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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남는 중이다 : '오늘도 무사귀가'란 말이 싫은 어느 페미니스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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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우리는 운 좋게 살아남았을 뿐이다
    여성혐오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작가 진초록은 ‘공주’가 되기보다는 ‘여왕’이 되라고 가르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여자들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무엇이든 남자와 똑같이, 아니 그 누구보다 잘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그렇지만 스무 살이 되어 홀로 세상을 마주했을 때 깨달았다. ‘여자’라는 존재는 안전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사회생활조차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언제든 테러를 당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라는 사실을.
    세상은 여자들에게 이제 그만하면 된 거 아니냐고 묻는다. 어머니 세대처럼 차별받고 자란 세대는 아니지 않느냐고. 그렇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엄마가 겪은 일을 딸인 저자도 똑같이 겪었고, 그녀가 겪은 일을 십 대 여동생도 똑같이 겪을 테다. 여자들은 현관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서며 오늘도 무사히 귀가했음에 감사해야 하는 삶을 산다. 택시를 탈 때는 핸드폰에 112 번호를 띄워 놓아야 한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우리는 살아남는 중이다》는 우리의 일상에서 여성혐오가 얼마나 아직도 생생히 살아 숨 쉬는지, 가부장제가 얼마나 완고히 작동하는지를 기록했다. 저자는 이렇게 살아남아서 다행인가 싶다가도 결국은 살아남는 데 우리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어야 했기에 불행했다고 말한다. 한없이 위축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함께 험지를 헤쳐 나가는 다른 여성들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제 그만하면 된 거 아니냐고?
    우리는 아직 ‘아버지의 나라’에 산다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난 저자 진초록은 친가 식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렇지만 그 사랑을 느끼며 그녀는 자꾸 죄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 안에서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엄마를 보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몇 시간을 차로 달려 친가에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부엌에 들어가 상을 차려냈고, 친가 식구들은 당연하다는 듯 가만히 앉아 며느리가 차린 음식을 받아먹기만 했다. 어린 나이에도 그 장면이 너무나 이상했다.
    그녀의 또래인 이삼십 대 여성들도 비슷하게 자랐다. 분명히 표면적으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외치는 사회인데도 여성들은 남성들과 같은 걸 누리지 못했다. 아버지는 ‘딸’이라고 해도 차별 없이 사랑해주었지만 그건 가부장제가 만들어놓은 순종적 여성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였다. 학교에서는 똑같이 체육 수업을 가르쳤지만 남자애들이 축구를 하며 운동장 전체를 누비는 사이, 여자애들은 스탠드에서 남자애들을 응원하기만 했다.
    여성혐오는 나를 든든히 지지해주던 아버지의 그늘이 사라졌을 때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견고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보호에서 벗어난 셈이니 가장 손쉬운 먹잇감 아니겠는가. 진초록은 쌍욕을 하면서 한번 만나달라고 하는 변태들의 문자를 받고, 새벽에 사장님들 술 시중을 들라는 전화를 받는다. 택시 기사는 문을 잠그고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잠시 외출한 틈에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집을 침입한다.

    “사랑받지 않았다면 덜 슬펐을까?”
    이삼십 대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더 열광하는 까닭


    진초록은 친가 식구들에게 사랑받지 않았다면 덜 슬펐을지도 모르겠다고 회고한다. 친가 식구들과 엄마 사이에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사회에 내던져졌다. 여자도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삼십 대 여성들은 새로운 눈을 떠버린 세대다. 그들이 페미니즘에 더 열광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떻게 이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할까.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 진초록이 들려주는 자신의 삶 이야기다. <피해자를 위한 꿀팁>에는 실제 안전을 위협당한 이들에게 사건을 온라인 페이지에 기록하고 CCTV 영상을 확보하라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언도 담겨 있다. 진초록의 말처럼 우리가 일으킨 파도는 집채만 한 세상에 비할 게 아니어서 바다는 금세 다시 잔잔해지겠지만, 파도가 일었다는 것을 누군가 기억할 것이다.

    목차

    서문

    1장 분노로부터 얻는 영감
    분노로부터 얻는 영감
    두 번째 부인 할래?
    미자라니까
    남의 집 귀한 딸
    이게 감금죄거든요
    축구를 한다는 것은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밤
    햇빛 속의 고양이

    2장 여기는 아버지의 나라
    NEW WOMEN ARRIVE
    할아버지의 영정을 들지 못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사랑받고 싶었다
    선생님, ‘야메떼’가 뭔지 알아요?
    아버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여자애들은 원래 멍청하잖아요
    ‘딸바보’라는 단어의 이면
    조신하게 집에만 있어야겠다

    3장 묘비명: 아니라고 말하고 죽다
    묘비명 : 아니라고 말하고 죽다
    변태들의 문자
    여기 이태원 클럽이야
    안전 수칙 : 온 힘을 다해 움츠러들 것
    그래도 나는 너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제발 숨만 쉬세요
    피해자를 위한 꿀팁
    무언가의 종말을 위하여

