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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울의 길 : 확장하는 도시의 현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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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시덕
  • 출판사 : 열린책들
  • 발행 : 2021년 08월 20일
  • 쪽수 : 512
  • ISBN : 978893292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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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서울의 길을 걷다

도시 문헌학이라는 고유한 방법론으로 도시 답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서울 선언〉 시리즈가 시즌 3로 돌아왔다.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 김시덕 교수의 신간 『대서울의 길』은 제목 그대로 〈길〉이 주인공이다. 교외선, 수려선, 48번 국도 등 서울 내외곽에서 번성했던 철길과 도로를 따라 걸으며 시민의 잊힌 역사와 대서울의 구조를 읽어 낸다.
〈서울 선언〉 애독자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이번 답사에도 〈전근대의 왕과 양반과 전쟁 영웅들〉의 기념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철길 변 마을의 옛 지명과 비석, 국도의 표지석과 폐역의 플랫폼 등 대서울 주변의 〈길〉과 관련된 〈도시 화석〉이 지면을 채운다. 특히 이번 책은 전작들의 답사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저자가 새롭게 정의하는 대서울의 경계 끝(강원도의 춘천ㆍ원주, 충청남도의 천안ㆍ아산)으로 나아간다. 길과 운명을 함께해 온 대서울의 과거와, 길을 따라 확장해 온 대서울의 현재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대서울의 길을 따라 걸으며 저자는 새로운 〈갈등 도시〉의 현장을 발견한다. 경춘선 폐선 구간의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GTX 신설 철도 노선을 유치하려는 지역 간의 경쟁. 그리고 길이 끊기거나 새로운 길이 놓이면서 사라져 간 마을과 〈제자리 실향민〉의 아픔을 확인한다. 대서울의 경계 끝에서 이 책은 묻고 있다. 이 도시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이며,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출판사 서평

선(線)으로 보는 대서울

〈대서울Greater Seoul〉이라고 하면 흔히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생각하지만, 이 개념의 핵심은 선(線)이다. 〈길을 따라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생활권, 곧 서울 사대문, 영등포, 강남을 중심으로 피자 조각처럼 방사선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모습이 대서울이다.〉
이 책은 고대 페르시아의 사막의 지하 용수 시스템인 〈카나트〉로 대서울의 확장을 설명한다. 카나트 시스템이 높은 곳의 계곡물을 낮은 곳의 사막 지대로 흘려보내듯, 지난 100여 년간 수도 서울의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은 길(철도와 도로)을 따라 주변 농업 지역으로 뻗어 나갔고, 도시화가 촉진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과 가까운 지역은 오아시스 주변처럼 뚜렷한 경계 없이 서울과 결합되어 갔고(연담화 현상), 외곽으로 멀어져 갈수록 역과 인터체인지, 공항이라는 거점 주변으로 크고 작은 도시들이 나타난다.
다시 대서울을 피자에 비유해 보자. 커팅기가 지나간 자국이 바로 대서울의 길이고,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자신의 거주지와 직장·학교를 오간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정체성은 소속된 행정구역 못지않게 〈어느 길〉에서 생활하는지가 중요하다. 같은 강원도민이라도 춘천에서 통근하는 사람과 원주에서 통학하는 사람 사이에서보다, 오히려 같은 길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더 동질감을 느끼기 쉬운 이유이다.
이제 저자는 일터로, 학교로 길을 따라 움직이는 시민들의 모습 속에서 대서울을 실감한다. 〈아침에 동서울, 잠실, 강남, 양재, 사당과 이들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 저녁에 이들 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수도권 전철 안의 학생들, 늦은 밤 사당역 주변 버스 정류장에 길게 줄을 선 직장인들을 볼 때마다, 길을 통해 방사선으로 이어져 있는 대서울의 구조를 확인합니다.〉 대서울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도시 화석, 길

