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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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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펑크 음악에 빠져 영국으로 건너간 일본인 브래디 미카코가 영국 최악의 빈곤 지역 무료 탁아소에서 보육사로 일하며, 가난이 낳은 혐오와 차별, 배제의 격랑이 아이들의 일상을 무참히 침식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이 탁아소에서 일했던 두 시기, 즉 2008~2010년과 2015~2016년을 각기 ‘저변 탁아소 시절’과 ‘긴축 탁아소 시절’로 칭한다. 그 사이에는 영국의 집권 정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면서 사회 전반의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긴축’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다. 복지제도가 밑바닥 사회를 어느 정도 지탱해주던 ‘저변 시대’에 비해, 생활을 위한 지원금이 모두 끊긴 ‘긴축 시대’에는 밥을 굶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인종차별을 넘어선 계급차별이 노골적으로 일어난다.
    저자는 부모의 빈곤과 정서적 불안, 폭력과 무기력을 그대로 떠안은 유아들의 면면을 핍진하게 묘사하며 긴축이 사람의 마음을, 사회의 여유를 얼마나 쪼그라들게 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과 밑바닥을 밑바닥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손을 내미는 사람들,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세계를 꾸려나가는 아래쪽 공동체의 저력을 증명하며 그 힘은 끝내 서로를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는 것에서 비롯함을 역설한다.

    출판사 서평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어쩌면 버려진 세계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아래쪽 세계를 굴러다니는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
    사회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삶을 기록한 현장 보육사의 일기


    부와 권력을 독점한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을 기치로 등장한 펑크 음악에 매료된 탓일까?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간 브래디 미카코는 2008년의 어느 날 “평균 수입, 실업률, 질병률이 전국에서 최악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브라이턴 빈민가의 ‘무직자와 저소득자를 위한 지원센터’ 부설 무료 탁아소에 자원봉사자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어리고 가난한 여성들이 양육 보조금을 타기 위해 계속해서 낳은 아이들과 이민자의 자녀들을 돌보며 약물과 알코올 중독, 폭력과 섹스에 찌든 영국 최하층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목격한다.
    이 탁아소에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 아이 앨리스, 무표정한 얼굴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켈리, 분노 조절이 어려워 화가 나면 빙글빙글 도는 잭, 엄마가 쏟아버린 맥주와 같은 황금색으로 도화지를 가득 채우는 모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제이크, 자폐증 때문에 끝 모를 흉포함을 보이는 재스민 같은 아이들이 다닌다. 사회의 밑바닥, 아니 그보다 더 아래 어두운 지하실쯤에 내던져진 이 작고 연약한 존재들은 예측할 수 없는 폭력과 폭언, 싸늘한 표정, 냉소적인 눈빛, 이상 행동 등으로 자신이 안고 태어난 불운에 저항한다.
    저자는 혐오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으며 이들의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거기에는 구역질나는 장면도 있고, 찰나의 아름다움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가 있다.

    정치에 대한 내 관심은 모두 탁아소에서 비롯했다. …… 정치란 토론하는 것도 사고하는 것도 아니다. 살아가는 것이며 생활하는 것이다. …… 저변 탁아소와 긴축 탁아소는 땅바닥과 정치학을 이어주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가 특정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천지에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걸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땅바닥에는 정치가 굴러다니고 있다.
    (/ pp.321~324)

    현장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그의 글은 어떤 거창한 이론이나 통계 없이도 사회에 뚜렷이 존재하는 계급 차와 특정 계급을 배제하고 몰아내려는 견고한 벽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낮은 곳에 서 있으면 정치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가 잘 보인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펼치는 격투를 통해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나뉜 세계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게 한다.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 사람의 마음도 작아진다
    긴축에 침을 뱉으라


