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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고지의 영웅들 : 6.25 참전 영국 노병들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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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6.25전쟁에 참전한 영국 노병들의 수기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이자 영연방군의 일원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여 공산 침략 세력을 물리치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낸 영국군 장병들의 수기를 묶은 책이다. 17~20세 나이의 청년(청소년)들이 징병 병사로서 참전하여 삶과 죽음, 긴장과 공포, 피로와 휴식 등 전장에서 겪어야 했던 일상들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전장의 병사들을 지휘해야 하는 부사관부터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여단장에 이르기까지 전투에 임하는 영국군 지휘관들의 절제와 솔선수범, 불굴의 리더십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영국에서 공식 출판된 적 없는 원문을 직접 받아 한글 번역해서 펴내는 첫 공식 출판물이란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출판사 서평

[일러두기]

1. 후크고지는 임진강 북단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판부리 사미천 좌측 군사분계선을 끼고 형성된 해발 200미터 남짓한, 서북에서 동남으로 비스듬하게 걸쳐 있는 능선 고지입니다. 지형이 후크(hook)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2. 후크고지전투는 1952년 10월부터 1953년 휴전 직전까지 미군과 영연방군이 4차에 걸쳐서 중공군과 격전 끝에 사수함으로써 임진강 북단의 연천군 장남면, 백학면, 미산면, 왕징면 일대를 대한민국 영토로 귀속시킨 위대한 전투입니다. 그 중에서도 2차 후크고지전투를 통해 고지를 사수한 블랙와치 연대의 뒤를 이어 1952년 11월 후크고지로 투입된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는 1953년 4월 28일 50시간여에 걸친 포격과 참호 육박전 혈투 끝에 중공군을 물리치고 고지를 사수했습니다.
3. 이 전투를 두고 사미천전투로도 부르나, 해당 전투가 영연방 사단이 주역이고 그들이 ‘후크고지’라 부른 만큼 이 책에서는 ‘후크고지전투’로 통일했습니다.
4. 4회에 걸친 후크고지전투는 1953년 4월 28일 중공군 1개 사단의 총공세 속에 벌어진 3차 전투가 가장 치열했고, 듀크 연대 측에서도 많은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했습니다. 그 체험과 목격담이 수기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5.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통해서 후크고지전투의 사실관계가 ‘위키백과’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잘못 전달되고 있음을 당시 참전 노병들의 수기가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미 해병 제1사단 제1대대장으로 기재된 데이비드 로즈 중령은 영국(스코틀랜드)군 블랙와치 연대 제1대대장이었음을 참전 노병들이 생생히 증언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후크고지전투 관련 사실관계들이 바로잡히고, 공식 출판 백과사전류에도 등재되기를 기대합니다.
6. 이 책은 6.25 참전용사인 케네스 켈드 옹이 자신의 참전 경험담을 수기 형식으로 정리, 그 따님이 프린트해서 책자 형태로 묶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제2 번역자이자 영국 교포인 김용필 님의 소개로 한국에서 펴내는 최초의 공식 출판물입니다.
7. 이 책의 기획자이자 메인 필자인 켄 켈드 옹을 비롯한 스물두 분의 참전 노병들 대부분이 당시 17~19세의 징집병이고 스스로 ‘Working Class’라고 밝힌 분들의, 전문적인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러프Rough한 영문 1차 텍스트라서 한글 번역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김용필 님과 자제의 수고 덕분에 영국 북부 지역민들의 언어 습관과 정서까지도 헤아려 한글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8. 수기들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 지명 독촌Dokchon, 간동KanDong 등은 현재 지도와 지역 행정적으로도 확인이 되지 않고, 참전 노병들의 기억도 확실치 않아 그런 사실들을 각주로 해설해 놓았습니다.
9. 이 책을 통해서 6.25전쟁에는 2차대전 당시 독일 전선과 동남아 싱가포르, 버마 전선 등에서 전투를 치른 영국 예비역들도 동원되어 참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들의 증언을 통해 3차 후크고지전투가 2차대전 당시의 가장 격렬했던 전투 이상으로 격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후크고지가 있는 연천군 장남면 일대에는 영국군과 영연방군의 전적을 확인할 수 있는 손바닥만 한 비석 하나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마음으로, 후크고지 인접한 곳에 작은 ‘전적기념비’를 건립했으면 하는 뜻을,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 리뷰]

