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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한인들 : 이주, 젠더, 세대와 귀속의 정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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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한(국)인들의
젠더와 세대 간 이슈에 주목하다

재외한인에 대한 연구를 “한민족(Koreans)”이라는 혈연 공동체의 뿌리 찾기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복잡다단한 이주의 현실과 파급효과를 다루기 어려워진다. 국가 경계를 넘나들며 인생을 계획한 또는 계획할 수밖에 없던 여러 “한(국)인들”의 생애 사례에 주목할 때, 재외한인 연구는 전 지구적 이동의 구조와 변화를 개인의 삶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사회과학적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

국경을 넘으면서 인종과 문화, 제도, 가족과 친족 등의 경계도 교차되는 삶의 조건 속에서 한국적인 것과의 연결을 유지하며 사는 재외한인 내부의 다양성은, 젠더와 세대의 차원을 고려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개인 이주생활의 궤적이 국민국가의 제도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간의 상호 영향력이라는 화폭 위에 그려질 때, 젠더는 개인의 이주 경로나 가족 구성과 관계, 체류 지위와 노동 유형 등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인이 된다.

이 책은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한(국)인들’의 젠더와 세대 간 이슈에 주목하면서 다문화 한국 사회가 위치한 이 시대 이동성의 의미를, 젠더화된 가족과 노동이 국가 간 관계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재생산되거나 변형되는 방식을, 경계를 넘는 개인들의 생활 전략과 귀속의 정치가 공동체와 맺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과 한계를 논의한다.

출판사 서평

“재외한인”은 하나의 이미지로 재현될 수 없다

이 책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해외로 나간 한(국)인들의 다양성에 주목하면서 그 역사적 배경과 사회문화적 힘, 그리고 개인들의 이주 경험에 대해 질문한다.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재외한인의 상위 범주인 ‘한(국)인’이 동질적인 하나의 집단을 지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남한 사람, 북한 사람, 탈북자, 귀화 한국인, 한인 디아스포라, 재외한인, 한인 입양인, 한국계 혼혈인, 귀환이주 한인 등, 다양한 이주 배경과 역사를 가진 사람들을 포괄하는 의미로 한(국)인의 개념이 확장되고 유연하게 적용될 때 한(국)인 내부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 공간은 마련될 수 있다.

‘한(국)인다움’의 수행이나 귀속 정치의 맥락에서 젠더는 중요하게 작용하며 세대의 차이와 결합하여 효과를 발휘한다. 이주의 후속세대들이 거주국과 한인공동체에 소속되는 맥락과 귀속감은 1세대들의 경우와 다르며, 국가 간 위계의 변화와 함께 발생하는 세대 간 경험의 차이는 국내외의 한(국)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역학관계를 만들어낸다. 국가와 가족에 대한 소속이 ‘리셋’되어 이동’당했던’ 입양인의 경우는 이주의 정치학이 전제하는 근대적 제도의 경계들과 사회문화적 인식 범주들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주요 내용

제1부 ‘이주와 젠더, 이동성과 취약성’은 국제질서 속의 젠더화된 이주 현상과 여성 이주자들이 경험하는 이동성과 취약성에 대한 것이다.

제1장에서 니콜 컨스터블(Nicole Constable)은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인다가 고국과 홍콩, 싱가포르, 네팔을 오가며 경험하는 이주노동과 동거, 결혼, 자녀 양육, 가족 재결합을 좌우하는 이동성과 부동성에 대해 그동안 진행해 온 민족지 연구를 통해 소개한다. 인다의 사례는 이주제도가 이주 과정을 통해 재/생산되는 젠더 규범에 의존하고 착취적으로 작동하는 측면과 함께, 이주여성이 젠더화된 이주제도와 사회적 관행을 거스르는 상황을 보여준다.

