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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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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상원
  • 출판사 : 갈매나무
  • 발행 : 2019년 11월 11일
  • 쪽수 : 24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012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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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엄마와 함께한 한 번의 여행, 한 번의 이별, 그리고 한 권의 일기

    50세가 된 딸이 남미로 여행을 떠난다. “80세는 여행하는 한 해로 삼을 거야.”라고 말했던 80세의 엄마와 함께. 두 사람은 한 달 동안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바릴로체, 엘 칼라파테, 우수아이아)에서부터 칠레(푼타 아레나스, 산티아고), 페루(리마, 쿠스코, 아레키파)까지 남미 3개국, 10개 도시를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그리고 남미에서 새로운 사람, 언어, 문화를 만나고 돌아온 다음 날, 엄마는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은 50세의 딸이 80세의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예정된 이별을 알지 못하고 해맑게 떠났던 한 달간의 남미 여행, 남미에서 돌아온 엄마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부터 시작된 약 7개월의 이별 여행, 그리고 엄마가 남긴 일기로 먼 옛날의,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 이 세 번의 여행을 통해 딸은 엄마의 삶을, 그리고 엄마와의 이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깨닫는다.

    언젠가는 엄마를 떠나보내야 할 이들을 위한
    엄마의 일기를 읽는 시간


    누구나 살면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아픈 경험을 한다. 그러한 경험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나의 부모를 보내드리는 일이다.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웠던, 그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했던 이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일.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듯 필연적이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통번역사로 일하며 숨 가쁜 일상을 살아내던 이 책의 저자 이상원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필연적인 이별과 마주한다. 그리고 이 신산한 이별의 과정을 또박또박 기록한다. 덕분에 엄마를 떠나보내기 전부터 떠나보내고 난 후까지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은 이별 후에 뒤따르는 슬픔에 수몰되지 않고, 아주 담담한 풍경으로 펼쳐진다. 마치 방대한 기록을 남기고 간 엄마의 삶처럼.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첫 번째 여행 - 50세 딸과 80세 엄마가 한 달 동안 남미를 돌아다니다’는 엄마와 함께했던 한 달간의 남미 여행기다. 두 사람은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를 여행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이 경험들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2부 ‘두 번째 여행 -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엄마의 마지막 7개월을 함께하다’는 엄마의 췌장암 말기 선고 후 시작된 7개월 동안의 투병기다.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집에서 자연사하기를 선택한 엄마가 어떻게 병마와 싸우고 떠났는지를 그린다. 일생에 한 번은 겪게 될 죽음의 과정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3부 ‘세 번째 여행 - 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엄마의 삶과 만나다’는 엄마가 남긴 일기를 통해 만나본 엄마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쓰인 엄마의 일기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라는 한 인간의 삶을 조명한다. 이 글들을 통해 우리는 ‘엄마’가 아닌 엄마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그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묵직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출판사 서평

    준비할 수 없는 이별에 대하여

    분명 다가올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닥치기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하는 이별이 있다. 이 이별은 어떤 이별보다도 고통스럽고 갑작스럽다. 과연 이 이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피할 방법은 없다. 온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언제까지고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이와의 이별은 그렇게 찾아와 우리를 할퀴고 지나간다.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은 언젠가 한 번은 경험해야 하는 엄마와의 이별을 이야기한다. 예정된, 그러나 어느 순간에도 준비가 됐다 싶은 때는 없는 이별에 대하여.

    딸과 함께 한 달 동안 남미로 여행을 떠났던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딸과 엄마는 목놓아 울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원하는 방식의 죽음을 선택할 뿐이다. 엄마는 말한다. “나는 집에서 자연사하기를 원해.” 그 말을 들으며 딸은 생각한다. ‘그래, 그게 가장 엄마가 내릴 법한 결정이지.’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한 곳에서 지난 삶을 반추하며 고요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것, 그게 바로 엄마다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딸은 엄마의 의사를 존중하며 함께하기로 한다. 의사도 간병인도 없는 집에서의 투병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의 모습은 딸과 비슷하지 않다. ‘시한부’라는 단어 앞에서 가족들은 마치 환자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나눠 가진 것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죽음을, 혹은 삶의 무의미한 연장을 요구한다. 딸은 가족들의 이러한 몰이해 속에서 엄마에게 원하는 일상을 주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한다.

