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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정당하다 : 중국 여성노동자 삶, 노동, 투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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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약자 중의 약자, 그러나
    기층의 강인한 자들 중에서도 가장 강인한 자”
    중국 여성노동자 서른 네 명의 인생, 운명, 현실 이야기


    중국의 발전을 지탱하는 거대한 농민공 집단을 ‘신노동자’로 칭하며 변화 양상을 연구해온 사회학자 뤼투가 이번에는 여성노동자들의 일생을 추적했다. 1951년생부터 1994년생까지의 중국 여성노동자 서른 네 명이 털어놓은 삶과 노동의 이야기는 정치 체제, 경제 발전, 사회 분위기, 노동 조건, 사상과 문화 등 중국 사회의 변화 과정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자본이 사회를 주도하고 노동자 지위가 낮아지는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차별의 대상인 여성에게 더 큰 굴레를 씌웠다. 보살핌이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노동을 시작했던 중국 여성들은 고단한 삶을 증명하고 극복하고자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곤궁한 처지에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억압까지 가중된 여공들에게서 저자는 열정과 희망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결혼과 육아, 자신이 떠안은 부양책임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변화하고 저항하는 노동자로서의 존엄을 보여 준다. 가정과 공장에서 권리를 요구하고 때로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며 숙명과 마주하는 이들로부터, 소박하지만 강인한, 사회를 길러내고 부양했던 여성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여성노동자는 말할 수 있는가?”
    가족에 매인 몸에서 가장 값싼 노동력이 된,
    잊기로 했거나 삭제된 이름들


    현대 중국에서 여성노동자들은 가정 경제와 가족 부양은 물론 중국의 산업 발전과 자본주의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이름으로 차별받는 ‘주변인’에 머물러 있다. 여성노동자들은 소수자이고 비주류이며, 농촌에서 도시로 온 이민자, 농민공으로 ‘다궁메이(打工妹)’라 불린다. 이제 중국 여성노동자들은 본래 몸 바쳐 일했던 자신의 가정뿐만 아니라 다른 가정, 즉 사회를 위해서도 몸 바쳐야 하는 가장 값싼 노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단 한 번도 안정과 보장을 누려본 적이 없는 노동자이자 생산자로 기능한다.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외면하는 것과 상관없이 줄곧 존재해 온 이들의 목소리야말로 전 지구적 자본주의로 달려가는 세상에서 진실하게 메아리치고 있다.

    이 책의 여공 이야기는 저층, 계급, 노동, 여성에 관한 것이며 계급과 여성의 명제가 다시금 만나는 현실을 드러낸다. 서문을 쓴 베이징대학교 다이진화 교수는 “계급과 여성이라는 두 이름은 여전히 인간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이지만, 양자가 서로 융합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두 의제가 서로 동등함을 잊어버렸다(혹은 잊기로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저자가 인터뷰한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궤적은 제각각이고 주관적이지만, 이는 시대라는 거대한 조류 속 세밀하고도 면면히 이어진,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역사의 흔적이다. 점점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에 눈뜨는 이 여성들, 즉 신노동자들이 쟁취해 만질 수 있었던 사회의 지평선은 바로 생존이었고 이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보장 요구로 나타났다.

    소박한 서술 안에 선명하게 드러난 계급과 여성,
    겹겹이 둘러싼 가난과 절망의 굴레에도
    마주치고 연결되며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가다


    1951년생인 뤼슈위부터 1994년생인 쥔제에 이르기까지 각자 다른 시기에 태어나 상황도 처지도 제각각인 여성들은 저자를 만나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전족을 한 할머니 세대를 보고 자라, 사회주의 시기 국유기업에서 일한 50년대생 여성들은 돈을 좇지 않던 그 시기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노동의 성취를 긍정하고 모두가 솔선했던 당시에 비해 현재는 노동자가 고통스러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도시 이주노동자 1세대이자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6,70년대생 이후 여성노동자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이들에게 자아의 성취나 삶의 목표에 관한 고민은 사치였다. 십 대에 도시로 이주해 생산직, 서비스직, 일용직 등 일자리를 전전하며 온갖 역경을 겪었고, 결혼 후에도 가부장적인 남편과의 갈등이나 가사 및 육아 문제에서의 불평등이 가중됐다. 도시민은 아니지만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는 현실에서 하루하루 삶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러나 인생의 굴곡마다 머뭇거리고 인내할지언정 이들은 비겁하거나 슬픔에 빠지지 않았다. 때로는 결연하게 도전할 줄 알았고, 차별에 순응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1971년생인 아롱과 1974년생 후이란 등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 여섯 명은 회사를 상대로 사회보험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벌인다. 1975년생 정센은 동료들이 해고되자 모두를 위해 할 말을 해야겠다고, “그들을 해고해도 우리가 또 여기 있다”고 소리친다. 1976년생 자오는 노동자 대표로 활동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일하다 설령 해고되더라도 조금의 후회나 미련도 없을 거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여성들의 말이 이따금 빛을 발하는 순간은 제각기 흩어져 떠돌다가 이처럼 서로 마주치고 연결되어 동료를 대변하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전환을 보여줄 때다.

