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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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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주경
  • 출판사 : 파람북
  • 발행 : 2019년 07월 26일
  • 쪽수 : 28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005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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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흙수저, 기레기, 헬조선, 죽음의 외주화…
    혐오와 폭력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답을 찾을 것인가

    느려도 공정하게,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자유롭지만 상식적으로
    “작지만 간절한 소망들이 모여서 큰 절망을 조금씩 넘습니다.”

    ★소설가 김훈 추천


    ‘꼰대질’이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세대 간 갈등부터 ‘흙수저’ ‘금수저’로 대비되는 계층의 문제까지, 서민 자영업자의 몰락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돈이 쌓이기만 하는 ‘돈맥경화’ 현상까지, 바르고 따뜻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는 언론의 문제부터 개인화, 파편화되어 비대면이 일상화된 개인의 문제까지,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고 있을까?
    KBS 기자이자 앵커인 박주경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우리 시대 일반의 삶을 조명하는 ‘뉴스 밖 브리핑’.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정확한 시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까지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감성으로 적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낯 그리고 희망에 대한 보고서.

    출판사 서평

    기울어진 세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오늘의 나에게, 내일의 너에게


    『따뜻한 냉정』은 20년간 세상의 온갖 사건과 소식을 모아 정론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온 현직 공중파 앵커 박주경 기자의 첫 책이다. 사내에서 ‘사회부 통’으로 통할 정도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그 어떤 편향이나 이념, 지역이나 세대의 벽을 넘어 치우침 없이 진실을 목도하기 위해 애써왔다. 냉정을 잃지 않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되, 따뜻한 희망의 온기는 놓지 않고자 했다. 불가피하게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 문제에 진지하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기자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념과 세대가, 계층과 성차가 뜨겁게 부딪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무언가 힘을 보태고 싶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상식적이고 따뜻한 공동체’가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다. 날카롭고 통렬한 사회 비판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 있지만 동시에 시대의 아픈 삶을 논할 때는 겸허한 시선으로 고개를 낮추는 글로 말이다.

    ‘따뜻한 냉정’은 저자의 실제 좌우명이기도 하다. 삶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세상을 향한 냉정한 비판, 『따뜻한 냉정』은 그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은 글 45편으로 이루어졌다. 각 장은 사회경제, 정치, 인간관계, 언론의 자세 그리고 인생의 작은 깨달음으로 나뉜다. 우리 삶 전반에 대한 넓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으로 귀결되고, 공통된 정서는 ‘온기’이다.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기에 현안을 자로 잰 듯 객관적이고 냉정하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저자는 타인의 삶을 비난하거나 평가하기보다 지켜보고 기다리는 성숙한 자세를 말하며, 큰 시야를 강요하며 작은 것의 희생을 당연시하던 과거를 지나 작은 것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알아봐 주는 사회로 나아가자고 한다.

    그런 저자이기에 그가 책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테마는 ‘젊은 세대’이다. ‘꼰대’라는 말은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 간 갈등 혹은 세계관의 차이를 고스란히 함축한 말이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졌다고 해서 젊은 세대가 마냥 편한 건 아니다.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 안에서 더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렸고, 계층 상승을 위한 사다리는 무너졌다. 누구나 1등을 할 수 없음에도 경쟁에서 실패한 청춘들은 자포자기한 채 사회와 자발적으로 단절하기도 하고, 가난한 청춘들은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젊은 세대는 이런 현실의 어려움을, 직장 혹은 사회 내에서 부딪히는 사고의 차이를 ‘꼰대’라는 말에 담아 소비한다. 그런 젊은 세대들에게 “나도 아파봤는데 너희만 유독 칭얼댄다. 그저 버텨내야지 무슨 답이 있겠는가?”(/ p.31)라는 말은 꼰대스럽다. 대화를 하지 말자는 선언과 같다. 저자는 기성세대를 향해 “공감 없는 충고만으로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을 거라 꿈도 꾸지 마라!”(/ p.32)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는데, 아픈 건 둘째 치고 당장 이 빚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비 겨우 감당하고 나면 취업이 안 돼서 또 주거비·생활비 빚을 지고, 취업이 된다 한들 주로 비정규직이다 보니 그 월급으로는 빚을 갚기가 힘들고…… 이렇게 해서 청년 부채는 상반기에 59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59쪽…… 더 이상 공허한 위로 같은 걸로는 청춘들을 달랠 수가 없습니다.”
    ( '아프니까 청춘?' 중에서)

    청춘에게 더 이상 ‘희망고문 식’ 위로는 먹히지 않는다. 개인이 이겨낼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공허한 위로보다는 실증적 치유 방향을 모색하자는 데 글의 지향점이 있다.

