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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 추정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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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추정경
  • 출판사 : 다산책방
  • 발행 : 2021년 08월 10일
  • 쪽수 : 296
  • ISBN : 9791130640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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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강원랜드의 거리에서 SF와 누아르가 만나다

“어차피 능력이 아니라 저주였어”
질병은 능력이었고, 능력은 저주였다.

카지노 촌 뒷골목에서 전당포 직원으로 살아가던 소년 진.
그는 알 수 없는 자들로부터 무자비하게 사냥당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건, 병인 줄만 알았던 그의 저주 같은 능력 때문.
그를 노리는 이들과 그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대립 속에서
남은 선택은 하나뿐이다.
능력을 각성하든가, 죽든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게 뭔지 알아?
내가 가진 유일한 능력이 내게서
가족도, 행복도, 목숨도 빼앗아간다는 거야!”

출판사 서평

“이 지옥에서 살게 해준 걸
고마워 할 줄 알았나 보군”

강원도 정선, 번쩍거리는 카지노 뒷편.
버려진 차와 좌절된 욕망들로 을씨년스러운 이곳에도
작은 희망은 존재한다.
물론 모든 걸 흡수할 블랙홀 같은 절망 또한 존재한다.

스무 살 진은 강원랜드 주변 캐딜락 전당사에서 벌써 잔뼈가 굵었다. 기면증으로 고등학교도 못 마친 탓에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다. 아기 카시트가 달린 차며 결혼반지까지 판돈으로 바꿔먹는 막장 인생들 사이에서, 진이 억세지만 나름대로 반듯하게 자란 건 그를 오랫동안 묵묵히 돌봐준 캐딜락 전당사 성 사장 덕분이다.
험난한 듯 평온했던 진의 인생은 지병이 심해지면서 균열이 생긴다. 그의 기억은 자꾸만 끊기고 그때마다 매번 캐딜락 뒤에서 눈을 뜬다. 약을 한 움큼 먹고 잠든 어느 날, 그는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다투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포트’라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진은 병증인줄로만 알고 살아왔던 것들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다. 그는 공간을 열고, 또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이 사실을 알게 되었던 성 사장은 진이 포트 능력을 일깨우고 다루는 법을 배우도록 이끈다. 배우지 않으면 죽거나 죽이게 될 거라는 섬뜩한 조언과 함께.
그 시각. 심 경장이라는 남자가 진을 찾기 시작한다. 포트 능력자들을 활용하는 검은 조직의 배송책이었던 그는 결정적인 순간 조직에게 배신당해 버림받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러나 그의 포트 능력은 사라져버린다. 절망에 빠져 사랑하는 것들을 결국 모두 잃은 그가 목숨을 버리려던 순간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져 돌아온다. 하지만 그의 삶에는 복수 외에 어떤 목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직을 추적하던 그의 레이더에 엉뚱한 존재가 걸린다. 진이었다.
검은 조직과 심 경장은 점점 포위망을 좁혀가고, 진은 가장 잔혹한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어 죽거나 죽여야만 할 위기에 처한다. 설상가상으로 진의 삶에 숨겨져 있던 다른 비밀들마저 파헤쳐지며 진의 삶은 뿌리부터 뒤흔들린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진은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눈앞에 그려질 듯 생생한 강원랜드의 거리에서
추정경만의 SF 누아르가 펼쳐지다

