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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분배 : AI 시대의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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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인공지능과 경제학의 관계를 연구하는 선구자가 밝히는
    기본소득에 관한 다양한 문제와 미래의 사회상


    AI의 일상화로 노동에서 벗어나게 될 미래사회를 위한 필수조건이자
    노동의 소외가 야기하는 근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해법인 기본소득과 더불어
    현행 화폐제도의 문제와 정치경제 사상을 현실적 관점에서 짚어본다


    바야흐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비즈니스 모델이 돈이 되는 시대다. 지금까지는 다른 인간과 경쟁했다면 미래에는 기계와도 경쟁해야 한다. 이 ‘두뇌 자본주의’ 시대에는 현재 AI의 연장선상인 기술조차도 불가피하게 일시적인 실업자의 증가와 격차의 확대, 가난한 사람들의 증가를 초래한다. 그런 불안한 생활에 직면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해마다 높아질 것이다. 기본소득은 무엇보다 경제적 자유와 평등의 양립이 가능한 제도다.

    기본소득과 ‘국민 중심의 새로운 화폐제도’가 도입되면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되돌릴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유토피아 비슷하게라도 이룩하려면 AI와 기본소득의 혁명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것은 정치적으로는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와 다르지 않아도 경제적으로는 노동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에서 20만 년 전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 최대의 혁명이다.

    ◆ 기본소득은 인류 탄생 이래 최대의 혁명

    몇 년 사이에 관련 도서들이 제법 출간된 덕에 ‘기본소득Basic Income(BI)’이라는 아이디어는 우리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친숙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분배정책의 대표주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시민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는 않은 사회적‧경제적 대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시, 성남시, 경기도 등의 ‘청년배당’(청년 기본소득)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좀더 폭넓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기본소득에 관해 우선 참고해야 할 주요 논의는 필리페 반 파레이스나 가이 스탠딩 등 서양 문화권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토머스 모어의 유명한 소설 『유토피아』라고 알려져 있으며(이 책의 저자는 이를 기본소득의 기원으로 여기지 않지만 통상적 논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언급한다), 이후 1970년대에 유럽에서 활발한 논의가 일어났고, 특히 미국에서는 역사적으로 미혼모와 전업주부 등이 여성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운동에서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사회와 여러 면에서 가까운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10여 년 앞서 기본소득 논의가 시작되었고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왔다. 기본소득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선도적으로 연구하면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뮌헨대회(2012년)와 서울대회(2016년)에서 발표자로 나선 바 있는 이노우에 도모히로 교수의 『모두를 위한 분배 - AI 시대의 기본소득』은 우리와 같은 유교문화권에서 나온 책이라는 점에서 매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비트코인 같은 새로운 가상화폐의 등장과 맞물려 우리 사회 일각에서 화폐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가 일기 시작한 이때야말로 참고할 만한 점이 많을 뿐 아니라 주요 정치사상(좌파-우파, 좌익-우익, 보수-진보, 신좌파-구좌파, 신보수-구보수 등은 어떻게 다르며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 자유지상주의, 공동체주의 등은 또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지 등)의 차이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간단명료한 도표와 함께 쉽고 유익한 해설도 곁들이고 있어 일반인은 물론 정치학‧사회학‧경제학 관련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게다가 어깨 힘 쭉 뺀 솔직담백하고 시원시원하며 서민적인 성격이 돋보이는 서술 스타일이 깨알재미까지 안겨준다(이러한 부분들이 기존의 기본소득 관련서들과 크게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는 면에서 찬찬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그런 그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일정한 액수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이야말로 곧 맞이할 ‘AI 시대-탈노동사회’에서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조건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 ‘인류 탄생 이래 최대의 혁명’이라고 확언한다. 모두가 노동 자체에서 해방되고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받으며, 모든 가난한 사람을 남김없이 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어떤 사회적 공공부조보다 뛰어난 제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BI는 ‘노동’과 ‘생존’을 분리하는 제도지 ‘노동’과 ‘소득’을 분리하는 제도가 아니다

    역사상 새로운 아이디어는 항상 거센 반대와 저항에 직면해왔다. 기본소득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전히 많은 오해와 반대, 비아냥 등의 부정적인 속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제기는 재원마련을 둘러싼 논쟁이며, ‘노동의 신성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시대적 발상에서 나온 ‘게으름 조장 이론’도 이에 일조한다.
    이노우에 교수는 기본소득을 여전히 노동과 소득을 분리하는 제도로 여기는 관점이 가장 큰 오해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일인당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한 선의 무조건적 급부(책에서 예로 든 매달 7만 엔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약 76만 원)를 제공함으로써 노동의욕을 고취시켜 더 벌어들인 만큼의 소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와 ‘평등’의 양립이 가능한 제도다. 또한 기존의 공공부조는 수급자에게 소득이 생길 경우 수급액이 줄어들어 일할 의욕을 해치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는 데다 빈곤의 덫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하는 반면, 적어도 노동의욕 면에서 비교하면 기본소득은 공공부조보다 훨씬 우수하다.