    가해자가 사과는 하지 않고
    큰소리치는 적반하장의 세상은 안 돼


    이야기는 정치와 경제로 이어진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역사의 모순이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그릇된 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은 현재 한일 간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보복’으로 이어지는 상황과 맞닿아 섬뜩하다.
    저자의 고민은 국가 대 국가의 문제뿐 아니라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사회의 문제로 광범위하게 이어진다. 음식주문 앱, 숙소공유 앱 등 신사업이 개발될수록 수익 공유 불균형이 가중되는 현상, 한국 재벌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와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 ‘혼밥’ ‘혼술’로 상징되는 소비 패턴의 변화와 자영업자의 몰락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분석하고 인과를 밝혀내는 시각은 날카롭다.

    더 이상 인정人情으로 동네 밥집, 빵집을 찾아주는 시대가 아니다. 그 인정을 바라고 퇴직금을 털어 넣었던 은퇴 세대는 속속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그저 착하게 살면서 장사에 정성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보상받을 거라는 희망이 점점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 (…) 골목 식당들은 TV프로그램 <골목식당>에 나가지 않는 한, 더 이상 그 골목에서 살아남을 길이 없어졌다. 대기업 실적은 걸핏하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쇼핑몰은 문만 열었다 하면 대박을 치는 현실 이면에 이런 그늘이 숨어 있다.
    ( '<골목식당>에 나와야 골목에서 살아남아' 중에서)

    『따뜻한 냉정』은 사회, 정치, 언론의 문제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앞선 담론들 사이사이 좀더 본질적인 삶,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도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사는 삶이 나에게 더 맞는 삶일까,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점점 쇠약해지는 나의 역사, 부모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등 현실의 문제를 진정성을 담아 들려주는데,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따뜻한 이웃의 모습에서는 이내 마음이 훈훈해지고 감정이 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세심하고 미려한 글솜씨에 약력을 다시 들여다보니, 저자는 2014년 ‘올해의 바른말 보도상’을 받았다.

    “박주경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듣기와 말하기가 같다는 걸 알았다.”
    ( '김훈 추천사' 중에서)

    소설가 김훈은 원고지 4장에 걸쳐 쓴 추천사에서 “박주경의 글은 듣기를 포함하는 말하기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모질거나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남에게 들리게 한다. 그 목소리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힘이 실려 있어서 듣는 이의 기쁨을 일깨운다.” 했다. 저자 박주경의 질문은 우리의 실존, 실생활을 파고든다. 저마다 자기 목소리만 내고 남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그래서 공동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울림을 던진다. 소설가 김훈이 이 책을 오늘의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 이유다.

    이해와 배려, 정직과 신의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내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소홀하기 쉽다. 『따뜻한 냉정』을 읽으면 바쁜 걸음을 잠깐 멈추고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추천사

    이 시대 언어의 기능에는 듣기hearing가 빠져 있다. 시대 전체의 청각이 마비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듣는 자는 없고, 귀가 멀어서 악쓰는 자는 넘쳐난다. 모두 기를 쓰며 내지르는 말들이 날마다 미세먼지로 세상을 휩쓸고, 적대하는 말들이 부딪쳐서 먼지의 회오리를 일으킨다. 듣는 자가 없음으로, 이 시대의 말은 생활의 땅 위로 내려앉지 못하고 신기루처럼 허공으로 밀려다니는데, 이 신기루가 진실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단절을 완성시킨다.

