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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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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160만 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 저자가
    한국 독자만을 위해 쓴 최초의 오리지널 타이틀!


    160만 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이다. 이번 책은 번역서가 아니라 오직 한국 독자를 위해 쓴 오리지널 콘텐츠로, 한국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최초 작품이다. 전작들이 한국에서 연이은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기시미 이치로는 우연히 영화를 전공한 자신의 한국어 선생님과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한국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한 영화,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철학자가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 문제’의 실마리를 얻는다면 어떨까?”
    책장을 열면 ‘연인과 부부’ ‘가족과 부모’ ‘나와 인생’ ‘세상’ ‘사회 속 인간관계’까지 5개의 상영관이 펼쳐진다. 각 상영관에서는〈봄날은 간다〉〈똥파리〉〈마더〉〈8월의 크리스마스〉〈복수는 나의 것〉〈버닝〉〈박하사탕〉〈동주〉 등 19편의 영화 속 23명의 등장인물이 철학자를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 독자들은 명대사와 함께 고민을 쏟아내는 주인공을 보며 자신이 맞닥뜨린 문제를 되짚어보고, 철학자가 제시하는 철학과 심리학을 통해 고통의 실체에 직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쁜 기억’을 소거하는 방법 또한 체득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과거를 지우고 싶은가요?”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명대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박하사탕>은 젊은 날의 잘못된 선택으로 막장 인생을 살게 된 주인공 영호가 기차에 뛰어드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후회와 회한으로 절규하는 영호처럼 누구나 ‘나쁜 기억’을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기 마련이다. 고백하지 못한 첫사랑, 실수로 비틀어져 버린 인간관계, 잘못된 선택으로 도미노처럼 망가진 커리어, 하다못해 어제 회사에서 했던 말실수까지.
    이런 기억들은 잊으려고 애쓸수록 꾸역꾸역 올라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그럴 때면 잠 못 이루며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그 기억을 말끔히 삭제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달라질까?’
    저자의 말을 빌리면, 과거의 좋지 않았던 일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영화 〈맨인블랙〉처럼 장치를 이용하거나 최면을 걸어 ‘영구히’ 말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억이라는 것은 ‘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당사자의 기억은 실제로 일어났던 상황의 한 단면인 것이고, 그렇기에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서 나쁜 기억은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일과 사랑, 가족과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상처받은 23명의 인물이 철학자를 찾아와 자신의 ‘나쁜 기억’을 털어놓는다. 철학자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침을 놓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해답을 주며 과거의 기억을 재해석하는데, 이때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대화를 풀어나간다.
    첫째, 철학자는 고통을 외면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같은 말을 건네지 않으며, 또한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고 과거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는다. 현재 직면한 문제의 원인이 과거에 있다고 해도 그때로 돌아가지 않는 한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토록 고된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밝히려는 목적에서다. 셋째, 철학자는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위로 대신 “이렇게 하라”는 실천법을 제시한다. 넷째, 삶을 자흐리히(sachlich, 즉물적), 즉 과거와 미래를 따로 떼어 놓고 그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라고 한다(9~11쪽).
    철학자가 제안하는 방법에 23명의 내담자들은 낯설어하거나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것은 대부분 내담자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거나 실천한 적이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내담자들은 철학자의 실천법을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어 문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나쁜 기억을 지우고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15년 동안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어느 늦여름, 철학자의 방 문을 두드린 ‘승민’은 15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하는 바람에 약혼자와의 결혼이 망설여진다고 토로한다. 차라리 다시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거라는 그에게 철학자는 “왜 망설이고 있는지는 아세요?”라고 묻는다. 고개를 젓는 승민에게 철학자는 ‘당신이 망설이는 것은 첫사랑과의 미래에 대한 확신도, 약혼자와 파혼을 하겠다는 용기도 없기 때문’이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첫사랑과 재회했기 때문에 새로운 삶을 걸어가겠다는 결심이 무뎌진 게 아닙니다. 이전부터 그 결심이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첫사랑과 그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 없는 거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유독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 대학이나 직업 같이 중요한 선택을 할 때건, 점심에 먹을 메뉴를 선택할 때건 상관없이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을 시쳇말로 ‘결정 장애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승민과 같이 첫사랑에게 고백을 할 때도, 심지어 결혼을 앞두고도 결정 내리지 못하는 사람의 행동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결정하지 않은 한 ‘가능성’ 속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결정하지 않는 한 결과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란 게 존재할까? 철학자는 ‘어떤 결정이든 후회하게 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하려고 하니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후회할 거란 생각을 염두에 두면 망설임은 적어진다. 물론 어느 쪽을 택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하되,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자신의 결정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중요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비난할 사람들은 비난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낸 내가
    따뜻한 가족을 이룰 수 있을까?

