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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홍성욱
  • 출판사 : EBS BOOKS
  • 발행 : 2020년 12월 07일
  • 쪽수 : 33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756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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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변화시킨다!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과학기술학자,
서울대 홍성욱 교수가 들려주는 인간과 기술의 이중주

자전거, 총, 인쇄술에서 인터넷, 아이폰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익숙한 기술 뒤에 숨겨진 놀라운 이야기


이 책은 현대사회를 만든 주요 기술들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기술들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책이다. 우리는 갖가지 첨단 기술로 둘러싸인 기술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경로를 그리며 변화해갈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숙고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 무관심의 한편에는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또한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우리를 사로잡고 있으며, 기술로 인해 우리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일상의 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의 역사와 그 속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면 이러한 막연한 두려움 대신 기술에 대해 조금 더 단단한 전망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보다 주체적으로 기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과학기술학자인 서울대 홍성욱 교수는 『모던 테크』에서 자전거, 총, 인쇄술에서 인터넷, 아이폰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우리 삶을 바꾼 16가지 기술을 통해 인간이 그 기술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그리고 인간이 만든 기술이 또다시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살펴본다. 이 책에서 다루는 기술들은 우리의 존재를 만들고(1부), 필요와 발명의 수레바퀴를 끊임없이 돌리며(2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면서(3부), 인간과 공생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낸(4부) 기술들이다. 저자는 기술이 외부 세상에 존재하는 딱딱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인간의 일부가 되어, 인간의 존재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일부는 기술이며, 기술의 일부는 인간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 뒤에 숨겨진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기술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미 있는 통찰을 전한다.

기술의 진짜 얼굴을 알면 몰랐던 우리가 보인다!

더해주기도 하고 빼앗아가기도 하는 기술
기술의 역사를 통해 보는 기술의 두 얼굴


2001년 애플이 출시한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은 애플을 비상하게 만든 첫 번째 기술이다. 그런데 처음에 아이팟을 개발할 때 애플의 경영진은 크게 반대했다. 아이팟이 출시될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은 원하기만 하면 MP3 파일을 공짜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팟을 사용하려면 전용 프로그램인 아이튠즈와 연결해서 MP3 파일을 구입해야 했다. 애플의 경영진은, 사람들은 이미 공짜로 MP3 파일을 얻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절대로 돈을 내고 음악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바라본 것은 소비자만이 아니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MP3 파일이 인터넷에서 공짜로 돌아다니는 것에 불만이 가득했고, 그런 환경에서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잡스는 이런 방식으로는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이 생태계가 지속 가능할 수 없으며, 이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은 음악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이팟은 어떤 의미에서 사람들에게서 빼앗아간 것이 있었다. 공짜로 듣던 음악을 돈을 주고 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기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서 빼앗아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주어야 한다. 아이팟은 지속 가능하고 건전하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든 기술이었다는 점에서 빼앗아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선사한 셈이다.
이렇듯 기술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빼앗아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선사한다. 말하자면 기술은 어떤 가능성을 열어젖히기도 하고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기도 하면서 우리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다. 이 책은 이런 기술의 이중적 속성을 비롯해 기술이 가진 특징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기술 사회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첫 번째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은 함께 갈 수 있을까?
기술도 정치적일 수 있을까?