대서울의 다양한 도시 화석 중에서도 〈길〉은 특별하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아서 그 도시의 역사를 전하기 때문이다. 〈대서울의 시층(時層)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길에 주목해야 한다.〉
전근대의 도시 화석이 도로라면, 근대의 대표적인 도시 화석은 철로이다. 특히 철로는 20세기 초중반 제국주의 일본이 군사적·산업적 목적으로 집중적으로 건설하면서 한반도의 공간 구조를 형성했고, 경부선, 중앙선, 교외선 등의 철로 변에서 다양한 시층을 보여 주는 독특한 도시 화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안시 성환읍은 경부선 성환역이 개통되면서 식민지 시기 역전 마을로서 번성했다. 〈청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승리를 거둔 지역이다 보니 일본인 이민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 성환 신사가 있던 언덕 주변에는 오늘날까지 잘 지은 일본식 가옥들이 남아 있고, 경부선 열차를 따라 이곳에 정착했을 화교가 운영하는 화상 중국집도 발견된다. 또한 경춘선의 소도시 퇴계원은 역전 마을로서의 성격과 기지촌(육군 제2군수사령부 예하 부대가 2016년 사드 사태로 이전했다)으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철도와 군사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했을 때 어떤 도시가 형성되는지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답사 지역이다. 한편 한강 이북의 서울 교외 지역을 순환하던 교외선(1963~2004년 여객 운행)의 장흥역은 전성기 시절의 상점과 정미소 등 인상적인 건물들이 역전 마을을 이루는데, 마을 면사무소 앞에는 식민지 시기에 이 지역의 사회 사업에 기여한 조선인과 일본인의 송덕비를 볼 수 있다. 또한 옛 수려선(1930년 개통된 수원-여주 간을 잇던 협궤 철도 노선)의 매류역(이천과 여주 사이)에는 철도 역사가 있던 자리에 〈역전 슈퍼〉가 자리하고 있고, 가게 옆에는 수려선이 운행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주민들의 기억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이천 구도심에는 수려선 시절에 세워진 건물들이 여전히 남아, 수려선에 의지해 생계를 꾸리고 번성했던 역전 마을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대서울의 서부에서 동부까지, 총 13장에 걸쳐 대서울의 대표적인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독자들은 각기 다른 길에서, 대서울 공간 구조의 옛 원형을 살펴보는 즐거움을 맛보고, 길을 따라 형성된 옛 마을의 정체성과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태극기와 망향비

이 책은 답사기를 표방하지만, 대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흥시 과림동의 모갈 마을(LH 투기 사건으로 유명하다), 구리시의 담터 마을, 헌릉로 희망대 공원 주변 신흥 2구역, 김포선의 오쇠동 등 도시 개발로 충돌을 빚고 있는 현장으로 찾아가 기록으로 남긴다. 〈갈등 도시〉 대서울의 현재 모습이고, 결론이 나지 않은 우리의 현재사이다.
저자는 현대 한국의 도시 개발의 역사가 세입자·임차인들에게 너무 불공정하게 이루어져 왔다고 비판한다. 인프라조차 없던 땅을 세입자·임차인들이 기껏 〈살 만한 곳〉으로 만들면 갑자기 땅주인이 튀어나와 이들을 다시 도시 바깥으로 몰아내는 과정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 특이한 점은 이와 같은 불공정한 법률 구조 속에서, 태극기가 재개발에 저항하는 상징물로 단골처럼 등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유하지 않은 시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집의 문이나 창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시흥시 북부의 한 공업 지역에도 태극기가 한가득 붙어 있는 컨테이너가 놓여 있고, 태극기 아래에는 〈도지사님 살려 주세요! 시장님 도와주세요! 가족 520명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펄럭이는 태극기에는 소위 〈민주주의·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이 〈시민의 재산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과, 자신들의 권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절박한 호소가 담겨 있다.
한편 〈제자리 실향민〉(분단에 의한 실향민이 아니라, 신도시 개발처럼 국가의 개발 정책에 의해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존재는 대서울의 성장과 더불어 〈철거와 이주〉가 반복되어 온 대서울의 아픈 역사를 간접적으로 증언한다. 이를테면 상계동과 평택시가 그렇다. 1986년 상계동 지역의 빈민들은 포천군으로 쫓겨난 뒤 오늘날 천보 마을에 정착했고, 정착 직후 20년간은 옛 고향을 잊지 못해 〈상계 마을〉로 불렀다. 천보 마을의 담벼락에는 노원구 상계동으로 보이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살던 곳에서 쫓겨난 주민들이 이주한 마을에는 종종 옛 마을의 모습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평택시 율곡 마을에서도 같은 사례를 볼 수 있다).
또한 평택시에는 캠프 험프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향을 떠난 분들이 정착한 이주 단지가 네 곳 있는데, 두릉 지구도 그중 한 곳이다. 주민들은 새로운 마을에 공적비를 세워 국가의 뜻에 따라 이주한 사연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그 이름도 정다운 우리 고향 황구지리, 금각 2리 마을은 2005년 국방 사업에 의해 수용됨으로써 300여 년의 시간을 간직한 채 안타깝게 역사의 뒤안길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제자리 실향민들은 망향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여러 가지 상징물을 남겨 왔고, 대서울 구석구석에서는 망향의 돌들이 이들을 대신해서 슬픈 사연을 전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서론 도시는 선(線)이다

