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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 : 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

원제 : Synesth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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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뇌 이해의 패러다임을 바꾼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
    감각의 결합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인류의 4퍼센트가 경험하는 공감각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


    공감각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 리처드 사이토윅 박사가 풀어쓴 공감각 개론서. 공감각이란 예를 들어 소리를 들으면 색이 보인다거나 맛을 느끼는 등 어떤 자극을 자극 유발체와는 다른 별개의 감각 및 개념 속성으로 지각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나고, 감정이 실려 있으며, 지각한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유전된다. 공감각은 몇십 년 전만 해도 상상력의 소산이나 ‘푸른 종소리’ 같은 표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은유, 어린 시절 각인된 단순한 기억으로 치부되어 당시 과학계에서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1970년대 말, 저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감각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연구를 시작해 공감각 연구를 주류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공감각의 개념과 역사, 공감각은 어떻게 작동하며 왜 존재하는지에 관해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근거로 공감각의 A부터 Z까지를 쉽고 간결하게 전달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공감각자들이 경험하는 세상을 상상해볼 수 있고, 각자의 뇌는 수동적으로 세계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현실을 구성하여 철저하게 주관적인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뇌 이해의 패러다임을 바꾼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
    감각의 결합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인류의 4퍼센트가 경험하는 공감각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


    공감각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 리처드 사이토윅 박사의 책 [공감각: 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가 출간되었다. 공감각이란, 예를 들어 ‘감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차갑고 딱딱한 베이컨 맛을 느낀다든가, 숫자 3을 체격이 좋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든가, 시금치, 오렌지, 우유를 먹으면 파란색을 보는 등 어떤 자극을 자극 유발체와는 다른 별개의 감각 및 개념 속성으로 지각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나고, 감정이 실려 있으며, 지각한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유전된다. 또한 아주 어린 나이에 발현되고, 향정신성 약물의 복용이나 측두엽 발작 등 뇌의 이상에 의한 것이 아니다. 물론 치료도 필요하지 않다.
    공감각은 몇십 년 전만 해도 상상력의 소산이나 ‘푸른 종소리’ 같은 표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은유, 어린 시절 각인된 단순한 기억으로 치부되어 당시 과학계에서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1970년대 말, 저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감각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연구를 시작해 공감각 연구를 주류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저자가 40년간 천착해온 주제인 만큼, 이 책에는 수많은 흥미로운 사례부터 사이비 과학으로 무시받던 공감각 연구가 어떻게 주류 과학계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아무 규칙도 없어 보이는 공감각도 범주화할 수 있는지, 공감각은 어떻게 작동하며 왜 존재하는지까지, 공감각 연구의 역사와 연구 방법, 공감각의 발생 메커니즘 등 뇌과학, 인지과학의 뜨거운 주제로 떠오른 공감각에 관한 필수 지식이 두루 담겨 있다.

    “공감각을 승차권 삼아, 감각 지각부터 학습, 언어, 정서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전 분야를 넘나드는 여행”


    공감각 사례 연구로부터 공감각 연구에 대한 통합서를 넘어 모든 사람에게 내재하고 서로 공유되며 사고와 언어의 근간이 되는 감각 요소들 간의 연관 관계까지, 이 책은 공감각의 세계와 그 의미를 일반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공감각을 승차권 삼아 감각 지각부터, 학습, 언어, 정서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전 분야를 넘나드는 여행과도 같다.
    - 김채연 /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공감각 연구자

    리처드 사이토윅 박사는 이미 공감각에 관한 가장 표준적인 교과서라 할 [공감각: 감각의 융합Synesthesia: A Union of the Senses]을 비롯해 공감각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출간한 바 있지만 국내에 번역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2003년에 출간된 [모양을 맛보는 남자The Man Who Tasted Shapes]는 이웃이었던 맛-형태 공감각자 마이클 왓슨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된 책으로, 저자가 공감각자와 교류하면서 겪은 흥미로운 일화들을 가득 담고 있다. 이어 2009년에는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 박사와 함께 [수요일은 인디고블루Wednesday Is Indigo Blue]를 썼다. 그간 축적된 공감각 실험 연구사례들을 총정리하고 뇌, 유전자 등 생물학적 기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한 책이다.
    저자의 이번 책 [공감각: 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에는 전작들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가적인 감각 경험을 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공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내재하는 특정 모양, 소리, 순서배열과 밝기, 색상 등의 연합 관계에 대한 교차감각 연관성 연구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공감각이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 감각과 뇌의 본질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빌리 조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레이디 가가,
    리처드 파인먼, 바실리 칸딘스키, 스티비 원더
    그리고 당신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공감각자들의 기억력과 창의력의 비밀


