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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 조선의 왕들, 주역으로 앞날을 경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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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영규
  • 출판사 : 씽크스마트
  • 발행 : 2020년 07월 05일
  • 쪽수 : 20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529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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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선의 모든 군왕은 주역을 통해
신하들과 소통하고 민생을 돌봤다


조선의 근간을 세웠던 유교儒敎, 그리고 그 유교의 중심에는 '사서삼경'이라 불리는 일곱 권의 책이 있다. '사서'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삼경'은 《시경》, 《서경》, 《역경》을 가리킨다. 유교 교육에서 가장 핵심적인 서적인 이 일곱 권의 책은, 많은 시간이 지난 현대에 이르러서도 진리를 찾기 위한 이들이 즐겨 탐독하고 있다.
그중에서 《역경》이란 《주역周易》을 가리킨다. 동양철학의 종주이자 왕조시대 군왕들의 제왕학 교과서였던 《주역》은 조선의 명군인 정조가 무려 '사서삼경의 모본母本'이라고까지 칭송하며 늘 옆에 두고 읽었을 정도였다. 역대 중국 황제들은 물론이고 조선 임금들 또한 항시 손 닿는 곳에 《주역》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그 지혜를 빌렸다. 앞서 언급했던 정조의 경우, 유교의 경전을 새로 편찬할 때 신하들에게 자신이 직접 읽고 있던 책들을 내려주었는데 《주역》은 어찌나 많이 읽었던지 종이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고 한다.

《주역》은 어떤 책이기에 수많은 왕들이 그토록 아끼고 곱씹었던 것일까? 《주역》은 글자 그대로 주周나라 시대의 역易, 즉 변화에 관한 책이다. 삼라만상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없으며 우주의 운행과 함께 늘 변한다는 것이 주역의 기본 원리다. 《주역》의 괘는 총 64괘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괘 모양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그 원리만 파악하면 쉽게 깨우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괘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어내야 한다. 그래서 《주역》 공부는 절반은 수학 공부이고 나머지 절반은 인문학 공부라고들 한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많은 군왕들이 그토록 《주역》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주역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주역》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주역》과 연관된 일화들은 연원이나 역사적 의미들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동시에 핵심 메시지를 각 군왕과 신화들이 어떻게 풀어냈는지까지 담고 있어, 《주역》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입문서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즉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를 통해 《주역》의 기초적인 지식과 원리를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정치적인 사건과 정책, 제도, 학문적 논쟁 등과도 얽혀 있었기에 여타 주역 해설서보다 현장감이 넘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또한 저자 박영규 선생은 효율적으로 주역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조선왕조실록》 속에 등장하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에 《주역》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또 미시微視적인 부분에서 《주역》은 어떻게 활용되었으며 《주역》이 조선시대에서 어떤 역할을 점하고 있었는지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서문에서 재차 강조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주역》을 모르는 문신들에게는
술로 벌을 주어야 합니다"


정조와 영조, 숙종, 세조 등 조선의 모든 군왕은 《주역》을 통해 신하들과 소통하면서 민생을 돌봤다. 왕은 물론이고 학문을 갈고 닦은 문무관들이라면 누구랄 것도 없이 《주역》으로 자신의 점괘를 꼽아보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순신 장군 또한 《주역》으로 점을 쳤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이 전쟁을 앞두고 점을 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지만, 어째서인지 이 같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중에서도 환국정치의 달인으로 알려진 숙종의 경우 남인과 서인, 노론과 소론의 세력 균형을 꾀하는 과정에서 《주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서인의 세력이 커지면 판을 뒤집어 남인을 등용했고, 이 과정에서 남인의 세력이 기세등등해지면 또다시 판을 뒤집어 서인을 중용했다. 이 과정에서 송시열의 아들 송기태가 숙종에게 탄원서를 올리자, 숙종은 《주역》의 지수사괘地水師卦 상육 효사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한다. '대군大君 유명有命 개국승가開國承家 소인물용小人勿用, 큰 위업을 달성한 임금에게는 명이 있으니 나라를 열고 집안을 이어가는 데 소인을 쓰지 말라'는 뜻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량이 좁은 소인을 곁에 두지 말아야 하니, 그래서 '소인물용'이라 한 것이다. 숙종은 《주역》을 통해 송기태의 아버지인 서인 송시열을 뛰어난 선비로 치켜세우고 그와 대립했던 윤휴와 남인을 소인으로 규정했다.

