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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원제 : 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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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연한 개인들의 사회를 위한 철학

갈수록 다원화하고 복잡해지는 시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연하고 유동적인 정체성의 존재로 살아가게 된 우리 개인들은 어떤 식의 연대와 사회적 희망을 상상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이 책에서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개인들을 위한 철학적 제안을 내놓는다. 로티는 우리 존재의 우연성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언어도, 자아도, 공동체도 발견되어야 할 본질 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철저히 역사적인 산물이며 스스로를 만들어가야 할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독특하고 특이한 개인들의 사회에서는 전통 철학이 추구해왔던 보편적인 진리는 더 이상 연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오늘날 인간의 연대는 공통의 진리보다는 차라리 공통의 이기적인 희망을 공유하는 데 달려 있는 것이다.

출판사 서평

■ 모두가 우연한 개인이 된 시대,
우리는 어떤 사회적 희망을 상상할 수 있을까?

밀레니얼 세대, 90년생, Z세대 등 온갖 세대론의 언어들이 오늘날 소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질적 사회, 집단주의 문화, 평균주의 시대와 같은 낡은 사회 현실이 종말을 고하고 다원화 사회, 개인주의 문화, 개성주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갈수록 다원화하고 복잡해지는 시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우연하고 유동적인 정체성의 존재로 살아가게 된 우리 개인들은 어떤 식의 연대와 사회적 희망을 상상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이 책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개인들을 위한 철학적 제안을 내놓는다. 로티는 우리 존재의 우연성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언어도, 자아도, 공동체도 발견되어야 할 본질 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철저히 역사적인 산물이며 스스로를 만들어가야 할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독특하고 특이한 개인들의 사회에서는 전통 철학이 추구해왔던 보편적인 진리는 더 이상 연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오늘날 인간의 연대는 공통의 진리보다는 차라리 공통의 이기적인 희망을 공유하는 데 달려 있는 것이다.

로티의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사유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25개국 번역 출간), 여전히 그 유효성을 잃지 않고 있다. 다원화의 경향이 심화되고 개인주의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그 반작용으로 타자 혐오 또한 커지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잔인성과 고통을 줄이고 ‘우리’라는 영역을 확장하려는 사회적 희망이야말로 우리가 가꾸어가야 할 자유로운 미래의 모습임을 말해준다.

■ 진리와 이념의 시대에서 우연성과 상상력의 시대로
- 우연한 개인들의 사회를 위한 철학

과거의 세계는 진리와 거짓, 옳음과 그름, 아군과 적군이 확실했던 시대였다. 공산세계와 자유세계, 군부독재 세력과 민주화 세력 등과 같은 역사적 대결 앞에서 개개인의 삶은 공동체의 삶과 불가분하게 통합되어 있었다. 진리와 이념은 역사적 투쟁을 위한 유용한 무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개인의 자율성이 부각되면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분리가 전면화하고 있으며, 더 이상 진리와 이념은 과거와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개인들 간의 공감과 연대가 새로운 공적인 가치로 여겨진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으로 이런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일찍이 리처드 로티는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1989)에서 이 새로운 전환을 예견하고 이를 옹호하고자 했다.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의 어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초창기에는 극히 중요한 것이었으나, 이제는 민주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다.”(112쪽) 로티는 진리, 이념, 도덕적 의무와 같은 합리주의의 어휘가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필연적 진리보다 역사적 우연성에, 이념보다 상상력에 초점을 맞출 때 어떻게 새로운 상상력이 ‘우리’의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연대를 창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유토피아에서 인류의 연대는, ‘편견’을 제거하거나 혹은 이전까지는 감추어졌던 깊은 진실을 캐냄으로써 인식될 하나의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성취되어야 할 하나의 목표로 보이게 될 것이다. 그것은 탐구가 아니라 상상력, 즉 낯선 사람들을 고통받는 동료들로 볼 수 있는 상상력에 의해 성취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연대는 반성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다. 그것은 낯선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굴욕의 특정한 세부 내용들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창조된다.”(26쪽)

이렇듯 연대는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우리’를 확대해가는 문제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그들’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하나’로 보게 하는 이 과정은, 낯선 사람들이 어떠한지에 대한 상세한 서술의 문제이자 우리 자신들은 어떠한지에 대한 재서술의 문제이다. 로티는 이것이 이론의 과제가 아니라 이야기(narrative)의 과제, 즉 소설, 영화, 저널리즘, 다큐드라마 등의 과제라고 말한다. 요컨대 이론이 아니라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우연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상세히 서술되고 공감을 얻음으로써 연대의 계기가 되고 도덕과 정치를 진보시키는 힘이 되는 것이다.

