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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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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왜 반려동물만 생명권이 있나요?
    '동물보편생명권'에 관한 성찰적 르포르타주

    1. 개와 고양이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문화적 규범에 따라 특정 종들을 범주화하는 데 능하다.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 쥐나 바퀴벌레 등은 '유해동물', 소, 돼지, 닭은 '식용동물'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이 같은 범주화는 인간이 최상층에 군림하는 계층 구조를 유지하면서 인간이 다른 종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이용하고 취급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쥐를 인간에게 '해로운 종', 북아메리카의 뉴트리아를 인간의 영역을 '침해하는 종'으로 각각 범주화하고 이들 종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을 무차별적으로 박멸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그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도 나날이 확장되는 오늘날, 한구석에 여전히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반려동물보다도 우리 일상에 더 깊게 얽혀 있는 동물들, 바로 소, 돼지, 닭과 같이 고기로 키워지는 동물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가끔 뉴스를 통해 상기하게 될 뿐이다. 구제역, 돼지열병, 조류독감 같은 질병의 이름과 함께 수백만 마리가 공장식으로 신속하게 생명을 빼앗긴다. 주인에게 머리를 비비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동영상을 보며 웃다 보면 때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소와 돼지에게는 이런 마음이 없을까? 반려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자라날수록 더욱 짙어지는 이 그림자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2. 사람, 반려동물 그리고 가축, 생명과 상품 사이

    동물 도축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이중사고가 흔하게 발생하는 지점이다. 성인이라면 대부분 잠깐만 생각해봐도 고기가 죽은 동물에서 나오고 동물들은 그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죽인다는 것은 당연히 살아있는 동물에 대한 폭력과 기본 권리의 침해를 동반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폭력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에 능숙한 전문가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가 어디서 생기는지 기억하는 것 자체를 감쪽같이 잊거나, 상품으로 고기를 준비하고 생산하는 데 따르는 고통에 대한 더 깊은 사유를 뒤로 미룬다.

    비판적동물연구학자이자 채식주의자인 작가 캐스린 길레스피는 농장, 경매장, 도축장을 직접 탐방하며 기록한 이 고발적 르포르타주를 통해 우리가 매일 먹는 고기가 어떤 폭력의 산물인지 낱낱이 밝힌다. 심지어 고기를 먹지 않아도 우유, 달걀 등 비육류 동물성 식품의 생산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동물들은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소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임신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린 송아지를 어미로부터 강제로 떼어놓아야 한다. 닭 역시 효율적인 달걀 생산을 위해 의도적으로 품종 계량을 거쳐 하루에 한 번씩 알을 낳는, 자연 상태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몸으로 진화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모든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그렇게 진짜로 잊어버린다. 이 책은 그렇게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을 우리의 눈앞에 정면으로 들이민다.

    3. 고기도 가죽도 아닌,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이미 존재하는 체제 안팎에서 다른 종들과 관계를 맺는 지배적인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다. 동물, 식품 정의와 식량 주권, 식단의 탈식민지화를 위해 다종적이고 환경적으로 용인 가능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려는 움직임이 지방, 지역, 국가, 국제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노력들은 이미 진행 중이고, 여기에 동참함으로써 누구나 변화를 이룰 수 있다.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사육되는 수백, 수천만 마리 동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모든 동물들이 상품이 아닌 한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묻는다. 작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착취당하다가 동물피난처로 와 여생을 살게 된 동물들을 만나고, 그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개성과 삶의 발자취를 가지고 있는 생명임을 보여준다. 인간이 만든 상품화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의 순환 고리에 맞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와 대조되는 사육 동물들의 비참한 처지가 더욱 부각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문제를 인정하고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하여 진정한 동물 해방을 이룰 힘이 있다. 작가가 책 속에서 언급한 다양한 방법들을 깊이 고민해본다면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하나의 온전한 생명으로 동물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인간과 동물의 상생의 길을 열 수 있게 될 것이다.