    “공감각을 인간의 본질적이고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공감각이 인간의 상상력과 은유에 상당한 토대와 영감이 되었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 올리버 색스 / 신경의학자, 작가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자소-색 공감각자였으며 그의 어머니, 아내, 아들까지 공감각자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아들인 드미트리 나보코프는 사이토윅 박사의 책 [수요일은 인디고블루]에 가족 이야기와 자신의 공감각 경험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다. 팝스타 레이디가가는 소리를 들으면 색이 보이는 색청(色聽) 공감각자로, “소리가 마치 색칠된 벽처럼 보여요. 예를 들면 제 노래 "포커페이스"는 짙은 호박색이지요”라고 말한다. 칸딘스키는 실제로 네 개의 감각이 결합한 공감각을 느꼈다고 하며, 유명한 저서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서 다양한 감각 사이에 보편적인 번역 알고리듬을 세우고자 했다. 공감각자들은 의외로 많아서,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인류의 4퍼센트 정도가 공감각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공감각자들은 어떤 계기로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자기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누구나 아는 이들 가운데 공감각자가 한둘은 있을지 모른다. 본인에게 공감각 능력이 있는지 조금 더 본격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공감각 배터리(synesthete.org)를 추천한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이 연구자들과 함께 개발한 웹기반의 온라인 테스트로,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등록 후 즉시 검사할 수 있다. 검사 결과는 검사자와 초대된 연구자만 공유 가능하다. 검사비는 없으며 한국어를 포함하여 11개 언어를 지원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공감각의 몇 가지 특징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공감각자들은 부가적인 감각 경험으로 혼란스러워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정상 시력인 사람이 ‘본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 다수의 감각양식으로 구성된 지각 체계를 공감각자들은 완벽하게 정상으로 느낀다. 이들에게는 비공감각자들과 다르게 짜인 ‘현실의 결(texture of reality)’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다른 현실의 결은 다른 움벨트(umwelt)를 낳는다. ‘움벨트’란 개체가 주관적인 입장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인식하는 세계, 한 생물체가 계속해서 살아왔고 지각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움벨트가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우주 전체의 95퍼센트가 우리의 감각 밖에 있다면 ‘객관적 현실’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뇌는 철저히 주관적인 세상을 만든다.

    공감각자는 얼마나 많은가?
    공감각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23명 중 1명꼴로 상당히 흔하게 존재하는데, 그 유전자가 있다고 해도 형질이 100퍼센트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서 실제로는 90명 중 1명 정도만 명백하게 공감각을 느낀다. 모든 사람의 뇌에서 실제로 감각의 혼선이 일어난다. 단지 공감각자의 뇌에는 혼선이 더 심하게 일어나며 이를 의식적으로 인지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오늘날 자폐증을 한 가지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특성이 모인 스펙트럼(자폐성 장애 스펙트럼)으로 간주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공감각 역시 스펙트럼으로 볼 수 있다. 이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선천적 공감각자들만이 지각할 수 있는 소리의 색깔, 음소의 맛, 순서배열의 공간적 인지(수형數型, number form) 같은 공감각의 원형(原型)이 있고, 반대편 끝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뜻을 알 수 있는 ‘따뜻한 색’, ‘차가운 색’과 같은 관습적인 은유와 지각적 유사성이 있다. 스펙트럼의 중간에는 소름, 감정이입에 따른 통증, 음악이나 냄새에 의해 떠오르는 심상, 입면 환각, 감각적 사건에 의해 연상되는 프루스트식 기억이 존재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 모두는 공감각자다.