    우리는 흔히 가족과의 이별 앞에서 남은 가족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게 될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롭게 가정을 꾸린 이는 그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바쁘게 일을 하는 이는 환자를 돌볼 여유가 없다. 거의 모든 일상을 내던지고 간병에 매달리는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집에서 자연사하기로 한 환자의 결정은 묵살되기 쉽다. 병이라는, 시한부라는 거대한 사건 앞에서 가족이란 너무나 취약한 구조의 사회 집단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환자를 두고 때때로 반목하는 가족의 모습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저자는 가족과의 갈등을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담담히 들여다보고, 이 갈등이 우리의 문제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보게 만든다.

    말기 암 선고를 받던 순간부터 엄마를 떠나보낸 순간까지, 약 7개월간의 이 기록은 우리에게 모르는 척 미뤄두었던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가족이 병마와 싸울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소중한 이의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저자는 죽음이란 무엇일지, 죽음에도 권리가 있을지, 어떻게 해야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대로 죽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차분한 글에서 우리는 뜨겁고도 무거운 질문과 마주한다. 누구나 한 번은 맞닥뜨릴 마지막, 그 마지막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아주 원초적인 질문 말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이토록 지난한 이별의 과정을 겪는다고 떠나보낼 준비가 다 되는 것일까? 딸은 엄마에게 말한다. “난 엄마 없이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 엄마가 대답한다. “다 살 수 있어.” 딸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엄마는 침착하게 이야기한다. “준비가 됐다 싶은 때는 없어.” 엄마의 말처럼 어쩌면 준비가 됐다 싶은 때는 영영 없을 것이다. 이별은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아니라 그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2017년 9월 9일, 저자의 엄마는 집에서 세상을 떠난다. 7개월간의 여정을 함께했던 딸은 엄마가 안식의 길로 들어섰음에 감사하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엄마, 잘 가. 엄마, 다시 만나.” 준비되지 않았던 이별임에도 엄마는 원하는 방식대로 떠났고, 딸은 그 과정을 이해했다. 엄마의 죽음 앞에 이보다 더한 애도가 있을까.

    엄마와의 여행을 회상하며 마침내 엄마를 죽음의 길로 떠나보낼 때까지의 과정을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하나의 아름답고 진솔한 보고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님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자연스럽고 감칠맛 나는 매력이 있다. 삶, 죽음, 인간, 고통, 사랑, 종교, 가족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기도하고 싶어진다. 이 땅의 여행자로서 저 세상으로 건너갈 때까지 일상의 시간들을 좀 더 충실히 보내고 싶다는 선한 갈망과 함께.
    — 이해인(수녀, 시인)

