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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우표 : 박만진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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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만진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21년 07월 18일
  • 쪽수 : 141
  • ISBN : 979115728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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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만진 시집 {단풍잎 우표}에서 언어의 불완전성은 곧 세상의 불완전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시인은 그러한 언어의 갱신을 통해 비속한 세상의 갱신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시인이 생각하는 비속한 세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앞서 살핀 시편들을 참조하건대, 개인마다의 이기적 욕망으로 파편화된 세상이다. 시인은 이러한 세상을 갱신하고자 언어를 갱신하는 것인데,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생태 낙원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생태 낙원은 상극적 원리를 거부하고 자연의 가치와 상생의 원리가 살아있는 곳이다. 이 시집에는 순수한 자연을 노래하는 시편들이 빈도 높게 나타나는데, 그런 시편들이 단순한 자연주의를 넘어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출판사 서평

이 책에 대하여

시인은 “물구나무로/ 지구를/ 들어 올리는 사람”(「물구나무서다」)이라는 박만진 시인의 시인론은 아주 흥미로운 경구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우주 공간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모두 거꾸로 서 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거꾸로 서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다. 문제는 문명이나 자본가 욕망으로 인해 세상이 타락할수록 인간이 거꾸로 서기(실은 똑바로-순수하게 서기)를 거부한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은 이처럼 거꾸로 서기를 거부하는 사람, 혹은 거꾸로 선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하늘을 바닥 삼아 지구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수용하는 사람이다. 하여 “물구나무로/ 지구를/ 들어 올리는 사람“이라는 의미심장한 시구는 사람을 사람답게, 지구를 지구답게 살리고 싶은 시인의 소망을 담고 있다. 박만진 시인의 시 쓰기는 일평생 이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한 지난한 과업이었다. 그 구체적인 양상은 이 시집에서 언어의 결핍감과 자각, 속악한 세상에 대한 풍자, 시간의 소멸성에 대한 부정 등으로 구체화된다. 시인은 이들을 통해 언어의 진리 혹은 삶의 진실을 찾기 위해 기꺼이 물구나무를 선다.
----이형권 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박만진 시집 {단풍잎 우표}에서 언어의 불완전성은 곧 세상의 불완전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시인은 그러한 언어의 갱신을 통해 비속한 세상의 갱신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시인이 생각하는 비속한 세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앞서 살핀 시편들을 참조하건대, 개인마다의 이기적 욕망으로 파편화된 세상이다. 시인은 이러한 세상을 갱신하고자 언어를 갱신하는 것인데,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생태 낙원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생태 낙원은 상극적 원리를 거부하고 자연의 가치와 상생의 원리가 살아있는 곳이다. 이 시집에는 순수한 자연을 노래하는 시편들이 빈도 높게 나타나는데, 그런 시편들이 단순한 자연주의를 넘어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태안 앞바다에 가면 주꾸미와 낙지가 이따금씩 수묵화를 그리기도 하고, 몇 년 전에 주꾸미가 하늘빛 고려청자를 건져 올린 적도 있습니다

태안 앞바다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티브이 뉴스를 걱정스레 지켜보니, 그 검은 재앙이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본 오일볼을 놀이 공으로 알고 등 굽혀 입사를 하던 왕새우들이 놀라 뿔뿔이 달아나고, 외끌이 쌍끌이 고깃배가 스무날 넘도록 바닷물고기가 아닌 타르 덩어리를 애면글면 건져 올렸습니다

자원봉사자 100만 명 돌파

죽어가는 파도들이 일렁이며 출렁이며 철썩철썩 주저앉는 바닷가, 그 기름방제 작업을 나 역시도 몇 차례 참여했습니다만 그야말로 태안의 기적은 콧마루가 찡하도록 눈물이 나는 일이 었습니다

다음다음 해에 찾아간 태안 앞바다는 파도들이 다시 살아나 갈매기 몇 마리 무동을 태우고 출렁출렁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태안의 기적」 전문)