기술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가 잘 아는 코닥 카메라를 만들어 사진의 대중화 시대를 연 조지 이스트먼은 자신의 필름 사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필름이 내장되어 있는 코닥 카메라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진은 전문 사진사들만 찍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필름 인화도 간편한 카메라를 출시하자 사진을 찍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는 흔히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이 카메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발명이 필요의 어머니’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 양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는 생각도 한번 살펴보자. 요즘은 우리가 다니는 모든 곳에 CCTV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기술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죄를 짓지 않으면 되지 두려워할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범죄를 저질러 수배 중인 사람들을 잡아내기 위한 기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런 기술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로서는 찝찝함을 감출 수 없다. 그리고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단지 그 현장을 지나가는 모습이 찍혀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홍콩에서 누가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는지 추적하는 데 이 기술이 사용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우산을 쓰기 시작했다. 이 우산은 최루탄을 막는 데도 쓰이지만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도 쓰인다. 안면 인식 기술도 정치적이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우산도 정치적인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감시 기술이 발달하면 이 기술을 막으려는 기술 또한 함께 발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다. 이렇듯 기술은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며 사회 변화에 발맞춰 정치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인간과 기술의 이분법을 넘어
인간과 기술의 이중주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인공지능이 진정으로 자율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자율성의 범위는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편견 또한 그대로 반영한다. 미국 사법부에서 많이 사용하는 컴퍼스(COMPAS)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범죄자에 대한 설문조사의 통계를 통해 그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 범죄자인지 측정한다. 판사는 그 사람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형을 정하거나 가석방을 결정할 때 컴퍼스의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문제는 이 컴퍼스가 백인들에게는 유리하지만 흑인들에게는 불리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기존의 데이터를 보면 흑인들 중에 범죄자가 많다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연하게도 미국 사회의 특별한 구조를 반영한 것인데, 컴퍼스는 그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흑인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렇듯 기술은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기술과 인간은 말 그대로 함께 가며, 서로를 변화시킨다. 여성의 자율성을 증진시킨 자전거, 침략의 바탕이 된 총, 산업혁명의 시초가 된 증기기관, 독창성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킨 인쇄술, 새로운 일자리를 탄생시키고 또 기존의 일자리를 없앤 컴퓨터,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시킨 아이폰 등 이 책에 등장하는 기술들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며 우리가 또한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들이기도 하다.
이렇듯 기술은 인간과 결합해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며, 우리에게 예상치 않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기술에는 정치적 속성이 있고, 또 기술은 기술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내포한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기술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매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우리 자신과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기술을 이해하는 가장 용이하면서 현실적인 방법이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다. 기술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기술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했고, 어떻게 서로를 만들어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역사의 장을 하나씩 열어가면서 기술과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술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보여준다. 인간과 기술의 이분법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이중주를 이야기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더 확장될 것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 기술의 두 얼굴

1부 어떤 기술을 손에 쥘 것인가
1장 자전거: 바퀴에서 뻗어나간 진보의 흐름
2장 총: 침략의 바탕이 된 기술
3장 증기기관: 산업혁명이 낳은 빛과 그림자
4장 자동인형: 인간은 정말 기계일까?

2부 필요와 발명의 수레바퀴
5장 인쇄술: 독창성의 발명
6장 카메라: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다
7장 타자기: 익숙함의 함정인가, 승리인가
8장 전신: 기술의 용도는 만들어가는 것

3부 새로움의 조건
9장 전화: 아마추어가 보여준 혁신의 조건
10장 전기: 발명의 천재가 미처 보지 못한 것
11장 비행기: 갈망이 과학이 되었을 때
12장 인터넷: 탈중심적 네트워크의 탄생과 유지

4부 인간과 기술의 동고동락
13장 자동차: 컨베이어 벨트가 역전시킨 인간과 기계의 자리
14장 컴퓨터: 기술,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다?
15장 아이폰: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기술
16장 인공지능: 인간과 기술은 함께 간다

책을 닫으며

참고 문헌
이미지 출처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기술들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을 변화시키고 동시에 스스로도 변화한다. 기술이 어떤 가능성을 열어젖히고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은 인간 사회의 다양한 행위자의 역학 관계에 따라 부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서는 역사적, 철학적, 사회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와 같은 과학기술학자들은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진다. 나는 기술과 인간이 서로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인간과 인간 세상을 더 깊이 파악하고 싶어 하는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 좋은 기술을 설계하고 싶어 하는 엔지니어, 그리고 급변하는 기술 세상에서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시민들 모두에게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 p.7)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기술에도 어떤 의도가 담겨 있다. 공원에 있는 벤치는 사람이 앉을 수 있지만 눕기 힘들게 만들어져 있다. 예전에는 저녁이 되면 노숙자들이 찾아와 벤치에서 잠을 자곤 했는데 이런 벤치가 생기고부터 눕기가 불편해서 더 이상 이곳에서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런 벤치에는 노숙자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또 미국의 공중화장실 중에는 푸른빛이 나는 조명을 설치해놓은 곳이 있다. 이를 고안한 사람은 푸른 불빛 아래서는 사람의 정맥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니까 이 화장실에는 마약 투여와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 p.23)

