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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곤란한 감정 : 어느 내향적인 사회학도의 섬세한 감정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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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신식
  • 출판사 : 프시케의숲
  • 발행 : 2020년 03월 01일
  • 쪽수 : 33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933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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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우울한 사람들을 위한 감정 수업
    시인 김소연, 문화연구자 엄기호 추천


    김신식 비평가의 첫 단행본이 발간되었다. 작가의 ‘심정 3부작’ 출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으로, 사회 현실 속에서 ‘감정’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한 기록이다. 모두 5부에 걸쳐 단어 55개를 선별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감정’을 자세히 살펴본다. 탄탄한 감정사회학 연구에 기반을 둔 그의 생각들이 지적인 에세이 형식으로 제시된다.

    작가는 감정이라는 렌즈를 통해 오늘날의 사회를 분석하는가 하면, 무심해 보이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은밀한 감정을 예리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맥락을 세심히 관찰해 몇몇 감정에 대한 전복적인 평가를 시도한다. ‘우울’에서 오히려 ‘우울의 리더십’을 읽어내고, ‘공감’에서 되레 ‘조력자 증후군’을 짚어내는 식이다. 이런 섬세한 접근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혐오와 불안이 만연한, 과하게 감정화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벼려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나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타인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의 피로감과 상처를
    지혜로 치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 김소연 / 시인


    오늘날 사회에서 감정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사실상 공적 담론의 현장을 혐오 정서가 지배한 지 오래되었고, 젊은 세대는 물론 기성세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 속에서 살아간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경악과 함께 공감의 능력도 도처에서 강조되지만, 타인을 배려할수록 소진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은 왜 순식간에 일 혹은 짐이 되어버리며, 이성과 논리의 말이 겉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책은 오늘날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감정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본다. 흔한 편견처럼 감정은 고정되어 있지도, 분명하지도 않다. 오히려 시대에 따라 감정은 달리 구성되고 달리 평가된다. 저자는 이렇게 변화하는 감정의 맥락을 총 5부에 걸쳐 55개의 단어로 짚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지난 시대에 부정적으로 해석되었던 우울이라는 감정이 긍정적으로 재평가되기도 하고, 마냥 좋은 감정 문화일 것 같은 공감의 역효과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전복적인 시선만이 아니라, 새롭게 응집되어 나가는 감정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특히 혐오 감정과 조바심 등이 자아내는 부조리한 풍경들을 두루 아우른다.

    저자는 학술의 틀 안에서 논증을 목표로 하기보단, 함축적인 단편들 속에 행간을 밀도 있게 짜놓는 서술 방식을 택했다. 이는 독자들이 멈추어 서서 가만히 생각하도록 이끈다. 사실 우리 시대의 매체 환경이 제공하는 막대한 인풋 앞에서 사람들은 생각하고 듣는 능력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바로 그것이 과도하게 감정화하는 사회의 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탄탄한 사회학 연구 아래 문예적인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이를 타파할 사유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

    섬세함을 통해 이 책은
    그저 괜찮다는 위로가 담긴 짧은 단상들이 아니라,
    짧은 글들로 모인 ‘감정 사회학’이 되었다.
    - 엄기호 / 문화연구자

    1부 ‘우울과 행복’에서 저자는 우울이라는 감정에 대한 전복적인 생각을 펼치는 가운데, 과연 그런 감정 지형에서 어떻게 행복을 새롭게 구성해낼지를 모색한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울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감정이었다. 오히려 억누르고 숨겨야 하는 감정에 속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각 분야에서 ‘대놓고’ 우울에 대해 말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울이 가져다주는 여러 긍정적인 효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울은 다채로운 감정들을 세심하게 포착하도록 해주는 감정이며, 때로는 우정의 가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리더십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은 근본적으로 비관적인 감정이 아니던가? 그런 비관의 정서가 바탕이 되는 가운데 어떻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또 어떻게 행복을 이야기할까? 저자는 행복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가며 이런 딜레마를 돌파해낼 여지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조금씩 우울이 구성해내는 영토를 확장해나간다.