추정경 작가의 신작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강원도 정선 인근.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인 동시에 가상의 세계이다. 잠깐의 유흥과 인생의 실패 사이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흐려 거대한 산업이 된 카지노와, 그곳에 중독된 자들의 미래를 후려쳐 생계를 잇는 전당포 사람들. 정상과 비정상, 합법과 불법이 복잡하게 얽힌 곳. 만약 초능력자들이 숨어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과거는 묻지 않고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가득한 이곳이야말로 그 어디보다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년 장진은 자신이 숨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무심함과 엄격함 사이를 제멋대로 오가는 아버지와 어느 날 나타난 새어머니 밑에서 반쯤 방임당하며 동네 아이들에게 꾸준히 두들겨 맞고 치료할 수 없는 기면증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살았을 뿐이다. 알고 보니 그의 병은 그 누구보다 빼어난 초능력을 억지로 억누른 결과였지만 마침내 고개를 든 그 능력은 인생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보다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큰 위협에 처하게 만든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세상과 맞서며 진은 자기 삶에서 지키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는다.
추정경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으로 SF와 한국풍 누아르가 절묘하게 조합된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의 세계에서 초능력은 재능에 대한 알레고리가 된다. 진을 기어이 죽이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은 각자 재능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재능을 억눌러 운명을 바꾸려는 자, 재능에 기만당한 자, 재능에 중독된 자, 재능을 경계하지만 받아들이는 자…. 강력한 힘이 될 수 있기에 모두가 갈망하는 것이 재능이지만, 거기 휘둘릴 때의 우리는 오히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 수많은 유명인의 삶에서 무수히 보아왔듯 말이다.
생생한 현실 무대에서 누아르의 매력과 찬란한 초능력 대결이 결합해 시종일관 긴박감을 놓을 수 없는 추정경 작가의 신작,『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는 순식간에 독자를 몰입시키는 탁월한 페이지터너인 동시에, 내가 욕망했던 것은 과연 무엇인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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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진의 시선에 자신처럼 이 고개를 벗어나지 못한 지박령이 보였다. 입장권 추첨에서 떨어져 하루를 공친 장수꾼들이 터덜터덜 걸어내려가고 있었다. 가진 거라곤 입장권을 살 현금 만 원이 전부인, 개털도 못 되는 먼지 신세가 되어. 한 달에 보름만 입장이 가능해 입장 추첨에 걸리면 웃돈 얹어 팔아 연명하면서 내일의 한 방을 기다리는 사람들. 도박 중독이 그들을 이곳의 붙박이로 만들었다. 차를 본 몇몇이 태워달라고 엄지를 치켜올렸으나 진은 그들을 외면했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돈을 따거나 조금 잃은, 아직 처분할 것이 많은 ‘프레시’한 초짜들이 고객이지 자리를 잡아주고 번 돈으로 게임하는 앵벌이들은 전당사와의 인연이 다했다. (p.6)

“벌써 털렸어요! 시계랑 휴대폰을 그 집에서 했는데 완전 양아치들! 반의반도 못 받고 나왔더니 개털이 됩디다! 재수가 없을라니!”
‘운발’이 막힌 테이블을 옮겨가듯 전당사를 옮기겠다는 의미라면 이해가 간다. 도박판 사람들이 하늘로 모시는 게 그놈의 운발이니. 하지만 이 미신의 세계에도 지켜야 할 마지막 울타리가 휴대폰이었다. 가족과 통하는 마지막 통로를 버린 사람들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자살하거나 신장을 떼이거나, 오도 가도 못하는 지박령이 되거나. 도박에 미친 사람들은 눈앞에 폭포의 굉음이 들리는데도 그 물살을 보지 못했다.
전당사 사람들은 백태가 낀 그 눈을 찾아낸다. 눈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잘 구슬려 털 수 있는 모든 것을 터는 게 그 세계의 생리였지만 성 사장은 달랐다. 그는 돈을 좇는 이들과 다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p.15-16)

“내가 거길 왜가? 그 새끼들이 나한테 왔다고! 진규 새끼가 내가 사장님 몰래 차로 뒷주머니 찬다고 주먹질했다니까?”
“그렇지 사장님이야 차는 안 잡으니까 오해했겠지.”
“오해는 얼어죽을. 언덕 주차장에서부터 죽어라 쫓아와서 겨우 여기까지 도망쳤다고.”
“거길 다녀왔다고? 너 방금 나갔잖아.”
“방금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진은 그 말을 하면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가게를 나선 건 11시 반 무렵이었는데 시계의 긴 바늘은 35분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p.22-23)

“보안팀장을 부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희가 객실청소원으로 일한 팔 년의 세월동안 보아왔던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들의 경험치가 지금 저 문을 여는 게 보안팀이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주연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무전기를 들었다.
“보안팀장님 호출해주세요.” (p.52)