남성들은 운동용으로 자전거를 탔지만 여성들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이동의 자유를 누리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이용해 혼자서도 멀리 갈 수 있었고, 가보지 못했던 곳도 갈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자전거는 여성들이 독립적인 심성을 키우는 데 기여한 이동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자전거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은 여성이 사회에 나가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데도 그 힘이 꽤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자전거가 이런 모든 변화를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여성해방운동과 같은 일련의 물결들이 이미 그 이전부터 넘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전거가 기존의 사회운동을 강화하고 확산시켜 더 많은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 도움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자전거는 19세기 후반부터 굉장한 바람을 일으켰던 여성 참정권 운동, 즉 여성의 투표권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에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했다.
(/ pp.38~39)

우리는 기술과 인간,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살펴볼 때, 사람이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기에 자연스럽게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발명품이 탄생하자 비로소 필요가 생기는 경우도 기술의 역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특징적인 현상이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그는 이것의 용도 열 가지의 목록을 작성했다. 이중에는 임종을 거두는 사람의 유언을 녹음하는 것,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것 등이 있었지만, 음악을 듣는 것은 없었다. 그는 몇 년 뒤에 자신의 축음기가 상업적으로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그런 상태에서도 그는 축음기를 돈을 넣고 음악을 듣는 ‘주크박스’에 사용하는 것에 반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에디슨의 예상을 벗어났다. 축음기는 음악을 듣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 필요가 분명해서 이루어지는 발명만큼이나 발명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 필요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다.” 새로운 기술을 세상에 내놓고자 애쓰는 발명가들이 꼭 마음에 새겨야 할 격언이다.
(/ pp.131~132)

그런데 선로의 폭은 왜 애초에 1.435미터로 만들어졌을까? 처음 레일을 만들고 기차를 발명한 사람은 영국의 발명가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이었다. 그는 기차를 발명하기 전에 탄광에 마차가 다니는 레일을 깐 사람으로, 마차가 다니는 나무 레일 간 폭을 1.435미터로 만들었다. 나중에 열차가 커지고 무거워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차 레일 간 폭을 그대로 기차에 적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마차의 레일 간 폭은 왜 1.435미터였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마차는 말 두 마리가 끌었는데 말 두 마리가 바짝 붙어서 잘 끌고 갈 수 있는 넓이가 1.435미터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말 두 마리의 엉덩이의 폭에 따라 마차 레일 간 폭이 결정되었고, 그것은 또 기차선로의 폭을 결정하게 되었으며, 이는 또 21세기 우주왕복선에 로켓 연료를 분사하는 부스터의 폭을 결정하게 되었다.
(/ p.147)

에디슨은 바로 전력 ‘시스템(system)’을 고안해냈다. 전구만 있다고 해서 불을 밝힐 수는 없었다. 전기를 만들어서 보내야 했다.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내야 했다. 물론 발전기는 이미 있었다. 하지만 단 10개 정도의 전구를 켤 수 있는 조그만 발전기였다. 에디슨은 10개의 전구를 켜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전구 1,000개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구역을 전부 밝힐 수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능이 뛰어나고 많은 전기를 생산해내는 좋은 발전기가 필요했지만 당시의 발전기로는 어림없었다.
에디슨은 실험실의 연구원들을 독려해 뛰어난 발전기를 만드는 연구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에디슨도 직접 시도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에디슨은 결국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를 고용했다. 그는 존 홉킨슨(John Hopkinson)이라는 엔지니어로, 에디슨은 홉킨슨에게 전구 1,000개를 밝힐 수 있는 발전기의 설계를 부탁했다. 홉킨슨은 발전기를 관통하는 과학적 원리를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결국 여러 가지 실험 끝에 발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홉킨슨이 만든 것이 바로 에디슨의 점보 발전기(Jumbo Dynamo)다. 점보는 당시 뉴욕 서커스에서 인기를 끌던 거대한 코끼리의 이름이었다.
(/ pp.191~192)

누가 인터넷의 ‘아버지’인가? 랜드 연구소의 폴 배런? 아르파의 릭라이더? 역시 아르파의 로런스 로버츠? 1973년에 TCP/IP를 만든 빈턴 서프와 로버트 칸? 1989년에 HTTP라는 프로토콜과 HTML이라는 컴퓨터 언어를 만든 팀 버너스리? 어떤 사람들은 빈턴 서프와 로버트 칸을 인터넷의 두 아버지라고 꼽고, 다른 이들은 여기에 처음으로 컴퓨터 네트워킹을 실현시켰던 로런스 로버츠를 더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팀 버너스리를 인터넷의 진정한 아버지라고 평가한다. 지금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HTTP 프로토콜로 연결되는 웹사이트를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질문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인터넷이라는 기술 시스템은 한 시점에 발명된 것이 아니라 배런의 아이디어, 릭라이더의 이상, 테일러와 로버츠의 조직력과 추진력, BBN의 칸과 동료들이 만든 IMP, NWG의 첫 NCP 프로토콜, 칸과 서프의 TCP/IP, 버너스리의 웹 등 수많은 상이한 이론적, 기술적 요소들이 서서히 종합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사의 많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경우에도 발명은 ‘순간’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 p.231)