    ◆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BI에 화폐발행 이익을 재원으로 하는 BI를 더하라

    전 국민에게 매달(혹은 일정 기간 단위로) 정해진 액수를 지급하려면 어마어마한 세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라도 금방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전체 세금에서 과연 몇 퍼센트나 기본소득으로 지출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노우에 교수에 따르면 우선은 아주 적은 금액(예컨대 1만~2만 엔 정도)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 외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서 얻는 이익(1만 엔권을 발행하는 데 20엔이 들어가므로 이익은 9,980엔)을 기본소득으로 활용해 전 국민에게 돌려주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과는 별개로 이러한 화폐발행 이익을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도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자를 ‘고정 기본소득’, 후자를 ‘변동 기본소득’이라고 부른다. ‘고정 기본소득’은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소득을 의미하며, 안정된 재원을 필요로 하므로 세금을 기초자금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액수는 단기적으로는 변경되지 않고 장기적인 경제 동향을 감안해서 국회의 의결을 거쳐 변경한다.
    한편 ‘변동 기본소득’은 경기를 통제하기 위한 기본소득으로 그 액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에 따라 변동한다. 통화량의 수축에 따른 불황이 이어지면 변동 기본소득의 지급액을 늘리고, 반대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호황이 이어지면 액수를 줄인다.

    (/ p.90)

    이는 일찍이 1924년 클리포드 휴 더글러스가 『사회신용』에서 주창한 ‘국민배당’, 가이 스탠딩이 최근에 제안한 ‘안정화 급여’와 흡사한 정책이다. 단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으니, 바로 화폐제도의 개혁이다. 이노우에 교수는 과거-현재-미래의 화폐제도를 각각 A레짐(정부 중심의 화폐제도), B레짐(은행 중심의 화폐제도), C레짐(국민 중심의 화폐제도)으로 구분하고, 현재 상당수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B레짐은 사실 화폐제도인 동시에 금융제도이기도 한 기묘한 제도이며 현대의 화폐제도가 진화의 최종 형태라는 보장은 없으므로 가상통화의 유통량이 늘어날수록 좋든 싫든 화폐제도의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밝힌다.
    이와 더불어 “은행의 신용창조를 억제하면 할수록 국민은 더 많은 화폐발행 이익을 얻는다. 민간은행의 신용창조를 금지하는 동시에 중앙은행이 발행한 돈을 국민이 직접 수급하면 은행이 융자하는 돈의 상당 부분을 국민은 공짜로 손에 넣을 수 있다.” “C레짐에서는 중앙은행만이 돈을 창조하고, 그 돈은 정부가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서 지급하므로 국민은 모든 화폐발행 이익을 직접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화폐제도 개혁의 당위성이 잘 드러나 있다.

    ◆ 자본주의와 유교는 최악의 조합

    이 책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유교문화의 폐해를 기본소득제도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노우에 교수는 “유교적 윤리가 기본소득 도입에 장벽이 된다”고 단언한다. ‘유교적 윤리’ 중에서도 일본인이 특히 중시하는 의무는 유교의 ‘의義’에서 비롯되었는데(맹자가 본래 설파한 ‘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 이상한 의무가 여전히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든가 구직활동을 하는 여성의 복장이 대개 흰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정장으로 통일된 현상이라든가 중‧고등학교의 염색 금지 같은 불합리한 교칙처럼 시민들을 부자유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뿐 아니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를 내면화하게끔 근로의 의무를 헌법에 명시해놓음으로써 아무 조건 없이 나라에서 주는 돈을 받는다는 생각 자체에 거부감을 갖게 만들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우리 사회와 전혀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 ‘노동윤리’는 자본주의가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고문’을 통해 주입한 것

