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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삶 : 이금이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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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금이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9년 10월 29일
  • 쪽수 : 25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58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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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과거의 어느 갈림길에서 A가 아닌 B를 선택했다면
    나와 당신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삶의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자책감은 수시로 우리를 짓누르고, 나아가는 걸음의 발목을 붙잡곤 한다. 그러나 쌀자루를 둘러멘 듯 걸음걸음이 버거울 때에도 일시정지하거나 리셋하여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 삶이다. 도미노처럼 세워진 선택의 삶 앞에서 『허구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제 몫의 선택을 짊어지고 자신의 길 위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일 것이다.
    등단한 지 30여 년, 이금이 작가는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등으로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사에 족적을 남겨 왔다. 시대를 막론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파고들어, 그 아픔과 성장을 치밀한 서사에 녹여 내는 ‘이금이표’ 작품이 있어 아동청소년문학이라는 숲은 한층 울창해졌다.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다”는 이금이 작가는 한순간도 쓰기를 멈추지 않고 외연을 넓혀 가는 중이다. 수년에 이르는 퇴고를 거쳐 펴낸 『허구의 삶』은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나의 인생만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하나의 인생만 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야.”


    때는 1988년. 고등학생인 ‘상만’은 쌀가게를 하는 외삼촌네에서 더부살이하는 신세다. 힘들 때 기댈 가족도 없이 쌀 배달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해야 하는 그에겐 속을 털어놓을 친구의 존재도 사치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허구’가 전학 오기 전까지는.
    허구는 으리으리한 이층집에 살면서 엄마 아빠의 차고 넘치는 사랑을 귀찮게만 여기고, 학교에선 사실인지 허풍인지 모를 온갖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돈을 펑펑 써 대는 아이다. 상만은 접점이라곤 없는 허구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면서 완고했던 삶에서도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풍족한 허구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차츰 익숙해지고, 허구 부모님의 사랑을 나눠 받으며, 허구의 방에서 허구의 책상에 앉아 허구의 참고서를 써 가며 공부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상만은 허구가 노트에 써 놓은 글 「여행자 K」에 제 이름을 붙여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에 이른다. 이렇게 허구의 것을 빌리다가 자신은 빈껍데기가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찾아온 씁쓸함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허구가 평행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여행자’라는 글의 내용도 ‘뻥쟁이 허구가 지어낸 이야기겠지.’ 하며 가볍게 넘겼을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9년, 경일고등학교 반창회 밴드에 ‘초대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닉네임 ‘여행자’가 쓴 초대장은 허구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이었으며 글을 올린 이는 다름 아닌 상만이었다. 30년 동안 상만과 허구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허구를 만나며 방향을 틀게 된 상만의 삶과, 누구도 알지 못했던 비밀을 짊어지고 살아온 허구의 진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살아 있어 아직 많은 것이 가능했다.”
    어느 한 순간 정지할 수도, 리셋할 수도 없는 삶 속으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상만'과 ‘허구', 상반돼 보이는 두 사람의 전 생애를 그리면서 평행세계로의 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접목시켰다. 삶과 죽음, 허구와 진실, 과거와 현재,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오가는 긴장감 있는 구성은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며, 깊은 통찰이 담긴 단단한 문장으로 축조된 서사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충격적인 반전은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음울한 농담처럼 불쑥 찾아온, 허구의 죽음을 알리는 장례식 초대장으로 시작한 『허구의 삶』은 그렇게 우리를 진실된 “삶” 속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선택을 요구받는다. 자신이 가지 못한 길로 이루어진 허구의 세계를 떠도는 ‘여행자 K’가 될 것인가. 다른 사람의 삶을 선망하고 자신의 삶을 아쉬워하며 허구로 무장한 채 마지못해 걸어갈 것인가. 허구와 상만, 양극단을 달려가는 두 사람의 생애를 체험하는 일은, 앞으로 펼쳐질 무수히 많은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쌓아 나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운전의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더불어 그 선택의 무게를 견디며 나아갈 나 자신을 조금 더 너그럽게 감싸 안아 줘도 된다는 말을 함께 건네줄 것이다. 『허구의 삶』은 모든 존재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함에의 바람으로 탄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어떤 어른이라고 생각하세요?”
    기출문제는 물론 예상 문제에도 없었던 질문에 잠시 내 안의 무언가가 출렁, 했다.
    (…) ‘나는 어떤 어른인가’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들어 있던 이야기의 발효제가 됐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존중받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 허구의 상황을 바로잡아 줄 어른이 있었다면, 상만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일은 어른인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내 부끄럽고 미안했다.
    _작가의 말에서

    실수했더라도, 후회로 가득하더라도 우리 앞엔 아직 가지 않은 길이 놓였다. 어떤 마음으로 나아갈지 선택은 책을 덮은 우리의 몫이다. “살아 있어 아직 많은 것이 가능”하기에.

