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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그림들 :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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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조상인
  • 출판사 : 눌와
  • 발행 : 2020년 09월 11일
  • 쪽수 : 404
  • ISBN : 979118907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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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이 마주 서 바라봐 줄 때,
그림은 다시 살아난다
미술가들의 삶과 시대의 숨결이 새겨진
한국 근현대미술의 명작들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적인 미술가 37인과 우리 곁에 남은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미술 현장에서 십수 년 동안 일한 지은이는 학술적·전문적 분석 대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그림의 아름다움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화가들의 치열했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상까지 생생하게 그려내는 이 책과 함께라면 한국 근현대미술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맑은 별빛처럼 청아하다. 치열한 근현대사를 뚫고 살아남은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노라면 우리 앞 세대의 삶의 무게까지 진지하게 다가온다. ‘역사는 발로 써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치지 않는 현장 인터뷰와 치밀한 사료의 교차 점검으로 망각으로 흐를 한국의 근현대미술이 새로운 서사를 갖추고 재탄생하게 되었다. 기쁘고, 반갑고, 다행이다.
-양정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한국 근현대미술의 아프고 치열했던 발자취
본격적으로 서양미술이 들어온 지 백여 년, 한국 근현대미술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화가들을 비롯해 오지호, 변관식, 김창열, 이우환, 이승조 등 각자의 영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미술가 37인의 삶과 작품을 담았다. 그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고, 드라마틱했다. 전쟁과 독재, 가난 탓에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고난을 겪어야 했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먹고살기도 힘든 와중에 떠난 유학 생활 중 생계를 유지하려 막노동을 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들 아무리 힘들어도 그림 그리기를,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길 멈추지 않았다. 숨 막히는 식민지배 하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붓을 놀렸고, 총탄이 날아드는 피난길에도 스케치북을 들고 다녔다.
그림이 영원히 사라지고 말거나, 혹은 사라질 뻔한 위기를 넘긴 경우도 많다. 나혜석과 구본웅의 그림은 상당수가 전쟁의 와중에 불타 사라졌다. 이중섭의 그림은 친구 박고석의 집에서 불쏘시개로 사라진 것도 여럿이다. 월북화가 이쾌대의 그림은 남쪽에 남은 부인이 다락방에 꽁꽁 감추어둔 덕에 엄혹한 시절을 견뎌내고 다시 빛을 볼 수 있었고,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인 1940년 전후에 완전 추상을 이룬 유영국의 초기작들은 망실된 지 반세기가 지난 뒤에야 딸 유리지와의 협업으로 재제작되어 비로소 세상에 소개될 수 있었다.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말 그대로 ‘살아남은’ 그림들이 책에 실려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그림, 시대와 인생을 담다
그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꼭 그 배경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 되기 마련이다. 화가의 삶, 그리고 그림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감동은 배가 된다. 그렇다면 일제의 식민지배, 해방 이후 겪은 분단과 한국전쟁, 독재와 그에 맞선 투쟁, 급속한 근대문물의 유입과 산업화까지. 이 모두를 불과 한 세기에 겪은 우리 근현대사는 미술에 어떻게 나타나 있을까?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이었지만 숱한 시련을 겪어야 했던 나혜석은 어딘가 불안한 눈빛의 〈자화상〉을 남겼다. 일본을 통해 서양미술을 들여왔다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 오지호는 본인도 일본에 유학해 미술을 배웠지만 이후 한국의 빛과 색을 그려내려 애썼고 또 성공했다.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한 최영림은 전쟁이 끝나고 20년도 더 지나서야 그간 간직해 온 감정을 실어 한국전쟁의 비극을 그렸다. 강직한 성격 탓에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고초를 겪었던 화가 윤형근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을 전해 들은 뒤, 언제나 꼿꼿하던 화폭 속 기둥들을 비스듬히 무너뜨렸다.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른 이응노는 교도소에서도 간장으로 그림을 그리고, 밥알로 조각을 빚었다. 척주측만증으로 평생을 고생한 손상기는 팔을 들어올리기조차 힘들었음에도, 급격하게 성장하는 도시 속에서 소외된 이들을 화폭에 담았다.