    우리는 이제 ‘노동’을 둘러싼 끔찍한 진실을 직시하고 모두가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덧씌워진 ‘노동윤리’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이노우에 교수는 폴란드의 역사가 브로니슬라프 게레멕의 『빈곤의 역사—교수대인가 연민인가』의 내용을 인용하며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노동윤리는 근세의 지배자가 고문을 이용해서 폭력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의 시대가 코앞인데 언제까지 비인간적이고 낡아빠진 노동윤리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이는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세력이 깊이 숙고해 한층 더 인간적이고 진화된 미래를 위한 청사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16세기의 영국에서는 ‘빈민구제’라는 명분 아래 거지를 피가 날 때까지 채찍질하거나, 빈민을 교정원矯正院에 수용해서 강제노동으로 내모는 일이 성행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교정의 집은 무엇보다도 형벌제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빈민뿐만 아니라 비행 청소년도 그곳에 감금되었다. (중략) 게으름을 없애는 것은 노동수용소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고, 가혹한 방식으로 실행되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재범자를 물이 천천히 채워지는 지하실에 감금했다. 죄수는 익사하지 않으려면 주어진 펌프로 끊임없이 물을 빼내야만 했다. 이러한 방식은 게으름을 없애고 노동습관을 갖게 하려는 것이었다. 18세기의 프랑스에서는 구걸을 범죄로 간주했다. 구걸하다가 체포되면 처음에는 종합병원에 적어도 두 달 동안 감금되었다. 재범자인 경우는 최소한 석 달 동안 수감했으며 몸에 ‘M’(걸인이라는 뜻의 mendiant를 의미)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 p.252)

    다만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북유럽 수준의 복지국가를 이루지 못한 우리 사회는 ‘노동’ 자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당장 노동에서 ‘해방’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직은 군소정당인 녹색당에서 기본소득을 주창하고 있고,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청년사회상속제’(기초자본=기본자본) 정책을 발의해놓은 수준에 와 있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성남시,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의 ‘청년배당’ 정책이 향후 어떤 성과를 거두고 시‧도민들의 지지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제도 도입 요구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에 찬성하는 정치세력들은 기존의 복지제도를 후퇴시키지 않고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이노우에 교수의 말처럼 AI 시대가 완전히 열리기 전에 미리 이런 정책을 실시해 정착시켜야만 끔찍한 시행착오와 사회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과 ‘경제적 자유’를 우선시하는 우파나 ‘노동의 가치’와 ‘경제적 평등’을 중시하는 좌파나 모두 21세기의 분배정책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숙고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열린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 우파나 좌파나 모두 지지하는 동시에 비판하는 기묘한 제도

    ‘머리말’을 비롯해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노우에 교수는 기본적으로 매우 자유롭고 긍정적이며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발랄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학자연’하는 태도, 근엄함, 경직성, 완고함, 위엄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물론 이러한 성격 규정이 대학교수의 전형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스스로 밝힌 것처럼 ‘리플레파 진보적 자유론자’이기 때문일까. ‘리플레’는 리플레이션reflation(통화 재팽창)의 일본식 줄임말이며, 리플레파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한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둘러싸고 대담한 금융완화를 주축으로 한 경기부양책을 주장한 경제학자들을 일컫는다. 우리 사회나 일본이나 그동안 사회 여러 면에서 상당히 서구화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자유주의자’, ‘자유지상주의자’는 큰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또한 유교문화의 영향일 것이다. 오랜 세월 사회 구성원 개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해온 결과일 터이므로.
    저자는 유교문화 자체를 터부시하거나 공동체주의를 백안시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와 흡사하게 일본에서도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Justice’ 강연(NHK의 프로그램 <백열白熱교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공동체주의’의 수입에는 성공했으나(유교문화권이므로) 그와 대척점에 있는 ‘자유지상주의’의 수입에는 실패했다는 저자의 진단은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지하게 경청할 만한 진단이며, 이를 더 발전시킨 연구가 필요하다.
    이노우에 교수는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우파나 좌파나 모두 지지하는 한편 두 진영 모두 비판하기도 하는 제도라고 말한다. 왜 이런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다양한 정치 이데올로기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5장 참조). 현재의 상황에서 핵심적인 논점은 ‘경제적 평등’과 ‘경제적 자유’이며, 이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좌우가 갈라지는 것이다.

    ◆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만드는 길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마무리 삼아 직접 들어보자.

    21세기인 지금 미궁으로 들어가는 테세우스에게 아리아드네가 건네준 실타래처럼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길로 인도할 이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소련이 붕괴한 이후 현대인들은 자유주의자와 사회민주주의자가 되기는 쉬워도 혁명가가 되기는 힘들다. 혁명 후의 새로운 경제체제의 전망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전혀 출구가 없는 듯이 보인다. /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그러한 이념과 전망 없이 자연스럽게 순수 기계화 경제로 이행해 자본가에 의한 착취가 사라지고 근대 자본주의를 지양할지도 모른다. 착취를 근절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다. 단, 그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아서 착취당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규모 기아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기계가 바로 AI이자 로봇이다. 그러한 사태에 빠지기 전에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 기본소득과 국민 중심의 화폐제도가 도입되면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되돌릴 수 있다. / 솔직히 나는 자본주의를 지양하든 근절하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풍족하게 살 수 있다면 어떤 경제체제든 개의치 않는다. 다만 자본주의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는 사회주의자들에게 AI와 기본소득에 의한 혁명만이 출구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 pp.179~180)