    거친 행동에 철학자에게도 반말을 서슴지 않는 ‘상훈’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의 직업은 다름 아닌 ‘용역 깡패’로,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증오하며 자랐지만, 아버지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여 다른 이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살게 되었다고 말하는 상훈. 그에게 철학자가 말해주는 건 엉뚱한 경험담이다.

    “집에 볼일이 있어서 찾아온 어떤 사람의 ‘팔’을 우리 집 개가 물었어요. 물론 피가 살짝 비치는 정도로 가벼운 상처였고, 그 자리에서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한밤중에 그 사람의 상사라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 자기 집으로 사죄하러 오라는 겁니다. 그 직원이 개에 ‘다리’를 물려서 출근을 안 하고 있다면서 말이죠.”
    <본문 81~85쪽 요약>

    철학자가 위의 경험담을 예로 든 것은 가정환경, 사고와 재해로 인한 고통의 굴레가 진정 끊어낼 수 없는 것인지, 대물림은 필연적인 것인지 상훈에게 묻기 위해서다. 타임머신을 타지 않는 한 사람은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고, 인생을 바로잡을 기회는 절대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사람은 과거의 경험이나 외부 세계의 자극에 휘둘리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반응자(reactor)가 아니라 행위자(actor)이고, 이는 뭔가를 경험했을 때 누구나 똑같이 반응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 각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상훈이 깡패가 된 것은 자신의 선택이지 아버지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이 아니다. 부모는 영향을 주는 것일 뿐이지 아이의 결정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학대받은 아이가 모두 범죄자가 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상처받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상처받았더라도 빨리 회복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자신이 다시 일어설지 말지는 자신의 결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 자신이 변하고자 ‘결심’한다면 인간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철학자의 방 문을 나가며 상훈은 결심한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싶지만
    상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기자

    좁은 취업문을 뚫고 간신히 언론사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 인턴 기자 ‘라희’. 그녀는 철학자를 찾아와 수당도 월차도 없는 불합리한 처우도 그렇지만, 호통만 치는 상사가 문제라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윽박지르는 상사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 일이 즐겁지가 않다는 그녀. 라희에게 철학자는 “상사가 자신을 어떻게 볼까 전전긍긍해서는 일이 즐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 이해관계에만 관심이 있는 거죠. 상사의 표정을 살피는 걸 일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라는 대답을 건넨다. 라희는 자신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싶어 기자가 되었으나 호통만 치는 상사 때문에 그것을 못하게 됐다’고 믿었지만, 실은 ‘상사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 때문에 상사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일의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일의 즐거움은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 묻는 라희에게 철학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바로 ‘공헌감’이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공헌감’을 신발 장인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신발 장인은 자기뿐 아니라 신발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 신발을 만든다. 이때 자신이 제작한 신발을 구입한 사람에게 ‘유용한 사람’이 되며, 신발을 만듦으로써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감각’, 즉 공헌감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인간은 단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일에 따라 공헌하는 방법은 달라도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어떠한 형태로든 남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자기 일이 좋아지면서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라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 철학자를 찾아온 23명의 내담자들이 묻는 것은 결국 ‘삶의 의미’이다. 제 몸이 어떤지 관심 갖지 않으면 어디가 아픈지조차 모른 채 병들어가는 것처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을 모른 채 사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나쁜 기억’을 없애기 위해 애를 쓰는 것 또한 삶의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 더 나은 삶을 향한 기대가 있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만이 일본의 철학자 미키 기요시(三木清)가 말했던 ‘결코 내던져 버리고 떠나지 않으며, 버리고 떠날 수도 없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을 만끽할 수 있다.