그런가 하면 집권 초기부터 탕평책을 추진했던 영조 또한 《주역》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어갔다. 1736년 11월 17일 《영조실록》을 보면 탕평책에는 찬성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덕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1728년 이인좌의 난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탕평책을 추진하려는 영조가 《주역》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내용이 나온다.
이덕수는 천화동인괘 상전에 나오는 '천여화天與火 동인同人 군자이君子以 유족類族 변물辨物, 하늘과 불이 동인이니 군자는 이로써 무리를 모으고 사물을 분별한다'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탕평이라는 명분으로 옳고 그름, 군자와 소인에 대한 분별마저 흐릿해져서는 안 된다며 이를 경계한다. 이에 영조는 동인괘 육이 효사에 대한 주해 가운데 한 구절로 보이는 '동인우종同人于宗 인도야吝道也, 끼리끼리 모이니 인색하다'는 문구를 인용한다. 당파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폐쇄적인 집단을 형성하면 서로 허물을 덮어주고 소속되지 않은 이는 무조건 비방하고 배척한다는 의미다. 즉 영조는 《주역》의 문구를 인용하여 이덕수에게 당파 싸움의 폐해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주역》이 무조건 올바른 방식으로만 인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1636년, 병자호란에 패배한 조선은 청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했고, 당시 임금이었던 인조 또한 '삼전도의 굴욕'을 맛보아야만 했다. 추후 청나라 태종이 사망했을 때 인조는 대제학 이식을 통해 사면령을 내리는 교서를 발표한다.
여기서 《주역》이 인용된 방식을 보면 앞서 언급했던 사례들과는 달리 청나라 황제의 덕을 칭송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설괘전說卦傳에 나오는 '제출호진帝出乎震'이라는 문구로는 청나라의 황제가 동쪽에서 일어나 천하를 통일했다는 의미를, 손괘에 나오는 '중손이신명重巽以申命'이라는 문구로는 조선의 군주가 청나라 황제의 명령을 고분고분 잘 따르니 별문제 없이 황제국과 신하국으로서의 두 나라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부분을 통해서는 《주역》이 인용되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음과 동시에 군주의 무능한 리더십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와 관련한 역사적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

목차

서론

1장 정조·주역으로 소통하다
지나간 말과 행동을 많이 알아 그로써 덕을 쌓는다
주역으로 잘못을 바로잡고 허물을 고친다

2장 이순신의 주역과 선조의 주역
임금을 만난 듯하고 밤에 등을 얻은 것과 같다
일을 도모할 때는 처음에 잘 꾀해야 한다
낮에 시장을 열어 천하의 백성들을 모이게 한다

3장 숙종·주역으로 세력 균형을 꾀하다
거친 것을 품에 안고 맨몸으로 강을 건넌다
나라를 열고 집을 계승할 때는 소인을 쓰지 마라
비가 내리니 돼지가 뒤집어쓰고 있던 진흙이 씻긴다
군자가 뜻을 한번 세우면 그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4장 영조·주역으로 탕평을 이루다
묵묵히 이루어가면 말하지 않아도 믿는다
소인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서로의 허물을 덮어준다
너무 높이 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

5장 세조·주역으로 자신의 업보를 돌아보다
문신이 주역을 모르다니 술로 벌을 받아 마땅하다
군자는 하늘을 본받아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
바닷물에서 물을 본 자는 물의 깊음을 말하지 않는다

6장 정종·주역으로 마음을 비우다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에 이른다

7장 성종·주역으로 앞날을 경계하다
여윈 돼지가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아니한다
솥이 뒤집어져 공속을 쏟으니 그 모양이 좋지 않다
부부가 있은 후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후에 군신이 있다
치세를 이루기는 어렵고 난세를 이루기는 쉽다

8장 연산군·주역의 경고에 귀를 닫다
어두운 방 안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창문을 뚫는다
주머니를 잡아매듯 입을 다물게 하니 성군의 길은 요원하다

9장 중종·주역으로 간신을 멀리하다
돼지의 어금니를 빼어 말리니 길하다
곧음을 굳건히 하여 사물의 근간이 되게 한다
짐을 지고 수레를 타니 도둑이 이른다

10장 광해·주역으로 중립을 이루다
지나치면 반드시 후회하니 치우치지 말고 기울지 말라
마른고기를 씹다가 화살을 얻으니 이로움으로 여기면 길하다

11장 인조·주역으로 굴복하다
서로 뜻이 맞으니 위에서 은혜를 베푼다

12장 효종·주역으로 북벌을 꿈꾸다
강토 회복에 뜻을 둔 자는 칼을 만지지 않는다
띠풀 하나를 뽑으면 뿌리에 얽힌 것들이 딸려 나온다

13장 현종·주역으로 예송을 논하다
물건을 허술하게 보관하니 도둑을 부르는 꼴이다

14장 태종·주역으로 왕권을 강화하다
이상履霜의 조짐만으로도 불충을 면치 못한다

15장 세종·주역으로 조정을 놀라게 하다
성녕대군의 점괘 풀이를 분명히 하다
아비의 일을 아들이 맡아서 처리한다

16장 경종·주역으로도 지우지 못한 당파 싸움의 그늘
천지교태의 의에도 임금은 발락이 없었다
흔들리는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본문중에서

