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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순간, 검은 예감

원제 : Dichtungen und Briefe. 1, Historisch-kritische Ausgabe : Gedichte. -- 2., erg. Au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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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민음사 세계시인선 46번으로 게오르크 트라클 대표 시선집 『푸른 순간, 검은 예감』이 출간되었다. 게오르크 트라클은 유럽 표현주의 대표 시인으로,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했다. 당시 유럽은 전통의 쇠락과 새로운 시작이 길항하고 있었고, 특히 오스트리아는 미술, 음악, 문학, 정신의학, 철학 등 예술과 사상의 전 분야에서 미증유의 탐험과 특이한 문화적 동요가 함께 일어나던 공간이었다. 유복한 사업가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건강하고 바른 시민의 삶에 그다지 잘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세기의 전환을 온몸으로 살아 내며 끝까지 ‘몰락하는 자’로서 노래했다. 그의 시에서는 바깥으로 발산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고통, 우울과 전망 없음이 자연의 다채로운 색채와 음향이 뒤섞인 독특한 감각으로 구현된다.

출판사 서평

● 하이데거는 트라클의 시에서 ‘존재의 진리’를 찾았다!

“이 아름다운 시 속의 모든 시작과 흘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달콤하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녁에 박쥐들의 울음소리 들려오고.
두 마리 가라말이 초원에서 뛰어논다.
붉은 단풍나무는 바람에 살랑거린다.
나그네에게 길가의 작은 선술집 나타나고.
새 포도주와 견과들은 맛이 훌륭하다.
어둑해져 가는 숲에서 술에 취해 비틀대는 것은 멋지다.
검은 가지사이로 고통스러운 종소리 울린다.
얼굴에 떨어지는 이슬방울.
- 「저녁에 나의 마음은」에서

그의 시는 말로 에워싸여 있지만 침묵에 가깝다.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트라클 시의 특징을 “한없는 말없음을 둘러싼 몇 겹의 울타리”라고 칭하기도 했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똑바로 가리키는 명확함 대신, 우리가 끝없이 마주치는 것은 바로 색채와 소리다. “트라클의 시는 색채로 연주하는 음악이다.”(「작품에 대하여」에서) 트라클의 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의 언어에 앞서 이미 모든 ‘존재’가 말 없는 소리로 인간에게 다가온다며, 이 ‘존재의 언어’와의 관계에서 언어의 본질을 찾았다. “한 시인의 시는 말해지지 않은 채로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는 어떤 하나의 시 전체로부터 말하며, 매번 이 전체를 말한다.”(하이데거) 하이데거가 이러한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가능성으로 꼽은 것이 바로 트라클의 시작(詩作)이다. 그는 트라클의 시에 대해 "시야의 폭, 사유의 깊이, 말 행위의 단순 소박함이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친밀하고도 영원하게 빛난다."고 남겼다.

영혼은 지상의 나그네. 결딴난 숲 위로 성스럽고
푸른 어스름이 지고, 마을에서 들려오는
길고 검은 종소리. 평화로운 동반자.
망자의 하얀 눈꺼풀 위로는 조용히 도금양이 피어난다.

가라앉는 오후 속에 물소리 나직이 울린다.
물가의 황야는 더욱 짙게 파래지고, 장밋빛 바람 속 기쁨.
저녁 언덕에 들려오는 오빠의 부드러운 노랫소리.
- 「영혼의 봄」에서


● 실존의 고통을 색채로 그린 표현주의 대표 시인
프란츠 마르크, 에곤 실레, 바실리 칸딘스키와 함께 읽다
트라클 시의 색채는 그 무렵 막 일어나기 시작한 표현주의 미술과도 겹친다. 표현주의 회화는 현실을 뛰어넘어 주관적 감정과 감각의 주체를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구도나 구성에 있어서 전통적인 규범을 파괴하고 강렬한 색채가 특징이다. 트라클 역시 당시 표현주의 화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고, 오스카 코코슈카의 그림 「바람의 신부」의 경우는 그의 시 「밤」과 연결된 한 쌍이다. 동시대의 정신이 시와 그림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으로 구현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새로운 모더니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책에는 표현주의 미술의 대표 화가들의 작품이 함께 실렸다. 자연, 특히 동물로서의 순수를 그린 프란츠 마르크, 자아의 불안한 욕망을 화폭 위에 옮긴 에곤 실레, 색채와 음향을 조합하고자 했던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은 모두 트라클 시와 닿아 있고, 닮아 있다.

끝없는 고통에
너는 신을 사냥하러 나섰다,
부드러운 정신이여,
폭포 속에서,
물결치는 전나무 숲에서 한숨지으며.