“우리를 위해 싸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

이 책의 기획자이자 메인 필자인 케네스 켈드 옹은 1934년생입니다. 켈드 옹은 1952년 4월 17일 징집 영장을 받고 18세 나이로 그린 하워즈 연대에 신병 입대합니다. 6주간의 신병 기초군사훈련과 10주간의 추가 훈련을 받고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이하 듀크 연대)로 전출 배속되어, 1952년 8월 하순경 햇수로 3년째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6.25전쟁의 최전선으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9월 하순경 부산항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가축 수송용 열차를 타고 26시간을 달려 독촌역에 도착한 뒤, 임진강 북단의 듀크 연대 주둔지로 이동합니다.
1952년 11월 중순, 듀크 연대의 D중대에 배속된 켈드 이등병은 앞서 후크고지를 사수하고 있던 블랙와치 1대대가 예비대로 빠진 자리로 투입됩니다. 투입과 동시에 시작된 중공군의 공격에 맞서 분전한 켈드 이등병과 그 전우들의 이야기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11월 부산 유엔군묘지에서의 작별 참배 사열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 영국령 지브롤터에 머물며 징집병으로서의 나머지 복무 기간을 마치고 이듬해 1월 전역하기까지의 과정이 제1부 ‘한국전쟁과 나’에 실려 있습니다.

포격전, 참호 육박전이 난무했던 3차 후크고지전투
이 책은 6.25전쟁 당시 처절했던 후크고지전투에 대한 사료로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후크고지전투는 1차에서 4차까지의 큰 전투가 있었습니다. 1952년 11월초에 벌어진 2차 후크고지 전투에서 중공군과 격전을 치른 블랙와치가 예비대로 물러나고, 11월 중순 그 자리에 마침내 웰링턴 공작의 워털루전투 전통에 빛나는 듀크 연대가 투입됩니다. 중공군의 크고 작은 도발에 맞서 싸우며 한국에서의 혹독한 겨울을 보낸 듀크는, 1953년 5월 28일부터 중공군의 총공세에 맞서 엄청난 포격전에 이은 처절한 참호 육박전을 벌입니다. 펀치볼전투와 백마고지전투, 백암산-949고지전투는 고지전 하면 한국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6.25 백병전의 현장입니다. 중공군 1개 사단에 맞서 듀크 연대가 감당해 낸 제3차 후크고지전투도 그에 못지않았습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부는 앞에서 요약했듯 이 책의 메인 필자인 켈드 옹의 참전 수기로, 자신이 직접 치른 제3차 후크고지 전투와 그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2부는 이등병 소총수부터 선임하사,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포병대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물두 분의 참전 노병들의 수기가 실려 있습니다. 듀크 연대 장병들의 수기가 주를 이루고 더함 경보병 연대, 에섹스 연대, 킹스 경보병 연대, 노스 스태포드셔 연대, 로얄 노섬버랜드 푸실리에스 연대, 왕립포병연대 출신 노병에 이르기까지 당시 영국군의 주력이 대거 6.25전쟁에 참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산항에 도착한 영국군을 환영하는 미군 군악대의 ‘St. Louis Blues March’를 들으며 임진강 전선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고, 전투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짬에 간이 Pub에서 ‘I went to your wedding’을 즐겨 부르던 전우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된 이야기, 참호 안으로 들어온 뱀을 스텐 기관단총 탄창이 다 빌 때까지 쏘았으나 한 발도 맞추지 못한 이야기, 버려진 쥐가 먹은 초코바를 수색 정찰을 나갔다 온 병사가 멋도 모르고 주워 먹은 이야기 등 이 책에는 전장의 군인들이 전투와 수색 정찰, 진지 작업,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의 포로 생활 이야기 등이 실감 나게 담겨 있습니다.

남편을 6.25 전장으로 떠나보낸 아내의 思夫曲
제3부에 실린 참전용사 아내가 쓴 수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신생 독립국이자 세계 최빈국의 국민이었던 우리가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 영국도 대단히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들도 2차대전의 참담했던 현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었습니다. 그들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도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함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함도 아니었습니다. 2차대전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남편이 다시 동원 명령을 받고 한국으로 떠나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아직 걸음걸이도 서툰 두 아이를 키워야 했던 한 젊은 아내의 이야기는 우리가 쉽사리 느껴 보지 못한 또 다른 전쟁의 기록입니다.

목차

1952~1953, 전선에서의 하루
한국 정부로부터의 헌사
추천사(라종일, 김정식, 유용원)
서문

제1부 한국전쟁과 나 33

1장 머나먼 동방, 미지의 나라로 34

2장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에서의 하루 138
신부님 옆에서 138 / 포로를 잡아오는 것에 대한 포상 141

3장 후크고지전투 기록의 발췌문 145
부산에서의 추도식 146 / 골프 코스 149 / 휴양과 휴가(Rest and Recreation, R&R) 150 /
병역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154