《조선왕조실록》에는 주역과 관련된 1000여 건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정조와 영조, 숙종, 세조 등 조선의 모든 군왕은 주역을 통해 신하들과 소통하면서 민생을 돌봤다. 정조는 규장각 설치, 인사문제, 영농사업, 상업개혁 등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주역으로 소통했다. 벼락이 심하게 쳐 민심이 동요할 때는 진괘雷가 포함된 주역 15개 괘의 지혜를 빌려 민생을 챙기기도 했다. 이순신은 출전하기 전 주역으로 점을 쳤고, 선조는 주역 공부를 통해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순신은 구국의 영웅이 되었지만 선조는 백성을 버렸다. 환국정치의 달인 숙종은 남인과 서인, 노론과 소론의 세력 균형을 꾀하는 과정에서 주역을 적극 활용했다. 영조는 집권 초기부터 탕평책을 추진했다. 신하들의 반발에 부딪힐 때 영조는 주역의 동인괘同人卦를 인용, '소인들은 자신들과 친한 사람은 하는 일이 옳지 않아도 찬동하고, 자신들이 싫어하는 사람은 하는 일이 옳은 것이라도 찬동하지 않는다'며 신하들을 압박했다. 세조는 주역 예찬론자였다. 주역에 정통하면 많은 책을 읽지 않아도 스스로 밝아진다며 신하들에게 주역 공부를 독려했으며 주역 특진관제도, 주역 가점제도 등을 실시했다. 주역의 가르침을 인용해 자신의 업보에 대한 회한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p.6)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이 주역 점(척자점)을 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가장 먼저 점을 치는 장면은 1594년 7월 13일의 기록에 등장한다. "비 오는 날 홀로 앉아 글자를 짚어 점을 쳤다." 이순신은 이날 하루에만 세 가지 사항에 대한 점괘를 뽑아본다.
첫째는 막내아들 면의 병세에 관한 것인데, 여견군왕如見君王, 여야득등如夜得燈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임금을 만난 듯하고, 밤에 등을 얻은 것 같다는 뜻이니 길한 점괘다. 주역의 원리에 기초한 척자점이라 주역 원전의 내용과는 문구 자체가 다르지만 그것이 주는 메시지의 맥락은 같다. 둘째는 영의정 유성룡에 관한 것인데, 여해득선如海得船, 여의득희如疑得喜라는 점괘가 나왔다. 바다에서 배를 얻고 의혹이 기쁨으로 변한다는 뜻이니 이 또한 길한 점괘다. 세 번째는 비가 올 것인가? 이번에는 여사토독如蛇吐毒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뱀이 독을 토한다는 뜻이니 비가 아주 많이 내린다는 점괘다. 다음 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자 이순신은 자신의 점괘가 절묘하다며 내심 감탄한다. 아들 면의 병세도 차츰 호전되었고 유성룡은 반대파의 탄핵을 받아 잠시 파직되었지만 서울 수복 후 다시 영의정에 복귀했다. 모두 점괘대로 된 것이다.
(/ p.41)

주역을 모르는 신하들에게 술로 벌을 줘야 마땅하다고 한 정인지의 말은 주역 공부를 기피하는 신진 선비들의 세태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인지의 연배가 아버지 세종과 엇비슷했다(정확하게는 정인지가 세종보다 한 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하의 젊은 군주인 세조 자신을 향한 질책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아무리 취중이라 해도 왕으로서는 감정이 상했을 법한 발언이었다. 그래서 세조는 한나라 개국 공신이었던 한신과 팽월의 사례를 들면서 정인지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한신과 팽월은 한나라 개국 후 모반을 시도하다가 유방에게 척살당한 인물이다. 정인지가 비록 계유정란의 1등 공신으로 책봉돼 벼슬이 영의정에까지 올랐지만 지나치게 나대면 한신이나 팽월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정인지는 한나라 개국 초기에는 한신이나 팽월에 대한 유방의 대접에 일말의 소홀함도 없었다며 큰 웃음으로 답한다. 세조의 의중을 슬쩍 비트는 노회한 방식으로 국면을 벗어나려 한 것이다. 세조도 웃음으로 답하고 상황을 마무리한다. 정인지의 언행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지만 자신의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해주는 뛰어난 테크노크라트를 함부로 쳐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 p.95)

