔적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지금은 기후 변화로 고래들의 이주 노선도 바뀌기 시작했다. 캐나다 러미네이션 부족은 먹을 것이 부족해진 고래에게 치누크 연어를 먹이면서 고래를 “바닷속 우리의 동족”이라고 외쳤다.
책에는 다양한 선주민들의 문화와 산업화 이후의 이야기도 다채롭게 들어 있다. 8세기부터 바이킹족은 고래 뼈를 거래했고 16세기에 본격적인 고래 무역이 시작되었다. 서호주 지역의 야부라라족이 만난 최초의 외부인은 고래잡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66쪽) 산업화 이후 돛이 아닌 석탄으로 움직이는 빠른 증기선이 된 포경선들은 지구 전체를 항해하는 고래를 쫓아 대륙을 건넜다. 인류가 한 종에게 가한 최대의 학살이었다. (59쪽) 하지만 고대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혹등고래, 긴수염고래, 향고래, 범고래를 먹었는데 토템 신앙의 대상으로서 섬기기도 했다. 그러나 무역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고래잡이를 했던 고대인들은 정해진 사냥 기간을 준수했고 특정 시기의 고래는 사냥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신화적 존재로 여겼다. 고래 샤먼은 언덕 높이 올라서 고래 대신 고통스러워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우리가 잃어버린 고래와의 관계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한다.

우리의 식견이 미치지 못하는 곳
우리는 모두 다른 종의 동물원이다
책은 우리가 자연을 다루는 방식을 꼬집는다. 하이 콘트라스트 필터의 카메라로 총천연색 자연 사진을 SNS에 올리며 지오태그(위치 정보 해시태그)를 붙이는 생태 관광 인증샷들, 그리고 눈이 큰 털복숭이 동물들 사진의 범람, 그리고 와이파이 통신망이 오지와 고산 지대를 막론하고 촘촘히 깔린 현실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고독을 찾아 야생을 가지 않는다. 온라인 소통을 위해 자연으로 가는 것이다. 여가 장소를 찾아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능력을 입증하는 열정적인 삶의 방식이 ‘오지로 가는’ 목적이 된 것이다. (196쪽)
저자는 에드워드 윌슨의 생명 사랑 개념을 소개한다. 인간에게는 다른 생명체와 환경을 생각하는 선천적 애착이 있다는 다소 관대한 믿음, 개념이다. 하지만 저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아기 돌고래 셀피 소동을 소개하며 이 사랑의 개념을 좀 더 깊이 파고든다. 참고로 이 소동은 해변에 떠밀려온 귀여운 아기 돌고래와 사진을 찍기 위해 군중이 몰려들었던 와중에 결국 돌고래가 죽어 버린 사건인데 이 죽음에서 보듯 우리는 윌슨의 말대로 생명 사랑을 타고 났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랑이 상대를 질식시키지 않게 자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긱스는 ‘귀여운 돌고래’에 대해 열광하는 ‘비정상적인 이끌림’이 열정을 동반하기 때문에 애정의 대상을 망쳐 버린다고 일침한다. 우리가 아끼는 동물과의 관계에서 야만적 성급함에 잘 사로잡히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고래 또한 그 크기에 비례해서 ‘카리스마’라는 위계를 부여되곤 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직립’하는 짐승과 눈이 큰 포유류에 강한 애착을 느낀다고 한다. 털이 있거나 배가 토실토실한 것도 중요하다. (214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고래의 몸에 사는 ‘고래 이’를 소개한다. 고래 이는 갑각류에 속하고 털 많은 육지 포유류에 사는 이보다는 새우에 더 가깝다. 이 한 마리에게 고래 한 마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먹이이다. 고래의 한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면 그 고래와 더부살이하는 고래 이도 같은 처지가 된다. 그런데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나’라고 인식하는 ‘자기 중심성’은 사실상 ‘동물원 중심성’에 가깝다. 인간 또한 고래처럼 다른 종의 동물원인 것이다. 기생충과 미세 오염 물질, 미생물로 구성된 내면의 생명이다. 일종의 공동체적 일치의 상태로 살아간다. 이처럼 우리는 인간 행위의 간접적 여파에까지 우리의 상상이 미치지 못할 때, 다른 동물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린다.

추천사

뉴욕 타임스
긱스의 탐구적이고 시적인 데뷔작은 운명의 혹등고래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환경 캠페인이 고래 개체 수 회복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고래가 잘 지내고 있다는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본지에 리뷰를 남긴 더그 복 클락은 긱스의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포트라이트 관찰과 서정성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지만 전달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도 있다. “그녀의 여정은 지적인 것입니다. 그녀는 여정의 거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뉴요커
대가답다.

리터러리 허브
이 책은 환경 문학의 새로운 황금시대 고전들의 판테온에 즉시 자리를 잡는다.

