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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색을 더하는 시간, 고향 그리다
이야기에 색을 칠한다는 것, 그 속의 사람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서른 분의 어르신들을 찾아가 고향 이야기를 듣고, 개성이 다른 세분의 작가님들의 상상을 더해 그림으로 만든 이야기 색칠 책, 〈고향, 그리다〉 어르신들과 같이 미술 활동을 하며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많은 분들이 나이가 들고 치매에 걸리면 최근의 기억부터 잊어버리곤 합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이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것이지요.어르신들이 사용하실 책에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오래오래 그들 안에 남아 있는 장면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은 순간들, 사람들, 그리고 그 곁을 함께한 마음들.그 마음을 담은 〈고향, 그리다〉로 미술 활동을 하고, 나와 타인의 고향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주제 유지, 공동 주의 집중, 과거 회상과 같은 인지적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세대가 겪은 삶의 조각을 통해 아픔과 기쁨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는 시간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이라면 회상 기억, 촉각, 시각 등 복합적인 자극을 통해 남은 기억과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색연필, 크레파스 외에 다양한 재료로 새로운 시도를 해 보세요! 파스텔, 물감이나 스티커 붙이기 등 사용하시는 분의 운동성과 조절 능력에 맞는 다양한 미술 매체를 활용하시면 보다 풍성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옛 시절의 이야기를 간직한 어르신, 그리고 주위의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고향, 그리다〉가 새로운 추억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때 그 장소〉편
1.기차역
2.시장
3.학교
4.우물
5.분식집
6.극장
7.정육점
8.양장점
9.버스
10.다방

〈어떤 날〉편
1.설 날
2.파마하던 날
3.목욕탕가는 날
4.화투치던 날
5.아이스크림 먹는 날
6.외가 가는 날
7.데이트 하는 날
8.장가가던 날
9.아빠가 되던 날
10.고추장 담그는 날

〈마을 풍경〉편
1.서울 종로: 전차
2.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3.강원도 원주: 제방뚝
4.경기도 김포: 배부둑
5.충청북도 청주: 갬실
6.황해도: 피난길
7.경상북도 영양: 일월산 아래
8.전라남도 함평: 학교리
9.전라북도 정읍: 내장산 자락
10.충청남도 강경읍: 옥녀봉

“아카시아 줄기에 이파리 딱 떼어내고 파마한다고 머리에 말아가지고 놀고 그랬어”
미용사가 찾아오던 날을 기다리던 김은경(1952년생, 충청북도 괴산) 님의 이야기

“시골이니까 미용사가 한 번씩 마을로 와. 그러면 엄마가 가서 파마를 하는 거야.”
“그때 국민학생이 파마를 해달라고~ 하하하. 안 된다 그래서 울고불고했어.”
“내가 아마 이런 거 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 꾸미고, 옷도 좋아하고. 막 울었던 기억이 나.”
“근데 한 번은 해줬어. 요 옆머리만. 그래서 초등학교 사진 보면 나만 뽀글뽀글해.”

“다방에 못 들어가니까 고등학생들한테는 분식집이지”
흘러나오는 팝송에 절로 어깨춤을 들썩이던 노순옥(1955년생, 서울) 님의 이야기

“퇴계로에 진양분식 유명했어. 말죽거리에서 78번을 타면 그게 약수동으로 해서 퇴계로로 해서 서울역으로 해서 다시 제3한강교로 가거든… 그거 타고 갔지.”
“분식집에 디제이 박스가 조그맣게 있었어. 우린 거기서 팝송 틀어 놓고 손으로 춤추고 어깨 들썩이고 그렇게 놀았지.”
“사복은 약간 굽 있는 샌들. 지금 생각해 보면 5센티 정도 되는 굽인 거 같아. 나팔바지는 이 폭이 30인치 되는 것도 있었어. 위에는 체크무늬 남방을 입었지.”
“교복을 입고 가면 어느 학교인지 아니까 사복을 입고 갔지. 다들 앉아서 어깨춤을 추는 거야.”

“강원도가 말도 못 하게 추워. 그땐 엄마가 짜준 쉐타 입고 목도리 하고 그게 다였지 뭐”
오빠들이 밀어주는 얼음 뗏목을 타고 놀았던 김석연(1956, 강원도 원주) 님의 이야기
“제방뚝을 넘어가면 큰 개울이 있는데 겨울에는 오빠들이 썰매를 굉장히 많이 태워줬어.”
“썰매 타다가 얼음을 뗏목처럼 깨 가지고 우리가 그 얼음 위에 옹기종기 앉으면 오빠들이 긴 나무 갖고 쭉쭉 배처럼 밀고 가. 그걸 얼음 뗏목이라고 했거든.”
“뗏목에서 뭐 너무 재밌지. 오빠들이 가다가 놀리려고 일부러 쿨렁쿨렁하면 우리가 막 소리 지르고 그랬어.”
“원주니까 그렇게 얼음 위에서 놀 수 있었던 거지. 벙어리장갑을 껴도 너무 추워서 오빠들이 손을 꽉 잡아주던 생각이 나네. 손가락이 얼얼하고 발도 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