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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양끝에서 유구한 역사를 쌓아온 한국과 스페인,
두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스페인을 폭넓게 읽어내다.

어찌 보면 한국과 스페인은 문화적 이질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비교의 대상이 되기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페인과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끝에 위치한 반도 국가로서 가톨릭과 유교라는 보수적 문화 전통을 이어 왔다. 게다가 20세기에는 내전과 군부 독재를 겪었고, 현재는 비슷한 규모의 인구와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출산율 하락, 인구 노령화, 실업, 이민자, 사회보장에 대한 필요성 등 유사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잔재 때문인지 오늘날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ㆍ사회적으로 시각차가 커지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유사성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에 비춰 스페인을 바라보는 이번 책은 흥미로운 성찰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머리말

01 한국에 비춰 본 스페인의 역사
Ⅰ. 반도 국가의 운명
1. 대륙의 땅끝 나라
2. 반도 국가의 파란만장한 역사
3. 바다로 바다로: 해상 교역의 힘
4. 국가와 민족 만들기의 차이
5. 제국의 전통
6.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신화
7. 백의민족(白衣民族)과 흑의민족(黑衣民族)
8. ‘흑색 전설’과 ‘동방예의지국’

Ⅱ. 닮은꼴의 현대사
1. 3년의 내전
2. 두 독재자
3. 독재 정권의 빛과 그림자
4. 민주화의 험난한 여정
5. 현대 소비사회로의 변화와 새로운 문화 건설

02 다양성의 나라와 효율성의 나라
Ⅲ. 정치와 경제의 차이
1. 통치 구조의 차이
2. 양당 체제에서 다양성의 체제로
3. 스페인의 지역주의 문제
4. 역전된 경제력
5. 농업국가의 전통과 혁신
6. 스페인의 대표 산업과 한국
7. 관광산업

Ⅳ. 현대 사회의 문제들
1. 가족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가족관
2. 저출산의 사회
3. 개인주의 사회
4. 스페인과 한국의 성 역할(gender)
5. 이민자의 증가와 사회의 변화
6. 평준화된 대학과 서열화된 대학
7. 세계적인 장수국가 스페인과 한국
8.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차이

03 느리게 사는 나라와 빠르게 사는 나라
Ⅴ. 문화와 스포츠
1. 축제의 나라: 전통과 창조
2. 영화와 영화산업
3. 산티아고 순례길과 한국인
4. 생활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
5. 스페인 프로 축구와 한국 프로 스포츠
6. 프로 스포츠의 지역주의와 국가주의

Ⅵ. 일상의 풍경들
1. 삶의 방식
2. 임금 근로자의 근로 환경
3. 스페인과 한국의 일과 시간
4. 시에스타와 쪽잠 문화
5. 스페인의 바와 한국의 길거리 식당
6. 휴가를 보내는 방식
7. 비슷하거나 상이한 일상의 풍경들

참고문헌

이베리아반도의 각 지방에서 민족주의가 발달한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분리된 지형을 이유로 드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게 친다면 험준한 산맥으로 각 지역이 분리되어 있는 한반도가 더 정치적으로 분리되어야 맞다. 그렇기에 스페인에서 전통적으로 각 지역이 정치적으로 분리된 것은 지형보다는 외부 세력과의 교류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인종적, 기후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_24쪽

사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의 이미지는 지금과 정반대인 ‘흑색 전설(Black legend)’의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흑색 전설이란 유럽에 퍼져있던 스페인의 이미지로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른 유럽 사람들은 스페인을 어두컴컴한 광신도의 나라로 연상했다. _72쪽

하나의 민족을 만드는 데 있어 프랑코 정권은 박정희 정권보다 더 어려운 경우에 처해 있었다.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바스크, 카탈루냐 등의 지역 분리주의 전통이 강했기 때문에 프랑코가 지향하는 ‘하나의 국가/민족’을 만들기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코는 이를 밀어붙였고 모든 공적 기관에서 지역어와 외국어 사용을 금지하고 스페인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축구 클럽인 아틀레틱 빌바오라는 영어식 이름은 아틀레티코 데 빌바오(Atletico de Bilbao)로, FC Barcelona는 Barcelona Club de Futbol로 바뀌었다. 하지만 프랑코가 죽자 이 이름들은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었다. _109~110쪽

우리나라에 만연한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은 스페인에선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대학에서 오래 근무한 교수와 수위가 친구로 지내는 경우도 많다. 물론 직종에 따른 월급의 차이도 우리나라만큼 크지 않다. 스페인의 젊은이들은 어떤 직업이든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대학을 다니다가도 그런 직장에 취업하면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_225쪽

운동 경기장에서 관중의 응원 행태로 보자면 스페인 사람들이나 한국 사람들의 기질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한국 사람들이 한 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유대감을 느끼는 것은 축제의 분위기임에 틀림없다. 이런 응원이 즐거워서 스포츠 경기장에 간다는 사람도 많다. 이것은 가족 단위로 야구장에 와서 여유롭게 앉아 경기를 즐기는 미국의 관객 문화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적어도 운동 경기의 축제적인 관객 문화만큼은 우리나라와 스페인, 유럽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_279쪽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은 여름에 장기 휴가를 떠난다. 온 가족이 집을 떠나 해변이나 경치 좋은 산악지방에서 짧게는 3주일, 길게는 5∼6주일을 보내게 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첫 번째는 회사원들의 휴가가 충분히 길어야 하고, 두 번째는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이 두 가지가 충족되기 때문에 장기 휴가 문화가 발달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하나도 충족이 안 되기 때문에 짧은 휴가를 다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_3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