    ‘삶’이란 고통 앞에서 그대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 현실을 마주할 용기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한국어를 배운 것과 관련이 있다. 전작《미움받을 용기》가 ‘160만 부 베스트셀러’ ‘51주 연속 역대 최장기 1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는데도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저자는 고백한다(357쪽). 저자의 한국어 선생님이 영화 전공자였던 덕분에 한국의 문화, 사회, 역사, 정치에 대해 토론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관련된 한국 영화가 화제에 올랐다. 그때 ‘한국 영화의 등장인물과 철학자가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으로 책을 써보면 한국인의 고유한 문제들을 다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에서 저자의 집필은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앞서 설명한 내담자들은 모두 한국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다. 약혼자와 첫사랑 사이에서 망설이는 승민은 영화 <건축학개론>, 용역 깡패 상훈은 <똥파리>, 청년 인턴 기자 라희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주인공인 것. 그러나 영화에서는 인물과 배경만 가져왔을 뿐, 줄거리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는 주목받지 않았던 인물이 찾아오기도 하고, 실제 영화와는 다른 결말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이 듦과 청춘에 대한 영화 <수상한 그녀> 편에서는 주인공이 아닌 며느리 ‘애자’가 찾아와 ‘고부갈등’ 문제를 토로하고, <봄날은 간다> 편에서는 영화 속에선 먼저 이별을 고한 ‘은수’가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연인 ‘상우’를 찾아가는 식이다.
    저자가 19편의 영화 속 23명의 내담자와 통해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특수한 ‘각자의 사정’에서 뽑아낸 보편적인 ‘삶의 해답’을 제시한다는 것. 나의 고민이 누구나 거쳐 가는 삶의 행로임을 인식할 때 얻는 위로만큼 우리의 지친 마음을 깊이 어루만져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삶은 원래 고통이다’라는 것.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선악무기(善悪無記)라는 말을 언급한다. 고통은 그 자체로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이 선악에는 도덕적 의미가 없고, 그저 선은 ‘득이 된다’, 악은 ‘득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괴로운 일을 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악’은 아니다. 고통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따라 그것이 선인지 악인지가 결정된다.
    결국 과거의 기억을 ‘악’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현재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그럴 때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목차

    들어가며: ‘삶’이란 고통 앞에 선 그대에게 8

    1관 우리도 사랑일까: 연인과 부부에 대하여

    너를 잊지 못하는 이유-<봄날은 간다> 상우의 이야기 15
    어떻게든 사랑은 변한다-<봄날은 간다> 은수의 이야기 29
    외로워서 그런 거였더라-<내 아내의 모든 것> 45
    첫눈 오는 날 그곳에서 만나자-<건축학개론> 61

    2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가족과 부모에 대하여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어-<똥파리> 79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하는 방법-<수상한 그녀> 첫 번째 이야기 95
    며느리 사표를 쓰고 싶은 밤-<수상한 그녀> 두 번째 이야기 111
    내 아이를 괴롭히는 발톱만도 못한 놈들에게-<마더> 125

    3관 행복을 찾아서: 나와 인생에 대하여

    뭘 그렇게 어렵게 사냐?-<리틀 포레스트> 141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8월의 크리스마스> 155
    사람이 사람에게 그래도 됩니까?-<터널> 169
    개가 사람보다 나은 게 뭔지 아시나요-<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181
    믿지 않고 사는 게 좋으세요?-<그 후> 197

    4관 내일을 위한 시간: 세상에 대하여

    우아한 척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어요-<싱글라이더> 213
    잘 살기 위해 일한다는 것-<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227
    고상하게 고난을 견뎌 내는 법-<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첫 번째 이야기 241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볼 수 있다면-<시> 255
    돌아가고 싶은 ‘그때’는 언제입니까?-<박하사탕> 269
    저는 착한 사람입니다-<복수는 나의 것> 283

    5관 타인은 지옥이다: 사회 속 인간관계에 대하여

    개성적인 사람일수록 질투를 모른다-<버닝> 첫 번째 이야기 301
    한국에는 개츠비가 너무 많아-<버닝> 두 번째 이야기 315
    끝까지 달리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두 번째 이야기 327
    시인이 되기를 원했던 게 부끄럽습니다-<동주> 341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356