아내가 해가 다 진 저녁에 얇은 카디건을 여미며 남긴 말은 그 말이 전부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내의 다른 손에는 서연이의 중학교 교복이 들려 있었다. 아내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오래 헤매다 답을 찾은 사람처럼, 조금 들떠 보였다. 그녀는 딸의 교복을 안고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렸다. (p.73)

거지 같은 그의 운명은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최고의 능력을 돌려줌으로써 그를 기만했다. 포트를 여는 능력이 더 강력한 저주가 되어 심 경장에게 돌아오자 그는 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p.74)

“내가 보기에 그건…… 칼이다. 아주 예리하고 위험한 칼. 어떤 사람은 공간을 이동하는 데 쓰겠지만 또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베는 데 쓸 거고. 그 둘의 차이는 크지. 이해 가냐.”
“사람을…… 죽여요.”
“칼은 네 손에 쥐어져 있는데 스스로 조절하지는 못하니까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그러니까 여긴 너든 네가 벤 사람이든 피를 흘린 날 와야 하는 곳인 거고.” (p.91)

남자는 그 돈을 받아 주섬주섬 챙겨 넣으며 말했다.
“존나 성불할 새끼구나!”
“돈 주고 욕 듣긴 처음이네.”
“너처럼 착하게 살면 복은 몰라도 화는 면하고 산다.”
“경험담이에요?”
“내 복은 옛날 옛적에 칩이랑 바꿔먹었고 비루한 목숨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지, 뭐. 근데 너 그 손…….”
순간적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같이 왔던 놈은 모르지? 네 손이 차 문을 뚫는 거. 내가 입 다문 건 네가 나 같은 막장 인생을 읍내까지 데려다주는 착한 놈인 걸 알아서다.” (p.103)

성 사장은 칼자루를 쥐고 있으면서도 돈을 내밀었다. 김 사장은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임을 알고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한참 후 그는 꽉 움켜쥐었던 주먹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힘을 빼더니 그 주먹을 성 사장 앞으로 내밀었다. 잠시 후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중앙에 붉은 점 하나가 생겨나고 그 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거미줄 같은 열선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열선에서 더 미세한 모세혈관들이 생겨 온 손바닥이 붉게 물든 순간 그 위에 농구공 크기의 포트가 열렸다. 그와 동시에 네 사람 앞에 있는 탁자의 중앙에 또 다른 포트가 열렸다. 그가 포트 안에 손을 집어넣자 탁자의 뚫린 포트에서 그 손이 솟구쳤다. (p.110)

“이런 능력 가진 게이트가 우리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들 데려다가 밀수시키고, 사람 장기까지 떼서 파는 무시무시한 놈들이 있죠. 이 바닥도 둔재, 범재, 천재가 고루 있어서 보통은 한창때도 창문만 한 거 여는 게 최고지만 사람 드나드는 크기에 먼 곳의 포트를 열 수 있는 천재가 있어요. 그런 사람은 놈들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지. 잡으면 평생 목걸이 딱 채워서 진액을 쪽쪽 빨아먹거든.” (p.112)

“넌 주로 언제 포트가 나타났냐?”
“……뭐, 주로 도망칠 때.”
“도망칠 때?”
박원장은 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포트가 문이라면 포트를 여는 열쇠는 감정이야. 문마다 열쇠가 다르듯이, 사람마다 제 포트를 여는 감정이 다 달라. 내가 보기에 네 열쇠는 두려움일 것 같다.” (p.118)

“아니, 오늘 이놈 말고 며칠 전에 차에 있는데 차 가지러 온 어린놈 하나가 그런 짓을 하더라니까. 차 문이 잠겨 있는데 차에 구멍이 생기고 손이 쑥 들어왔다고!”
배준은 최 대리에게 고갯짓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최 대리는 칩을 타가는 장수꾼의 수법이 나날이 무협 판타지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암담함을 느꼈다. 정현섭은 최 대리가 내미는 사우나 티켓과 공짜 칩에 심히 갈등하고 있었다. 이걸 받거나 더 난장을 피우거나. 하지만 정현섭은 물주에게 다음 칩을 받을 일이 급했다. (p.14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8

1978년 울산 출생. 부산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2010년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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