    공감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두 개의 큰 가설이 있다. ‘연결성 증가’ 가설은 태아 때부터 정상적으로 생겨난 뉴런과 시냅스의 과도한 연결 상태가 성장하면서 불충분하게 제거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된다는 것이다. ‘억제성 감소’ 가설은 흥분과 억제가 균형을 잡고 있는 정상 뇌와는 달리 공감각자의 뇌에서는 선천적으로 흥분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어떤 메커니즘도 궁극적으로 ‘왜’라는 질문의 답에 이르지는 못한다. 인류는 무려 4,000여 년간 뇌전증에 대해 알고 있었고 지금은 분자 수준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지만 ‘왜’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답할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감각 연구가 왜 중요한가?
    오늘날 공감각 과학은 DNA를 다루는 분자 수준에서부터 영유아의 초기 인지, 뇌 영상, 예술성과 창의성을 포함하는 생물체 전체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을 포괄한다. 공감각 이면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오랫동안 인간을 당혹하게 만들었던 정신적,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 능력과 관련된 여러 재능과 질환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결합문제(binding problem)가 있다. 결합문제란 지각의 여러 측면이 하나의 전체로 통합되는 과정으로, 뇌과학과 심리학의 오랜 과제다. 어디선가 사과가 날아올 때 우리는 ‘빨갛다 + 둥글다 + 먹을 수 있다 + 어떤 방향에서 나에게 오고 있다 +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 무엇’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 경험한다. 이 각각의 특성은 심지어 뇌의 다른 영역에서 다른 속도로 처리되는데도 말이다. 공감각을 이해하는 것은 이 난제에 한발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공감각인 것, 공감각이 아닌 것
    2장 공감각 연구의 간략한 200년 역사
    3장 알파벳, 숫자, 냉장고 자석 패턴
    4장 공감각의 다섯 범주
    5장 나는 얼마나 좁은 움벨트 안에 살고 있는가?
    6장 화학 감각: 오렌지는 꺼끌꺼끌, 커피는 기름진 초록색 맛, 흰색 페인트 냄새는 파란색
    7장 귀로 보는 사람들
    8장 오르가슴, 아우라, 감정, 촉각
    9장 수형, 순서배열의 공간적 인지
    10장 후천성 공감각: 같다고 하기엔 너무 다른
    11장 공감각 메커니즘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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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중에서

    선천적인 공감각을 절대음감 같은 하나의 능력으로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 능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치료가 필요하지도 않다. 오히려 이처럼 사물을 지각하는 추가적인 연결고리 덕분에 거의 모든 공감각자들은 비범한 기억력의 소유자다.
    (/ p.18)

    친구들은 경고했다. “여기서 손 떼는 게 좋겠어. 이건 뭐, 말도 안 되고 너무 뉴에이지스럽잖아. 잘못 건드렸다간 경력에 문제만 된다고.”
    그들의 말은 분야에 상관없이 정통을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일 법한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버리거나 부인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에 정립된 영역 밖에서 생각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박사과정 논문으로 공감각을 연구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연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평판에 흠을 낼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 pp.19~20)

    근본적인 질문은, 공감각이 ‘시끄러운 색’, ‘달콤한 사람’처럼 누군가의 유난히 생생한 상상력의 소산, 또는 은유적 표현이 아닌 실재임을 어떻게 증명하겠는가에 있다. 그러나 이처럼 증명을 요구하는 행위는 또 다른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누구에게 실재여야 한단 말인가? 의심하는 자들? 아니면 공감각자 자신?
    (/ p.21)

    공감각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추가로 더 많이 지각하기 때문에 혼란스럽거나 버겁지 않겠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공감각자들은 이 질문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는 시각장애인이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하면 알 수 있다. “당신이 정말 안쓰럽군요. 눈만 뜨면 언제 어디서나 뭔가를 봐야 하잖아요. 그렇게 늘 뭘 보고 있다는 게 미칠 것 같지 않나요” 물론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본다는 것은 우리의 정상적인 ‘현실의 결texture of reality’이기 때문이다. 공감각자들에게는 그저 나머지 사람들과 다르게 짜인 현실이 있을 뿐이다.
    (/ pp.24~25)

    공감각은 두 가지 의미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었다. 먼저, 과학계는 뇌가 조직되는 과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했다. 이제 뇌 전체에서 혼선cross talk이 일어난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단지 공감각자의 뇌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회로 안에서 혼선이 좀 더 심하게 일어날 뿐이다.
    다른 패러다임 전환은 각 개인 안에서 일어났다. 공감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세상을 나와 같은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보는 눈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면 같은 ‘사실’을 두고도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나와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진실이다. 공감각은 각자의 뇌가 어떻게 세계를 주관적으로 고유하게 걸러내는지 잘 보여준다.
    (/ p.41)