■ “당신은 고통받고 있는가?”라는 물음과 “당신은 우리가 믿고 원하는 것을 믿고 원하는가?”라는 물음
- 새로운 세대가 꿈꾸는 자유주의 유토피아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로티가 던지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의식은 사적인 자아창조의 추구와 공적인 연대의 희망을 이론적으로 결합시킬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과거의 세계에서는 하나의 진리나 이념이 개인과 공동체 모두를 관통하면서 삶의 방향성을 확립해주었으나, 이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단일하고 초월적인 진리란 없다. 그래서 로티는 우리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개인적 우연성을 음미하고 자신의 과거를 직시하면서 사적인 자아창조 행위를 수행해야 하며(아이러니스트의 과제),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우연성을 이해하고 공통의 이기적인 희망을 그들과 함께 공유하려는 공적인 연대를 창출해야 한다(자유주의자의 과제).

이처럼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은 “당신은 우리가 믿고 원하는 것을 믿고 원하는가?”라는 물음과 “당신은 고통받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구분하는 것이며, 세계관에 관한 물음과 고통에 관한 물음을 구분하는 것이다. 요컨대 이것은 우리가 동일한 본성, 동일한 어휘, 동일한 신념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하고 그것을 융합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각자의 진리나 이론, 어휘나 신념이 다르다는 것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모두가 하나의 진리나 이념을 공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인간이 다른 인간에 의해 굴욕당하지 않도록 자유주의의 희망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래서 로티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전통 철학의 표어를 다음과 같이 뒤집는다. “우리가 자유를 돌본다면, 진리는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것이다.”(359쪽)

이 책에서 로티가 제시하는 ‘자유주의 유토피아’는 인간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하고,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더 가진 자가 빼앗는 것을 저지하는 기획으로서, 단순한 자유지상주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민주주의적인 분배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며, 각자의 자아창조를 위해 최대한의 여지를 주는 사회, 그래서 각자가 자신만의 특이한 환상을 실현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사회이다. 이것은 21세기의 새로운 세대들이 바라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는 사회상이 아닐까? 이 점에서 이 책을 21세기 사회를 예견한 20세기 마지막 철학서라고 불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문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의 모험
- 플라톤에서 하이데거와 데리다까지, 프루스트에서 나보코프와 오웰까지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로티는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다. 밀란 쿤데라의 인용구로부터 책을 시작하여 필립 라킨의 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나보코프의 『롤리타』, 오웰의 『1984』 등 다양한 문학작품들이 곳곳에서 심도 깊게 다뤄진다. 20세기 미국의 분석철학이 철학을 ‘과학화’하려고 했다면, 로티는 철학을 다시 ‘문학화’한다. 이를 통해 로티는 철학이란 초월적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새롭게 재서술하는 작업임을 밝힌다. 이 점에서 문학과 철학은 다르지 않다.

이때 로티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철학적 인물상이 바로 ‘아이러니스트’(ironist)이다. 아이러니에 반대되는 말은 상식이다. 상식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습관화된 어휘로 자신을 서술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스트가 보기에 상식적인 삶은 자신만의 삶이 없이 그저 누군가의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아이러니스트란 자신만의 어휘를 창조함으로써 자신만의 사적인 자아를 만들어가려는 사람을 가리킨다. 로티가 보기에 이런 자기창조 작업은 지식인이나 엘리트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통찰과 더불어 로티는 사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추구가 때로는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통찰하고 있다. 자아창조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우리는 쉽게 ‘무관심의 괴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티는 특히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와 『창백한 불꽃』이 이런 문제의식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말한다(7장 참조).

이처럼 로티는 사적인 자아창조의 필요성뿐 아니라 그 위험성을 동시에 지적하면서, 우리가 아이러니스트의 과제과 자유주의자의 과제를 둘 다 수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점에서 아이러니스트는 자유주의자가 되어야 하고, 자유주의자는 아이러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가 되기를 열망했던 로티의 사회적 희망이자 철학적 메시지였다.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란 괴로움이 장차 감소될 것이며,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에 의해 굴욕을 당하는 일이 멈추게 되리라는 자신의 희망을 그렇듯 근거지울 수 없는 소망 속에 포함시키는 사람이다.”(25쪽)

추천사

마사 누스바움(시카고 대학교 철학 교수)
“로티는 철학과 문학 사이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서 커다란 공헌을 했다. 그는 도덕적 진보에는 상상력과 공감의 함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너무 자주 간과되는 중요한 진실이다.”