    본문중에서

    불교에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그 누구도 늙고 병들어 죽어 가는 고통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저는 산다는 게 원래 괴로운 것이라고, 그것이 인생의 진리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사는 게 원래 힘들다는 말을 건넨들 고민을 상담하러 온 이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통스러운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토록 고된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밝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철학자와 열아홉 편의 한국 영화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를 엮었습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인생의 문제는 다방면에 걸쳐 있습니다. 그러나 철학자가 대화를 풀어 나갈 때의 방식은 명확합니다. 먼저 철학자는 고통을 외면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같은 말을 건네지 않으며, 또한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고 과거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습니다. 가령 지금 직면한 문제의 원인이 과거에 있다고 해도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이상 그 원인을 과거에서 찾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 '들어가며: ‘삶’이란 고통 앞에 선 그대에게' 중에서)

    철학자 : 상우 씨가 그분께 결혼하자고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죠? 그분도 결혼하자고 말한 적이 없고요. 상대에게 말하지 않는 이상 서로 생각이 같을 수는 없어요. 그분은 그저 “나 김치 못 담가”라고 말했을 뿐 상우 씨에게 ‘결혼하고 싶다’ 혹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건 아니잖아요?
    상우 : 하지만 제가 김치 담글 줄 아냐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이 제게 “그럼”이라고 대답했다는 건, 분명 저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철학자 :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넘겨짚고 있었던 것 같아 답답하네요. 제가 보기에는 한 사람은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상대방은 결혼을 망설였던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인생 목표가 일치하지 않았던 거죠. 아무리 상대를 사랑하더라도 서로 생각하는 미래가 다르다면 관계를 지속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 '너를 잊지 못하는 이유-「봄날은 간다」상우의 이야기' 중에서)

    첫사랑은 대개 결혼에까지 이르지 못한다. 이번 생에서 너무 일찍 만났기 때문이다. 설령 서로가 사모하고 사랑하면서 사귈 수 있었다고 해도 학생끼리라면 졸업한 뒤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디에서 살지 같은 문제를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두 사람이 서로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면, 사귀는 상대를 아무리 좋아한다한들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여 졸업이나 취업 같은 인생의 전기(轉機)를 맞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을수록 헤어질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남의 시기가 늦어졌다 해도 영화 속 인물들처럼, 두 사람이 인생의 전기를 경험하지 않고도 헤어지는 경우는 있다. 인생의 전기를 맞이하는 것만이 이별의 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로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막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결코 하지 않았던 싸움을 하게 된다면, 예를 들어 졸업을 계기로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 사람이 겪은 일 때문도, 두 사람이 미숙했기 때문도 아니다.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법을 서로가 몰랐기 때문이다.
    ( '첫눈 오는 날 그곳에서 만나자-「건축학개론」' 중에서)

    상훈 : 그러는 날 겁내지 않고 내 말에 반박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선생처럼. 그것도 새파란 여고생이 말이야. 그걸 보고 난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이 틀렸던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됐어.
    철학자 : 상훈 씨의 방식 중 어떤 점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상훈 : 요즘 이런 식으로 사는 게 싫다고 절실히 느끼곤 해. 예전에는 내가 욕하고 소리 지르면 다들 겁내는 모습을 보고 나 자신이 뭔가 대단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 근데 언젠가부터 아무도 나를 진짜 ‘나’로 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나란 사람이 아니라 내 ‘힘’에 굴복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지금은 내 힘만 믿고 젊은 놈들을 때리곤 하는데, 언젠가 내가 약해져서 힘이 없다는 걸 알면 반대로 내가 젊은 놈들에게 두들겨 맞을지도 몰라.
    (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어-「똥파리」' 중에서)

    나의 아버지는 말년에 치매를 앓으셨다. 그때 아버지는 짙은 안개 속에서 살고 계신 것 같았다. 그런데 가끔씩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맑게 개는 순간이 찾아오곤 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이렇게 중얼거리셨다. “잊어버린 건 어쩔 수 없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과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아니었으리라. 스스로 ‘잊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잊어버린’ 것이라고 하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을 잊었다’는 뜻이기에.
    아버지는 오랜 세월 함께한 아내를 잊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잊어서는 안 될 일이었을 것이다. “잊어서는 안 돼, 떠올리고 싶어, 하지만 기억나지 않아.” 아버지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할 수만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아버지께서 “잊어버린 건 어쩔 수 없어”라고 하셨을 때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각오의 표명이었다.
    (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하는 방법-「수상한 그녀」 첫 번째 이야기 ' 중에서)