    2부 ‘차별과 혐오’는 오늘날 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이며 문제시되는 감정인 혐오를 다룬다. 그간 여러 필자들에 의해 혐오와 감정 문제가 다뤄졌다. 김신식 저자는 여성 혐오, 노인 혐오, 연령주의, 내부고발자 배척 등을 두루 복기하되, 이를 일상적인 장면에서 구체화하면서 생각이 길게 머물 지점을 만들어준다. 혐오조차 관념 싸움의 영역이 되어버린 현실을 행간에서 비판하는 듯하다. 또한 ‘레디니스’ ‘해고의 스펙터클’ ‘수치와 죄책감’ ‘생리적 혐오감’ 등의 개념으로 관련 현상에 대한 논의를 더욱 세밀하고 풍성하게 증폭시켜나간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혐오라는 지극히 감정적인 현상에 대처해나갈 수 있을까? 저자는 마페졸리로부터 ‘시큰둥함’, 아렌트로부터 ‘실소’라는 감정 정치적 태도를 이끌어내며, 현상으로부터 거리감을 둘 것을 제안한다.

    3부 ‘사랑과 사회학’은 흔히 가장 강렬한 감정으로서 경험되는 사랑에 주목해 감정사회학 논의를 펼쳐나간다. 사랑은 낭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본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사랑은 자본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맥락에 시간이 갈수록 빨려 들어간다. 저자는 이 과정을 주목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신자유주의로 환원하는 것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오늘날 사회학이 사랑을 논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비판을 이어나간다. 저자는 이를 통해 사랑 감정을 사유할 공간을 확보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훗날 그만의 독창적인 사랑 사회학을 예비하는 듯하다.

    4부 ‘감정과 공감’은 감정 문화에 대한 글을 모아놓은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타인의 감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면관계에서는 물론이고 특히 소셜네트워크나 인터넷상의 게시판 등에서도 끊임없이 타인의 감정을 신경 쓴다. 그것이 순기능적으로 작용하면 디테일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할 경우 이른바 ‘성격 감시’나 ‘지레짐작’ 등으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것이 문화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을 때 구성원들은 피로감으로 녹초가 되어버린다. 그것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공감이 강조되는 현장에서다. 언뜻 생각하기에 공감은 마냥 좋기만 한 감정 문화 같지만, 이것이 과도할 때 당사자가 이른바 ‘공감 피로’에 압도되어버린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조력자들이 정작 자신의 가족들을 괴롭히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5부 ‘지식사회의 풍경’은 학계 등에서 어떻게 감정이 작동하는지를 톺아본다. 흔히 학계나 비평계, 출판계는 논리와 이성으로 촘촘히 쌓아졌다고 생각되지만, 그 안에서도 감정이 작동한다. 저자는 문학, 영화, 사진, 미술 등 여러 비평 분야를 넘나들며 현장 경험을 해왔다. 또한 인문사회 출판사에서 편집자로서 근무했으며,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는 등 다양한 지식사회를 체험했다. 특히 저자는 지식사회에서 은밀한 위계의식, 조바심 등의 불안을 읽어낸다. 그리고 이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지식사회 혹은 저자 자신의 감정 풍경은 위선과 조급함, 분열, 갈등, 불안으로 채색되어 있다. 저자는 굳이 희망이나 해법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고백할 뿐이다. 고해도 감정 구원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웅변하는 듯하다.