    엄마, 내가 알지 못했던…

    딸은 아픈 엄마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에 엄마의 일기를 발견한다. 1962년부터 시작되어 2017년 2월까지 매일의 일상을 적어둔, 라면 박스 하나가 가득 찰 정도로 방대한 기록이다. 엄마가 떠난 후 딸은 그 일기를 읽기 시작하고, 그 속에서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의 지난 삶과 만난다.
    엄마의 기록 속에 나타난 인물은 그동안 알았던 엄마 같으면서도 엄마 같지 않은 모습이다. 음정을 잘 맞추지 못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엄마가 젊은 시절에는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한국 노래를 부르고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항상 사이가 좋지 못했던 아버지를 향해서는 연애 시절 “이렇게 그리운데 꿈에도 안 나타나는지”라며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도 있다. 딸은 그런 엄마를 일기로 접하면서 놀라고 신기해한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 시대로서는 드물게 파리로 유학까지 다녀왔던 엄마는 일기에 작가가 되고 싶었고 그 꿈이 20대를 사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고 썼다. 딸은 엄마가 항상 책을 읽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작가를 꿈꾸었는지는 미처 몰랐다고 고백한다. 엄마에게 “예전에 엄마는 커서 뭘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물은 적도 없다고. 딸은 자신이 커서 뭘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기만도 바빴다. 딸의 눈에 비친 엄마는 ‘엄마’라는 확실한 인생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독자들도 이런 질문을 던질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의 삶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릴 적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결혼 이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는 엄마였으니까. 마치 엄마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우리는 가까이 있는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엄마라는 사람을 가장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그 엄마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자식들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어긋남의 지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엄마의 삶을 새로이 들여다보고 좀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를 그린다.

    일기는 엄마의 삶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남겨주었다. 일기에는 엄마의 마음에 오래전부터 드리워져 있었던 그늘, 젊었을 적 품었던 희망과 꿈, 좌절, 이해와 인정까지 엄마가 보고 듣고 느꼈던 많은 것들이 촘촘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삶과 죽음, 사랑, 종교, 가족 등 한 사람이 태어나 마주하는 모든 문제가 담겨 있는 일기를 보며 저자는 말한다. “글쓰기는 공간과 시간의 격차를 뛰어넘어 그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글은 대화다. 엄마의 일기는 엄마가 엄마 자신과 나눈 대화였고, 저자가 엄마의 삶과 대화하게 된 도구였다. 이제 이 대화는 또 다른 글로 남겨져 독자들에게 닿는다. 이 새로운 대화의 출발점은 60년 전, 머나먼 파리로 유학을 떠났던 어느 한 사람이다.

    “우리는 삶을 사랑하는 여행자입니다.”

    80세가 되던 해, 엄마는 “80세는 여행하는 한 해로 삼을 거야.”라고 말한다. 마침 딸에게 남미로 여행을 떠날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딸은 동행할 사람으로 단박에 엄마를 떠올린다. 두 사람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 달 동안 3개국, 10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남미가 자랑하는 자연과 지난 문명의 흔적을 만나보는 일정이었다. 그렇게 여행하는 80세의 첫 행선지는 남미가 되었다.

    두 사람은 남미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알지 못했던 각국의 문화를 접하고, 여러 명소에서 새롭게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저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엄마와 힘겹게 마추픽추 오르기에 성공하는가 하면, 비행기 출발 시각을 잘못 보고 스케줄을 변경하는 해프닝도 겪으며 특별한 기억을 쌓아간다. 이러한 경험들은 때로는 지금껏 쌓아왔던 지식, 가치관과 충돌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출신국의 여권을 그대로 사용하고 정치 상황이 불안해지면 출신국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이민자들의 나라, 축구를 할 때만 한 나라가 되는 나라인 아르헨티나에서는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고찰한다. 또 이구아수 폭포나 엘 칼라파테의 빙하의 규모를 보면서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취약하고 사소한 존재인지도 깨닫는다.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에서는 탐험의 ‘위대함’이 얼마나 철저하게 정복자 측면의 시각이었는지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해 남미를 U자로 돌았던 여행은 페루 아레키파에서 끝난다. 그곳에서 만난 산타 카탈리나 수녀원에서 딸은 세상과 완벽히 단절된, 1년 내내 노동과 기도를 반복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한때 수녀가 될까 생각했다는 엄마에게 “이 고립된 수녀들의 삶은 무엇을 위한 걸까?”라고 물어보지만 엄마는 대답 대신 그냥 미소만 짓는다. 딸은 생각한다. ‘유난한 어머니와 남편, 세 명의 자식들을 수발하는 삶과 수녀로서의 삶, 어떤 삶이 엄마에게 더 행복했을까? 어쩌면 수녀가 아닌 엄마로서의 삶이 훨씬 더 많은 수양과 도 닦음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 주는 설렘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삶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삶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경험이 계속 이어지는 여행.” 어떤 삶이든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의 일상이 같은 경험으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 원치 않아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이 새로움이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물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예상치 못한 시련과 부딪치게 되겠지만. 부디 삶을 사랑하는 이 땅의 여행자로서 “저 세상으로 건너갈 때까지 일상의 시간들을 좀 더 충실히 보내고 싶다는 선한 갈망”을 품게 되길 소망한다.