한국 미술, 그 구석구석을 주목하다
‘단색화’의 인기와 함께 한국 미술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갈수록 화제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하마터면 잊힐 뻔했거나, 예술적 성취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화가들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러한 화가들도 놓치지 않고 다뤄, 그간 우리가 정작 우리나라의 화가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가 돌이키게 한다. 고려인 화가 변월룡은 연해주에서 태어나 줄곧 소련에서 그림을 그렸음에도 언제나 부모의 고국을 그리워했고, 한국전쟁 이후 잠시 북한에 파견되어 평양미술학교의 재건에 참여했으나 북한에 귀화하지 않았단 이유로 다시는 방문을 허락받지 못했다. 우리가 변월룡의 존재를 알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의 미술관 복도에서 그의 그림을 보고 그가 한국계임을 짐작한 미술평론가 문영대 덕분이었다.
최초로 유럽 유학파 화가인 배운성은 월북한 후 역시 한국에서 잊혔으나, 프랑스 유학 중이던 전창곤 대전프랑스문화원장이 우연히 파리에서 그의 그림을 발견한 덕에 재조명받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곽인식은 1960년대부터 물성 탐구에 집중하여 일본의 모노하 운동에 영감을 주고 이우환에게 영향을 끼치는 등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였으나, 정작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80년대 말부터였다. 이외에도 이 책에선 각각 통영,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하며 그곳의 고유한 풍경을 독창적인 미감으로 승화한 전혁림, 변시지 등도 소개하고 있다.

치열한 자료 조사와 취재로 탄생한, 최신의 한국 근현대 미술사
이 책을 쓴 조상인 기자는 십수 년째 미술·문화재 분야에서만 일한 전문기자다. 덕분에 직접 화가들 본인 혹은 그 유족과 연구자들을 만나 교류하며, 발로 뛰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자료와 최신 연구 결과를 접해왔다. 그 결과, 이 책을 통해 기존에 잘못 알려졌던 사실을 바로잡고, 새로운 자료를 소개할 수 있었다. 오지호의 〈남향집〉은 그동안 초봄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로는 초겨울의 모습을 담은 것임을 이 책에서 밝혔다. 1948년 오지호 최초의 개인전 당시 화가 본인이 직접 작품목록집에 쓴 작품해설을 확인한 덕이다. 배운성이 그린 〈가족도〉의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과 사실관계를 정리해, 배운성 본인의 어머니와 동생 등이 그려져 있음을 추론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윤중식이 1951년 한국전쟁 당시 피난 와중에 그린 스케치와 수채화가 실린 스케치북은 작년 여름 이 책의 출간을 준비하던 중 저자가 직접 유족과 만나 최초로 확인한 자료로, 올해 6월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전쟁 70주년 특별전시에도 출품되어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150여 점에 이르는 명작들, 언젠가 직접 마주할 때를 기다리며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지금 우리는 전에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겪고 있다.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통제된 일상 탓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미술관과 갤러리도 대부분 문을 닫거나 전시 일정을 미루고 있어 그림 보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쉽지 않아졌다. 이 책에는 모두 합치면 150점에 달하는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표작들이 실려 있다. 책에 실을 작품을 선정할 때는, 가능한 실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쉽도록, 개인 소장품보다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국공립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을 중심으로 골랐다. 현재 전시 중이나 코로나로 인한 휴관 탓에 관람이 불가능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2021년 4월 예정)와 과천관의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2022년 7월 예정)에 나와 있는 작품도 다수 책에 실려 있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파이프의 화가’ 이승조 역시 올해 11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언제가 직접 감상할 그날을 기다리며, 책을 통해서나마 아쉬움을 달래보자.

추천사

양정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맑은 별빛처럼 청아하다. 치열한 근현대사를 뚫고 살아남은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노라면 우리 앞 세대의 삶의 무게까지 진지하게 다가온다. ‘역사는 발로 써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치지 않는 현장 인터뷰와 치밀한 사료의 교차 점검으로 망각으로 흐를 한국의 근현대미술이 새로운 서사를 갖추고 재탄생하게 되었다. 기쁘고, 반갑고, 다행이다.

최열(미술사학자)
한국의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을 연결하는 100년을 겨냥해, 그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작가들 하나하나를 살핀 책은 무척 드물었다. 상냥하면서도 강단 있는 문체는 우리 미술에 대한 애정이자, 자부심으로 읽힌다.

김인혜(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20세기 한국의 격변기 속에서도 기적처럼 ‘살아남은’ 작품들! 그 보석 같은 작업들의 가치가 눈과 마음으로 오롯이 전해진다. 미술사학을 전문으로 공부해 작품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십수 년간 현장을 누빈 저자의 세심함과 성실함이 책 구석구석에 담겨 있다.