제2장에서 황정미는 한국에서 해외이주가 확장된 개발국가 시기(1962~1987)의 출국자 통계와 신문기사에 나타난 담론들을 젠더 관점에서 분석한다. 황정미는 이러한 ‘민족’과 ‘성공’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발 시기 한국을 떠난 재외한인 여성들의 이주와 삶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재조명하는 연구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3장에서 유리 둘란(Yuri W. Doolan)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군사 지역 무허가 마사지업의 확산이 1940년대 이후 한국에서 조장되어 온 해외주둔지 미군 매매춘의 초국적 파생물이었음을 분석한다.

제2부 ‘재외한인의 젠더와 귀속의 정치’에서는 미국, 독일, 호주, 일본 등지로 이주한 한인 여성들의 삶과 경험을 트랜스보더 성원권과 귀속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제4장에서 김민정은 (2장에서 개괄한) 개발국가 시기의 특징이 반영된 한인 여성 이주 사례로서 주한미군의 아내와 파독 간호여성의 이주 경험을 이들의 자전적 글과 자신의 인터뷰 사례를 통해 비교한다.

제5장에서 문경희가 분석하는 호주 한인 ‘1세대’ 여성의 사례 역시 (2장에서 분석한) 개발국가 시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한국을 떠난 경우이며, 호주에 ‘재이민’으로 정착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 글은 호주 1세대 이민 여성의 이주를 유발한 동기와 구조를 제시하고, 현지 인터뷰 자료를 통해 이들의 이주생활 속에서 젠더 정체성이 구조화되는 측면을 분석한다.

제6장에서 이지영은 일본 현지 인터뷰 자료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국가건설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하게 된 재일한인의 민족주의 의식과 종족정체성 전략의 세대별 변화를 분석한다.

제7장에서 김현희는 2014년 한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전면광고를 게시한 재미한인 여성들의 집단행동 사례를 분석한다. 이 글은 온라인상의 블로그와 커뮤니티 활동을 주요 자료로 한 민족지로, 재외한인 여성들이 모성을 매개로 한국과의 관계와 미국에서의 삶을 연결하고 한인 디아스포라와 조국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해 내는 트랜스보더 시민활동을 그려낸다.

제3부 “이동과 귀환, 확장과 연대”에서는 어떤 ‘한(국)인’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수식어가 필요한 젊은 세대의 재외한인으로, 문화적으로 낯선 귀환이주자, 다인종 디아스포라, 인종과 국가 경계가 교차된 가족 안에서 성장한 초국적 입양인의 경험과 귀속의 정치 문제를 다룬다.

제8장 송지은 레지나(Jee Eun Regina Song)의 글은 한국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1.5세대와 2세대 한국계 미국인들의 귀환이주에 대한 사례 연구이다. 한국인이면서 이방인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표현된 한국계 미국인들의 귀환이주 경험은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논쟁적인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현실과 함께 이러한 사회구조에 도전하면서 개인의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9장 헬렌 킴(Helen Kim)의 글은 유럽에서 외국인 입국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면서도 독일인임을 백인 피부와 연결 지으면서 단일인종 국가라고 내세우는 독일 사회의 다인종성에 대한 연구이다. 헬렌 킴은 한국계 다인종 독일 젊은이들이 차이 안에서 그리고 차이를 통해 디아스포라로서 동일하다는 인식을 만들어나가는 “차이의 비판적 실천(critical practice of difference)”에 주목하면서 이를 동일성과 차이가 겹쳐 나타나는 “자발적 어울림(conviviality)”의 기호로 해석한다.

제10장에서 라이언 구스타프손(Ryan S. Gustafsson)은 초국적 입양인을 이주자에서 배제하거나 예외로 분류하는 문제에 대해 세심하고 주의 깊게 분석한 후, 입양인이 저술한 글과 인터뷰를 통해 “과잉(비)가시성(hyper(in)visibility)”과 “다른 곳에(elsewhere) 있다는” 감각 경험으로 인해 다른 이주자들과는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되는 점을 제시한다.