워싱턴포스트
정적이다… 긱스의 글은 풍부함과 생각의 정교함이 있습니다. 그 훌륭한 구절들은 경이로움을 일깨운다.

월 스트리트 저널
이 책의 내러티브는 독자들이 눈 깜빡할 새 없이 놀라운 문학적 스타일로 우리 주의를 넓혀줍니다… 여러 대륙에 걸쳐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긱스는 위기에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주기 위해 세련된 언어를 조합한다. 그녀의 산문은 바다를 배회하는 주제처럼 몰입된다. 그녀의 문장은 우리를 감각의 바다에 빠뜨린다.

키커스
환경 보호론자의 정신으로 긱스는 고래와 고래의 삶, 유산, 불안정한 환경 상태가 생태적 격변에서 과소비에 이르기까지 지구가 직면한 더 큰 문제를 반영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대왕고래의 위대함을 묘사하든 종이와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인간의 해양 생태계 공격을 묘사하든 저자의 산문은 시적이고 아름답게 부드러우며 유익하다.

목차

프롤로그 낙하하는 고래의 몸

1장 천년의 암각화
2장 가까이 가되 만지지 마시오
3장 이토록 경이로운 뼈대
4장 동물의 카리스마
5장 고래 사운드
6장 포크와 나이프 사이
7장 키치스러운 내부
8장 미지의 표본들

에필로그 고래를 보러 온 사람들
감사의 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한 추정치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약 69만 마리의 고래 낙하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엄청난 숫자의 고래 사체가 심해로 가라앉고 그것을 계기로 또 생명이 북적대는 것이다. 심해의 바닥에 남은 고래의 뼈는 뜯기고 뚫린다. 그리고 마침내 은백색의 박테리아가 뼈를 에워싸고 주름을 잡듯 보풀을 일으키는데, 마치 푹신한 수건으로 뼈를 감싸 놓은 것 같다.
_프롤로그 낙하하는 고래의 몸 (41쪽)

고래가 죽어서 바다 밑으로 자신의 몸뚱이를 떨어뜨려 해저의 낯선 생명이 꽃피우도록 한다는 것은 경이로움의 원형이다. 자연은 우리의 존재를 키워 준다. 자연은 신비에 대한 우리의 감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_프롤로그 낙하하는 고래의 몸 (45쪽)

모래시계 모양을 이 상적 여성의 몸으로 여긴 완고한 미적 기준은 사회적 강박이 되어 여성을 억압했다. 그 몸매는 고래수염을 통해서 현실화되었다. 고래수염을 뼈대로 만든 코르셋은 여성의 흉곽을 꽉 죄어 주었다. 아직도 이런 체형을 문화의 한 원형으로 여기는 것은 고래 산업이 남긴 유산이다. 여성의 몸매에서 허리의 잘록함을 강조했던 풍습은 고래의 개체 수가 감소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_1장 천년의 암각화 (72쪽)

2010년대 중반에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과학자들이 놀라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깊이 잠수할 수 있어서 서식 반경이 심해까지 미치는 향고래 같은 고래의 활동이 전 세계 대기질의 구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혹등고래도 그러하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그 이유를 밝혔다. 고래는 심해에서 오징어와 크릴을 먹고 배설을 해서 영양 ‘펌프’ 구실을 한다. 얕은 바다로 올라와 오렌지 색깔의 길고 북슬북슬한 배설물을 굴뚝 연기처럼 뿜어낸다. (중략) 숲이 기후 조절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제 동물도 그럴 수 있음이 드러났다.
_1장 천년의 암각화 (97-8쪽)

‘고래가 자기 새끼를 소개하려는 거에요.’ 로스 씨가 기쁘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니요, 그녀는 이 배를 뒤집으려는 거에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무시무시한 공포를 생물학자들은 하일리 거 샤우어라 불렀다. 먹잇감이 포식자의 시선을 감지했을 때 느끼는 가공할 전율을 말한다. 혹등고래는 작은 생명체만을 먹는다는 사전 지식은 조금도 위안이 되지 못했다. 적어도 나에게 고래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녀는 이 배와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로 감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고래의 모습에 얼이 빠져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다.
_2장 가까이 가되 만지지 마시오 (145쪽)

고래의 되쏘아 보는 눈길에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여러 수십 가지의 물질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고래와 너무나 깊이 엮여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고래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데서부터 고래의 내장을 플라스틱으로 오염시키는 것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생명들과 거리두기에 실패한 것은 단지 경이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잃게 된 것은 신비함, 귀여움 혹은 카리스마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관계이다.
_4장 동물의 카리스마 (239쪽)