    추천사

    그 누구도 나를 목적 없는 선의로 대할 리 없으며, 나의 순수한 선의는 자주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 것. 언제나 속마음이 들키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할 것. 속지 않고 살기 위해 타인에겐 되도록 의구심을 품을 것. 언젠가부터 내가 장착하게 된 모토이다. 이 몹쓸 모토 덕분에 내 자신을 나는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래봤자 아주 미미하게 나아졌을 뿐이다. 그에 비해 감정노동의 강도는 어마어마하게 불어났다. 이뿐이면 좋으련만, 하루하루 온갖 말들로 도처에서 받는 상처는 쌓여간다. 받은 상처의 반대편에는 나도 모르게 내가 준 상처 또한 수북할 것이 분명하다. 타인에게 상처를 줬을까봐 내가 한 말들을 뒤늦게 복기하는 괴로움.
    당신은 어떠신가. 만약, 당신도 나와 비슷한 피로감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김신식의 《다소 곤란한 감정》을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말들을 추려서 김신식은 하나하나 톺아보고 있다. 나는 ‘톺다’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 김신식이야말로 ‘톺기의 고수’이다. 항상 그는 이러한 증상의 우리를 돕는 데에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왔다. 그리고 이렇게 그의 첫 책이 나왔다. 나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타인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의 피로감과 상처를 지혜로 치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 김소연 / 시인

    농담처럼 사람들에게 “대범한 자가 망친 세상, 소심한 자가 구원하자”고 말한다. 이 말에 기뻐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만큼 소심한 사람들이 많고, 대범하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주눅 들어 산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범한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소심한 사람은 세계를 보좌한다. 소심한 사람은 타자와의 경계에 대해 조심스럽고, 그 경계를 넘어 만지는 것에 앞서 두 번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신식은 이 책에서 대범함이라는 지배와 배제의 정상성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 무도한 정상성에 의해 파괴되는 마음들, 이를테면 우울과 비관과 주눅 같은 삶의 감정들을 돌아본다. 이로써 그는 세계를 보좌하는 것은 누구인지를 다시 질문하며, 오늘날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감정의 위상을 전복한다. 이 섬세함을 통해 이 책은 그저 괜찮다는 위로가 담긴 짧은 단상들이 아니라, 짧은 글들로 모인 ‘감정 사회학’이 되었다.
    - 엄기호 / 문화연구자

    목차

    프롤로그: 감정마저 불평등한 세상에서

    1부 우울과 행복

    앓아봤다(나도 그땐)
    우월하다
    빼어나다
    다행이다(나만 우울하지 않아서)
    명랑하다
    의연하다
    병약하다(누구든지)
    수십억 벌다(우습게)
    행복하다
    소박하다
    자신하다

    2부 차별과 혐오

    기회다
    야심차다
    멀었다(넌 아직)
    정정하다
    그러니 안 된다
    보람을 뺏기다(의로운 당신 때문에)
    용기 있다
    사과하다(기업이)
    보상하다
    싫다(아무튼)
    내 취향이다(싫어함도)
    시큰둥하다
    휩쓸리다
    웃다(어이없어)

    3부 사랑과 사회학

    안착하다
    추구하다
    연구하다(연애를)
    바로 내 이야기다
    사랑하다(근데 누구를?)
    안전하다

    4부 감정과 공감

    괜히 묻다
    의뢰하다
    번역하다(감정을)
    디테일하다
    측정하다(감정을)
    비유하다
    아쉽다
    여전하다/여전~~하다
    따지다(결혼 적령기를)
    절실하다
    기구하다
    녹초가 되다
    기만하다
    괴롭히다(정작 자신과 주변을)

    5부 지식사회의 풍경들

    이 바닥 좁다
    얄팍하다(근데 마음이 움직인다)
    세계를 말하다(누군가의)
    취향을 드러내다
    선량하다
    진솔하다
    동등하다
    경력을 말하다(묻지도 않았는데)
    각별하다
    찌들다

    에필로그: 절반을 위한 몸짓

    본문중에서

    새삼 공평함이란 무엇일까 되묻고 싶다. 인간만사 나와 너 사이에 50대 50의 공평함이란 존재하는가. 아닐 것이다. 공평함이란 일상 속 어느 상황에서 유리한 영역을 점한 존재가 그렇지 못한 존재에게 내리는 선고에 가깝다. 사람들은 그러한 선고에 반문할수록 피곤해지고 더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합당하다고 여긴 채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버린다.
    (/ p.10)