제11장에서 구영은(Youngeun Koo)은 코펜하겐에서의 현장 연구와 한인 입양인 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국제 입양인들 중 가장 수가 많은 덴마크 내 한국 출신 입양인의 입양비판 정치활동을 분석한다.

목차

제1부 이주와 젠더, 이동성과 취약성
제1장 이주 시대의 젠더와 세대 문제 _ 니콜 컨스터블(Nicole Constable)
제2장 개발 시대의 해외이주와 젠더: ‘국위선양’에 가려진 여성의 해외이주 다시 보기 _ 황정미
제3장 태평양을 횡단한 기지촌: 한국 여성과 미군기지, 그리고 미국 내 군대 매매춘 _ 유리 둘란(Yuri W. Doolan)

제2부 재외한인의 젠더와 귀속의 정치
제4장 ‘조국’에 대한 공헌과 ‘재외한인’으로의 인정: 미군의 아내와 파독 간호여성의 사례 _ 김민정
제5장 호주 한인 ‘1세대’ 여성의 이민 과정과 삶의 경험에 대하여 _ 문경희
제6장 귀속의 정치와 재일한인 여성의 국적 문제 _ 이지영
제7장 세월호 광고 캠페인과 ‘엄마들’의 서사: 트랜스보더 시민활동과 한인 디아스포라의 재구성 _ 김현희

제3부 이동과 귀환, 확장과 연대
제8장 양날의 검: 한국으로 귀환이주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을 통해 본 젠더와 상호교차성 _ 송지은 레지나(Jee Eun Regina Song)
제9장 베를린에 있는 ‘타자’: 재독한인과 다인종성, 젠더, 그리고 디아스포라 _ 헬렌 킴(Helen Kim)
제10장 ‘다른 곳’에 있기: ‘조용한’ 이주로서 초국적 한인 입양에 관하여 _ 라이언 구스타프손(Ryan S. Gustafsson)
제11장 우린 여기에 있을 자격이 있다: 덴마크 초국적 한인 입양인의 입양 비판 _ 구영은(Youngeun Koo)

본문중에서

필자가 아는 자바 농촌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여성 수십 명은 부모가 선택하거나 부모에게 승인을 받은 파트너와 10대 후반이나 20대에 결혼하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어떤 이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이주를 선택했고, 어떤 이는 어머니는 갖지 못했던 기회를 이용하여 불행하거나 학대받는 결혼생활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기혼이든 아니든 간에 많은 젊은 여성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면서, 일자리가 없거나 불완전 고용 상태인 남편이나 파트너가 점점 더 그런 선택을 격려하기도 한다. 일부 이주여성들은 해외에서 만난 남성이나 여성과 낭만적이거나 가까운 애착 관계를 발전시켰다. 한편 고향에 있는 그들의 파트너 중 일부는 다른 이성에게 열중하며 해외에서 이주여성이 보내 준 송금을 탕진했고 그렇게 그들의 결혼은 끝나기도 했다. _ 제1장, 33쪽

도피자와 개척자를 구분하는 이분법은 중산층 이상 고학력층의 미국 이민을 비판하는 효과적인 논리였다. 그러나 개발국가가 원칙으로 삼았던 ‘개척자’ 이민은 사실 거의 실현되지 못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1960년대 초부터 정부가 추진했던 브라질 이민은 계속 실패 사례로 이어졌는데, 광활한 땅을 개간하여 농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개척자’의 이상에는 부합했지만, 실제 한국 이민자들은 농사일에 익숙하지 않았고 원시림 개척을 적극적으로 회피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개척 영농을 지원하는 일은 투자효과 면에서 위험 부담이 컸고 자본 상실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 _ 제2장, 78쪽

