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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기 미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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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세간의 기억 너머에 있던 장기 미제 사건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장기 미제 사건(長期 未濟 事件):

    사건 발생 당시 가능한 수사력을 총동원하고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범행 증거와 관련 증언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즉 미제 사건이란 사건 관련자나 단서,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을 대상으로 가능한 모든 수사를 진행했으나 피의자가 특정되지도 새로운 수사 단서도 발견되지 않아 장기 수사 상황이 된 사건을 말한다.

    단서가 희박하다. 추적도 벽에 막힌 상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렇다 해도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2400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넘겨본다. 어느 수사관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훼손된 삶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장기 미제 사건이 풀리게 된 실마리
    1. 제보 전화: 장기 미제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 유력한 증거가 없어서다. 범인이 머리가 좋아 수사를 앞서가거나 혐의를 모조리 감춘 완전범죄는 거의 드물다. 다시 말해 범인을 쫓을 실마리가 전혀 없는 경우다. 목격자도 폐쇄회로 TV도 없는 사건에서는 관련 주변 인물의 제보가 그야말로 절실하다. 1997년의 ‘안양 호프집 여주인 살인 사건’이 19년 만에 해결된 것은 한 시민의 제보 덕분이었다. 제보자가 우연히 당시 사건이 소개된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피의자를 알아보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제보를 받은 수사팀은 사건 당시 수배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한 용의자의 신원이 제보자의 진술 내용과 일치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2. 공범이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털어놓은 한마디 말: 용의자를 추정할 단서가 전무한 경우 담당 수사팀이 겪는 수사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수사가 벽에 부딪히면 차라리 점쟁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그럴 때 수사팀은 그야말로 도 닦는 심정으로 사건을 쫓게 된다. 범죄자도 쫓기는 심정에 불안하고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 종종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무심결에 그간의 범행을 털어놓았다가 지인의 제보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3년에 일어난 ‘의성 뺑소니 청부 살인 사건’은 그런 식으로 12년 뒤 엉뚱한 데서 실마리가 풀렸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공범 중 한 명이 우연히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범행을 털어놓았다가 그 말이 경찰의 귀에 들어갔다. 범행 내용을 들은 지인이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했고 금융감독원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것이다. 단순 뺑소니 사고가 끝날 듯 했던 사건이 13년 만에 전모를 드러낸 순간이다.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2016년 5월 범행에 가담한 일당 4명의 자백을 받아내 모두 살인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 2011년 해결된 전남 ‘해남 암매장 살인 사건’도 피의자가 술자리에서 실수로 한 한마디가 7년 동안 묵혀 있던 사건이 드러나는 단초가 됐다. 이 사건 역시 범인이 술자리에서 “살인을 했다”고 털어놨다가 그 말을 들은 지인이 경찰에 제보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3.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한 과학수사 기술: 과거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수사 기술은 잊힌 과거 사건을 한순간에 현재의 시공간으로 소환한다. 33년 전 한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진화한 과학수사 기법 덕분에 범인의 꼬리가 잡혔다. 범인은 경찰에 14건의 살인을 포함한 범죄 행위 일체를 자백한 상태다.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의 실마리는 국립과학수사원이 밝힌 DNA(유전자 정보) 검사 결과였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미세한 증거가 효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2000년 발생한 ‘서울 대림동 커피숍 여주인 살해 사건’의 진범도 13년 만인 2013년 그렇게 잡혔다. 사건 당시 단서는 커피숍 카운터 위 물컵에서 발견된 쪽지문 8점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문 일부만 채취된 상태라 당시에는 감정이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지문 감식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덕에 정밀 재감식을 하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범인은 이미 다른 범행을 저질렀다가 강도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혀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2001년에 일어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성폭행 살인 사건’의 경우 사건 당시 현장에서 범인의 DNA가 발견됐지만 당시 과학수사 수준에선 전혀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못했다. 유일한 단서였던 범인의 DNA가 있어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는 듯했다. 경찰은 초동수사에서 한 달 만에 수사를 접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10년이 넘게 지나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던 2012년 9월 대검찰청은 뜻밖의 소식을 경찰에 전해왔다. 강력범들의 DNA를 등록하다가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복역 중인 한 수감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해 제정된 DNA법에 따라 강력범의 DNA를 동의 없이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었다. 용의자는 2003년 다른 범행을 저질러 강도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 형을 받고 이미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유력 용의자가 처음 특정되는 순간이었다. 수사는 급물살을 탔고, 끝내 그는 201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나주 드들강 사건은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후 유죄 판결이 나온 첫 사례다. 이렇게 DNA 분석 결과가 장기 미제 사건의 실마리가 되고 알고 봤더니 범인이 이미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는 사정은 화성 연쇄살인의 경우와 동일하다.

    ◎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장기 미제 해결의 길이 열렸다
    문제는 쪽지문은커녕 유전자 정보조차 남아 있지 않은 사건이다. 사건 현장에서는 아무런 지문도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현장과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요즘처럼 폐쇄회로 TV나 차량 블랙박스가 보급된 시절도 아니어서 목격자를 찾아내기도 어려웠다. 담당 미제팀은 전통적 탐문 수사 기법인 장물과 족적 수사에 유일한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희망일 뿐이다. 이미 상당히 긴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거나 무엇이든 형태가 바뀌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국민들의 관심 속에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 일명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2000년 8월 1일 오전 0시 이후 발생한 살인 사건을 대상으로는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경찰은 이후 장기 미제 사건 수사팀을 확대 개편해, 장기 미제 사건을 추적 중이다. 범죄 피해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TV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여러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서는 단서도 부족하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증인과 목격자의 기억도 희미해지기 때문에 수사에는 몇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저자의 말]
    사건 중 대부분은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다. 일반인에게는 세간의 관심에 따라 호출되는 사건일 수 있지만, 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치유되지 못한 깊은 상처다. 당시 현장 취재기자들은 이런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까지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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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말

    1. 목포 간호학과 여대생 피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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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안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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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의성 뺑소니 청부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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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보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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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강변에서 알몸 시신으로… 치밀한 범행 15년 6개월 만에 기소

    본문중에서

    미제 사건 대부분은 발생 당시 가능한 수사력을 총동원했던 사건이다.
    (/ p.30)

    장기 미제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 유력한 증거가 없어서다. 범인이 머리가 좋아 수사를 앞서가거나 혐의를 모조리 감춘 완전범죄는 거의 드물다.
    (/ p.61)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고 새로운 사건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환경에서 미제 사건은 영원히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오롯이 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 p.141)

    그간 해결된 굵직한 미제 사건들의 공통점은 ‘의성 뺑소니 청부 살인 사건’처럼 주변 제보가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 p.183)

    사건 발생 당시 가용한 수사력을 총동원하고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범행 증거와 관련 증언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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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한국일보 경찰팀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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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현장은 어디든 달려간다. 한국일보 경찰팀 모토다. 평상시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을 비롯해 서울 시내 31곳 경찰서를 출입한다. 일부 재경 법원과 검찰청, 시민단체와 대학 등도 주요 출입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큰 사건이 발생하면 전국 어디든 곧장 현장으로 향한다. 직접 발로 뛴 소위 ‘발품팔이’ 기사를 최고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주요 사건 현장에서 초념을 다투며 취재하는 한국일보 경찰팀 기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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