제2부 6.25 참전 영국 노병들의 수기 157

노병 수기 1
1953년, 후크고지전투(브라이언 패리트Brian Parritt) 160

노병 수기 2
내가 경험한 한국전쟁(잭 콜린즈Jack Collins) 162

노병 수기 3
60년 후 손자의 노병 인터뷰;
1951~1952 그리고 전쟁의 마지막까지(에드윈 워커Edwin Walker) 167

노병 수기 4
1950년, 한국(노먼 러시워스Norman Rushworth) 175

노병 수기 5
KOREA(로버트 다우슨Robert Dawson) 179

노병 수기 6
한국에서의 경험(고스패트릭 홈Gospatric Home) 192

노병 수기 7
전쟁과 낚시광(해리 글래든Harry Gleddon) 196

노병 수기 8
내가 겪은 한국전쟁(테런즈 핸즈Terrance Hands) 205

노병 수기 9
한국에서의 군 생활을 추억하며(짐 리차드Jim Richards) 209

노병 수기 10
내 기억 속의 후크고지(톰 로더리Tom Rothery) 221

노병 수기 11
소련제 T-34 탱크인가, T34번 미군 탱크인가(샘 로버슨Sam Robertson) 225

노병 수기 12
전투와 부상(존 스택풀John Stackpoole) 232

노병 수기 13
수색 정찰(토미 노웰Tommy Nowell) 237

노병 수기 14
전투와 훈장(고든 슬래이터Gordon Slater) 251

노병 수기 15
1998년 런던의 하운슬로 병영에서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의 장교들에게 한
강연(데이비드 길버트 스미스David Gilbert-Smith) 256

노병 수기 16
전투와 중공군 포로수용소(찰리 데인스Charlie Daynes) 274

노병 수기 17
한국에서의 모험, 1952~1953(잭 자르만Jack Jarman) 278

노병 수기 18
흥미로운 이야기들(키스 리스Keith Lees) 287

노병 수기 19
한국에서의 평화유지군 활동, 1953~1954(존 코프시John Copsey) 289

노병 수기 20
병사들 사기를 크게 진작시킨 위문품(크리스 가사이드Chris Garside) 292

노병 수기 21
함스 중위의 리더십(로드니 함스Rodney Harms) 303

노병 수기 22
용감한 이안 오르 소위(패트릭 이안 오르Patrick Ian Orr) 305

제3부 고난과 절망 309

남편을 이역만리 전쟁터로 보낸 한 젊은 아내의 이야기(오드리 러시워스
Audrey Rushworth 311

감사문
맺는말
옮긴이의 말1
옮긴이의 말2

본문중에서

p.40 어느 날 밤, 여러 명이 캠프 밖 쿠레(연합군의 보충 기지창이 있던 일본의 항구 도시)의 마을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길모퉁이에서 나이 든 남자와 여자, 심지어는 어린이까지 자신들의 어린 딸이나 누나, 언니와 시간을 좀 보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들이 말한 여자들은 순박한 처녀들이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p.48 역에 설 때마다 배고픈 아이들이 먹을 것을 구걸하려고 열차를 에워쌌다. 그렇게 얻은 음식 부스러기마저도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들은 덩치 큰 아이들에게 그것마저 빼앗기기도 했다.

p.79 병력수로 5대 1 비율의 절대 불리한 상황 속에서 중공군과 육박전이 벌어졌다. 잠깐 동안이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참호 속으로 난입한 중공군과 치고 받고 때려 쓰러뜨리며 숙소로 쓰던 유개호로 겨우 후퇴해 들어갔다. 우리가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최후까지 방아쇠를 당긴 우리의 두 번째 브렌 경기관총 사수의 희생 덕분이었다.

p.80 전우 몇 명은 구출되지 못한 채 다른 굴에 갇혀 있었다. 그 중에는 소대장도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세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빼면 우리와 같은 상황에 있었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점은 불행히도 세 명 중 두 명은 부상을 입었고 소대장은 전사했다는 사실이다. 나중에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그날 소대장의 스물한 번째 생일이어서 벙커 안에는 생일 케이크가 있었는데, 너무나도 배가 고팠던 나머지 소대장의 시신을 앞에 두고 그 케이크를 먹었다고 한다.

p.97 또 다른 정찰조는 후크고지 아래에서 중공군이 만들어 둔 동굴이나 유개호들을 파괴하는 영국군 공병대를 안내, 엄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중공군은 이 시설들을 후크고지전투 이전에 만들어 사용했고, 그 중 몇 개는 대대 병력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p.111 10소대원 데니스 노턴Dennis Norton과 두 명의 한국 병사 김덕용과 오판석. 우리와 함께 싸운 한국군 병사들은 용맹했고,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p.125 한국 땅에서 마지막으로 참석한 열병식은 유엔군묘지에서 열렸다. 우리는 최후의 경의를 보내며 전사한 전우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그 열병식은 말 그대로 눈물의 열병식이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눈물이 그렁해진 채 이역만리 땅에 묻힌 전우들의 묘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더러는 소리 내어 흐느끼는 병사들도 있었다.