    이 책은 다소 변칙적인 구성을 보인다. 저자가 처음 무료 탁아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시기(2008.9~2010.10)를 뒤로 배치하고, 보육사 자격증 취득 후 중산층 전용 민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다 다시 이 탁아소로 돌아와 일한 시기(2015.3~2016.10)를 앞에 놓았다. 그 사이 영국에서는 2010년 5월 총선의 결과로 집권 정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고, 사회 전반의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긴축’의 바람이 불었다. 언론에서는 노동하지 않고 생활보호수당으로 먹고살면서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구제불능의 언더 클래스under class’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이에 분노한 여론을 등에 업은 보수당은 생활보호수당이나 실업보험, 양육 보조금 등을 대폭 삭감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러한 긴축의 영향이 하층 계급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를 한층 극명하게 보이기 위해 ‘긴축 시대’를 앞에, 거기에 없는 무엇인가가 아직 남아 있던 ‘저변 시대’의 이야기를 뒤에 놓았다.
    긴축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민자를 위한 영어 교실을 제외하고는 지원센터와 탁아소에 지급되던 모든 지원금이 중단되었다. 탁아소는 이민자의 아이들이 채우기 시작했고, 탁아소에 올 차비조차 없는 영국 하층 계급 아이들은 소수자가 되었다. 앞 시대의 ‘인종차별’이 이제 근면 성실하며 상승 욕구가 강한 이민자들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허비하는 백인 하층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계급차별’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4세 이전에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는 발육의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노동당 정부가 실시하던 영유아 교육 과정, 보육사를 베이비시터에서 교육자로 키워내기 위한 지원 정책들이 약화되면서 건강한 교육 현장이었던 탁아소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운영해야 하는 버려진 공간이 되었다.
    과연 생활보호수당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긴축 이후 술과 약물을 끊고 직장을 구해 열심히 일하게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몇 년 사이 영국은 밥을 굶는 사람이 속출하는 나라가 되었고, 백인 하층과 이민자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갈등도 하고 이해도 하며 살아가던 밑바닥 사회는 혐오의 전장이 되고 말았다. ‘제힘으로주의’가 길바닥에 내버린 사람들은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굶어 죽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탁아소는 굶주린 이들을 위한 푸드 뱅크에 자리를 내주고 문을 닫았다. 탁아소가 정치에 완패했다.

    좋은 복지란 사람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일

    일본의 문학평론가 구리하라 유이치로는 “일본의 소위 리버럴한 교양인들이 ‘반反긴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게 된 것은 브래디 미카코의 영향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저자는 전 세계적인 긴축의 흐름에 확고한 반대 의사를 표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바라는 것은 단지 정부가 다시 생활보호수당을 넉넉히 주어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 저자는 금전만을 허락하는 복지는 국민을 국가의 가축으로 만들 뿐이라며 역시나 경계하는 입장을 보인다.

    언더 클래스를 만들어낸 것은 대처만이 아니다. 시종일관 PR에 급급해 인기몰이 정치를 하던 토니 블레어 또한 그랬다. 마치 마약상처럼 무직자들에게 생활보호수당을 계속 쥐여주어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입 다물게 했다. …… 이 빈곤 포르노는 “동정할 거면 돈을 달라”는 식의 포르노는 아니다. 그들은 이미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받는 대신에 그보다 소중한 것을 빼앗겼다.
    (/ pp.47~48)

    탁아소의 설립자인 애니는 이들이 잃은 것을 자존감이라 했고, 저자는 ‘아나키즘’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문화 연구자 엄기호는 ‘하층 계급 불량소녀’의 전형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일으킨 로자리와 비키를 예로 들며 “우리가 이 책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탁아소가 정치에 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람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행위인 존중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탁아소는 약물 중독자 혹은 범죄자의 딸인 이들에게 머물 공간을 제공하고, 미래를 꿈꿀 기회를 주었다. 온갖 혐오와 배제의 말들에 맞서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을 돌려주었다.
    저변 시대에는 있었으나 긴축 시대에는 사라진 것, 그것은 바로 삶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존엄을 돌려주는 일이다. 어딘가 아프거나 모자라거나 망가져 이 빈민가로 흘러든 사람들이 거칠고 투박하게나마 서로의 손을 잡는 짧은 순간, 그 잠깐의 온기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저자의 글쓰기 역시 그들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약자를 지원한다는 것, 복지제도를 운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려 깊고, 정교하며,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넓은 시야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긴축에 침을 뱉으라, 그리고 게으르고 무신경한 제도에 돌을 던져라.