    듣기는 음파를 청취하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다. 듣기는 그 소리를 발신하는 자의 삶의 실체에 듣는 자의 삶을 포개는 전인격적 행위이다. 귀가 먹은 시대에, 사람들은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거기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상실한다.

    박주경의 글은 듣기를 통과해 나온 자의 말하기이다. 그의 글은 듣는 자의 글이고 듣기와 연결된 글이다. 듣기는 말하기의 바탕이고, 듣기의 바탕이 없는 말하기는 말이 아니라 음향에 불과하다.
    박주경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듣기와 말하기가 같다는 걸 알았다. 내가 남을 들음으로써, 나의 말이 남에게 들린다. 박주경의 글은 듣기를 포함하는 말하기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모질거나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남에게 들리게 한다. 그 목소리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힘이 실려 있어서 듣는 이의 기쁨을 일깨운다.
    - 김훈 / 소설가

    목차

    추천의 글
    글머리에 ─ 희망의 온기

    오늘의 시선
    회식도 꼰대도 사절합니다
    아프니까 청춘?
    금수저가 네 것이냐 흙수저가 네 것이냐?
    개천에서 용 못 난다
    사과를 부탁해
    내 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골목식당>에 나와야 골목에서 살아남아
    개만 한 사람, 사람만 한 개를 찾습니다
    나는 오프라인이 싫어요!
    SNS는 인생 낭비인가
    허세의 대가는 질투 아니면 멸시
    저한테 지금 양보하는 거예요? 황당하게?

    정의를 위하여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알고
    키보드 워리어 말고 투표 워리어
    단죄하지 않은 죄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
    넣어둬, 영혼 없는 손길은
    프레이 포 파리Pray for PARIS, 근데 왜 파리만?

    관계의 온도
    필요한 건 휴머니즘
    타인의 고통과 마주하는 법
    당신의 얼굴은 당신이 살아온 흔적
    사랑하는 척하지 마세요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아닌
    무엇이 성공한 삶인가
    말이라는 빚
    나 지금 누구랑 말하니?
    부탁하는 자세, 부탁 받는 자세

    기레기와 확신범
    반성합니다, 제 좁은 시선을
    질문하는 용기, 질문 받는 용기
    기레기와 확신범
    위를 볼 것이냐, 아래를 볼 것이냐
    집값이 먼저? 기사가 먼저?
    보세요, 이 사람 이렇게 죽습니다
    <나는 가수다>가 지고 <불후의 명곡>이 뜬 이유

    내 머리 위의 우주
    오로라가 들려주는 지혜
    눈빛 속에 별빛
    마음이 조급할 때 하는 주문
    고독이라는 즐거움
    책이 즐겁지 않은 당신에게
    마음 바라보기
    엄마의 한, 여자의 화
    이별, 무심하고 무심하지 않은
    윤회의 수레바퀴
    안녕히들 가십시오
    삶, 저마다의 역사노트

    본문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불평등 문제가 미래 인류에게 재앙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이미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니, 이 추세대로 가다간 경고가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계층 갈등의 불씨다. 상위 극소수에 속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열패감과 반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만큼 사회에도 간극이 발생한다. ‘분열 사회’로 간다는 이야기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용어의 등장은 그 전조 증상이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출발선에 대해 저항의식이 본격적으로 싹트기 시작하였단 뜻이다.
    (/ p.36)