    나아가 여성들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베이징 노동자의 집에서 활동하는 저자가 인터뷰한 이들 중에는 노동자의 집에서 교육받거나 활동가가 된 8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의 사례가 여럿 등장한다. 1981년생 차이윈과 1986년생 자쥔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여성노동자센터를 설립해 여성노동자들의 여가와 권익활동을 지원한다. 1985년생 돤위는 더 이상 속박을 겪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여성주의 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업주부가 된 후 느끼던 고통에서 벗어난다. 지독한 차별의 굴레 속에서 절망했던 1987년생 샤오멍은 노동자대학을 이수하고 공익기구에서 일한다. 1988년생 주주는 자신처럼 교육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마을도서관을 열었다. 서서히 다른 삶의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게 된 80년대 이후 출생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점차 노동계급으로 성장하고 있는 신노동자 집단, 그중에서도 여성노동자 집단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운명이 부여한 수난을 깨뜨리는 여성들
    생존하기에 존엄하다는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인물로 늘 전태일을 꼽는 저자는 중국에서 ‘신노동자’의 변화 발전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사회학자이자 활동가다. 중국 신노동자 연구서인 두 전작을 통해 저자는 개인의 운명과 사회 변화의 관계에 대해 깊은 고민을 거듭했고, 노동자의 인생 이야기가 가진 생명력이 집단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회의 희망은 하늘에서 나타난 올바른 지도자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보통 사람이 진보 역량을 모아 사회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즉 보통 사람들에게서 생명력과 역량을 볼 수 없다면, 그 사회엔 희망이 없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의 숙원이던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펴낸 것은 “여성이 받는 억압이 모든 억압 가운데 가장 무겁다”는 말을 늘 기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과 ‘노동자’가 유기적인 전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서른 네 명의 이야기로 추려내기 위해 저자는 100여 명의 여성노동자를 만났고, 이들의 지역과 생활공간에 직접 방문했으며, 총 인터뷰 기간은 6년에 이른다. 대부분의 인터뷰 대상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여성노동자이기에 가난한 가정 형편, 교육 수준, 노동 경력, 결혼과 육아 등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많지만,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운명을 바꾸려는 의지와 갈망이 각자 생생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덧붙였다. 유럽에서 발전사회학을 전공했고 외교관의 부인이던 엘리트가 연구를 위해 만난 활동가를 따라 베이징의 노동자 밀집 지역인 피춘에 자리 잡고, 노동자의 집에서 동고동락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노동자 집단을 향한 저자의 기대와 애정을 엿보게 한다. 그리고 “일생 동안 겪은 모든 일이 노동자의 집에서 일하는 이 인생을 위한 준비 과정 같다”고 하는 저자 뤼투는 여성노동자들의 이름을 부른 이 책을 출간하면서 “이제야 여성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목차

    서문 여성노동자 이야기와 주체의 이름 –다이진화(베이징대학교 중문과 교수)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삶을 증명하고 창조하는 생명력

    1951년생 뤼슈위: 지난 시대의 주인공
    1955년생 쉐제: 직공들을 위해 중책을 맡다
    1957년생 싼제: 생명을 다루는 사명감
    1962년생 쑤제: 눈부신 결말을 따라가다
    1968년생 쥐란: 18년의 급여명세서
    1968년생 아후이: 쓰디쓴 삶과 사랑
    1970년생 자오제: 단순하고 평범한 삶
    1971년생 아잉: 목걸이와 월급
    1971년생 아룽: 우리들은 정당하다
    1972년생 리잉: 내 생애 가장 잘한 일
    1974년생 후이란: 사랑받는 아내
    1975년생 정센: 집과 아이
    1976년생 자오: 20년의 세월
    1976년생 천위: 자유와 안전
    1978년생 루위: 아들을 못 낳으면 어쩌나
    1978년생 옌샤: 이혼의 대가
    1979년생 아펀: 아름다운 고뇌
    1981년생 아젠: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온다
    1981년생 차이윈 : 모두를 위해 일한 바보
    1985년생 돤위: 함께 성장하다
    1985년생 광샤: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다
    1986년생 펑샤: 말하기 힘든 성과 사랑
    1986년생 샤오타오: 길들여지는 것
    1986년생 위안위안: 평등의 대가
    1986년생 자쥔: 해바라기처럼
    1987년생 위원: 얼떨결에 여기까지 오다
    1987년생 샤오멍: 병의 원인
    1987년생 샤오베이: 혼자인 삶을 선택하다
    1987년생 샤오춘: 자책은 가장 큰 고통
    1988년생 민옌: 즐거운 신부
    1988년생 주주: 특별한 여성
    1990년생 샤오링: 반항과 의존, 탐색과 추구
    1993년생 왕치: 가방을 메고 출발
    1994년생 쥔제: 결혼 준비를 하다