1970년대 한국에서는 주한미군의 규모가 꾸준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미군에 의존하여 생활하던 기지 주변의 지역사회에 엄청난 경제적 격변이 일어났다. 그 결과, 한국의 기지촌 업소들은 미군에게 돈을 주고 결혼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업소의 마담과 성노동자를 미국으로 보내 미국 내 영업을 확장해 나갔다. …… 1980년대에 이르러 군대 매매춘은 이러한 군부대 타운에서 일반인(비군사적) 지역공동체로 확산되어, 오늘날까지 미국 사회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남았다. …… 1947년 1월, 주한미군 본부는 부대 내 남성 전체 인원에게 “한국 여성과의 관계를 삼가하라”는 안내문을 돌리면서, “매매춘이라는 가장 저급한 형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지역 여성들과 관계하는 것을 금했다. 한국 여성이 미군의 낭만적 파트너로서는 부적절하다고 여기면서 매매춘은 용인하는, 이런 모순된 입장은 당시 미국 군사 정책을 뒷받침하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_ 제3장, 88~89쪽

파독 간호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미지는 당시 국가 주도의 개발담론에 의해 상당히 왜곡되어 있었다. 독일로 일하러 간 여성들은, 미군과 결혼한 여성들의 이주가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보는 시선과 달리,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조국 발전에 공헌한 기여자로 여겨졌다. 미군의 아내와의 대척점에서 파독 간호여성에게는, 당시 한국의 일반적인 젊은 여성과도 차별화되는 “희생과 헌신”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는 독일 사회에서 차별대우를 감내하면서 특별히 고달프고 힘들게 살아온 인생이라는 서사와 더 어울리는 것이다. 즉, 개인의 선택으로 인생을 개척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온 젊은 한국 여성이라는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_ 제4장, 127쪽

처음에 사면령이 내리고, 남자들이 가족들을 무조건 초청했어요. 그래서 1976~1979년에 시드니에 한인 수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보통 한 가족에 세 명 이상, 부인, 두세 명의 자녀가 함께 들어왔지요.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호주 간다고 파티 드레스만 잔뜩 해온 아줌마가 당장 그다음 날부터 신발공장에 나가서 일을 하면서, “이게 지상 낙원이냐. 이게 지상 낙원이냐”하며 자기 파티 드레스가 썩고 있다고 불평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_ 제5장, 175쪽

일본에서 한일회담 반대투쟁이 있었는데 조선대학교 학생도 참가하게 되어 A도 참가했다. 그런데 일본 경찰이 검문을 했고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하고 있던 다른 조선적 친구들은 다 잡아갔는데 하프(half)여서 외국인등록증이 없었던 A와 다른 친구 한 명은 그냥 풀려났다. 이때가 A가 국적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한 순간이었다. 자신은 조선인이라고 생각하고 조선인이 되기 위해 조선의 대학까지 가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외국인등록증이 없어서 조선인이 아니라고 풀려난 것이다. 조선인이 되려면 조선적으로 외국인등록을 해야 했고 진정한 조선인이 되고 싶었던 A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적에서 조선적으로 바꾸게 되었다. _ 제6장, 202~203쪽

한국 언론에서 세월호 광고 추진 및 진상규명 집회의 주도자 중 하나로 지목된 한 여성은 “왜 하필 미국 언론이냐”라는 논란에 대해 미주 지역 팟캐스트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을 그 이유로 들었다. 세월호 사건의 경과에서 한국 언론이 보여줬던 보도 행태를 미루어볼 때 더 이상 한국 언론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뉴욕타임스≫의 상징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의 구독자들은 미국인이지만 ≪뉴욕타임스≫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_ 제7장, 230쪽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필자 또한 몇 년 전 교수임용 면접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한국 국립대학교 중 한 곳에 지원했고 지원한 학과의 학과장이었던 백인 남성 미국인 교수 한 명과 한국인 남성 교수 두 명과 인터뷰를 했다. 필자의 연구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백인 남성 교수는 재빨리 취업 면접을 주도하면서 내게 결혼은 했는지, 자녀는 있는지, 자녀가 있다면 비싼 등록금으로 국제학교에 보낼 것인지, 그렇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여유 자금을 마련할지 등에 대해 물었다. 이 질문은 분명 필자의 학문적인 자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학문적 연구와 경험보다는 젠더나 결혼 지위와 관련된 문제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지극히 굴욕적인 일이었다. 백인 남성 교수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이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사례는 확실히 그가 여성을 차별하는 특정한 한국 문화 규범을 수용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백인 남성 교수가 보여주는 이러한 문화 전유(appropriation)는 한국에서 그가 누리는 권력과 특권적 지위를 말해준다. _ 제8장, 274~275쪽