    현실은 자기 밖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아니다. 두개골의 조용한 어둠 속에 둘러싸인 채, 뇌는 내면의 움벨트를 하나의 이야기, 한 사람의 주관적 세계의 현실로 엮어낸다.
    (/ p.110)

    지각은 비록 우리가 그 사실을 거의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근본적으로 다감각적이다. 뇌가 성숙하면서 지각이 분화하는 유아기의 지각이 다감각적임이 분명하다면 이를 바탕으로 왜 어떤 사람은 공감각자로 남는지에 대한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감각자는 대부분 사람이 잃어버리는 미숙한 상호작용을 더 많이 보유했거나, 또는 대다수 사람들에게서는 의식 아래로 가라앉아 숨어버린 정상적인 다감각 과정을 숨김없이 끌어올린 사람일 것이다.
    (/ p.165)

    한 여성은 대학에 갈 나이가 되어서야 대부분 사람들이 정수를 3차원 공간에서 인지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 여성은 수학 강의 중에 교수에게 “숫자들이 제자리에서 자꾸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방정식을 푸는 게 어렵다고 불평했다. 이 말에서 뭔가 중요한 걸 감지한 교수는 긴 철사를 건네며 숫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켜보라고 한 다음 의자에 앉아 지켜보았다. 그녀는 놀라지 않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철사가 고문받은 것처럼 보일 때까지 여기저기 3차원으로 구부렸다.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서 각도를 정확히 교정했다.”
    그녀는 철사를 내려놓으며 대단히 진지하게 물었다. “이게 뭐가 이상한가요? 다들 수를 저렇게 보는 거 아니었어요?”
    (/ p.202)

    감각의 입력이 차단된 뇌는 그 자리에 없는 것을 지각하면서 자기만의 현실을 투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샤워기 물소리 때문에 바깥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 전화벨이 울리거나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착각을, 그러니까 환청을 들은 적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 p.221)

    어떤 메커니즘도 궁극적으로 ‘왜’라는 질문의 답에 이르지는 못하며 모두가 바라는 근본적인 의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왜 누구는 공감각자이고 누구는 그렇지 않냐는 질문은, 왜 어떤 사람은 편두통이나 뇌전증이 있고 누구는 그렇지 않냐고 묻는 것과 같다. 인류는 무려 4,000여 년간 발작에 대해 알고 있었다. 고대인들은 뇌전증을 ‘신성한 병’이라고 불렀는데, 이 병에 걸린 자들이 초자연적인 영혼에 사로잡혀 전조와 예시의 축복을 받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뇌전증에 대해 세포는 물론 분자 수준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으나, 어떤 이는 뇌전증에 걸리기 쉽다고 말하는 것 말고 ‘왜’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대답할 수가 없다. 얼마간은 공감각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 p.236)

    과학에서 법칙이란, 자연이 예외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감각이 단순한 호기심거리가 아닌 이유이다. 공감각은 확장된 마음과 뇌, 그리고 현실을 구성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을 바라보는 창문이다. 공감각자와 비공감각자 모두에게 움벨트는 존재 전체의 작은 조각일 뿐이다. 인간의 뇌는 수동적인 안테나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로부터 뇌 스스로 추출한 작은 조각들로 현실을 구성한다. 여러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는 공감각은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그리고 각자의 뇌는 맨 처음 지각한 것을 고유한 방식으로 걸러내어 철저히 주관적인 세상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p.250)

    저자소개

    리처드 사이토윅(Richard Cytowic)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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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워싱턴대학교 신경학과 교수. 공감각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자. 1970년대 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시 과학계에서 상상력의 소산이라며 무시됐던 공감각 현상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연구를 시작해, 공감각 연구를 주류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함께 쓴 《수요일은 인디고블루: 공감각자의 뇌를 발견하다》로 2011년 몽테뉴 메달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공감각: 감각의 융합》 《모양을 맛보는 남자》 《신경학으로 본 신경심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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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번역하고자 고군분투 중인 전문번역가이다.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 대학교 식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지아 대학교 식물학과와 충남대학교 생물과학과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거시생물학에서 미시생물학까지 두루 익힌 자칭 '척척 석사'다. 옮긴 책으로 《10퍼센트 인간》, 《세렝게티 법칙》, 《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차라리 아이에게 흙을 먹여라》, 《침입종 인간》,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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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연 해제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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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국내 대표적인 공감각 연구자로, 공감각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에서 인지신경과학으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뇌로 通하다: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들의 뇌과학 오디세이》(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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