    거침없고 날카로운 비판, 경쾌하고 따뜻한 묘사
    직구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펑크 보육사의 출세작


    저자 브래디 미카코는 요즘 일본 출판계의 핫 이슈다. 영국에서 아일랜드인 배우자와 함께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그녀는 빈민가 무료 탁아소에서 보육사로 일한 경험과 이민자로서 아이를 키우며 겪는 일들, 펑크록 마니아이자 아나키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책들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후지오 교코는 “뾰족한 펑크 문체로 썩은 정치를 겨누는 직구와, 유머와 섬세함을 마술처럼 뒤섞는 변화구를 넘나드는 투수다. 브래디 미카코는 지금 글 쓰는 이들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사회성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없기도 하고, 이렇다 할 특기도 없이 멍청하게 살아온 쓸모없는 인간”(310쪽)이라고 평가하는 그녀에게 일본의 언론과 출판계에서 끝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녀의 독특한 이력에 대한 관심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과 만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글로 남기는 성실한 기록자이자, 자신이 발을 딛고 선 땅바닥, 곧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거침없이 말하는 용감한 발언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계급투쟁』은 브래디 미카코의 출세작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그녀의 첫 책이다.

    추천사

    ★ 긴축 시대, 탁아소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저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워졌다. 노골적인 경멸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긴축 시대의 불가촉천민이다. 이 시대에는 계급이 인종이 되었고, 계급에 따라 분리 정책이 실행되고 정당화된다. 내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하층에 대한 혐오와 경멸은 정치적으로 완벽히 ‘옳은 것’처럼 실천된다.
    그렇다면 과연 탁아소는 졌는가? 아니다. 저변 시대에는 로자리를 변화시켰고, 긴축 시대의 탁아소는 문을 닫기 전 비키를 변화시켰다. 이 탁아소에서 성장해 훗날 자원봉사자이자 보육사로 돌아온 로자리처럼, 전형적인 영국 하층 계급 청소년이었던 비키는 탁아소에서 그림책 낭독 자원봉사를 하며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탁아소가 이 둘에게 공간이 되어준 것이다.
    한 사람을 존중하여 그 사람이 자신의 존엄을 깨닫고 삶의 다른 가능성에 눈을 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책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탁아소가 정치에 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람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행위인 존중의 힘이다. 그리고 존중을 돌려받은 사람이 보이는 존엄의 힘이다. 존엄에 눈뜬 사람을 이길 방법은 없다.
    -엄기호 / 문화 연구자,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저자

    ★ 복지라는 것은 약자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이 책에서 배웠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책임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사회적 상승의 기회를 확보해주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과 젊은이를 키우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 우치다 타츠루 / 『어른 없는 사회』, 『하류 지향』 저자

    ★ 정치가 바뀌면 사회는 어떻게 바뀌는가. 이 책은 ‘가장 낮은 곳’의 시선으로 그 변화를 생생히 묘사하고, 그것은 무엇을 위한 대가인가 하는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 사이토 준이치 / 와세다대학 정치학 교수

    ★ 완벽하게 체화된 현장의 문체로 기록했다. 아이들의 격투를.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쓰무라 기쿠코 / 소설가,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 영국 밑바닥 사회의 심각한 현실을 훌륭하게 그리고 있다. 이는 격차가 커지면서 아동 빈곤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의 문장가가 등장했다.
    - 제16회 신초다큐멘터리상(2017) 선정 이유

    ★ 보육의 최전선에서 글로벌 규모로 진행되는 격차와 분리의 실태를 돋을새김한 논픽션이다. 무거운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유머 섞인 필치도 상쾌하다.
    - 산케이신문

    ★ 매 꼭지마다 거의 종교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감동적이고 눈물을 자아내는 문장이 있다.
    - 아마존재팬 독자 서평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보육사와 정치학

    1부 긴축 탁아소 시절(2015. 3 - 2016. 10)
    빈부격차와 분리 보육
    평행우주에서 추는 블루스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 1 - 빈곤 포르노
    올리버 트위스트와 이치마쓰 인형
    긴축에 침을 뱉으라
    분리되는 가난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 2 - 출세・분노・봉기
    꼬마 괴물과 지상의 별들
    들쭉날쭉 호박들
    탁아소, 쿨한 사회 변혁의 장
    갱스터 래퍼와 무슬림 공주
    대량 생산된 천사들의 나라
    가난과 군대
    탁아소에서 본 브렉시트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 3 - 축구와 연대
    터키에서 보낸 여름휴가
    푸드 뱅크와 탁아소
    피날레: 다 함께 웃는 승리의 그날까지