사이먼 블랙번(케임브리지 대학교 철학 교수)
“로티는 용기 있고 도발적이며 짜릿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우리 마음을 깊숙이 건드린다. 그는 우리 철학자들에게 하나의 랜드마크였다.”

위르겐 하버마스(독일의 철학자)
“흠잡을 데 없는 학술적 산문을 구사한 몇 안 되는 철학자들 가운데에서도 로티는 시적 정신에 가장 근접해 있다. 로티의 글이 문학처럼 세계를 열어주는 힘을 갖게 된 이유는 얼어붙은 전문 용어들을 갱신하여 눈을 새롭게 뜨게 만드는 창의적인 혁신 전략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쳐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표현들로 나를 놀라게 했던 동료는 로티 말고는 없었다.”

로버트 브랜덤(피츠버그 대학교 철학 교수)
“로티의 영향력은 그의 죽음 이후로 점점 커지고 있다. 당시 분석철학 내에서 로티보다 주류였으며 더 인정받았고 더 영향력이 컸던 사람들과 비교할 때 로티는 더 큰 비율로 새로운 독자들을 얻고 있다. 나는 철학자들이 새로운 세대의 젊은 철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는 사람과 그들의 시대에 기여했던 사람으로 나눠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로티의 철학이 셀라스가 ‘영원한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 즉 그가 쓴 것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게 될 지속적인 관심사를 다루는 데 기여한 철학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이먼 크리츨리(뉴욕 뉴스쿨 교수)
“리처드 로티는 분석철학과 대륙철학에 한 발씩 담그고서 양 진영의 차이를 흐릿하게 만들려고 한결같이 영웅적으로 시도해온 영어권의 몇 안 되는 철학자들 중 한 명이다.”

아그네스 헬러(헝가리의 철학자)
“로티의 책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 책과 몇 주간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 책이 너무 도발적이고 흥미진진해서 이제 그것에 대해 또 다른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즈마 히로키(일본의 철학자)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는 중요한 책이다. 포스트모던의 본질은 ‘내가 믿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그것을 모두가 믿어야 한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인데, 그 갈등에 대해 가장 쉽게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거대서사의 소멸’에 대해 말하면, ‘아니요, 나는 거대서사를 아직도 믿고 있습니다’와 같은 반론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반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하버드 철학 리뷰
“철학자가 잘못된 가정들을 폭로하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며, 자기 혼자 진지한 척하는 것을 조롱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 우리 시대 로티에 비길 만한 철학자는 없을 것이다.”

하버드 북리뷰
“이 책에서 로티는 진리가 아니라 지혜를 제공한다. 그의 모든 작품과 마찬가지로 박식함과 재치, 보기 드문 설명의 명료함을 겸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영미 철학은 사소한 질문들에 사로잡혀 유별나게 전문적이 되었고, 현대 프랑스 철학은 종종 지나치게 모호하다. 로티는 전문성과 모호함을 모두 거부하며 일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써냈다. 이 책은 많은 독자를 갖게 될 것이다.”

정치 저널
“로티는 푸코와 데리다 같은 탈근대주의자들과 하버마스와 듀이 같은 근대성의 옹호자들 사이에서 생겨난 교착상태의 탈출구를 찾고 있다. 이것은 놀라운 책이다. 로티의 방법은 다양한 반대자들의 주장을 공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언어와 자아, 윤리와 정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적 이미지를 환기함으로써 그 반대자들을 흥미롭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 이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세심함과 감수성은 독자로 하여금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해줄 것이다.”

철학과 문학
“이 책은 끊임없이 도발적이며 모든 페이지가 철학적 사고를 자극한다.”

래디컬 필로소피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는 읽기 쉽고 유익하며 끊임없이 흥미로운 책일 뿐 아니라 우리의 ‘포스트모던’ 시대의 전반적인 철학적, 정치적 전망에 관한 대담하고 시사적인 선언문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서론

1부 우연성
1장 언어의 우연성
2장 자아의 우연성
3장 자유주의 공동체의 우연성

2부 아이러니즘과 이론
4장 사적 아이러니와 자유주의의 희망
5장 자아창조와 동화同化: 프루스트, 니체, 하이데거
6장 아이러니스트 이론에서 사적인 암시로: 데리다