종족들의 불꽃은 사방에
금빛으로 활활 타오르고.
검게 물든 벼랑 위로
죽음에 취해
작열하는 바람의 신부가 곤두박질치고,
빙하의
푸른 파도,
계곡 사이로 굉굉 울리는
세찬 종소리.
- 「밤」에서

● 새로운 세계의 도래와 기존 세계의 몰락을 아프게 예감했던 예술가의 상징
트라클은 제 시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작가였다. 그는 구체제에 완전한 종말을 가져온 사건인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한 1914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위생장교로 참전했던 첫 전투에서 그는 끝없이 밀려드는 부상병들의 피에 젖었다. 재앙과도 같은 충격에 완전히 정신이 무너졌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등지게 된다. 그의 짧은 생은 타고난 우울과 아주 어린 시절부터의 죄의식, 실존의 고통이 언제나 함께했다. 이러한 고통은 저물어가는 시대와 궤를 같이 했고, 가장 예민한 존재로서 시인은 기존 세계의 파멸이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완전히 다른 새 세계의 도래를 가장 아프게 맞이했다.

오, 저녁 바람은 얼마나 쓸쓸하게 그치는가.
올리브나무의 어둠 속에서 머리는 죽어 가며 기운다.
종족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이 시간에 바라보는 자의 눈은
그의 별들의 황금빛으로 가득 찬다.
저녁에 종소리는 잦아들어 더는 울리지 않는다.
광장 옆의 검은 장벽들은 무너지고,
죽은 병사는 기도를 외친다.
- 「헬리안」에서

세계가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면, 그러나 그 도래할 다음 세계도 장밋빛으로 전망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트라클의 시는 몰락하는 세계의 아름다움을 고이 쥔다. 그렇게 눈앞의 진실을 더욱 똑바로 바라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언어 그 이상, 그 너머의 언어로 무너져 내리는 세계, 그리고 다시 탄생할 세계를 예언자처럼 노래한다. 새로운 시대는 부드럽고 유순하게 오지 않는다. 변화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 있은 후에야 가능하다. 위기와 변화는 같은 뜻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대격변의 시대와 공명하는, 혹은 이 시대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우리 영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디에 머물게 될까? 100여 년 전 가장 예민한 정신이 진리를 찾기 위해 헤맸던 기록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리 파란 짐승이 늘 따라오니까,
어둑한 숲속에서 지켜보는 짐승이다,
이 어두운 오솔길에서,
밤의 화음에, 부드러운 광기에
깨어 움직이며.
또는 어두운 황홀의 음조가
현악기를 가득 채워
속죄하는 여인의 서늘한 발치에 닿는다,
돌로 된 도시에서.
- 「수난」에서

목차

1부 시집
까마귀들
미라벨 궁전의 음악
겨울의 황혼
아름다운 도시
가을에
저녁에 나의 마음은
가을의 변모
겨울에
인류
심연에서
트럼펫
화창한 봄
우울
오후에게 속삭이다
누이에게
조락
저녁 노래
밤 노래
헬리안
2부 꿈속의 제바스티안
어린 시절
풍경
소년 엘리스에게
엘리스
꿈속의 제바스티안
봄에
란스의 저녁
카스파 하우저 노래
공원에서
겨울 저녁
고독한 사람의 가을
안식과 침묵
탄생
종말
서양의 노래
변용

침묵하는 자들에게
수난
겨울밤
잡힌 지빠귀의 노래
3부 1914년과 1915년 《브레너》에 발표한 시들
마음

뇌우
저녁

귀향
그로덱
4부 유고
노발리스에게
주(註)
작가 연보
작품에 대하여: 독일 표현주의 서정시의 스타 (김재혁)
추천의 글: 트라클을 만나러 가는 길 (박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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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게오르크 트라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87

표현주의 시단(詩壇)에서 가장 뛰어나고 높이 평가되는 트라클은 27세의 나이에 자살하였다. 그는 오스트리아 소도시인 잘츠부르크의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어릴 적부터 매우 총명하고 시에 재능을 발휘하였다. 가정교사의 덕택으로 불어를 습득하여 랭보, 보들레르의 시를 탐독하였다. 그래서 그의 초기 시는 보들레르, 랭보적인 시풍이 나타난다. 1912년 이후 잡지 〈브렌너〉의 편집자인 핏커를 만남으로 도움을 받고 잡지에 많은 작품들을 발표한다. 트라틀은 스스로 퇴패한 집안의 후예라고 여기고 집안에 대해 반항과 절망 속에서 구원을 찾아 헤매는 인생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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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혁 [역]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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