    엄마의 ‘여행하는 한 해’의 첫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엄마는 말기 암 진단을 받았고 7개월간의 이별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해 9월, 이별 여행을 마친 엄마는 다시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여행하는 한 해 80세답게.

    추천사

    삶, 죽음, 인간, 고통, 사랑, 종교, 가족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우리는 다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기도하고 싶어진다. 이 땅의 여행자로서 저 세상으로 건너갈 때까지 일상의 시간들을 좀 더 충실히 보내고 싶다는 선한 갈망과 함께.
    - 이해인 / 수녀, 시인

    목차

    글을 시작하며
    삶이라는 여행에 대해

    첫 번째 여행
    50세 딸과 80세 엄마가 한 달 동안 남미를 돌아다니다

    “80세는 여행하는 한 해로 삼을 거야.”
    “어머나, 짐이 이게 다예요?”
    “내 손이 이렇게 한가했던 적이 없구나.”
    “축구 할 때만 한 나라가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가는 곳마다 배를 탔네요.”
    “나라마다 스페인어가 조금씩 달라지는걸.”
    “돈 계산은 엄마가 해줘요.”
    “한국 음식은 안 먹어도 돼.”
    “세상의 끝? 누구 기준으로 끝이라는 거야?”
    “한때는 세상을 호령하던 사람들이었겠죠.”
    “마추픽추를 보고 나니 어쩐지 허탈한걸.”
    “이 삶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두 번째 여행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엄마의 마지막 7개월을 함께하다

    “치매보다는 말기 암 진단을 고맙다고 한답니다.”
    “임상 실험에 참여하시지요.”
    “게장은 아주 좋습니다.”
    “준비가 됐다 싶은 때는 없어.”
    “아프지는 않아요.”
    “나는 집에서 자연사하기를 원해.”
    “심심하긴 뭐가 심심해.”
    “에어컨 안 켜는 집은 처음 봤어요.”
    “너희는 휴가 안 가니?”
    “기도해드리러 왔어요.”
    “여기는 너무 추워.”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한복 위에 흰 가운을 입혀다오.”
    “마지막으로 커피나 한번 마셔보자.”
    “엄마, 잘 가. 엄마, 다시 만나.”

    세 번째 여행
    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엄마의 삶과 만나다

    “‘엄마’라는 말처럼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동네 애들이 군고구마 대장이라 놀렸다.”
    “‘너 부러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친구의 엽서에 어이가 없었다.”
    “엄마는 커서 뭘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그리운데 꿈에도 안 나타나는지.”
    “염치없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나를 이제껏 지탱해준 힘은 그래도 종교였던 것 같다.”
    “1979년에 처음으로 저축이라는 걸 했다.”
    “드디어 떠났다. 마음속으로 그리던 나 혼자만의 여행을.”
    “예쁜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이불을 덮어주고 올라오니 안도와 슬픔.”
    “속이 안 좋아 내도록 화장실 들락거리다.”
    “출발일. 18:30 AA Dallas 行”