1970년에 독일 연방공화국과 대한민국이 맺은 공식적인 경제협약으로 대략 1만 명 정도의 한인 여성 간호직 ‘이주노동자(guestworker)’가 독일로 왔다. …… 이주노동자 프로그램이 1973년에 종료되었을 때(이는 독일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결정이었는데), 원래의 취지는 이주노동자들을 출신 국가로 돌려보내려는 것이었다. …… 이렇게 독일은 유럽에서 외국인 입국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임에도 역사적으로 이민국가라는 점을 부인해 왔다. 이런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단일인종 국가(monoracial state)로 여겨졌고 스스로도 그렇게 인식해 왔다. …… 인종이라는 개념은 독일에서 나치라는 과거사와 관련되어 있어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독일인이 자신을 독일 국민(nation)으로 규정하는 방식에서 관건은 여전히 백인 피부(whiteness)다. 그래서 외국인이거나 이주자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흔히 비독일인(non-German)으로 간주된다. 즉, 백인이 아닌(non-white) 사람을 독일인으로 인정하는 것을 꺼린다. _ 제9장, 287쪽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입양 실패(adoption breakdown)’가 일어나고 입양인이 더 이상 가족과 살 수 없게 되면 피입양 지위를 밝히지 않고 공공돌봄 시스템에 들어가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입양 가정을 떠날 수밖에 없는 입양인을 추적 관찰하는 메커니즘은 전무하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나 주 당국이 입양 ‘실패’나 ‘중단’, 입양아의 ‘가정 재배치’를 전혀 추적하지 않는다. …… 해외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에게는 시민권이 자동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한국을 떠난 이후 한국시민권이 박탈당하더라도 말이다. 많은 부모가 알고서든 모르고서든 필요한 두 단계의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의 아이들은 “그린카드가 만료되는 순간 법적인 지위를 상실했다”. …… 약 2만 5000명에서 4만 9000명에 달하는 성인 입양인은 여전히 시민권도, 사실상의 국가도 없는 상태였다. 미국에서는 1만 8000명의 한국 입양인이 그러한 영향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입양인들은 투표를 할 수도, 배심원단에 참여할 수도, 공직에서 일할 수도 없고, 경우에 따라 운전면허, 학자금대출, 취업, 의료서비스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입양인 권리 캠페인(Adoptee Rights Campaign)은 미국 시민권이 없는 성인 입양인의 전체 숫자가 2033년이면 6만 4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_ 제10장, 321~323쪽

입양 관행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고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백인) 덴마크 가정에 성공적으로 ‘통합’되었다는 믿음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한인 입양인들의 입양 비판은 많은 덴마크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입양 비판에 대한 이러한 일반적인 반응과, 입양 비판을 입양 가정이 실패했다는 증거로 여기는 태도는 초국적인 입양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쥐락펴락해온 기존의 협소한 이원론적 사고의 좋은 예다. 즉, 외국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공적 또는 사회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심리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는 사적인 재생산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다. _ 제11장, 348쪽

저자소개

김민정(金民晶)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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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민정(金民晶, KIM, Minjung)은 서강대 사회학과 석사, 서울대 인류학과 박사이며 현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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