1913년에 포드 공장은 이렇게 완전히 어셈블리 라인으로 설계되었고, 모든 부품은 컨베이어 벨트 위를 통과하면서 사람들에 의해 조립되기 시작했다. 조립한 부품은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고, 그걸 받은 사람은 또 다른 부품을 조합해 다음으로 넘겼다. 이렇게 넘기고 넘기다 보면 나중에는 거의 완성된 섀시(자동차의 차대)가 만들어지는 방식이었다. 또 다른 라인에서는 섀시 위에 얹는 차체를 만들어 옆으로 넘기면 그 옆에서는 섀시와 차체를 같이 조립했고 그렇게 완성된 차가 출시되었다.
가장 중요한 동력 장치를 만드는 어셈블리 라인의 단순한 작업 방식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볼트와 너트를 조이는 작업에서는 한 사람은 볼트만 넣고 옆에 있는 사람은 너트만 넣었으며, 그 옆에 있는 사람은 이것을 조이기만 하면 될 정도로 세분화되어 있었다. 이런 작업 방식을 갖춘 포드의 공장에서는 1년에 25만 대의 차가 생산되었다.
(/ pp.245~246)

나는 컴퓨터의 시작을 튜링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바로 자카르의 방직기다. 이 방직기에는 천공 카드라는 도구를 사용했다. 옷감에 무늬를 넣기 위해 실이 들어갈 때 어느 부위를 열어야 하고 어느 부위를 닫아야 하는지를 조절하는 천공 카드를 사용했는데, 천공 카드의 구멍들이 지금으로 보자면 일종의 프로그램인 셈이다. 넣고자 하는 무늬의 유형을 천공 카드에 프로그램화해서 옷감을 짰기 때문이다. 이 천공 카드를 이용하면 엄청나게 정교한 무늬의 옷감을 짤 수 있었다. 자카르는 이 방직기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초상화를 방직기로 짰는데, 실크로 된 자신의 전신 초상화를 짜기 위해 사용한 천공 카드는 무려 2만 4,000장이었다.
(/ p.262)

아이폰은 한 사람에 의해, 특히 스티브 잡스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니다. 잡스는 애플이 전문성을 갖지 않은 휴대전화 개발에 회의적이었고, 전망을 가진 회사의 임원들은 잡스를 설득해야 했다. 2001년에 출시한 아이팟으로 애플의 매출과 이윤이 늘었지만, 애플의 임원들은 기존의 휴대전화가 아이팟의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전화 회사인 모토로라와의 공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휴대전화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애플은 모토로라와 공조하던 2004년 말부터 자체적으로 인터페이스 개발을 시작했고, 2005년 8월에 퍼플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두 팀을 꾸려 경쟁시켰다. 이 경쟁의 결과 멀티 터치스크린이 선택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아이폰은 2007년에 출시되었고 2008년에는 두 번째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앱스토어가 시작되었다.
(/ pp.289~290)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진정으로 자율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정말 그럴까? 자율주행 자동차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모두 자동으로 파악해서 운행한다. 그래서 이 장애물들이 무엇인지 먼저 인식하게 해줘야 한다. 멈춤 표시를 비롯해 자전거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 버스, 횡단보도와 같은 사물들을 모두 인식하게 해줘야 한다. 물론 그 사물에 태그를 달아주는 일은 모두 사람이 하게 된다. 그러니까 만약 이 태그가 불완전하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더 많이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태그가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자율주행 자동차는 더욱 자율적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더 많은 사람이 관여할수록 자동차는 더 자율적이 되는 듯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동차는 혼자 운행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매우 많은 사람의 노력과 노동이 합쳐진 결과물인데 자동차가 자율적으로 운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 pp.30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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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5종
판매수 5,034권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크로스 사이언스』 『포스트 휴먼 오디세이』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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