목차

들어가며

1 고뇌에서 움트는 희망
나혜석-나는 인형이었네, 그네의 노리개였네
구본웅-붉은 눈빛에 담은 식민지 지식인의 억눌린 내면
남 관-나는 두 번의 전쟁을, 숱한 죽음을 보았다
이쾌대-해방의 기쁨을 쏟아내고, 역사의 아픔에 묻히다
이중섭-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이라오
윤형근-굴곡진 시대를 겪으며 추구한 삶의 성찰
손상기-삭막한 도시, 하지만 희망은 있다

2 사무치는 사랑, 그리운 가족
배운성-옹기종기 모인 대가족, 애틋한 그리움을 채우다
김환기-그리운 이의 눈동자 같은 점을 모아서
최영림-가족과 헤어진 화가가 그린 전쟁의 비극
장욱진-까치 아빠의 고독과 성찰, 안식처는 가족
이성자-지구 반대편 향해 그리움으로 놓은 다리
김흥수-기인 화가를 가장 잘 이해한 이, 그의 아내

3 이 땅, 이곳의 사람들
오지호-초겨울 햇살의 따사로움까지 담은 청명한 그림
이인성-핏빛 붉은 땅, 살아남아 그날을 기다리리
박수근-그림으로 그린 인간의 선함, 진실함
전혁림-하늘을 끌어놓은 듯 푸른 남해, 정겨운 항구
변월룡-고려인 화가가 그린 고국의 봄
박고석-전쟁 속에서도 놓지 않은 삶에 대한 의지
변시지-처연한 바람에 휩싸인 누렇고 검은 제주

4 자연의 아름다움, 그 생명력
도상봉-지친 마음을 보듬는 싱그럽고 온화한 꽃다발
윤중식-그렇게 시간은, 빛은 층층이 내려앉는다
유영국-산은 내 앞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이대원-풍요와 행복을 품은 생동감 넘치는 산
김종학-자유롭게 어울려 살 부비며 함께 사는 자연

5 전통에서 벼려낸 새로움
이상범-일상의 자연, 대가가 사랑한 한국의 풍경
변관식-반골 화가가 그려낸, 꿈틀대며 치솟은 바위
이응노-통일과 화합을 염원하는 흥겨운 군무
권영우-찢긴 한지에 스민 젊은 날의 아픈 초상
서세옥-화폭 가득, 붓 지난 자리마다 펼쳐지는 춤사위

6 끝없는 미의 추구
곽인식-물성 탐구의 효시,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
권옥연-휘영청 뜬 보름달, 간밤 꿈 같은 풍경
김창열-쏟아져 내릴 듯한 송글송글 물방울
박서보-비움이 새겨진, 체념한 듯 발버둥치는 선
이우환-화폭 뒤덮은 수백 개의 점, 교감의 미학
최욱경-그래도 내일은, 다시 솟는 해로 밝을 것입니다
이승조-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본문중에서

어떤 이는 ‘다 죽게 생겼는데 그림을 그리냐’, ‘그깟 그림이 밥 먹여주느냐’라고 한 소리 했을지도 모른다. 실제 유화가 불이 잘 붙고 캔버스가 오래 탄다며 추위에 불쏘시개로 사라진 그림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화가들에게 그림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시키는 대수로운 존재였다. 그림이 밥보다 중했고 목숨만큼 귀했다.

변월룡은 소나무를 많이 그렸다. 희고 곧은 러시아의 자작나무와 달리 한국의 소나무는 줄기가 검붉고 구불구불하게 뒤틀렸다. 다시 가게 되면 북한 친구들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바람’이라 이름 붙인 소나무 그림을 여러 점 제작했지만 결국 고국 재방문은 무산됐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방랑하는 바람을 따라 변월룡의 소나무는 유난스레 굽이친다. 나무의 굽은 허리가 굴곡진 화가의 인생, 우리 민족의 역사와 닮았다.

화가가 꾸준히 한 곳만 바라보는 것은 지루하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그가 추구한 것은 보이는 것 이면의 본질이었고 그 안에서 장엄하고 절대적인 어떤 것을 찾는 일이었다. 유영국은 자기 안에 자신만의 산을 가진 사람으로 뚝심을 지켰다. 그가 남긴 저 태양 같은 산은 흔들리지 않고, 내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는 든든한 다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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