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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권력자들 : 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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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조민기
  • 출판사 : 책비
  • 발행 : 2020년 06월 15일
  • 쪽수 : 4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74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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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조선의 2인자들] 4년 만의 후속작!

    “사람을 타락시키는 마물이자 나라를 바로 세우는 정의, ‘권력’
    조선시대, 권력은 과연 누구에게 있었는가?”
    왕을 능멸하고 국정을 농단한 희대의 간신부터
    망국의 모든 치욕을 홀로 떠안은 충신까지…
    조선왕조의 절정과 몰락을 장식한 권력자들을 만나다!


    조선과 같은 전제왕조 국가에서는 절대권력을 쥔 자의 행보 하나하나로 누군가의 성공과 몰락, 삶과 죽음이 정해지고 백성의 평안과 고통이 결정됐다. 또한 전제왕조 국가에서 권력을 쥐지 못한다면 성군(聖君)도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임진왜란 발발부터 대한제국이 생겨나기까지 300여 년, 때로는 충신이자 왕의 동지로서, 때로는 간신이자 왕권을 위협하는 적으로서 수많은 권력자가 있었다.
    [조선의 권력자들]은 임진왜란 이후 왕 못지않은, 때로는 왕보다도 막강한 권력으로 시대의 흥망성쇠를 만들어간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들은 어떻게 왕조차 두려움에 떨게 할 정도의 권력을 손에 넣었을까? 무엇을 위해 그런 권력을 손에 넣었으며, 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렸던 걸까? 또한 어떻게 그 권력을 유지했으며, 이들의 최후는 어떠했는가? [조선의 권력자들]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전쟁과 평화’ ‘사대부의 부활’ ‘세도정치의 시작’ ‘왕실의 재건’ ‘국가의 몰락’이라는 5가지 테마를 통해 책 속에 소개된 8명의 권력자들이 어떻게 권력을 쥐었고,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조선의 흥망성쇠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한다. 그 주인공들은 이이첨, 김자점, 송시열, 홍국영, 김조순,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김홍집이다.
    이들 중에는 소위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비상한 두뇌와 냉혹한 결단력으로 잔인하게 정적들을 제거하며 권력의 정점에 선 입지전적 인물이 있는가 하면, 왕과 나라보다는 학문적 동지들과의 의리와 예(禮)만을 중시하느라 논쟁에 불을 지핀 자도 있고, 권력을 위해 가족 간에 암투를 벌이는 것은 물론 나라의 위기까지 초래한 안타까운 인물도 있으며, 미래를 잃고 망해가는 나라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백성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명예로운 사람도 있다. 알력 다툼과 암투,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두뇌 싸움과 피의 숙청 등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드라마보다도 극적이고 흥미로우며 하드보일드 소설만큼이나 냉혹하다.
    역사는 거울이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진실이기도 하다. [조선의 권력자들]에 등장하는 8명의 인물들을 단순히 역사 속 인물들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벌였던 일들, 그 결과로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백성들이 고통에 시달렸으며, 나아가 나라가 망해가게 된 과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현재의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권력이란 사람을 탐욕에 빠뜨리고 타락시키는 마물인 동시에 혼란을 잠재우고 기강을 바로 세우는 정의이기도 하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권력을 정의의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을 선별해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출판사 서평

    “사람을 매혹하고 타락시키는 마물이자
    혼돈을 바로잡고 기강을 바로 세우는 정의, 권력
    500년 조선 왕조의 역사 속 권력자들은 어떠했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 사람들을 매혹해 타락시키고, 더 큰 권력을 위해 죄 없는 수백만 명의 목숨이 스러져간 전쟁을 일으킨 예는 너무도 많다. 권력은 ‘마물’이다. 반대로, 성군(聖君)이라 불리는 왕이 권력을 쥔 시대에는 평화 속에서 만백성이 태평성세를 누리기도 했다. 권력은 ‘정의’다.
    조선 왕조 500년, 수많은 왕과 대신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권력을 쥐었고, 자신만의 정의에 따라 권력을 휘둘렀으며,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온갖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당한 방식으로 권력을 쥐고, 올바른 방향으로 권력을 사용했으며, 명예롭게 최후를 맞이한 이들도 있다.
    300여 년에 걸친 조선 중기와 말기, 나라의 큰 혼란이었던 임진왜란 이후 권력자들은 과연 어떠했을까? 이들에게 권력은 자신의 탐욕과 안위를 위한 무기였을까, 혼란을 바로잡고 나라를 태평성세로 이끌기 위한 정의의 도구였을까?