    이 책의 구성에 관하여 – 211

    2부 저변 탁아소 시절(2008. 9 - 2010. 10)
    저 그네를 미는 사람은 당신
    분노보다 더 붉은
    그 앞에 있는 것
    고무장갑을 낀 요한
    소설가와 저변 탁아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엄마라는 이름의 맹수, 그렇게 사라져가는 아이들
    ‘정상 가정’이 답은 아니야
    백발의 앨리스
    재능을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사람들
    함께 키운 아이
    우여곡절 끝엔 언제나 억수 같은 비
    썩어 문드러진 세계의 사랑
    나의 작은 인종차별주의자
    땅에 떨어진 브라이턴 록 혹은 온센만주
    또 한 명의 데비
    통합교육의 문제점
    추도
    마치며 땅바닥과 정치학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계급 분리, 접점이 없는 평행우주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유아 교육 현장에서는 계급 분리가 진행되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유나이티드’여야 할 ‘킹덤’에서 인종이 아니라 계급을 기준으로 이와 같은 분리가 일어나고 있다.
    …… 중산층 부모를 둔 아이는 하층 계급 아이보다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어휘를 구사했으며, 숫자도 셀 줄 알았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런 겉으로 보이는 학습 능력이 아니라 아이들의 손끝이 야무지다는 점이었다. 유아기의 뇌 발달은 손가락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나는 아이들과 자주 종이접기를 한다. 어린이집의 3세 아동은 저변 탁아소의 3세 아동이 절대로 접을 수 없는 형태로 솜씨 좋게 종이를 접을 수 있다.
    …… 빈민가 아이들은 보육 시설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를 전부 자기들과 같은 계급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공부하게 되며 자기보다 높은 계급에 속한 아이와는 친구가 될 기회는커녕 옷깃을 스칠 인연조차 맺지 못한다. 이는 위쪽 계급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에게 하층 계급이란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 pp.26~38)

    유럽에 드리운 긴축의 그림자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는 ‘반긴축’이 체제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힙한’ 유행어가 되었다. 정치적으로 각성한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은 당연하다. 긴축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는 이들이 바로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실업과 저성장, 사회적 격차의 확대를 가져온 긴축 재정은 학교를 나와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할 거라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쁠 것이 분명하다’는 어두운 전망을 품는 젊은이를 양산했다. ……
    긴축으로 인해 젊은이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 세대가 있다. 그들보다 더 어린 아동들이다. …… 이전부터 나는 영국 빈곤층을 가리켜 ‘저변’이나 ‘밑바닥’이라는 말을 써왔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빈곤한 적은 없었다. …… 이민자 아줌마가 길바닥에서 주워 와 집 안 욕실에서 소독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21세기 영국에 실제로 살고 있는 것이다.
    (/ pp.67~69)

    다양성 교육의 의의
    여러 가지 색을 그저 갖추어두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는 보육사와 아이들의 관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인종차별을 하지 맙시다”, “인류는 모두 형제”라고 플래카드를 내다 걸고 아무리 외친들 그런 걸로 바뀌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회가 진짜 변한다는 것은 밑바닥이 변하는 것이다. 땅바닥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외국인과 만나 두려워도 하고, 접촉하거나 충돌하고, 서로 품어주면서 공생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는 최소 단위라고 하기에도 터무니없이 작은, 하나의 커뮤니티에서 담담하게 시작되는 변혁이다. 여기에 지름길이란 없다.
    (/ p.109)

    탁아소, 쿨한 사회 변혁의 장
    “저와 미카코는 9년 전부터 여기서 일했어요. 그때는 직원, 보호자, 아이들이 거의 영국인이었어요. 우리 외국인이 소수였지요. 하지만 우리는 다른 직원들과 완전히 똑같은 대접을 받았어요. 이곳은 어디서 온 사람이든, 어떤 사람이든, 어떤 문제를 가진 사람이든 환영한다는 이념으로 만든 탁아소입니다. 직원은 바뀌더라도 우리 정신은 변함없어요.”
    …… 난민 문제다, 백인과 무슬림의 충돌이다 하는 뉴스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가운데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을 전달할 뿐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인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좀 더 깊숙한 무언가가 있다. 지역의 영국인을 배제하려는 이민자를 꾸짖는 무슬림 여성이 여기에 있다.
    …… 변화는 이렇게 일어난다. 처음에는 한 사람, 두 사람이 변하고, 그것이 세 사람이 되고 다섯 사람, 열 사람으로 늘어나면서 커뮤니티가 변하는 것이다. …… 이렇게 생각하면 영국의 보육 시설은 단순히 아이들을 맡아주고 교육하는 장소가 아니다. 미시적 수준에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운동의 장인 셈이다.
    (/ pp.119~122)