    살아오면서 내게 감정과 마음에 대한 예리한 혜안을 건넸던 사람들은 우울한 이들이었다. 우울한 이가 감정에 관해, 마음에 대해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나를 타격하고 나는 잠시 어벙함을 느낀다. 나는 그 속수무책의 시간을 우울한 이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당신과 나의 감정을, 마음을 허투루 여기지 않게 됐으니까
    (/ p.23)

    당신은 한동안 정체 모를 상태에 허덕이고 싶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당신의 일상은 그림 한 점이 된다. 사람들은 당신의 일상을 관람하다 아쉬운 구석을 찾아낸다. “너무 어두워” “너무 밝지 않아?” 이제 당신의 삶과 감정은 병색病色과 함께 명도라는 은유에 복속되고 만다.
    (/ p.47)

    당신은 사회가 내거는 신선함과 고루함의 소비 구조에 포위된 채, ‘내 생각이 얼마나 진부한가’라며 초라해지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당신의 생각과 그 결실이 인정받았을지라도 사회는 당신의 결실이 널리 퍼지기 전에 다른 것으로 대체할 태세에 들어간다. 사회는 당신의 아이디어에 깃든 참신함을 신속히 흡혈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 p.78)

    조직 내 불의를 참지 못하고 일터에서의 부조리한 행태를 언급하는 사람들. 어느새 정의를 지키는 사람이 아닌,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조직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실천은 아집으로 폄하된다. 부조리를 지적하는 사람은 ‘내가 이나마 만족하는 보람을 빼앗지 말라’는 주변 동료들의 수군거림에 휩싸인다.
    (/ p.106)

    새삼스럽지만 오늘날 보상금은 피해자를 향한 누군가의 이유 없는 화풀이나 혐오를 응석 정도로 받아줘도 되지 않겠냐에서 출발해, “피해자 당신은 돈이라도 챙겼는데 이 정도의 혐오는 감수해야지”란 메시지가 되었다. 하지만 보상금은 누군가 잠시 기분이 나빠져 그 기분대로 피해자를 비난해도 된다는 ‘감정의 비용’이 아니다.
    (/ p.126)

    당신과 나는 사랑을 업무 체크하듯 해오던 지난날을 성찰하며 좀 더 나아진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려 노력한다. 그런데 당신과 내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달라진 사랑을 쏟으려 ‘노력’한다고 의식하자 사랑은 얄궂게도 또다시 ‘치러야 할’ 일이 된다.
    (/ p.167)

    사랑의 사회학엔 정작 사랑이 없다. 사회학을 사랑하는 마음만 그득하다.
    (/ p.182)

    평가에 지친 사람들. ‘전가轉嫁’를 택한다. 평가 시에 받은 억울하고 눅눅한 기운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대놓고 타인의 과오나 미진함을 평하진 않는다. 그 정도 실수는 누구나 저지르는 법이라며 아쉽다고 한다. 그러다 아쉽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타인을 힐난하고 싶은 기운이 쌓인다. 지난번과 동일하게 상대를 향해 아쉽다고 말하지만, 힐난의 강도는 높다.
    (/ p.217)

    결혼 적령기의 판단을 핑계 삼아 누군가의 삶에 하자가 있다는 사냥 놀이에 나선 사람들. 이 사냥 놀이엔 돈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성공한 혹은 실패한 경제동물로 평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런 가운데 당신은 아직 당신의 삶을 한 편의 완성작으로 여기지 않았는데, 누군가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그 정도면 대충 가치를 알 것 같다는 작품으로 품평해버린다.
    (/ p.225)

    누군가는 여전히 당신의 간절함을 손에 쥐고선 허황된 조언과 평가를 일삼는다. 하지만 당신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절실함의 순도와 등급을 제멋대로 매기는 자들 앞에서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자기 삶을 지켜내려고 묵묵히 버텨온 이들의 절실함과 그 품위를 비웃지 않는 품격. 당신은 놓지 않을 것이다.
    (/ p.228)

