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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마키아벨리, 한비자韓非子를 만나다
≪한비자≫는 법가法家를 대표하는 전국시대戰國時代 한비韓非(B.C. 280~B.C. 233)의 사상이 집약된 자료이다. 주周나라 천자天子가 중심이 된 종법宗法 질서가 무너져 전쟁과 살육이 난무하던 시기, 한비자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법치法治’를 제시한다.
군주의 권력 강화를 통해 사회적 안정을 꾀하는 정치이념은 15세기 이탈리아 마키아벨리(1469~1527)의 ≪군주론≫에도 보인다. 군주가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권모술수를 비롯한 현실적인 임기응변을 실천하고, 과거 사례를 거울로 삼아 현안으로 접목시킬 것을 주장한다. 통치의 구심점을 ‘군주’로 보고 그 권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취한 것에서는 양쪽이 동일하지만, 한비자는 기존의 제도를 부정하고 제3의 방법인 법치를 실현하고자 한 점에서 독자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한비자≫와 ≪군주론≫은 ‘정치’ㆍ‘군주’ㆍ‘권력’ 등의 키워드로써 종종 함께 논의된다. 본서는 ≪한비자≫ 판본 가운데 가장 선본善本인 건도본乾道本을 중심으로 제가諸家의 연구성과를 종합한 청淸나라 학자 왕선신王先愼의 ≪한비자집해≫를 번역하였다. 한비자를 만나 제왕학과 통치술의 진수眞髓를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동양 제왕학帝王學의 바이블 ≪한비자≫, 法ㆍ術ㆍ勢를 부르짖다
한비자는 그의 스승 순자荀子의 영향을 받았으나, ‘예禮’에 의한 교화敎化를 중시한 순자와는 달리 상벌賞罰을 활용하는 ‘법法’에 의한 다스림을 주장한다. 정령政令으로 계도하고 형벌刑罰로 다스려야 천하를 태평하게 할 수 있고, 군주는 도덕이나 인륜적 교화에 힘쓸 것이 아니라 ‘세勢’에 의지하고, ‘술術’을 쥐며, ‘법法’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법을 강조한 상앙, 술을 강조한 신불해, 세를 강조한 신도의 사상이 한비자의 통치술로 융합되었다.
≪사기≫에서는 그의 사상이 노장老莊에 뿌리를 두었다고 평가한다. ≪한비자≫에 최초로 ≪노자≫를 설명한 〈해로解老〉와 〈유로喩老〉가 존재하며, 〈양각揚?〉과 〈주도主道〉에도 도가道家에서 주장하는 ‘무위지치無爲之治’를 인용한다. 한비자가 추구한 ‘법치法治’는 인위人爲가 배제된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도치道治’에서 파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역주 한비자집해≫ 총 5책으로 완간
≪한비자≫ 번역서는 몇 차례 출간되었으나, 이는 ≪한비자≫ 본문의 번역일 뿐 집해集解 완역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역주 한비자집해≫는 기존 ≪한비자≫ 번역서가 역대 연구성과와 풍부한 학술내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의미 전달에만 치중했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본서는 본문 번역뿐 아니라 집해까지 완역하고, 역자의 친절한 주석과 현대적인 번역을 가미함으로써 전문가를 포함한 일반 독자들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였다. 국내 최초로 집해까지 번역한 ≪역주 한비자집해≫는 총 5책으로, 한비자의 참모습을 잘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東洋古典譯註叢書를 발간하면서
凡 例
解 說

八經篇 第四十八 제48편 여덟 가지 統治術 / 11
五?篇 第四十九 제49편 다섯 가지 좀벌레 / 56
顯學篇 第五十 제50편 세상에 뚜렷하게 드러난 學派 / 115
忠孝篇 第五十一 제51편 忠孝 / 148
人主篇 第五十二 제52편 君主 / 164
飭令篇 第五十三 제53편 명령을 엄정하게 내림 / 172
心度篇 第五十四 제54편 마음을 헤아림 / 183
制分篇 第五十五 제55편 賞罰의 구분을 명확히 함 / 191

[附錄1] - 索引
1. 索引凡例 / 207
2. 綜合索引 / 211
人名索引 / 253
故事ㆍ成語索引 / 284

[附錄2] - 參考資料
1. ≪韓非子集解5≫ 參考書目 / 290
2. ≪韓非子集解5≫ 圖版目錄 / 295
3. 韓國文集(朝鮮時代)에 나타난 ≪韓非子≫에 관한 論說 / 296
4. 中國古典에 나타난 ≪韓非子≫에 관한 論說 / 311
5. ≪韓非子集解≫ 解題(QR) / 401
6. ≪韓非子集解≫ 總目次(QR) / 401
7. ≪韓非子≫ 講義 紹介(QR) / 401

【수주대토守株待兎】
“송宋나라에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었는데, 밭 가운데 나무 그루터기가 있어서 토끼가 달아나다가 그 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서 죽었다. 농부는 그대로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를 지키면서 다시 토끼를 얻기 바랐으나, 토끼는 다시 얻을 수 없었고 자신은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 제49편 ＜다섯 가지 좀벌레[五?篇]＞ 중에서

【위세는 군주의 근력】
“말이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를 끌어 먼 길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근력 때문이고, 만승萬乘의 큰 나라 군주君主와 천승千乘의 작은 나라 군주가 천하를 제압하고 제후를 정벌할 수 있는 것은 위엄과 권세 때문이니, 위엄과 권세는 바로 군주의 근력이다.”
- 제52편 ＜군주[人主篇]＞ 중에서

【형벌은 사랑의 근본】
“성인聖人이 백성을 다스릴 때는 근본을 헤아려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고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을 기약할 뿐이다. 그러므로 형벌을 가하는 것은 백성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사랑의 근본이다.”
- 제54편 ＜마음을 헤아림[心度篇]＞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