    후기 대화의 시작
    뤼투 이야기: 네 번의 내 인생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우리는 마취당한 듯 그들 계획에 따라 한 걸음씩 걸어온 거예요. 당시 집단무용을 수업 시간 낭비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의 제도 개혁도 직공의 생존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던 거죠.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게 의료비예요. 예전에는 직공들이 단위에서 진료받고 약도 처방받았으니 정말 좋았어요. 의료비도 싸고, 청구하면 환급도 됐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의료비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그들의 의도대로요. 그 기회를 이용해 한몫 벌 수 있었던 거고요. 손해 본 건 일반 서민뿐이죠. 지금 서민이 몇 명이나 집을 살 수 있을까요?
    (/ p.58)

    쑤제는 지금도 그때가 그립다. 회사 분위기도 좋고, 사람들도 열심히 일했다. 임금과 복지 수준도 좋아서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가 간부를 능가하기도 했다. 당시 주임 임금이 약 50위안으로, 자신들보다 낮았다. 노동자는 기본급 외에 성과급을 받았는데, 어떨 때는 성과급이 기본급의 2~3배에 달했다. 당시 쑤제의 기본급은 약 30위안으로, 성과급을 더하면 100위안 넘게 받을 수 있었다. 그 시절엔 간부의 횡령이나 재무 담당 간부의 발언권도 없었다. 특히 1968년에는 노동자의 이익을 중심으로 반부패 운동을 벌였다. 마오쩌둥은 노동자의 지위와 공공의식을 선도하며 특권을 버리도록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사람들은 정말 사심이 없었다. 달리 말해 그 시절엔 소비가 제한되어 돈이 있어도 뭔가를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탐욕스럽지 않았고, 돈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다.
    (/ p.81)

    평범한 노동자 아후이는 힘겹게 일해 돈을 벌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남자 돈을 쓰고 싶진 않아요.” 아후이는 정상적인 욕구를 가진 여성이다. 그녀는 “저도 남자를 원할 때가 자주 있어요. 하지만 동료 남편이 아래층에서 아무리 불러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아요. 여자는 남자의 공중화장실이어서 급할 땐 찾고 안 급하면 찾지 않죠. 전 남자의 공중화장실이 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 p.105)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작업복을 입은 두 명의 미화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U시의 아름다운 거리를 달렸다. 그리고 그늘진 시원한 곳에 우리를 내려 주더니 협의할 사항이 있어서 단위 간부를 만나고 오겠다고 했다. 다시 돌아온 그들과 가로수 그늘 사이를 달린 뒤 대나무 숲에서 멈췄다. 찌는 듯 무더웠지만, 대나무 숲이 연못을 비춰서 상쾌하고 시원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작은 꿀벌이 모여들듯 많은 오토바이가 몰려 왔다. 다들 초록색 작업복을 입어서 대나무 숲과 잘 어우러지며 빛났다. 10분도 채 안 돼서 100명이 넘는 미화원이 모여드니 얼떨떨하면서도 기쁨과 희열로 가득해졌다. 이 아름다운 세상은 원래 환경미화원들의 것이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p.121)

    그들은 불의를 참지 않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감수했다. 정센은 사회보험 쟁취 투쟁이 시작될 무렵에는 앞장서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땐 많이 배우고 젊은 여성노동자들이 대표로 나서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공장은 이들을 모두 해고해 버렸다. 그러자 정센은 조급해졌다. 모두를 위해 할 말을 해야겠다고, 해고된 여성노동자들을 위해 “그들을 해고해도 우리가 또 여기 있다!”라고 소리쳐야겠다고 생각했다.
    (/ p.158)