    탁아소, 정치에 완패하다
    탁아소는 푸드 뱅크가 되었다. …… 저변 탁아소 시절, 아나키하고 사악하고 어떻게 손을 대야 좋을지 몰랐던 빈민가 아이들이 ‘푸드 뱅크 시대’인 지금은 모두 배를 곯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설 무렵의 영국은 ‘브로큰 브리튼’이라 불렸지만, 2016년에는 갑자기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갔다.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 정치의 변화가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잘 알 수 있다. 최하층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세웠던 애니 탁아소는 이제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식료품 창고로 변했다. 애니와 우리가 해온 일이 푸드 뱅크에 졌다. 귀가 있는 자는 들으라. 이것이 긴축 재정의 축도다. 탁아소, 정치에 완패하다.
    …… 푸드 뱅크에 줄을 선 부모들이 존엄에 상처 입은 채 선반 위의 식료품을 움켜쥐고 비닐봉지에 집어넣는 동안 아이들은 즐겁게 웃는다. 웃을 수 있는 한 우리는 진 것이 아니다.
    KEEP ON SMILING.
    (/ pp.207~209)

    예전엔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것
    예전에도 저변 탁아소는 가난했고 긴축 탁아소 보다 혼란스러웠다. 저변 탁아소는 도덕이고 뭐고 다 붕괴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아나키한 나라, ‘브로큰 브리튼’을 체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분열은 없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백인 언더 클래스, 슈퍼 리버럴한 사상을 가진 인텔리 히피, 이민자 보육사, 이민자 가정이 모두 같은 장소에서 어떻게든 함께 살았다. 서로 다른 신앙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친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통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불필요할 정도로 증오하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 ‘아래쪽 사람들’의 공동체가 분명히 존재했다.
    …… 예전을 그리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옛날에는 안 그랬다고 한탄한들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그저 후퇴할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 있던 좋은 것이 지금 없다면, 그때 있던 그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보는 태도마저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pp.212~213)

    엄마라는 이름의 맹수
    빈곤. 아이들을 초라하게 입힌다. 가정 폭력남과 헤어지지 못하고 아이들이 가정 폭력을 목격하게 한다. 동거 중인 남자 혹은 자기 자신이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한다. 혹은 의존증을 진단받은 과거가 있다. 우울증에 걸린다. 몇 번이고 응급실에 아이를 데려간다. 아이에게 항상 상처가 있다. 초등학생이 혼자서 집을 지킨다. 슈퍼마켓이나 쇼핑센터 등지에서 아이가 여러 번 길을 잃는다.
    이는 전부 그들에게 ‘약점’으로 간주되는 사항이다. 이 나라에서 아동 보호 과정을 밟으며 알게 된 것인데, 위에 적은 것들은 모두 ‘위험한 징후’의 목록에 들어간다. 부모가 아이들을 학대한다는 사실이나 증거 없이도 복수의 해당 사항이 있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적 학대 등을 이유로 부모에게서 아이를 빼앗아갈 수 있다.
    …… 그녀는 엄마라는 이름의 맹수가 되어 온몸과 마음을 다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잠든 사이에 아이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 혼자 멍하니 있는 사이에 누군가 아이를 데려갈지도 모르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
    “아이들을 지원한다는 것은 그 아이들의 부모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듣기 좋은 이상론이 아닐뿐더러 정치가의 수사도 아니다. 현장에서 엄마라는 맹수의 등을 쓸어주던 사람만이 토해낼 수 있는 리얼한 아동 보호론이다.
    (/ pp.252~254)