    4장 너희가 깎아내릴 수 있는 삶이 아님을
    미드 <스캔들> : 위대해질 기회
    섹스 _ 오펜더스 _ 리스트
    어린 여자애 혼자 그랬을 리 없잖아
    성형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화장품 기사는 여자가 읽어야 제맛
    이제는 네가 잘 지내고 있기를 빌어
    소녀에게
    너희가 깎아내릴 수 있는 삶이 아님을

    본문중에서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불리기 시작한 나이부터 나는 가족을 떠나 혼자 살았다. 투쟁은 더 이상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 속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그늘 밑에 있는 딸, 더 이상 교복 입은 청소년이 아닌 한 명의 여성. 여성의 발끝은 어디에 서든 언제나 영락없는 험지였다. 안전을 위협 하는 일을 보고 듣고 경험해야 했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존재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일로부터 마음을 다쳤다.
    ('서문' 중에서/ pp.6~7)

    분노로부터 매일같이 영감을 얻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물 흐르듯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고 싶다. 남자들은 어떤 걱정을 하며 삶을 쓰는지 궁금하다. 현관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서며 오늘도 무사히 귀가했음에 감사해야 하는 여성들의 일상과는 어떻게 다를까. 아마 천지 차이일 테다. 여자의 삶은 이런 불편과 공포와 억울함 속에 둘러싸여 있다고 매번 설명해주어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 세대에는 성차별이 있었지만 우리 세대에는 성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나는 부럽다. 그러한 일상, 그 다름의 간극을 얼마나 부러워해야 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분노로부터 얻는 영감' 중에서/ pp.17~18)

    약자에게는 언제나 분기점이 있고 그때마다 라벨링 작업을 당하곤 한다. 원래는 이름이 없었고 원래는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남성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지위나 우위를 점한 세력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강자에게는 따로 이름이 없다. 그걸 만들어봐야 부를 필요도 없다. 그가 기준이 되고, 그만이 누군가를 불러다 앉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NEW WOMEN ARRIVE' 중에서/ pp.82~83)

    성인이 된 딸들에게 통금 시간을 정해주고 행실을 지적한다. 서른이 다 되어가는 나이일지라도 어린아이처럼 복종하기를 바란다. 딸은 언제나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연애를 할 때 홀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믿는다. 딸이 자신이 허락하지 않은 관계를 맺기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그렇지만 딸 가진 아빠가 세상천지에 널렸는데 딸을 단속하며 조신하고 착한 딸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기보다 ‘늑대’라고 부르는 그 남자들과 같은 남자로서 세상을 좀 바꿔보려 노력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적어도 자신들이 팔 뻗어 닿는 거리 안에서만이라도.
    ('‘딸바보’라는 단어의 이면' 중에서/ pp.118~119)

    피해를 입을 때마다 나는, 나의 사회생활은, 나의 개인적인 삶은, 그냥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한 번에 다 함께 쪼그라들었다. 한계를 모르고 위축되는 그 느낌이 나는 제일 싫었다. 안전하기 위해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본적인 사회생활조차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견디기도 힘들고 용납할 수도 없는데, 결국은 어쩔 수 없이 그 사실 앞에 무너져 굴복해야 하니까. 매일 비굴하게 세상에 지는 기분이었다. 무엇이든 남자와 똑같이 잘하고 남자보다 잘하고 누구보다 잘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는데, ‘여자’로서의 내 존재는 나를 성적으로 신체적으로 언제든 테러를 당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로 규정하게 하고, 그래서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하게 했다.
    ('변태들의 문자' 중에서/ p.145)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때마다, 찬물을 틀어놓고 오래 설거지를 할 때마다 내게 상처를 죽죽 그어놓은 것들의 얼굴이 떠올라 괴로웠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그랬다. 잊고 넘어간 줄 알았는데 멍하니 머리를 식힐 때면 꼭 다시 생각이 나고 분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까지 받아온 피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되뇌었다. 지금까지 받아놓은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남이 아니라 나까지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억울해서라도 더 이상 나에게 주어진 피해의 양을 늘리지 않는 것. 나는 심신을 회복하는 동안 이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피해자를 위한 꿀팁' 중에서/ p.182)

    어린 나이의 나는 이렇게 살았다. 어리다고 무시하는 남자들, 권력을 함부로 쓰는 놈들의 틈바구니에서 언제나 바락바락 악을 쓰고 풍파를 일으키면서. 그들은 그래야만 나를 보았고 그래야만 여기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언제든 무시해도 되고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어린 여자애’ 대신 진짜 나를 보여주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내가 일으킨 파도는 집채만 한 세상에 비할 게 아니어서 바다는 금세 다시 잔잔해 졌지만 파도가 일었다는 것을 누군가는 기억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하다.
    ('어린 여자애 혼자 그랬을 리 없잖아' 중에서/ pp.2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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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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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에 다니며 글을 쓴다. 대학에서는 저널리즘을 공부 했다. 잡지를 펴낸 적이 있고 방송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짧게 일했다. 서울 생활이 답답해 못 견딜 때쯤 훌쩍 바닷가로 이주했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
    아버지는 내게 공주가 아니라 여왕이 되기를 꿈꾸라고 가르쳤다. 그런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자랐지만 성인이 되어 홀로 세상에 나왔을 때 비로소 알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잔인하고 버거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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