p.127 60년이나 흐른 뒤에 한국에 다시 와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떠나왔던, 전쟁으로 분단된 국가가 아닌, 자신들의 나라에 자신들이 쌓아 올린 업적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의 나라 대한민국. 절망과 죽음의 시간에 도움을 주었던 모든 국가에 항상 감사함을 표하는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으로 말이다.

p.144 B중대는 슬프게도 첫 번째로 파병 온 병사들을 잃었고, 우리 모두는 그들을 그리워할 것이다. 미래의 중대원들은 맥도날드가 ‘I went to your wedding’을 노래하는 것을 영영 듣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브라운 일병이 ‘I’m Yours’를 부르며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p.158 의심의 여지없이 ‘고요한 아침에 나라’에서 복무했던 사람 중 99퍼센트는 한국의 자유를 지켜낸 자신들의 업적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p.163 환상적인 사막 풍경을 좌우 양쪽에서 보여 주던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면서부터는 남은 일정들이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어 주었다. 이후 아덴항을 거쳐 콜롬보와 싱가포르를 거쳐 왔다. 그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1950년대에 젊은 승강기 정비공 수습생이었던 내가 그런 풍경이며 도시들을 볼 수나 있었을까?

p.184 우리 중대 본부는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었고, 중공 저격수들은 몇 번 나를 쏘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안타깝게도 피클스라고 불리던 한 동료는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즉사하고 말았다.

p.185 양말을 뺀 나머지 옷을 벗는 것이 3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샤워장에 도착한 우리는 전투화를 포함해서 속옷까지 다 벗었고, 샤워 후에는 DDT 가루가 몸에 뿌려지고 나서 깨끗한 옷을 받았다.

p.190 내가 전역하여 지브롤터를 떠나갈 날이 가까워 오자 주임상사는 거의 반나절 동안 전역을 취소하라고 애원 섞어 설득했다. 내가 군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나 뭐라나 한 마디로 말뚝 박으라는 것이었다.

p.194 우리는 그 악명 높은, 완전히 파괴된 상태의 고지 아래쪽에서 하차했다. 나는 어린 시절, 독일군에 의한 영국 대공습의 밤을 겪었다. 이 고지에 와보니 런던에서의 전쟁 기억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p.212 겨울이 정말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었다. 지금까지도 누군가 나에게 한국에서의 기억에 대해 물으면 나는 가장 먼저 그 혹독한 추위부터 이야기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동이 틀 무렵까지 얼어붙은 눈 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노라면 말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 추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추위는 중공군 저격수들보다 더 두려운 존재였고, 그 때문에 음식도 굉장히 빨리 먹게 되었다.

p.214 포탄은 몇 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떨어졌다. 대규모 공격이 시작될 것을 예상한 우리는 이를 대비하여 밤마다 방어 시설을 수리했다. 우리는 ‘오늘 밤이 그 밤이다’라고 말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 밤’은 1953년 5월 28일, 오후 7시 45분에 실제로 찾아왔다.

p.218 7월 27일, 마침내 휴전이 체결되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있는 참호에도 휴전을 알리는 무전이 날아왔고, D와 C중대원 모두는 참호 밖으로 기어 나왔다. 중공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와 중공군은 서로에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이 세월을 견디며 살아냈어. 앞으로도 나는 살아갈 것이고, 죽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p.231 내가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우리 소대 대부분의 병사들이 징집병이라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은 어린 병사들이었으나 그들은 선임병들과 함께 일하며 조금도 방해가 되는 일 없이 믿음직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내가 스코틀랜드 출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인데, 요크셔 내기들보다 더 나은 방어군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그들을 밀어낼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그들이 선 자리에서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p.265 쏟아지는 포격 다음으로는 등에 폭약 가방을 메고 나팔을 불며 기관단총을 쏘아대는 중공군들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들은 몸을 날려 우리의 참호로 들어와서는 자신의 몸뚱이와 우리의 대피호들을 산산조각으로 폭파시켜 버렸습니다.

p.310 그때 가족들이 겪은 절망은, 남편으로부터의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 남은 가족을 입히고 먹여야 했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지원금을 신청하려면 남은 가족들에게 다른 수입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받아야 했는데, 그것이 그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절망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오랜 기간 모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p.316 나는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나와만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 섞여 놀았으면 하는 바람에 종종 놀이터로 아이들을 데려갔다. 그러나 다른 엄마들이 남편에게 차(茶)를 내줘야 한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통에 놀이터에는 나와 두 아이만 남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남편이 먼 나라 전쟁터에 있다는 서러움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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