제1장 대서울의 서부
1 김포선: 사라진 철로 끝에는 사라진 마을이
2 48번 국도: 신촌, 양천, 김포, 통진, 그리고 강화도
3 시흥과 광명 사이: 강과 철길을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
4 시흥, 군포, 안산을 거쳐 남양반도로: 이제는 뭍이 된 포구와 섬을 찾아
5 자유로, 경의선, 통일로: 이주민의 땅 고양ㆍ파주를 가다

제2장 대서울의 동부
6 경원선, 호국로, 금강산 전기 철도: 대서울이 될 수 있었던 철원을 향해
7 경춘선과 중앙선: 구리, 남양주, 양평, 춘천, 원주
8 역말로: 하남시에서 옛 광주군의 흔적을 찾다
9 헌릉로: 서울의 남쪽 경계선이 경험한 현대
10 교외선: 대서울 순환 철도를 상상한다

제3장 대서울을 넘어
11 수원권에 대하여: 서울에서 오산까지
12 수려선과 수인선: 철도로 이어지던 경기도 남부 지역
13 평택ㆍ천안ㆍ아산ㆍ안성: 대서울과 충청도의 경계에서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서울시와 인접한 경기도의 도시들에서는 오아시스 주변으로 물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처럼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이 하나의 도시가 되어 가는 연담화 현상이 확인되지만, 대서울의 외곽으로 나갈수록 도심은 철도의 역, 도로의 인터체인지, 공항이라는 거점 주변으로 원형을 그리며 드문드문 나타납니다. -6면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서울 사람, 경기도 사람, 충청도 사람, 강원도 사람이라는 식으로 소개하지만, 이들이 서울의 전체, 경기도의 전체, 충청도의 전체, 강원도의 전체를 구석구석 알고 애정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과 직장이나 학교가 있는 지역을 잇는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길은 당연히 지자체의 경계를 뛰어넘습니다. -7면

아침에 동서울, 잠실, 강남, 양재, 사당과 이들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 저녁에 이들 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수도권 전철 안의 학생들, 늦은 밤 사당역 주변 버스 정류장에 길게 줄을 선 직장인들을 볼 때마다, 길을 통해 방사선으로 이어져 있는 대서울의 구조를 확인합니다. -8면

열차나 버스로 대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생활하는 B씨와 C씨는 강원도라는 면적인 동질성을 지니는 강원도 내의 다른 지역 시민들뿐 아니라 중앙선ㆍ영동고속도로라는 선적(線的)인 요소에 의해 연결되는 서울시ㆍ경기도ㆍ충청북도ㆍ경상북도의 시민들과도 동질감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한국 전체나 어떤 지역을 설명해 온 사람들이 이 선적인 요소를 상대적으로 간과했다고 생각합니다. -16면

현행 재개발ㆍ재건축 방식에서는 토지주나 건물주만 주민으로 인정받고 세입자와 임차인은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세입자와 임차인은 외면받고, 다른 지역에 살면서 그 지역에 토지나 건물을 소유한 부재지주만이 주민으로 인정받는 현실은, 현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39면

대서울의 외곽은 갈등 도시의 현장이고, 미래를 향한 변화는 언제나 외곽 지역에서부터 시작됩니다. -83면

한반도 북부로부터의 이주민, 사할린 귀국 동포, 6ㆍ25전쟁 상이용사촌 이주민, 그리고 반월 신도시로 이주해 온 수많은 한반도 남부 출신자와 외국인 노동자…… 안산은 이주민의 도시입니다. -111면

