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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부, 달 밝은 밤에 : 김이삭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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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신이 남아 있는 한 끝까지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게 살아남은 이들이 해야 할 일!

죽은 자들의 묻혀버린 목소리를 찾기 위해 달빛 내려 앉은 시린 밤 아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란의 직업은 시신을 검험하는 검험 산파다. 시신의 실인(實因)을 제대로 밝히고, 흉수를 찾아 법도에 따라 엄벌에 처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이 부여받은 책임이라고 아란은 생각한다. 어느날 발생한 목멱산 화재사건, 그곳에서 여섯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실인이 모두 다르다……. 마지막 시신에서 발견한 믿을 수 없는 흔적까지. 단순한 화재사건이 아님을 직감한 아란은 작은 실마리부터 쫓기 시작한다. 망자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한 아란의 추적!하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아란의 과거의 아픔도 드러나는데…… 과연 아란은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사명감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한성부 소속 검험 산파 '아란'은, 시신을 검험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느날 마을의 산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여섯 구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시신들의 상태를 보아 단순한 화재사건이 아님을 직감한 아란은 시신들을 검험하면서 차례로 이 사건의 단서를 찾아나서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아란의 아픈 과거가 드러나고,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조선시대 검험 및 그 시대의 인물 관계에 대한 전문적인 묘사와 정교하고 치밀하게 얽혀 있는 사건들의 관계가 흥미롭습니다.

출판사 서평

흩어져 있는 퍼즐이 맞춰지듯 연결되는 사건들
그 안에서 우린 소설의 묘미를 찾는다.

소설의 묘미란 이런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캄캄한 공간에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해 놓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가장 극적인 장면에서 빛을 마주하는 것. 이 소설은 그런 방법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했다. 연결될 듯, 연결되지 않는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다 마침내 단 하나의 퍼즐이 밝혀진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것만 같던 일련의 사건들이, 그 마지막 퍼즐을 기점으로 큰 그림을 그리듯 하나하나 연결되는 대목에서는 쾌감마저 느껴진다. 마지막 퍼즐의 구멍을 남기면서도 정교하게 짜여진 사건들은 작가의 거침없는 필력을 만나 독자들을 흡입한다.
여성과 역사를 이야기하는 소설에서 여성은 흔하게 왕의 정부인이나 후궁 또는 태후처럼 종속되어 있는 여성으로 설정된다. 하지만 〈한성부, 달 밝은 밤에〉는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 판한성부사의 서녀라는 신분과 분리되길 바라며 검험 산파로서 홀로 서는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을 그렸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이는, 주인공이 높은 신분의 남성 인물들과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 계급보다는 맡은 업무의 능력을 중시하는 것과도 결을 같이 한다.
김이삭 작가의 〈한성부, 달 밝은 밤에〉는 시대적 의의와 스토리라인 그리고 짜임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소설이다. 과연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목차

1장. 달 밝은 밤에
2장. 한성부 수사파(收死婆)
3장. 석빙고 속 시신들
4장. 훈련관 살인사건
5장. 괴뢰희 속 목우(木偶)
6장. 독녀촌(獨女村) 실종사건
7장. 경수소에 버려진 시신들
8장. 월식
9장. 다시 만월
10장. 검험 산파 아란

검험용어 해설

본문중에서

이제 와 검험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아직 살인범을 잡지 못했으니까. 사람을 죽인 것도 모자라 죽은 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파렴치한 범인을 잡을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아란은 복수가 아닌 처벌을 하고 싶었다. 자신의 검날이 원수의 목을 찌른다면 마음속 불길에 물을 끼얹을 수는 있어도, 안율의 아비가 살인 겁간법이라는 오명까지 벗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을 셋이나 죽이고도 떵떵거리며 사는 진범 또한 제 죄명으로 지탄받는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되어버릴 것이다.
복수할 방도가 없는 이들은, 다른 희생자들은, 그들의 가족은 어찌한단 말인가.
아란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검험을 포기할 수 없었다.
(p.55)

아란의 무너진 세상은 정수헌을 죽인다고 해서 다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복수(復讐)는 받은 것을 되갚는다는 뜻이었다. 자행된 폭력을 폭력으로 앙갚음하는 것. 아란의 복수는 결국 다른 이의 세상을 부수는 것에 불과했다.
허나 저자가 쥐고 있는 험장은…… 저건 달랐다.
저건 부수는 게 아니라 부서진 걸 이어붙이는 거였다. 죽은 이의 원한을 씻어주고 상처받은 시친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세상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살아남은 이들에게 이곳에 남아도 좋다고, 우리가 사는 곳이 아직은 살 만하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행위였다. 아란은 복수 대신 검험을 택했다. 그리고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아란은 시선을 거두며 고개를 숙였다.
(p.101)

저자소개

김이삭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평범한 시민이자 번역가, 그리고 소설가. 지워진 목소리를 복원하는 서사를 고민하며 역사와 여성 그리고 괴력난신에 관심이 많다. 제1회 황금가지 어반 판타지 공모전에서 〈라오상하이의 식인자들〉로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 《한성부, 달 밝은 밤에》, 《감찰 무녀전》(근간)을 썼고, 《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 《판소리 에스에프 다섯 마당》 등 여러 앤솔로지에 참여하였다. 자전적 에세이로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가 있다. 홍콩 영화와 중국 드라마, 대만 가수를 덕질하다 덕업일치를 위해 대학에 진학했으며 서강대에서 중국 문화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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