    “권력을 쥔 자가 시대를 이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권력자들은
    어떻게 시대를 만들어갔는가?”


    [조선의 권력자들]은 전작 [조선의 2인자들] 이후, 임진왜란이라는 큰 혼란을 겪은 후부터 일제강점기라는 오욕의 역사로 접어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300여 년간의 시대를 만들어간 대표적인 권력자로는 이이첨, 김자점, 송시열, 홍국영, 김조순,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김홍집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출신 성분과 성별만큼이나 권력을 쥔 방식도, 그 권력을 사용하고 유지한 방식과 최후도 다양했다. 권력자로서의 이들은 역사의 흐름과 맞물려 시대를 만들어갔다.

    첫째, 임진왜란 직후 한동안은 ‘간신’이라 평가받는 이들이 득세했다.
    몰락한 훈구파의 자손으로 태어나 목숨을 걸고 선왕의 영정을 지켜낸 일을 계기로 탄탄대로를 달리게 된 이이첨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광해군의 불안한 심리를 활용했다. 없는 역모도 만들어내 잔인하게 정적들을 제거했고, 자신이 섬기는 임금을 혼군(昏君)으로 이끌었다.
    반정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공신의 반열에 올라 권력을 쥔 김자점은 남들이 꺼리는 청나라와의 외교를 이용해 입지를 다졌고, 역모를 꾸며 정적을 제거해갔다. 멋대로 국정을 농단하고 조정을 농락하며 왕실의 외척이 되기도 했으나 명군(明君) 효종의 즉위와 함께 궁지에 몰렸고, 결국 역모죄에 연루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의 가문은 몰락했고, 자손들은 신분을 감추고 살아야만 했다.

    둘째, 이후로는 ‘사대부 정신’의 부활을 통한 당파의 분쟁이 격화됐다.
    송시열은 사대부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추종을 받으며 네 명의 임금으로부터 총 167번이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중 130번을 거절했고, 부름에 응해 관직에 올랐을 때도 민생이나 개혁이 아닌 사대부의 의리와 예, 마음가짐에 집중했다. 그 결과, 그 자신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음에도 송시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인해 당파가 갈려 숱한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민생과 실리에서 눈을 돌린 그였지만 여성과 평민에게만큼은 똑같은 가르침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백성들에게는 따뜻한 스승의 면모를 보였다.

    셋째, 외척으로 대표되는 세도정치의 시대가 횡행하기 시작했다.
    홍국영과 정조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만나 의기투합하였고, 홍국영은 충성을 다해 정조를 보필하였다. 정조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범접 불가한 권력을 누린 그는 먼 친척인 홍봉한이 ‘외척’의 지위를 이용하다가 처참하게 몰락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고도 자신에게 외척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다가 왕의 신뢰를 잃어 서른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만 했고, 유배지에서 서른셋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최초의 세도정치가’라 할 수 있는 홍국영은 ‘권력형 갑질’의 끝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김조순은 몰락해가던 집안의 자손으로, 21세의 젊은 나이로 과거에 급제한 후 정조의 눈에 들었다. 이후 세자의 스승이 되었고, 딸이 왕비로 간택되면서 외척으로서의 세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겨났다. 그러나 김조순이 단순히 왕의 장인이라는 자리에 기대어 권력을 누린 것만은 아니다. 그는 청렴하고 투명한 관리이기도 했고, 어린 왕의 정치적 스승 역할을 맡기도 했으며, 자신의 권력이 너무 커질 때면 적당히 물러남으로써 ‘튀어나온 못’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후 김조순의 막내아들 김좌근이 가문의 수장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안동 김씨 시대’가 열리는 기틀을 마련한 장본인이었다.