견고한 포상에 매게 된다는 대목은 주역의 천지비괘天地否卦 구오 효사에 나오는 구절로 원문은 계우포상繫于苞桑이다. 천지비괘는 지천태괘와 대척점에 있는 괘로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가 위에 있고 땅을 상징하는 곤괘가 아래에 놓여 있는 괘다. 각자가 자기 고집만을 내세우고 상대를 배척함으로써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불통의 상황을 뜻한다. 계우포상은 뽕나무에 단단히 맨다는 뜻으로 앞날을 위해 철저하게 경계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대간들은 연산군이 간신에 둘러싸여 신하들의 직언을 계속 물리칠 경우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며 그때 가서 경계해봐야 늦을 것이라며 미리 대비하라고 간청한다. 연산군이 신하들의 고언을 약으로 삼았더라면 사후에 패륜적 폭군으로 낙인찍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는 주역의 경고에 귀를 닫았다
(/ p.130)

광해가 인용한 구절은 역대 주역 해설을 집대성한 (주역대전>의 주희 편에 나오는 대목으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불편불의不偏不倚 무과불급無過不及, 어느 한쪽 편으로 쏠리거나 기울지 않는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주희는 주역의 핵심을 중中으로 봤고, 정조는 '주역은 성리학 경전의 모본母本이며 중용은 주역의 핵심 메시지를 요약한 인본印本'이라고 말했다. 주역 건괘의 효사에 나오는 '항용유회(亢龍有悔, 너무 높이 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가 주역의 중용사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광해도 주역에서 취해야 할 가르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중용이라고 본 것이다. 광해는 명나라나 청나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립외교가 조선에 가장 좋은 노선이라고 봤다. 강홍립의 투항 건도 광해의 그런 인식이 뒷받침된 사건이었다.
(/ p.152)

사면령을 내렸지만 조선의 자체적인 판단이 아니라 청나라에서 조칙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조칙이란 황제국이 신하국에 내리는 외교적 문서를 말한다. 교서를 작성한 대제학 이식은 주역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청나라 황제의 덕을 칭송하고 있다. 동방에서 나와 대통을 이었다는 구절은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나오는 대목으로 원문은 제출호진帝出乎震이다. 8괘 중 하나인 진震은 방위로 동쪽을 뜻하는데 청나라의 황제가 동쪽에서 일어나 천하를 통일했다는 의미다. 위아래가 온유하여 서로 뜻이 맞으므로 위에서 은혜를 베푼다는 구절은 주역 손괘에 나오는 대목으로 원문은 중손이신명重巽以申命이다. 손괘는 바람을 뜻하는 손괘가 위아래로 나란히 겹쳐진 괘로 중풍손괘라고도 한다. 왕필은 '위아래가 모두 유순하여 그 영令을 어기지 않으니 명命이 이에 행해진다'고 그 의미를 해석했다. 조선의 군주가 청나라 황제의 명령을 고분고분 잘 따르니 별문제 없이 황제국과 신하국으로서의 두 나라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된다는 의미다. 군주의 무능한 리더십 덕택에 조선의 관리들은 주역의 문구까지 인용해 청나라 황제를 마치 제 나라 군주처럼 칭송하고 있다. 서글픈 치욕의 역사다.
(/ p.162)

송시열은 자신과 효종이 함께 꿈꾸었던 북벌을 중국 남송 시절 주자와 효종이 함께 추진한 북벌에 비유했다. 초기에 주자는 남송의 효종에게 즉각 금을 치라며 강력한 상소를 올렸다. 하지만 정세가 여의치 않아 그 계획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세월이 흐른 후 주자는 측근 신하들에게 휘둘려 효종의 초심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다시 상소문을 올린다.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금을 치라고 조언을 하는 대신 동남 방면에 대한 치세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정금征金을 계속 추진하라고 말한다. '《주역》에 정통한 사람은 주역을 말하지 않고, 강토 회복에 뜻을 둔 자는 결코 손뼉을 치고 칼을 어루만지는 데에 뜻을 두지 않는다'는 주자의 말은 깊은 속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함부로 그 의중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직접적으로 의중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금을 쳐야 한다는 자신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송시열의 마음도 주자의 마음과 같았다. 그래서 그는 상소문에서 조선의 효종에게 심기일전해서 복수설치復讐雪恥의 대의를 가다듬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 p.169)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2종
판매수 650권

노자와 장자, 주역,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문학자.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나왔으며 중앙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한서대
대우교수, 중부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을 해석하면서 발견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의 혁신 철학과 리더십에 관한 글이며, 현재 [동아비즈니스리뷰]에 장자의 사상으로 살펴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간관계와 리더십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과 서울경제신문 산하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고인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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