이 시는 “유조선의 기름 유출 사고”로 “태안 앞바다”에서 벌어졌던 심각한 생태계 파괴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태안 앞바다”는 원래 “주꾸미와 낙지가 이따금 수묵화를 그리”는 아름다운 자연 공간이었다. 그러나 “기름 유출 사건” 이후 “검은 재앙”의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오일볼”과 “타르 덩어리”가 바다의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인간의 삶마저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그러나 생태계 복원에 대한 의지는 “자원 봉사자 100만 명”을 불러들였고, 그 결과로 “태안 앞바다”는 “갈매기 몇 마리 무등을 태우고 출렁출렁 춤을 추”는 공간으로 재생의 공간이 되었다. 시인은 이러한 인간의 생태 의지와 자연의 복원력에 감탄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 의식은 최근 원산도 개발에 대해 “원산도에서 정말 좋았던 것은 총총한 별들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밤하늘이었다//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못내 그리워하던 초롱초롱 영롱한 별들이었다”(「원산도에 다녀와서」 부분)는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연육교를 놓아 이미 자연의 섬이 아닌 “원산도”에 대한 생태적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반생태의 현실에 불만을 드러내는 동시에 생태적 세계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한다. “황소개구리 몸집이 제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물큰한 쇠똥 한 무더기쯤도 안 되는 것을”(「은석 저수지 풍경」 부분) 강조한다. 이는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자연의 순리를 강조하고 있다. “서로서로 울음을 밟지 않으려고/ 긴 숨 삼키듯 조심하며/ 번갈아 차례로 가락을 뽑는/ 수탉들의 울음의 질서라니,/ 겨울 하늘 무리지어/ 날아가고 날아오는/ 겨울철새들처럼/ 그 서열이 있나 보다”(「울음의 질서」 부분)라고 노래한다. 이때 “질서”는 자연의 원리 혹은 생태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건강한 생태 의식은 자연의 원리를 발견하여 그 원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일 터, 이 시에서 신새벽에 닭들이 보여주는 “울음의 질서”는 그러한 원리를 상징하는 것이라 하겠다.
생태의 원리에 대한 인식은 시간관에서도 나타난다. 시인은 세속의 시간을 넘어 온전한 시간을 찾아 나선다. 시인은 자신의 나이를 “일흔세 살이 아니라 73층/ 어찌어찌 하늘 가까워지고/ 잠을 자고 꿈을 꾸고”(「봄비, 듣다」 부분)라고 하여 세속의 시간관념과 다르게 인식한다. 자신의 나이가 흘러간 세월이 아니라 쌓이는 지혜임을 강조하면서, 아직 “꿈”과 멀어지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이 시집의 표제작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하릴없는 세월에 붙일 우표를 무엇으로 할까 잠시간 골똘했어요
너나없이 학창 시절에 은행잎, 단풍잎, 네 잎 토끼풀을 책갈피에 끼워 두기를 좋아했었지요
풋풋한 풀잎들 가운데 네 잎 토끼풀이 마땅하기는 하지만 보물찾기도 아니고 영 찾기가 힘들어서요
역시 눈치 빠른 당신은 단풍잎이라는 것을 벌써 알아차리셨군요
단풍나무와 우체통, 빨간색과 또 다른 빨간색은 잘 어울리지 않아요
발삼나무 창창울울한 캐나다는 가본 적 없어 알 수 없지만요
우리나라 어느 우체국도 단풍나무 바로 옆에 우체통을 세워 둔 곳이 없어요
그러저러 허송세월했노라고 안개처럼 부옇게 한숨짓지 마세요
세월에 단풍잎 우표 붙여 구름 집배원 아니면 강물 집배원의 발품을 좀 빌릴까 해요
어느 세월쯤에 도착할지 몰라도 수취인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시어요
늦가을 비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세월에 붙일 단풍잎 우표 몇 개 냉큼 주워들었지요(「단풍잎 우표」 부분)

이 시에서 “하릴없는 세월”은 세속의 시간이다. 그 시간은 속악한 세상에서 경쟁과 상극과 이기심으로 살아가는 반생태적인 삶을 의미한다. 시인이 그러한 “세월”을 편지에 넣어서 보내고 싶은 것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세계이다. 이때 “하느님”의 세계는 신앙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세월” 너머에 존재하는 생태적 낙원이다. “세월에 단풍잎 우표 붙여 구름 집배원 아니면 강물 집배원의 발품을 좀 빌릴까” 한다는 데에 그러한 뜻이 함의되어 있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발간색”을 칠한 “우체통”을 부정하는 데서도 그러한 뜻이 암시되어 있다. 따라서 “단풍잎 우표”는 인간의 우표가 아니라 자연의 우표이고 생태의 우표이다. 이 우표는 인간이 지닌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여 세계의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상생하는 생태 낙원으로 안내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이 세계는 당연히 시인이 절감했던 언어의 불완전성 혹은 인생의 불완전성을 극복한 곳이다. 이 세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서 박만진 시인은 이미 세속적 “세월” 너머를 꿈꾸는 존재이다. 그래서 그는 시인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봄비 12
물구나무서다 13
봄비, 듣다 14
멧비둘기 1 15
멧비둘기 2 16
볏 17
비치파라솔 18
쥐구멍 19
눈사람 아이 20
김가네 김밥 21
박대 22
까마귀 울고 23
황금두꺼비 24
문문 26
그래, 오늘부터 27
목걸이 -노파老婆 28

2부

지우개연필 30
자장면 생각 31
하모니카 형 32
내 마음의 주소 33
재 너머 밭 34
부리망 36
비요일 아침 38
감자의 눈 40
고구마 42
웃보 43
함박도 44
이름 46
꼬꼬 댁 48
보름밤에 50
달이 웃네요 52
쓸쓸히 붉다 54

3부

온석저수지 풍경 58
좽이그물과 땅거미는 60
단풍잎 우표 61
세상 공부 -그때 그 시절 63
바로 조 녀석, 65
눈이 큰 소년은 67
곤포梱包 사일리지 69
뭇 별 가운데 71
원산도에 다녀와서 73
태안의 기적 75
울음의 질서 77
생각의 모자 79
머리 목탁 81
홍동백서紅東白西 83
네모난 바닥 85
좌우지간 87

4부

좋은 뜨물 90
항아리 91
종다리 93
내 뱃속에 거지가 산다 95
집안 내력 97
어처구니 98
아파트 100
사람새 102
산에 올라오니 104
가야금 106
외암마을 영암군수 댁 108
달 항아리 110
꽃다리 위에서 112
못내 서운하여 113
허수아비 시늉 115
지상의 양식 117

해설물구나무로 서서 바라보는 세상이형권 120

저자소개

박만진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47

저자 박만진 시인은 1947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하였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전문가과정 수료, 1987년 1월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1987년 2월 첫 시집 「빈 시간에」를 출간한 이래 「슬픔 그 껍질을 벗기면」, 「물에 빠진 섬」, 「마을은 고요하고」, 「내겐 늘 바다가 부족하네」, 「접목을 생각하며」, 「오이가 예쁘다」, 「붉은 삼각형」, 「바닷물고기 나라」, 「단풍잎 우표」 등 10권, 시선집 「개울과 강과 바다」, 「봄의 스타카토」, 「꿈꾸는 날개」(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등을 출간했다. 충남문학대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시창작대상, 충남시인협회상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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