    목차

    1. 세이디
    - 사육당하는 동물과의 만남
    - 미국의 낙농업
    - 다른 종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
    - 세이디를 추모하며

    2. 연구의 정치성
    - 농업 현장의 입막음, 애그-개그법
    - 미국의 동물복지법

    3. 돈 냄새

    4. 사고 팔리는 생명

    5.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 낙농업을 위해 사육된 소들의 도축
    - 렌더링

    6. 동물피난처

    7. 낙농업의 이중사고

    - 4H: 사육 동물에 대한 교육
    - 워싱턴주 박람회의 소비와 소비주의
    - 교육에서의 친밀과 공감

    8. 낙농업에서 소로 살아간다는 것
    - 수소의 삶
    - 담론으로서의 광고
    - 생식력과 임신
    - 식민지의 역사와 미국의 애국주의
    - 성적인 유머와 폭력

    9. 캘리포니아 드리밍

    10. 지식에서 실천으로

    본문중에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서 중국, 한국, 필리핀 일부 지역의 식용 개 사육 문화에 대한 대중적 비난이 빗발치는 현상을 예로 들어보자. 특히 중국 산시성 위린 시에서 열리는 위린 개고기 축제는 당장 중단해야 할 '야만적인' 풍습이라며 집중 공격을 받았다.27 매년 축제를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나의 소셜 미디어 피드에는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점점 더 과격한 문장으로 축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사나 호소문, "잔인하다." "야만적이다." 등의 개고기를 먹는 풍습에 대한 혐오를 표현한 글들이 업데이트된다.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 중에는 비건주의(육류, 생선,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가죽, 모피 등 동물에서 유래한 제품을 사용하지도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와 채식주의 성향의 동물권리운동가도 있지만, 돼지, 소, 닭, 칠면조 등을 일상적으로 먹는 다양한 성향의 일반인도 있다. (......) 이런 맥락에서 '야만적인', '잔인한'과 같은 용어의 사용은 인종적・문화적으로 특정 집단을 배제할 뿐 아니라 소, 돼지, 닭을 사육하는 서구 다수 집단의 관행이 문명화되고 정상적이며 용인되는 행위라는 인식을 고착화시킨다.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의 잔혹행위 방지와 동물복지를 위한 법들은 이러한 차별적 원리를 확고히 하고 널리 시행되는 관행을 정상적인 행위로 합리화하는 데 기여한다.
    ('2. 연구의 정치성' 중에서/ pp.78~79)

    직원들과 경매 참가자들이 한데 섞인 무리가 웅성거리며 한쪽 구석으로 몰려갔고 경매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여성 한 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 여성에게 경매가 왜 지연되는지 물었다.
    "아, 거세 수소 한 마리가 울타리를 뛰어넘어 고속도로로 달아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총을 가지고 가서 트럭으로 쫓아야 했대요."
    "다시 잡았대요?" 내가 물었다.
    "아뇨. 한참 쫓아가다가 한쪽으로 몰아서 쏴버렸대요."
    너무나도 느긋한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전하는 소의 죽음이 내게는 상당한 충격이었고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말았다. 나는 감정을 숨기려고 얼른 시선을 돌렸다.
    내 반응을 알아챈 상대방은 "간혹 있는 일이죠. 참 안타까워요. 질 좋은 고기를 버리게 됐으니."라고 말했다
    ('4. 사고 팔리는 생명' 중에서/ p.126)

    산란계 암탉은 연중 거의 매일 알을 낳는다. 달걀 생산을 위해 수 세대 동안 닭을 육종한 결과다. 가장 알을 잘 낳는 닭들을 골라 번식시키고, 다음 세대에서 다시 가장 알을 잘 낳는 개체를 골라내 교배시키기를 반복한 것이다.
    나도 한때는 알을 많이 낳는 것이 특정한 종의 자연스러운 형질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고 책도 찾아보면서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새가, 아니 어떤 동물이 일 년에 3백 번 넘게 배란을 한단 말인가? 대부분의 새들은 한 번에 몇 개씩, 일 년에 기껏해야 두 번 알을 낳는다. 인간의 배란은 한 달에 한 번이다. 그러므로 닭이든 다른 동물이든 하루에 한 번씩 배란을 하는 것은 끊임없이 몸을 혹사시키는 일이다.
    ('6. 동물피난처' 중에서/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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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캐스린 길레스피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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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이자 비판적동물연구학자이다. 웨슬리언대학교에서 학제간동물연구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을 지냈으며, 워싱턴대학교에서 여러 강의를 진행했다. 주로 식품과 농업, 비판적동물연구, 젠더와 생물학적 성, 인간과 환경의 관계 등에 대해 연구한다. 식품 정의 실천기관인 식품권한강화프로젝트와 동물피난처 피그피스 생크추어리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연약한 목격자: 현장에서의 애도의 정치학(Vulnerable Witness: The Politics of Grief in the Field)』, 『비판적동물지리학: 다종세계의 정치, 교점, 계급(Critical Animal Geographies: Politics, Inters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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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노과 및 한영과를 졸업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세계 100대 작품으로 만나는 현대미술 강의][ 좋은 엄마의 두 얼굴][ 잘 쓰려고 하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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