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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두고 한 달 가까이 남미 배낭여행을 훌쩍 떠났다. 정말 생소한 곳이고 여행하기에도 결코 녹록치 않은 지역이었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나섰다. 톱니바퀴처럼 쉴 새 없이 세상과 맞물려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본인 스스로가 누구이고 과연 젊은 날들을 후회 없이 살아왔는지 반문해 보고 싶어서였다. 남미에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잉카 제국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페루와 볼리비아를 선택했다. 마추픽추와 우유니 소금 사막이 있는 이들 두 나라는 남미 여행의 시발점이기도 하고 한때 대제국을 건설한 경력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흥망성쇠 역시 인간과 결코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다소 힘이 들더라도 손쉬운 패키지 관광보다는 발로 하는 배낭여행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 비록 고생스럽더라도 그 경험들이 오래오래 남고 또 단순히 볼거리에 치중하는 관광을 넘어서서 시간과 만나는 사람 그 자체를 중시하는 여행이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의 후반기라는 늦은 시기에 시작했지만 이들은 또래의 사람들과는 달리 배낭여행을 유독 고집하고 있다. 세계 배낭여행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데 2017년 쿠바 여행을 시작으로 남미에 이어 최근에는 북유럽 6개국을 한 달간 배낭여행으로 다녀왔다. 그리고 기회가 닿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을 발로 누빌 계획을 갖고 있다.

“배낭 하나 메고 남미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 꽃중년 아저씨의 이야기”

1990년대 들어 대외적으로는 독일의 통일, 소련의 붕괴 등 공산권 국가들의 붕괴로 세계정세가 변화하고, 대내적으로는 문민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대학생들의 배낭여행 열풍, 다양한 해외 휴양지로의 신혼여행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 환경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해외여행 역사는 이제 30여 년밖에 되지 않음에도 이제는 해외여행 인구수가 그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늘어난 상태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 발간된 해외여행 안내서들은 1990년대 중후반에의 것들의 단순 업그레이드판에 불과했다, 이는 해외로 나가는 자유여행자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자유여행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가이드들의 안내를 바탕으로 작성된 여행안내서나 인터넷 자료들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여행자들의 자료만 축적되어 재생산되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해외여행이 어렵지 않은 일상이 된 지금의 우리에게도 아직은 어렵고도 먼 미지의 세계 남미의 페루와 볼리비아를 생의 반 동안 방송기자로 살아온 중년의 저자가 직접 배낭 하나 메고 부딪히며 경험한 것들을 옮겨 낸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남미 여행안내를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여행안내서처럼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닌 그동안 우리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남미인들의 꾸며지지 않은 생활, 원초적인 자연환경을 그들과 직접 함께하며 느낀 모든 것들을 때로는 30년 경력의 기자의 눈으로, 때로는 평범한 꽃중년 아저씨의 마음으로 생생하게 적어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어떤 독자에게는 세세한 남미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행안내서가, 또 다른 독자에게는 남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수필집이, 그리고 남미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사진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 4

비자 발급과 예방 접종 10
여행 준비, 그리고 출발 14
남미 여행 시작, 웰컴 투 리마 18
잉카의 수도 쿠스코를 가다 26
한국인들과 함께한 성스러운 계곡 투어 37
와이나픽추를 기어서 오르다 48
지구 온난화가 만든 무지개 산 비니쿤카 61
잉카 유적 ‘락치’를 만나다 71
섬 아만타니에서 만난 소녀 ‘셰릴’ 83
티티카카 호수를 떠나다 92
헤수스와의 이별, 먼저 떠난 페루 버스 104
우유니 소금 사막 첫날, 사라진 중국인 114
‘지상 최고’ 우유니 소금 사막 선셋 129
영원한 노마드 ‘쨍쨍 아줌마’를 만나다 138
고생만 하고 떠난 택시 운전사 148
라파스의 명물 ‘달의 계곡’을 가다 155
다시 만난 페루 사람 마누엘 164
당일치기로 다녀온 사막 도시 ‘이카’ 173
이방인이 세운 리마 구시가지 181
덴버행 비행기를 놓치다 189

남미 여행을 마치고 198
인생 퇴직에 대한 나의 생각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