    글을 맺으며
    엄마의 소금 볶던 날

    본문중에서

    “80세는 여행하는 한 해로 삼을 거야.”
    엄마가 여든이 된 2017년, 이른바 ‘여행의 해’가 시작된 1월에 남미로 떠나게 된 건 사실 애초부터 내 계획은 아니었다. 스페인어 통번역사이자 스페인 문학도이고 스페인어 교수이기도 한 지인 성 선생님이 2016년 초가을에 불쑥 말을 꺼냈다.
    “남미 갈 생각 없어?”
    “남미? 그 먼 데를? 기간을 길게 잡아야겠네?”
    “한 달은 잡아야지. 이번 겨울방학 때 가면 거긴 여름이야.” (중략)
    다음은 함께 떠날 사람을 구할 차례였다. 총 네 명 정도 인원이면 좋겠다는 것이 성 선생님 생각이었다. 역할을 나누어 맡기에도, 택시 타고 이동하기에도 적당한 수였다. 나는 바로 엄마를 떠올렸다. 그 가을에 여행팀 최고령자로 백두산 탐방을 끄떡없이 소화하고 온 엄마였으니 여행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성 선생님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다행히 성 선생님은 단박에 좋다고 했다. 엄마랑 함께 다니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고도 말해주었다. 엄마는 내가 남미 여행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가야지. 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간다고 성 선생님한테 전해라.”라고 대답했다.
    (/ pp.16~17)

    “이 삶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수녀들의 거처는 몹시 단순했다. 테이블과 의자 같은 가구 몇 개, 그리고 돌벽 안쪽을 파서 만들어놓은 잠자리가 전부였다. 잠자리는 어찌나 좁고 작은지 체구가 큰 편인 나는 잔뜩 웅크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난방 시설이 변변치 않아 겨울에는 몹시 추울 것 같았다. 사시사철 1년 365일을 그 거처에서 지내며 노동과 기도를 반복했을 수녀들의 삶을 상상하니 은근히 궁금증이 생겼다.
    한때 수녀가 될까 생각했다는 엄마한테 물어보았다. “이 고립된 수녀들의 삶은 무엇을 위한 걸까?” 엄마는 대답 대신 그냥 미소만 지었던 것 같다.
    짐작건대 사후에 영생을 얻기 위해 이승의 삶은 검소와 절제, 자기 수양으로 채워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자가 아닌 내게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작은 공간으로 생활 범위를 한정하고 만나는 사람도 제한되어 있고 하는 활동도 정해진 몇몇 종류에 국한시키는 그런 삶, 최소한으로 축약된 그 삶은 오히려 갈등과 고통으로부터 상당 부분 차단되어 있지 않을까? 바깥세상에서 온갖 사람들과 부딪치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계속 새로운 인생 과업에 당면해야 하는 일반인들이 하게 되는 자기 수양과 도 닦음이 훨씬 더 큰 것은 아닐까?
    (/ pp.81~82)

    “치매보다는 말기 암 진단을 고맙다고 한답니다.”
    췌장암 말기 진단을 내리면서 의사는 말했다. “외국 사람들은 말기 암 판정을 받으면 고맙다고 한답니다. 치매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면서요.” 위로의 표현이었다. 남미 여행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 날인 2월 18일에 받은 진단.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극적이었다. (중략)
    췌장암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엄마는 별 동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아픈 곳 없이 건강히 잘 산 것만 해도 어디냐. 고마운 일이지.”라고 하셨을 뿐이다. 사실 여든이 가까운 엄마가 아무 지병이 없다고 하면 어느 의사든 눈을 크게 뜨고 놀라곤 했다. 나 역시도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주저앉거나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한 집 걸러 암 환자가 있다는 실태도 익히 들어 알았고 주변에서 암 진단을 받은 사례도 여럿이다 보니 늘 언제든 차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나 보다.
    (/ pp.88~89)