    단죄란 보복과는 다른 차원이다. 물어야 할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일이다. 다시는 그런 정의롭지 못한 일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보복이라는 주장은, 책임져야 할 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가장 흔하게 인용하는 레퍼토리다. 그 궤변에 휩쓸려 단죄를 소홀히 하면 결국 능욕이 돌아온다. 나라 대 나라에서도 그렇다. 일본이 우리에게 보이는 행태가 확실한 사례다. 과거 역사의 책임을 확실하게 묻지 않았던 업보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 뒤통수를 치고 있다. 정당한 책임 규명과 배상 요구를 일본은 보복이나 몽니로 몰아세우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요구가 지나치다며 되레 ‘외교 분쟁’으로 비화시키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는 외교적인 조율의 사안이 아니다. 애초부터 선과 악이 명징하고 책임과 보상 소재가 확실하다. 그런데도 일본은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역사에서 우리가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단죄를 소홀히 한 그 업보 말이다.
    (/ p.114)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었을 때의 이야기다. 아무 질문이라도 좋으니 해보라고 멍석을 깔아줬는데,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사실 갑자기였다고 해도 그렇지, 질문할 게 항상 ‘있어야 하는 게’ 기자다. 질문할 게 없으면 도대체 회견장에는 뭐하러 간단 말인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질문도 하지 못하던 그날의 풍경은 한국 언론의 ‘민낯’을 드러내는 상징적 한 컷이 되고 말았다. 보다 못한 중국 기자가 마이크를 가로채 질문 기회를 가져가 버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금은 한국 기자들 순서”라고 재확인해주었지만 중국 기자는 “한국 기자들 중에는 질문할 사람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해 굴욕까지 선사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데. 요즘 말로 치면 ‘팩폭(팩트 폭력)’이었다.
    (/ pp.196~197)

    이름은 정연욱이고, 굳이 실명을 감출 이유가 없는 사례다. 그는 몇 해 전 경기도 모처에서 벌어진 ‘실종 아동’ 수색 현장을 취재한 뒤 SNS에 짧은 글 하나를 남겼다. 어느 저수지인가 하천에서 군경이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는데, 사실상 시신이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작전이었다. 그 현장을 오래도록 지켜보다 돌아오던 길에 그가 남긴 글이다.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실종 어린이’를 향해 외친 말이었다.
    “저 차가운 물에서 나오진 말아라. 어디든 살아 있어라!”
    나는 그 짧은 글귀를 보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군가는 그 아동이 이미 희생되고 없을 거라고,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서 사건을 마무리하자고 생각하는 사이, 누군가는 절대 시신이 나오지 말라고, 끝까지 나타나지 않아도 좋으니 어디서든 그저 살아만 있으라고 기도한다. 바로 그 마음, 오직 ‘살아 있기만을 소망하는’ 그 마음이 휴머니즘이다. 언론인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 인간애다.
    (/ pp.204~205)

    어느 하나만의 영속永續이란 없다. 하나가 존재하면 반드시 반대편의 다른 하나가 등장하는 게 세상 이치다. 인생은 그 섭리 아래에 있다. 절망과 불행에서 쉽게 달아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 어느 것도 삶의 최종 결론으로 섣불리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섣불리 생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자살’이라는 단어도 뒤집어 읽으면 ‘살자’다. 어둠 다음에는 반드시 빛이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선 시간에 막막한 어둠이 존재했기에 뒤따르는 빛은 그만큼의 찬란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 pp.233~234)

    법정 스님도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장소로 길상사를 택했다. (…)
    병실을 나와 주체적으로 마지막 삶을 살아내다 길상사 도량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에 앞서 몇 달 전 마지막 법문을 한 곳도 길상사였다. 나는 그날 그것이 스님의 마지막 법회인지도 모르고 물끄러미 거기에 앉아 있었다. 법문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담담했고 내용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지금까지도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날의 법회를 마무리하던 스님의 마지막 짧은 인사말이었다.
    법정 스님은 그때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던 건지,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대중들에게 남긴다. 내가 들은 가장 간소하고 아름다운 이별의 말이었다. 기억에 남은 범위 내에서 가감 없이 여러분께 옮겨드리고자 한다.

    “법회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새로 돋아나는 꽃과 잎의 거룩한 침묵을 통해 들으시기 바랍니다. 안녕히들 가십시오.”
    (/ pp.274~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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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언론에 몸담은 20년 차 기자이자, 아침 뉴스인 [KBS 뉴스광장]를 진행하는 현직 앵커다. 정치부·국제부·사회부·문화부·인터넷부 등 거의 모든 부서를 거쳤지만 사회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기자들 세계에서 ‘사회부 통’으로 통한다. 일반인들이 경험하기 힘든 수많은 사건 사고의 현장을 눈으로 목격했고, 이슈의 중심과 변방에서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을 만나며 살았다.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여 2014년 ‘올해의 바른말 보도상’을 받았고, 취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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