    넷째, 세도정치로 흔들리던 왕실이 재건되었으나 ‘집안싸움’으로 나라가 흔들렸다.
    고종의 아버지이기도 한 흥선대원군은 똑똑한 종친에게 역모죄를 씌워 제거하는 안동 김씨 가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파락호처럼 굴었고, 여기저기 잔칫집을 찾아다니며 얻어먹는 일도 잦아 ‘상갓집 개’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익히 봐온 드라마의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 만들어진 과장된 이미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머리가 비상하고 정치 감각이 탁월했던 인물로, 적당히 굽힐 줄도 알았으나 그에 못지않게 과감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왕의 자리에 앉힌 아들을 다시 끌어내리기 위해 수차례 역모를 꾸몄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폭탄 테러와 암살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았으며, 일본군과 손잡고 며느리인 명성황후를 잔인하게 시해하기도 했다.
    왕비이자 흥선대원군의 며느리였던 명성황후는 기나긴 조선 역사에서 가장 큰 권력을 누린 여성이었다. 어린 나이에 왕비가 됐으나 왕이자 남편인 고종은 궁녀에게 빠져 몇 년간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긴 인내의 시간을 견뎌낸 후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는 그리 명석하지 못한 데다 소심하기까지 해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에게 휘둘리던 고종의 정치적 파트너가 되어 실질적인 권력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수많은 암투를 벌여야 했고,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며 자신에 대한 백성들의 잔인한 시선을 알게 된 후로는 오로지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권력을 휘둘렀다. 살아 있는 동안 백성들에게 지탄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을미사변의 희생자로서 일본군의 손에 잔인하게 시해당한 후에야 항일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었다.

    다섯째, 끝내 몰락해가는 국가에서 책임을 다하고자 한 대신이 있었다.
    김홍집은 개화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박규수의 제자로, 특히 뛰어난 외교 능력을 바탕으로 조선의 마지막을 장식한, 조선 최후의 영의정이자 최초의 총리대신이다. 이미 외세에 의해 나라는 풍비박산이 나고 굴욕적인 강제 조약들을 맺어야만 했던 시기, 이 모든 결정을 책임지고 ‘매국노’라는 지탄을 받으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개 대신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명확했고, 결국 모든 책임을 떠안은 채 백성들의 손에 최후를 맞아야만 했다.

    “부끄러우면서도 고귀했던
    조선의 역사에서 배워야 할 한 가지!
    권력은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나 신문 등 언론의 정치면을 보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국민들의 불만은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에도 권력을 쥔 후로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조선 왕조, 그중에서 임진왜란 이후의 300여 년만을 살펴보아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은 치열했고, 그 권력을 악용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은 때로는 서로를 이용하고 때로는 등 뒤에 칼을 꽂으며 암투를 벌여왔다. 비록 권력을 손에 넣는 방식에서는 지금과 여러모로 차이가 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아귀다툼을 현대의 정치판에 그대로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전작 [조선의 2인자들]에서 ‘조선’이라는 역사 속을 치열하게 살다 간 ‘2인자들’을 예리한 눈으로 분석한 저자 조민기는 이번 책에서는 ‘권력’이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대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단순한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권력의 속성과 이를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본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점을 깨닫게 된다. 권력이란 사람을 타락시키는 마물일 뿐만 아니라 혼돈의 해독제로도 쓰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런 권력을 어떤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지 분별해낼 수 있는 안목이 그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1장. 간신의 등장 - 전쟁과 평화 편
    이이첨, 권력과 명예를 함께 얻고자 했던 간신
    • 토막상식 ① 인조정권과 서인 세력의 분열
    김자점, 나라와 조정과 임금을 농락한 희대의 간신

    2장. 산림 정승 - 사대부의 부활 편
    송시열, 사대부의 나라를 재건한 산림 정승
    • 토막상식 ② 숙종의 후궁과 아들들

    3장. 외척 - 세도정치의 시작 편
    홍국영, 만인 위에 군림했던 오만한 충신의 최후
    • 토막상식 ③ 조선 왕실의 외척 가문
    김조순, 안동 김씨의 시대를 열다

    4장. 대원군과 왕비 - 왕실의 재건 편
    흥선대원군, 집안을 다스리지 못한 권력의 화신
    명성황후, 불행을 욕망의 동력으로 삼은 왕비
    • 토막상식 ④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혁명