    “준비가 됐다 싶은 때는 없어.”
    엄마는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의사는 하는 수 없이 동의하면서 “다음에 오실 때는 정리 다 하고 오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집에 다녀오라는 말이었다.
    그 말에 울음이 터졌다. 2월 중순 말기 암 선고 이후 적어도 엄마 앞에서는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난 엄마 없이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
    “다 살 수 있어.”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준비가 됐다 싶은 때는 없어.”
    울음 섞인 내 말에 엄마는 침착하게, 마치 남의 일인 양 대답했다. 그리고 난 거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10년, 20년이 더 흐른 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해도 난 준비가 안 된 상태일 테니까.
    (/ pp.102~103)

    “나는 집에서 자연사하기를 원해.”
    4월까지는 평소처럼 지낸 후 치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던 엄마는 아마 속으로는 애초부터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을 작정이었던 것 같다. 4월 말에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하는 수 없이 병원에 다녀온 후에는 속마음을 분명히 표현했다. “나는 집에서 자연사하기를 원해.” 그래, 그게 가장 엄마가 내릴 법한 결정이지. 나는 생각했다. 엄마는 온갖 연결선을 주렁주렁 몸에 달고 중환자실에서 생명 연장을 하고 싶지 않다고 평소부터 말해왔으니까. 면회 시간에나 잠깐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엄마 혼자 기계에 둘러싸여 마지막을 보내게 하는 것은 나도 싫었다. 내가 환자가 되었을 때도 그건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었다.
    문제는 엄마의 그 결정을 가족들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당연히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백번 양보해 항암제는 쓰지 않더라도 암에 좋다고 하는 온갖 것들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엄마한테 있다는 말을 나는 참 여러 번 해야만 했다.
    (/ pp.114~115)

    “‘너 부러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친구의 엽서에 어이가 없었다.”
    엄마는 1962년 6월 30일에 유학을 떠났다. 서울을 떠나 동경에서 하루 자고 홍콩, 프놈펜, 뭄바이, 테헤란, 로마 등에 착륙했다가 다시 이륙하는(승객들은 착륙지마다 내려서 대기하다가 다시 올라탔다.) 완행 비행기였다고 한다. (중략)
    결혼해 시집살이를 하거나 취직해 돈을 버는 친구들 입장에서는 공부한다고 먼 나라로 떠난 엄마가 몹시 독특한 존재였다. ‘시어머니 버선을 깁다가 네 편지를 받고 반가웠다’며 소식을 전한 친구도 있었고 ‘너무 뻐기지 말고 시집이나 가라’고 직설적으로 써 보낸 친구도 있었다. 1963년 6월 13일, 친구 두 명의 결혼 청첩장이 한꺼번에 도착하자 엄마는 몹시도 허전한 심경이 되었다고, 아마 그것이 올드미스의 모습인 모양이라고 했다.
    (/ pp.184~189)

    “출발일. 18:30 AA Dallas 行”
    내가 찾은 엄마의 기록은 1962년에 시작된다. 스물다섯 살의 엄마가 유학을 떠났던 해이다. 아마 그전부터도 일기를 썼을 테지만 서울에 남겨두었을 기록은 외할머니가 여러 차례 이사하는 와중에 사라진 모양이다. (중략)
    엄마한테는 글쓰기 본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린 시절 글자만 보이면 읽어대던 독서열, 글쓰기에 나름대로 재주가 있다는 자부심(아마도 학창 시절에 글쓰기로 상을 받거나 칭찬을 들은 일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에다가 작가나 번역가로 살고 싶다는 희망 등등이 결합해, 거기에 특유의 성실함까지 발휘된 결과로 이렇게 많은 글을 남기게 되었나 보다. 그래서 명색이 글쓰기 선생인 나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꾸준한 일기 쓰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중략)
    엄마의 글은 2017년 1월 17일에 끝난다. 남미 여행을 떠난 날이다. ‘출발일. 18:30 AA Dallas 行’이라는 한 줄이 마지막으로 남았다. 오후 비행기를 타러 집을 나서기 전에 적었던 모양이다.
    (/ pp.24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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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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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 교수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등 80여 권의 번역서를 출간했다. 저서로는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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