    그 나이엔 남편과 자식을 돌보며 현명한 아내, 인자한 어머니여야 한다면서요. 게다가 세상엔 남녀가 하는 일이 따로 있대요.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 남자가 ‘무엇’을 하든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요. 남자는 그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할 수 있으면 충분하대요. 여자 역할은 집안일 잘하고 가족을 보살피는 거고요. 제일 중요한 건 주제넘게 남자를 압도해서도 안 되고, 음과 양이 바뀌어서도 안 된대요. 그러면 버릇이 나빠진다나요? ‘무슨 개소리야! 아무 말이나 지껄이면 다야?’ 현모양처는 겉으론 아름답지만, 사실 여자를 압박하는 무거운 족쇄예요. 수천 년간 수많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모범적인 여성에 대한 각본이죠. 여성을 속박하며 그 족쇄 안에서 답습한 규율에 따른 각본이기도 하고요. 조금이라도 혼자 하려 하면 이런저런 죄명을 씌우죠.
    (/ p.210)

    차이윈은 산아제한을 초과해 낳은 아이로, 2000위안의 벌금을 내야 후커우를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밥 먹기도 어려운 형편에 그럴 돈이 없었다. 집안에 일하는 사람이라곤 아버지뿐이었다. 아버지는 인민공사 회계 담당이었으나 월급이 아주 적었다. 그래서 늘 배가 고픈 아이들은 밭에서 채소를 캐 먹었고, 맏이가 입던 옷을 둘째, 셋째가 물려 입었다. 차이윈이 다섯 살이 되자 아버지는 800위안을 빌려 벌금을 냈다. 그제야 차이윈은 후커우가 생겼지만, 토지를 분배받진 못했다. 차이윈은 사람들이 후커우가 없던 자신을 숨어 있는 아이라고 부른 기억이 아직 깊이 남아 있다.
    (/ p.231)

    오늘날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는 펑샤의 말은 어느 정도는 맞다. 남편이 반대한다곤 하지만, 펑샤가 일한다고 고집하면 서로 갈등은 있겠으나 아내를 통제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여성의 지위 향상은 대체로 여성에게 선택할 가능성이 주어졌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떠한 선택에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펑샤 남편의 선택도 그 대가를 치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내를 통제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내의 외도를 부추겼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가정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내가 자신의 생활방식을 싫어한다는 건 모른다. 더 비참한 건 부부관계 시 아내를 신경 쓰지 않기에 아내가 다른 남자를 영원히 동경하는 것도 모른다는 점이다. 문득 펑샤의 남편이 필요도 없는 새 차를 산 것이 떠올랐다. 차는 그에게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해 주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는 펑샤를 느끼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 p.292)

    샤오베이도 공장에 들어가 한 달간 일했다. 공장에선 내내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이전에는 친척과 친구를 포함한 노동자들과 부딪힐 기회가 적어서 그들의 고통과 희로애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기회만 되면 많은 노동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풍부한 인생 경험은 감탄을 자아냈고, 많은 노동자가 선량하고 낙관적이며 스스로 발전하려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나아갈 길이 없어 아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 매일 다양한 일을 시도하지만, 현재 상태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샤오베이도 전체를 바꾸지 않는 한 개인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 p.361)

    중책을 맡고 난 뒤 샤오링은 새로운 현실에 눈뜰 수 있었다. 이런 소통을 통해 샤오링은 본래 자신이 가진 문제가 혼자만의 것이 아닌 모든 여성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여성으로서의 고민 역시 모든 여성의 고민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 과정이 집단의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모든 문제가 개인의 운명이 아닌 전체의 운명임을 인식한 것이다. 마제는 이따금 전문가를 초빙해 사회와 여성의 문제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들은 여성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며 주방에서만 맴도는 삶을 살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오랫동안 그 문제로 고민하던 샤오링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샤오링이 베이징에 온 목적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줄곧 자신이 뭘 찾는지조차 모르는 혼란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 바로 이 일이야말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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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종
    판매수 77권

    중국의 사회학자,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
    1993년 네덜란드에서 사회학 석사를 마치고, 4년간 중국에서 교편을 잡았다. 1997년 다시 네덜란드로 건너가 바헤닝언대학에서 발전사회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이후 주류 학계를 떠나 기층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하고 연구하면서 중국의 ‘신노동자’ 영역을 개척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북경 노동자의 집’에서 연구와 교육 및 공동체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2013), [중국 신노동자: 문화와 운명](2015)을 출간하며 중국 신노동자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저작들에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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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대학교, 숭실대학교 중문과 외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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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대학에서 중국현대문학으로 석사학위를, 중국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미디어를 통한 중국 현대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인문대학 중국언어와문화학과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드라마를 보다 중국을 읽다』(2020), 공역서로 『상하이학파 문화연구』(2014), 『정동하는 청춘들』(201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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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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