3부 잔인성과 연대
7장 캐스빔의 이발사: 잔인성에 대한 나보코프의 견해
8장 유럽의 마지막 지성인: 잔인성에 대한 오웰의 견해
9장 연대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잔인성에 대한 혐오는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상대적으로 깨어지기 쉬운 하나의 성취, 바꿔 말해서 직관적이고 분명한 진리에 대한 호소보다는 오히려 잔인성의 결과들에 대한 상상력 있는 재서술에 더 의존하는 하나의 성취이다.” (14쪽)

“이 책은 내가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라고 부르는 인물을 스케치할 것이다. 자유주의자란 잔인성이야말로 우리가 행하는 가장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아이러니스트’란 말로써, 자신의 가장 핵심적인 신념과 욕망의 우연성을 직시하는 사람, 자신의 신념과 욕망이 시간과 우연을 넘어선 무엇을 가리킨다는 관념을 포기해버릴 만큼 충분히 역사주의자이며 유명론자인 사람을 지칭한다.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란 괴로움이 장차 감소될 것이며, 인간이 다른 인간에 의해 굴욕을 당하는 일이 멈추게 되리라는 자신의 희망을 그렇듯 근거지울 수 없는 소망 속에 포함시키는 사람이다.” (25쪽)

“우리는 세계가 저 바깥에 있다는 주장과 진리가 저 바깥에 있다는 주장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저 바깥에 있다고 말하고 그것은 우리의 창안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상식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 안에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인간의 정신적 상태를 포함하지 않는 원인들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다. 진리가 저 바깥에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문장들이 없는 곳에는 진리가 없다고, 문장은 인간 언어의 구성 요소이고 인간의 언어는 인간의 창안물이라고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36쪽)

“모든 사람은 그들의 행위, 그들의 신념, 그들의 인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채용하는 일련의 낱말들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친구들에 대한 칭찬, 적들에 대한 욕설, 장기적인 프로젝트, 가장 심오한 자기의심, 그리고 가장 고결한 희망을 담는 낱말들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때로는 앞을 내다보면서 때로는 뒤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낱말들이다. 나는 그러한 낱말들을 ‘마지막 어휘’라고 부르겠다.” (163쪽)

“니체와 하이데거가 자신들의 개인적 정전들과 그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사소한 것들을 찬미하는 데 열중할 때, 그들은 프루스트만큼이나 훌륭하다. 그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옛 자아에 관한 교양소설을 씀으로써 새로운 자아를 창조하려는 시도를 할 때 모범으로 삼고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현대 사회에 관한 관점을 제시하거나 유럽의 운명 혹은 현대 정치에 관한 관점을 내놓자마자, 이들은 잘해야 김빠진 인물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가학적 인물이 된다.” (251쪽)

“나는 이 책에서 역사와 제도를 넘어서는 어떤 것을 원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해왔다. 이 책의 기본적인 전제는, 하나의 신념이 우연적인 역사적 상황 이상의 심층적인 어떤 것에 의해서 야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신념은 행동을 규제할 수 있으며, 그것을 위해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386쪽)

“우리는 언제나 그런 딜레마를 안고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딜레마가 철학 법정이 발견하거나 적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더 폭넓고 고차적인 의무의 집합에 호소함으로써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혹은 한 문화의 마지막 어휘를 비준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어휘들 안에는 그것이 갈등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그것을 다시 엮을 것인가를 지시해줄 아무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가진 마지막 어휘가 어떻게 확장되고 개정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힌트에 우리의 귀를 열어둔 채로 그런 마지막 어휘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이다.” (399쪽)

“자기의심으로서의 인간적 연대는 내가 보기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은 고통받고 있는가?”라는 물음과 “당신은 우리가 믿고 원하는 것을 믿고 원하는가?”라는 물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대를 특징짓는 표지로 보인다. 나의 용어로 말하자면, 이것은 당신이 고통을 받고 있느냐는 물음과 당신과 내가 똑같은 마지막 어휘를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을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물음들을 구별하는 것은 사적인 물음과 공적인 물음을, 인생관에 관한 물음과 고통에 관한 물음을, 아이러니스트의 영역과 자유주의자의 영역을 구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이것은 한 사람에게 두 가지를 모두 가능하게 해준다.” (402쪽)

저자소개

리처드 로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해당작가에 대한 소개가 없습니다.

김동식 [역]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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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와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육군사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책으로 <로티의 신실용주의>, <군대 윤리>, <현대 과학 철학 논쟁>이 있고, <실용주의 결과>,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유선 [역]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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