    혜원: 제가 서울에 간다 간다 말하면서 가지 못하는 것도 저 스스로 결정하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철학자: 망설이며 고민하는 한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러나 고민을 멈추는 순간 결정해야만 합니다. 혹시 결단을 내린 뒤에 자신에게 닥칠 일들을 받아들이기가 두려운 건가요?
    혜원: 뭔가를 결정할 때는 타이밍이 중요하지 않나요? 전 그 타이밍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철학자: 그렇지 않습니다. 타이밍은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
    혜원: 그러다 때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제가 바라던 걸 이루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철학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혜원: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철학자: 다시 하면 됩니다. 아니면 다른 것을 해도 좋고요.
    ( '뭘 그렇게 어렵게 사냐?-「리틀 포레스트」 ' 중에서)

    나 또한 아버지의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때 이미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나는 평온히 가시게 해 달라는 대답으로 연명 치료를 거부했지만, 과연 그 결단이 옳았는지에 대해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날이 가까워졌다. 의사한테 아버지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나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아버지, 전 당신을 보내 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뒤에도 결심은 계속 흔들렸다. 자식이라도 부모의 마지막 가는 길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이다. ‘설령 아버지가 내 결정을 원치 않으시더라도 아버지는 내 결정에 반박할 수조차 없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대신해 앞날을 결정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라고. 그러나 나는 곧 생각했다.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비난하는 사람은 있으리라. 그래도 누군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 나 스스로 결정하자.’ 그게 합리적인 결단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아버지라면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용서해 주시리라 믿었다. 그게 정말 최선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훗날 돌이켜 보면 실수였다고 후회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결단은 내릴 수 있고, 또 내려야만 한다.
    ( '사람이 사람에게 그래도 됩니까? 「터널」 ' 중에서)

    영호 : 제가 착해질 수 있을까요?
    철학자 : 영호 씨는 굳이 다른 어떤 사람으로 변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호 : 지금 이대로의 저라도 괜찮다는 말씀인가요?
    철학자 :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내가 되기란 쉽지 않지만,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실제로는 지금도 영호 씨는 착한 사람일 겁니다. 그런데 착한 사람으로 사는 걸 그만두려고…….
    영호 : 경찰이 됐죠…….
    철학자 : 사실 영호 씨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착한 당신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착했던 영호 씨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하나는 과거에 지배받는 것을 그만두는 겁니다. 과거의 사건이 지금의 당신을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어요. 다른 하나는 타인이 동료라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영호 씨의 삶을 망치려고 할 리 없어요. 당신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 '돌아가고 싶은 ‘그때’는 언제입니까? -「박하사탕」' 중에서)

    철학자: 지금처럼 살기 힘든 시대를 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니 그런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헌데, 내가 지자知者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얘기했는데, 이때 그리스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나는 내가 지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과 함께 안다”가 됩니다. 나 자신과 함께 무엇을 아는가 하면 지금의 예처럼, 무지(無知)나 실패를 아는 것입니다. 즉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는 것입니다. ‘양심’이란 말도 어원에서부터 그 뜻을 헤아려 보면 할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이니, 양심이 있는 사람은 본래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겁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야말로 더 부끄러운 것이죠.
    동주: 그건 제가 존경하는 시인에게서도 들은 말입니다.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하지만 행동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철학자: 시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동주: 아니요.
    철학자: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입니다. 동주 씨의 일은 시인으로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 '시인이 되기를 원했던 게 부끄럽습니다-「동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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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기시미 이치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6~
    출생지 일본 교토
    출간도서 29종
    판매수 166,460권

    1956년 교토 출생으로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만기 퇴학(満期退学)했다. 서양 고대 철학을 전공했고, 특히 플라톤 철학을 공부하면서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다. 현재 메이지동양의학원 전문학교에서는 교육 심리와 임상 심리를, 교토성카타리나 고등학교의 간호전공과에서는 심리학을 가르친다. 일본 아들러 심리학회가 인정한 카운슬러이자 같은 심리학회 고문이다. 저서로는 2014년 일본에서 크게 사랑받았던 『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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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와 도쿄예술대학교대학원 영상연구과에서 프로듀싱을 공부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영화 촬영 현장과 영화제 등에서 기획 및 통번역 활동을 하고 있고, 영화 비평지 《FILO》 등을 번역하고 있다. 현재 교토에서 거주 중이며,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감명을 받은 후 기시미 이치로와의 인연을 이어 오다 영화 전공자라는 점을 살려 이 책을 기획 및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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