    5장. 권력과 책임 - 국가의 몰락 편
    김홍집, 조선의 마지막 영의정이자 최초의 총리대신

    『조선의 권력자들』 그 이전의 이야기

    본문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광해군과 허균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특히 광해군이 재평가를 받게 된 것은 외교정책 때문이다.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 광해군이 사대의 명분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해 대응하고자 했던 노력의 흔적이 분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몰락한 훈구파의 자손으로 태어나 끝내 성공을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임에도 이이첨은 재평가되지 않았다. 그는 뛰어난 현실감각과 처세술로 권력을 장악했고, 더 큰 권력을 위해 임금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해 정적을 숙청하는 등 조정을 파탄으로 몰아갔다. 또한 광해군의 가장 큰 업적인 외교에 강력하게 반대했고, 정치적 동지였던 허균을 철저하게 배신했다. 섬기던 임금을 혼군(昏君)으로 이끈 장본인이자 간신으로 기록된 이이첨은 권력욕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거울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권력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 '이이첨, 권력과 명예를 함께 얻고자 했던 간신' 중에서)

    김자점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 영원한 간신으로 기록됐고,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새로운 조선을 꿈꾸었던 인조 또한 조선 역사상 최악의 군주로 평가받고 있다. 김자점은 결코 유능한 관리도, 뛰어난 정치가도 아니었다. 그는 탐욕스러운,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정치가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또한 자신의 욕망을 굳이 감추지 않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위해 달렸다. 그리고 그게 통했으니 오늘날의 정치와 놀랍도록 닮은 점이다.
    불합리한 역사에서도 배울 것은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김자점의 권력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역모로 정적을 숙청해온 그 자신이 역모의 주모자가 되어 사지가 찢겨 죽었으며, 후손들은 수백 년간 신분을 숨긴 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제2, 제3의 김자점 또는 김자점을 꿈꾸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김자점은 역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훌륭한 반면교사이자 권선징악의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
    ( '김자점, 나라와 조정과 임금을 농락한 희대의 간신' 중에서)

    노론이 정권을 잃은 데다가 죄인의 신분으로 맞은 죽음이었으나, 송시열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송시열은 학자로서 또 인간으로서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그의 제자는 900여 명에 달했다.
    송시열을 추앙하는 이들과 그를 미워한 이들의 대립은 그대로 당쟁의 역사가 됐다. 그는 사대부나 정치인에게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성품이 순수하고 투명했고, 칭송만큼 비난도 많이 받았다. 한때의 친구이자 학문적 동지였던 이들이 후에 적이 됐다. 그러나 정치가가 아닌 학자와 어른으로 송시열을 만난 백성들은 하나같이 그를 존경했다. 강자에게는 더욱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웠으며 장단점을 두루 갖춘 송시열은 시대의 이슈메이커라 할 만하다.
    ( '송시열, 사대부의 나라를 재건한 산림 정승' 중에서)

    ‘세도’란 세상을 참된 도의로 이끄는 성리학의 정치론으로, 송시열이 강조했던 개념이다. 전제왕조 국가에서 세상을 참된 도의로 이끌어야 하는 사람은 군주다. 하지만 그렇게 총명하고 훌륭한 군주는 드물다. 그렇다면 신하 중에서 어질고 도덕이 뛰어난 사람이 그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세도’다. 순수한 의미로 그 개념을 강조한 송시열과 달리 권력의 수단으로 이를 해석하면 임금의 선택을 받은 신하 한 사람이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바로 그런 절대 권력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신하가 바로 홍국영이다. 임금의 신임을 받으며 외척 자리를 차지하고 집권 여당을 휘두르며 임금을 제외한 조정의 대소신료를 지배한 홍국영은 세상을 참된 도의로 이끄는 ‘세도(世道)’가 아니라 권세를 휘두르는 ‘세도(勢道)’의 초기 모델이자 사례가 됐다.
    ( '홍국영, 만인 위에 군림했던 오만한 충신의 최후' 중에서)

    김좌근을 수장으로 한 안동 김씨 가문은 1849년 헌종이 스물셋의 나이로 후사 없이 승하하자 강화도에 있던 이원범을 철종으로 즉위시킨 후 왕비를 배출하며 세도정치의 정점에 올랐다. 순조와 헌종, 철종까지 3대에 걸쳐 왕비를 배출한 이들의 세도정치는 중앙부터 지방까지 고루고루 엄청난 폐단을 낳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집권자이자 부정부패의 정점에 선 김좌근은 철종 즉위 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했으며, 왕실의 기강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나라는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면 안동 김씨 가문의 마지막은 어땠을까? 이들은 숙청으로 역사에서 사라지지도, 자손들의 무능으로 몰락하지도 않았다. 흥선대원군이라는 당대의 정치가를 만나 ‘명예롭게’ 물러났다. 흥선대원군은 풍양 조씨 가문과의 인맥을 통해 자신의 둘째 아들을 왕위에 올렸고 그 후 10년 동안 외척이 아닌 종친 위주의 정치를 펼쳤다. 흥선대원군 본인과 종친이 중심이 됐기에 왕실의 위엄이 바로 선 것 같았으나 정치가 아닌 권력과 욕망이 중심이 됐기에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 '김조순, 안동 김씨의 시대를 열다' 중에서)