사람처럼 소리를 낸다고 유명해진 흰고래 ‘녹’은 사람들이 고래 소리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략) 갇혀 있는 동안, 녹은 표면과 해저 사이에 가설된 ‘젖은 전화기’ 상으로 다이버들이 서로 말을 주고 받는 소리를 듣고서 흉내 내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다이버는 ‘물 밖으로 나와’란 소리를 들었는데, 상관의 명령으로 착각했다고 전했다. 녹이 말한 것이었다. 이 흉내 행위의 독창성을 인정한 음향학자들은 녹이 인간 같은 소리를 반복해 내도록 대가를 주어 유도하고, 녹음하고, 10년 이상의 연구를 바탕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_5장 고래 사운드 (278쪽)

그리고 밍크고래가 있었다. 몇 조각의 얇은 밍크고래 고기가 그릇 바닥에 가을 이파리처럼 떨어져 있었다. 혓바닥 고기로는 보이지 않고 베이컨처럼 보인다. ‘원치 않으면 안 먹어도 돼요.’ 과학자가 말했다. 두 소녀가 각각 자신의 고래 수프 그릇을 들고, 고기를 오물오물 씹으며 나를 본다. 나는 박물관의 대왕고래가 생각났다. 내가 처음 만났던 고래, 그 주변을 끝없이 맴돌았지. 고래 턱뼈에 몰래 올려놓았던 내 동생의 젖니가 반짝거렸지. 반짝이는 골동품 의자 색감이 나는 소스에 절인 밍크고래 조각은 코코아색으로도, 붉은 벽돌색으로도 보였다.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 머뭇거리며 과학자에게 조리법을 물었더니, 전통적인 방식이란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_6장 포크와 나이프 사이 (332쪽)

캐나다 연안의 흰고래는 외뿔고래를 그들의 무리로 받아들였다. (‘이것은 다른 종에 공감하면서, 생긴 것도 다르고 행동도 다른 고래를 개방적 태도로 환대함을 뜻한다’고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자가 은근히 인간 세상이 이민자를 혐오하는 것에 빗대어 말했다.)
_7장 키치스러운 내부 (350쪽)

고래가 가는 곳이면 고래 이도 간다. 이가 없는 고래는 발견된 적이 없다. 이는 없는 곳이 없다. 고래 한 마리에 7천 마리의 이가 산다고 추정된다. 학자들은 고래를 이를 위한 ‘살아 있는 섬’이라 말하기도 한다. 고래 이의 종류는 수염고래의 종에 따라 다르다-혹등고래와 귀신고래의 고래 이는 각각 종이 다르다. 어떤 고래 종이 위기에 처하면 그 종의 고유한 이도 같은 처지가 된다. 심지어 고래마다 이의 성별이 달라지기도 한다.
_8장 미지의 표본들 (405쪽)

어떤 생물학자들은 기생충과 그 숙주를 총체적 한 몸으로 보야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면 모든 동물의 진화와 건강은 그들의 외부와 내부의 환경, 둘 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생충과 숙주 사이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를 ‘공생’이라 한다, 그리고 모든 기생충이 숙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면밀한 연구를 통해 공생적 상호작용이 한때 생각되었던 것보다 훨씬 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_8장 미지의 표본들 (413쪽)

결국 나는 고래 몸뚱이를 클로즈업으로 보면서, 기생충 배양기 또 는 동물원으로 보게 되었다. 다양한 존재가 고래 몸을 거처로 삼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환상적이고 또 어떤 점에서는 으스스하다. 만약 우리가 기생충을 통해 보이는 것만이 실체가 아니란 사실, 그리고 결코 그런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면, 그리고 각각의 생명체 속에 죽음과 함께 활력이, 그리고 다양함과 약탈이, 밀어붙이기와 몸부림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면, 우리는 비로소 카리스마의 마력에서 풀려나, 더 큰 배려와 더 넓은 관점으로 자연에 접근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심지어 우리의 인식과 통제 밖에 있는 저런 것조차도 귀하게 여기고 그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_8장 미지의 표본들 (415쪽)

인간 행위의 간접적 여파에까지 우리 상상이 미치지 못할 때, 그리고 우리 관점 이 편협할 때, 우리는 인간이 아직 만나지 못했던 그리고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동물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린다. 만약 오늘날 환경을 지금 그대로 더 손상하지 않은 채 남겨 두는 자제력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식견이 미치지 못해 미처 알지 못했던 훨씬 더 많은 생명의 미래까지 보존할 것이다. _8장 미지의 표본들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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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베카 긱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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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에세이스트. 자연을 관찰하며 기후 위기 시대의 글쓰기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동물에 공감하는 태도와 더불어 과학적 근거를 갖춘 자료 수집과 발로 뛰는 취재를 감행하며 글을 쓴다. 호주의 퍼스 지역 출신으로 〈뉴욕 타임스〉 〈애틀랜틱〉 〈호주 베스트 에세이〉 〈호주 베스트 과학저술〉 〈그란타〉 〈이언〉 그리고 〈그리피스 리뷰〉 같은 다양한 매체에 해저 환경이나 숲을 주제로 글을 기고해 왔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에서 픽토(허구) 비평과 생태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매쿼리 대학교 영어과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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