파주시 곳곳에 붙어 있는 지도에는 율곡 이이나 우계 성혼과 같은 조선 시대 남성 지배 집단 인사들의 묘지는 크게 강조되어 있어도 미군 기지촌은 표시되어 있지 않고, 하물며 자신의 몸을 외화와 바꾸어 한국이라는 가난한 나라의 외환 보유고를 높여 준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흔적이나 그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155면

통일로 주변의 철거민들이 입주한 한양 주택은 은평 신도시 개발 구역에 포함되어 사라졌고, 이곳에 이주했던 분들은 또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20세기 한국의 역사는 철거와 이주의 역사입니다. -173면

철원군이 6ㆍ25전쟁으로 인해 사실상 자연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아니 분단이 없었다면, 철원군은 오늘날 충청북도 천안시나 강원도 원주시ㆍ춘천시 등과 비슷한 정도로 대서울 경계 지역에서 도시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철원 읍내 가까이 자리한 철원역은 경원선의 출발점인 용산역에서 98.1킬로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193면

서울시는 청계천 주변의 빈민들을 경기도 광주군으로 쫓아냈고(1969~1971), 영등포ㆍ목동 지역의 빈민을 경기도 시흥군으로 몰아냈으며(1977), 상계동 지역의 빈민들을 포천군으로 쫓아냈습니다(1986). -207면

도시가 생겨난 뒤 시간이 지나면서 겹겹이 쌓이는 도시 화석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길〉입니다. 길은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수백 년 동안 남아서 그 도시의 역사를 전합니다. -249면

세입자ㆍ임차인들이 황무지를 간신히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놓으면, 부재지주들이 나타나서는 재개
발ㆍ재건축을 한다고 이들을 도시 바깥으로 몰아낸 것이 현대 한국의 도시 개발 역사였습니다. -261면

지평역 동쪽의 옛 중앙선 철로를 따라 영업하던 구둔역 폐역 일대는 지금은 완전히 시골 동네가 되어 버렸지만, 1960년대에는 수원에서 여주까지 운행하던 수려선 철도를 이곳까지 연장해서 중앙선과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중앙선 지평역과 원주역 사이에는 또 하나의 도심이 형성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281~283면

사람들이 〈강남〉이라고 말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외곽에서 중심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남겨진 것들이 있기 때문에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334면

한국에서 철도에 대해 말할 때에는 으레 〈일제가 조선을 수탈하고 대륙을 침략하기 위해 깔았다〉는 말이 앞머리에 놓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음모론을 믿지 않는 저는, 공무원은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며, 세상은 음모론자들의 상상과는 달리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338면

박정희 정권 당시의 농업 정책에 대해서는 오늘날 여러 비판이 있지만, 저는 〈조국 근대화〉라는 〈신앙〉에 입각하여 한반도 역사에서 처음으로 보릿고개를 없앤 것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과 과는 후세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계승하면 될 일입니다. -378~379면

20세기 전반기에서 중반기에 걸쳐 도시화를 촉진하던 길은 철도였습니다. 그러다가 고속도로와 자가용으로 상징되는 도로가 대두하면서 철도의 중요성은 감소했고, 도시는 주로 도로를 통해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경전철, KTX, SRT, GTX 같은 다양한 철도가 등장하면서, 도시를 성장시키는 철도의 역할이 다시금 커지고 있습니다. -396면

만약 수려선 그리고 경기선을 중앙선과 만나게 한다는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시계 방향으로 청량리역-원주역-수원역ㆍ천안역-경성역(서울역)으로 이어지는 경기도ㆍ강원도 순환 철도가 탄생했을 터이고, 이는 이 지역의 도시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410면

가뜩이나 가난한 사철 회사 노선이었던 수려선은 가급적 경사가 적은 노선을 택했고, 이는 광교나 신갈 등에서 확인됩니다. 조선 시대의 수원 구도심을 일부러 피했다기보다는, 수려선이라는 노선의 목적에 맞는 최적의 노선을 부설하기 위해 지형을 검토한 결과가 수려선 노선이었을 터입니다. -417면

저자소개

김시덕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5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를 거쳐, 일본의 국립 문헌학 연구소인 국문학 연구 자료관(총합 연구 대학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교수로 있으면서 인간 정신과 행동의 근본에 자리한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전쟁의 기억이 담긴 문헌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 그는 근대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를 조선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해 당사국들의 시각을 두루 살핌으로써 입체적으로 다루려 한다. 이러한 접근법이 역사의 객관적 실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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