    목차

    초대장 …… 7
    쌀자루의 무게 …… 15
    여행자 K …… 41
    환한 어둠 …… 69
    허구의 기록 …… 115
    갈림길 …… 139
    운명의 경계 …… 163
    산 자와 죽은 자 …… 199
    삶으로의 초대 …… 235
    작가의 말 …… 254

    본문중에서

    짐받이에 실린 쌀자루 또한 자비가 없었다. 오르막길에서는 상만을 잡고 늘어져 힘들게 하고, 내리막길에서는 등 떠밀어 곤두박질치게 했다. 그리고 평지에서는 온전히 상만의 두 다리에 힘을 실었다. 자전거에 짐을 싣고 달리는 일은 공짜나 행운이라고는 없는 그의 삶과 같았다. 그럴 때면 열여덟 살 상만은 이미 외삼촌 나이쯤 된 것 같았다.
    (/ p.17)

    K는 여행자다. 여행가가 자의적으로 선택한 직업이라면 여행자는 그것이 숙명인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그렇듯 K도 처음엔 자신이 여행자의 숙명을 타고났음을 알지 못했다. K가 처음으로 여행을 경험한 것은 열다섯 살 때였다.
    (/ p.49)

    사람들은 늘 선택하며 살아간다. 선택하지 않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일말의 후회나 미련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삶을 안다 한들, 본다 한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미련이 남았다. 여행자의 삶이 익숙해지면 다른 세계의 운명에 개입하는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 p.66)

    K는 마음이 바뀌기 전에 라이터를 켰다. 불꽃이 유혹하듯 혀를 날름거렸다. K가 불을 붙이자 편지는 곧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대신 K의 앞엔 무수히 많은 ‘가지 않은 길’이 놓였다.
    (/ p.66)

    허름한 바지가 걸렸지만 허구 것은 맞지 않아 빌릴 수 없었다. 바지마저 허구 것을 입으면 상만은 빈껍데기나 마찬가지였다. 허구의 글 덕분에 상을 받고, 은주를 알게 됐고, 인터뷰를 하기로 했고, 인터뷰 장소에는 그의 옷을 입고 나간다. 하지만 상만의 씁쓸함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 p.88)

    “1999년 12월 31일 밤 11시 59분 59초하고, 2000년 1월 1일 새벽 0시 1초하고 대체 무슨 차이가 있어? 그런데 그 1, 2초 사이에 대단한 변화라도 있을 것처럼 떠들어 대잖아. 여기저기 죽겠다고 난린데…….”
    상만이 열을 올리며 한 말에 허구는 동의하지 않았다.
    “글쎄? 1, 2초는 엄청난 차이야. 그 1, 2초에 운명이 바뀔 수도 있어.”
    (/ p.190)

    상만은 허구와 자신이 많이 닮았음을 깨달았다. 환경과 처지가 달랐을 뿐 섣불리 꺼내 놓을 수 없는 상처로 가득한 내면은 똑같았다. 하지만 상처를 덮는 방식은 달랐다. 허구는 아무 곳에도 뿌리내리지 않고 제 이름처럼 허구의 세계를 떠돌았고, 상만은 거짓으로 다진 반석 위에 뿌리를 내리려고 안간힘 쓰며 살았다.
    (/ p.25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2~
    출생지 충북 청원
    출간도서 65종
    판매수 275,212권

    1984년 새벗문학상에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이 당선돼 작가가 되었다.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첫사랑』 『망나니 공주처럼』 『내 이름을 불렀어』 등의 동화와 『유진과 유진』 『벼랑』 『소희의 방』 『청춘기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등의 청소년소설을 썼다. 50여 권의 책을 냈지만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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