    재능을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사람들
    지원센터에는 이런 여성들이 꽤 있다. 분명히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나 정신건강 문제로 세상에 나가 그 재능을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아줌마들’이다. …… 술과 약물, 섹스에 빠져 아이를 줄줄이 낳아 정부 보조금으로 사는 여성들과는 또 다른 종류의 하층 계급 여성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센터 같은 자선단체는 이런 여성들의 능력 덕분에 운영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어떤 사람은 요리에 대단한 수완을 발휘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영국인 주제에’ 뛰어난 계산 능력을 가졌으며, 전문 사진작가 뺨치게 사진을 잘 찍는 ‘아줌마’도 있고, 말도 안 되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있다.
    “힘을 가진 사람을 세상은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는 이전 직장 상사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의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잊혀가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 ‘힘’이라는 것에 실무 능력은 별로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자기 자신을 내세우고, 서로를 이어주는 수완 같은 ‘작업 환금력’이 80~9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리라. 그렇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아줌마들은 전혀 ‘힘’이 없다. 그저 신기할 정도로 뛰어난 ‘작업능력’이 있을 뿐이다.
    (/ pp.269~290)

    왜 이 아이들에게만 비가 내리는 걸까
    평소 부모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주지 않는 빈곤 지역 아이들이니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날씨가 좀 적당히 도와주면 좋으련만, 어째서인지 저변 탁아소에서 외출을 하려고 하면 마치 정해놓은 것처럼 큰 비가 오거나 폭풍이나 비바람이 부는 끔찍한 날씨가 되곤 한다.
    …… 생각해보면 이들은 노숙자가 되거나 부모가 교도소에 가는 등 심상치 않은 일이 평범하게 일어나는 가정에서 태어난 불운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이 한데 모여 있으면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만나 플러스로 변하는 것처럼 상황이 반전되어 행운이 찾아올 법도 한데, 역시 인생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부정적인 기운의 집결은 큰 비와 폭풍과 비바람을 부를 뿐이었다. ……
    “왜 나에게만 비가 내리는 걸까? 맑은 날조차도 내 머리 위에는 번개가 쳤어.”
    이런 가사였던 것 같다. 이 노래가 청년의 섬세한 마음속 풍경을 나타낸다면 저변 탁아소 꼬맹이들에게는 물리적으로, 정말로 호우가 내리기 때문에 ‘다 기분 탓이야’ 같은 말이 아무 소용이 없다.
    (/ pp.280~283)

    썩어 문드러진 세계의 사랑
    저변 탁아소에는 싱글맘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다. ……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고, 우정이나 연애 감정 같은 타자와의 관계를 키워가기 이전인 유아들의 모든 생활이 어머니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 이 지나치게 밀도 높고 도망갈 곳 없는 인간관계를 술이나 약물 혹은 섹스로 잊어버리려 한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맞다, 틀리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다.
    …… 아이들의 작품을 정리하다 보니 작품의 주제가 엄마인 경우가 이상할 정도로 많았다. 엄마의 얼굴, 엄마의 기분, 엄마가 하는 일, 엄마가 좋아하는 것. 모건에게는 도화지를 황금색으로 꽉 채운 ‘오줌 혹은 엄마의 맥주’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앨리스에게도 빨강과 검정 물감 붓으로 도화지를 두드려 칠한 다음, 가위 끝으로 구멍을 잔뜩 뚫어놓은 ‘화난 엄마’라는 압도적인 작품이 있다. 아이들의 이런 파워풀한 미술 작품과 어머니들의 글을 비교해보면 서로가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호흡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예쁜 금색 도화지가 되었구나’라고 말을 걸자 모건이 대답했습니다. ‘이건 엄마가 쏟아버린 맥주의 색깔이야. 마개를 열어서 전부 버렸거든. 쉬야처럼 가득 흘러내렸어.’”
    썩어 문드러진 세계에는 썩었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 pp.286~289)

    저자소개

    브래디 미카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보육사, 작가, 칼럼니스트.
    1965년 일본 후쿠오카현 출생. 빈곤 가정 출신으로 펑크 음악에 빠져 존 라이든(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보컬)에게 큰 감화를 받았다. 후쿠오카현립슈유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했다가 영국으로 건너갔다. 런던과 더블린을 전전하다 무일푼이 되어 일본으로 돌아왔지만, 1996년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20년 넘게 살고 있다. 런던의 일본계 기업에서 몇 년간 일하다 프리랜서로 전향해 번역과 저술 활동을 해왔다.
    보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탁아소와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반反긴축’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문학평론가 구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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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74
    출생지 대구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도쿄 근교에서 아이를 기르며 통역, 번역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구원의 미술관] [마음의 힘] [마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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