    대원군의 재집권은 실패했으나 동학농민군은 일본군 축출을 위해 북진했다. 서울을 점령한 후 일본군을 축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진하던 중 충청도 공주 부근에서 벌어진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과 연합한 관군에게 몰살당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농민군은 흩어졌고 전라도 순창으로 몸을 피한 전봉준은 12월에 체포되어 이듬해 처형당했다. 이후 일본은 야욕을 드러내며 동학 잔당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조선 백성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약탈을 자행했으나 고종도, 대원군도 이를 막지 못했다. 권력을 향한 지배층의 집착과 무능이 조선의 망국을 앞당기고 있었다.
    ( '흥선대원군, 집안을 다스리지 못한 권력의 화신' 중에서)

    왕비 시해 소식에 백성들은 분노했고, 격렬한 반일 감정이 순식간에 전국을 강타했으며,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살아서 백성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왕비는 죽음으로써 항일의 상징이 됐다. 그녀의 죽음을 통해 백성들은 자각했고, 조선은 스스로 자주 국가로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화려한 듯 불행했고 안락한 듯 고통스러웠던 명성황후의 삶은 모순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고종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왕비로서 의 존재감이 없었던 10년이 대원군에게는 황금기였다. 고종의 사랑을 받으며 정치 감각을 빛냈던 10년 동안에는 폭도로 변한 군인들 과 테러를 저지른 개화파에게 죽을 고비를 겪었다. 그 후 고종21년 (1884년) 갑신정변부터 고종31년(1894년) 을미사변까지 10년간의 명성황후는 백성과 신하들을 외면한 채 사치스럽게 살았고, 끝내 왕비로서의 존엄을 지키지 못한 채 비참한 죽음을 맞았으나 황후로서 숭고함을 얻었다.
    조선의 마지막도 비슷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역동적인 개화기를 지나 국권을 빼앗기는 치욕을 겪었으나 결국 자주국가로서 우뚝 섰다. 그런 의미에서 자랑하고픈 고귀함과 감추고 싶은 민낯이 공존하는 명성황후는 조선의 마지막을 닮은 왕비다.
    ( '명성황후, 불행을 욕망의 동력으로 삼은 왕비' 중에서)

    “나는 조선의 총리대신이다. 다른 나라 군대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하느니 차라리 조선 백성의 손에 죽는 것이 떳떳하다. 그것이 천명이다.”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의 손에 난자당해 시해된 을미사변 당일 끝내 자살하지 못했던 김홍집은 아관파천이 있던 날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맞았다. 15년 후, 대한제국 순종황제는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하고 통치권을 일본에 양여했다. 국권을 완전히 상실한 1910년,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매천 황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런 절명시(絶命詩)를 남겼다.
    “나라의 녹을 받은 적이 없으니 내게 꼭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하지만 조선이 선비를 기른 지 500년이 됐는데도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목숨을 끊는 이가 없다면 가슴 아픈 일이다.”
    선비 황현은 나라의 녹을 받은 적이 없어 죽어야 할 의리는 없었으나 나라가 망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선의 총리대신 김홍집은 조정과 임금을 지키지 못하자 백성의 심판을 받았다. 망국의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던 인물 중 김홍집보다 떳떳한 죽음을 맞은 사람은 없었다.
    ( '김홍집, 조선의 마지막 영의정이자 최초의 총리대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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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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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다.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던 중 회사 홍보기사로 작성한 ‘광고쟁이의 상상력으로 고전 읽기’ 시리즈가 호응을 얻으며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세계일보〉에 칼럼 ‘꽃미남 중독’을 인기리에 연재하였다.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절대자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이던 중 권력이 잉태되어 탄생하는 과정의 놀라운 기록들을 발견하였다. 절대자와 권력자의 자취를 따라가 실록의 행간에서 찾아낸 흥미진진한 성공과 실패의 기록에 매료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조선의 2인자들(2016, 2020)』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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