    어느 임상철학자의 혜안을 따르자면, 공감 어린 대화란 괴로운 누군가의 복잡한 감정 중 특정한 감정을 집어내어, “당신은 지금 이런 상태인 거죠”라고 짚어주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괴로움에 허덕이는 타인이 분출하고픈 감정의 퇴로를 차단할 뿐이다. 괴로운 누군가가 입을 열어 자신을 사로잡은 눅눅한 감정 상태에서 벗어나게 기다려주는 일. 와시다 기요카즈는 공감에 가닿는 경청이란, 결국 타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그 말을 통해 뱉어내고 싶은 감정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 p.237)

    슈미트바우어는 이러한 유형을 “간접적 공격성”이라고 정의한다. 간접적 공격성의 소유자는 먼저 화내지 않는다. 상대의 화를 돋운 뒤 ‘상대가 화를 냈으니 자신도 화를 내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자기 마음속에 확실히 드러나길 바란다. 이는 자신이 타인에게 화를 내선 안 된다는 죄책감을 줄이는 심리 기제다. ‘타인이 자신에게 화를 냈으니 나도 낼 수 있다’는 정당화가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이다.
    (/ p.258)

    사회학자 엄기호는 말한다. “사건의 특징적인 단면을 잘라내어 한 장면을 포착하고, 그것이 마치 전체에 대한 진실인 것처럼 말하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사회에 대해.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스냅숏 이야기”로 명명한다. 사회에서 나타나는 각종 사안의 앞뒤를 고려하지 않고 사안의 순간을 캡처하고 박제하듯 훑기. 그것으로 사안의 모든 걸 파악했다고 확신하며 말해버리기.
    (/ p.285)

    생활하면서 정리하기 곤란한 문제가 있다. 나는 ‘은근전戰’이라 부른다. 은근히 신경 쓰인다고 하지만 제법 신경 쓰이기에. 빠른 생일을 두고 벌이는 존대 관계의 규정 및 호칭 정리.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은근전이다. 연예인이 예능에 출연해 이야기 재료로 삼는 용도로만 생각했는데, 이 정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이 주변에도 꽤 있음을 맞닥뜨린다. 누군가를 선생님으로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도 은근전에 들어간다.
    (/ p.294)

    누군가를 위해 그림자가 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광경. 그런 노동자의 그림자를 잘 살피지 않은 채 그림자를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척하는 말과 마음의 향연. 나는 자리를 뜨고 싶다…….
    (/ p.298)

    일본에선 스모의 승자와 패자 간 격차를 강조하는 반즈케番付 문화가 있다. 반즈케는 비단 일본 씨름 선수의 순위를 확인하는 기록이 아니라, 일본 사회 각 분야의 서열을 확인하는 ‘랭킹의 문화’를 뜻한다. 지난날 나는 한 지성인의 추모 행사 중 여러 인사의 추억담에 스민 각별함에서 반즈케를 떠올렸다. 추모하는 곳에선 겉으론 잔잔하고 뭉클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렇지만 추모하러 나온 인사들. 고인과의 추억을 매개로 인정의 씨름을 벌이는 듯했다.
    (/ p.303)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 한 사람을 위한 지성이다. 당신의 마음을 모조리 찍지 않은 채 당신이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감정을 보호할 지성이다. 당신의 절반마저 앗아가려는 부당함에 맞서 당신을 지킬 지성이다. 당신이 더욱 삶을 알아갈수록 삶의 흥미를 일일이 발설하는 대신, 고이 간직하고 싶은 삶에 대한 소중한 비밀 한 가지를 당신을 위해 조용히 묵혀두는 지성이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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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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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양장점 주인이었던 외할머니, 그래픽디자이너인 외삼촌과 함께 유년기를 보냈다. 두 사람 밑에서 대중문화를 부지런히 접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선 신문방송학, 시각문화연구를 전공했다. 1990년대 한국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보던 이들의 열정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감정사회학을 접했다. 이후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하는 비평 및 강의에 매진하고 있다. 예술 작업자들의 속마음을 챙기는 ‘풀죽은 작업자를 위한 인문학 강의’,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감정의 양상을 영상으로 풀어보는 ‘영상시대의 이해’로 수강생들과 함께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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