    목차

    머리말

    1장 기본소득 입문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기본소득 대 공공부조
    기원과 역사
    현대의 운동

    2장 재원론과 제도설계
    왜 공공부조보다 기본소득이 싸게 먹히는가?
    역소득세와 공공부조의 제도상의 차이
    소득세 이외의 재원
    일본의 재정위기는 사실인가?
    화폐발행 이익을 재원으로 한 기본소득

    3장 화폐제도 개혁과 기본소득
    화폐발행 이익을 기본소득으로 국민에게 배당하라
    화폐제도의 변천
    은행 중심 화폐제도의 문제점
    국민 중심의 화폐제도로

    4장 AI 시대에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AI는 일자리를 빼앗는가? 격차를 확대하는가?
    고용의 미래
    인간 같은 AI가 출현한다면 일자리는 사라질까?
    탈노동사회에 기본소득은 필수다

    5장 정치경제 사상과 기본소득
    우익과 좌익은 대립하지 않는다
    우파와 좌파가 모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유
    유교적 윤리가 기본소득 도입의 장벽이 된다
    왜 게으름뱅이도 구제해야 하는가?
    노동은 미덕인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노동시간과 삶의 질

    맺음말
    미주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계속 지방에서 도시로 인구가 유입되는 한 지역재생의 문제는 대체로 지는 싸움일지언정 어떻게 끝까지 더 잘 싸우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인구의 유입을 역전시키는 방법은 최소한 두 가지다. 하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 고도로 발달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다.
    (/ p.17)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이혼율이 높아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이는 기본소득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아닐까.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남편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도 경제력이 없어서 이혼하지 못했던 전업주부가 자립해서 살 수 있으니까.
    기본소득은 여성이 안고 있는 심각한 인권문제를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은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 여성만이 아니라 국가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모든 부조扶助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사람들도 포함해 약자의 처지에 놓인 모든 사람이 부조를 받는 것이 기본소득의 최대 장점이다.
    (/ p.26)

    프리드먼은 우파 입장의 경제학자이므로 이를 이유로 기본소득과 역소득세를 까닭 없이 싫어하는 좌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기본소득과 역소득세에 찬성하는 좌파도 물론 적지 않다. 원래 사회보장에 긍정적인 좌파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우파도 찬성하므로 기본소득은 훌륭한 제도다.
    (/ p.40)

    많은 기업이 지금은 ‘저희 상품에는 AI가 내장되어 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선전하지만 AI세를 도입한 순간 ‘저희 상품에는 AI 같은 그런 거창한 것을 쓰지 않습니다’라고 겸손을 떨며 속일 것이다. / 실제로 최대한 AI를 쓰지 않고 상품을 만들거나 기업이 헛된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맥주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자 맥주 회사가 국민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는 발포주 개발에 착수했던 사례를 회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발포주는 오로지 맥주에 부과되는 높은 세율을 피하려고 개발한 상품이므로 이러한 왜곡된 세제를 시행하지 않았으면 출시할 리도 없었다.
    (/ p.71)

    화폐발행 이익은 인류가 휘두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깨비방망이며 우리는 디플레이션(또는 디스인플레이션)일 때는 이 도깨비방망이를 부작용 없이 휘두를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헬리콥터 머니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국민의 복지welfare(후생, 행복) 수준을 높이는 책무를 게을리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정책을 무제한 인정하면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야기된다. 그러나 2~4퍼센트 정도의 완만한 인플레이션 상태가 될 때까지는 오히려 헬리콥터 머니 제도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 pp.99~100)

    거품이 발생한 뒤 30년간 일본인은 신용창조에 휘둘려서 적잖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가정이 파괴되었으며, 자살로 내몰렸다. 이러한 일을 생각하면 신용창조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 p.129)

    앞으로 심각한 기술적 실업문제가 발생하는 직종은 사무직이지만 업종으로 말하면 금융업, 특히 은행업이다. / 예를 들어 미즈호은행은 2017년 11월에 향후 10년간 은행원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1만 9,00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감원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해고에 가까울 것이다.
    (/ p.143)

    탈노동사회에서는 노동자의 대부분이 기계에 일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그럴수록 자본가의 몫은 한없이 커지고, 노동자의 몫은 한없이 작아진다. 그러면 AI의 발달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향상해도 자본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 부유해지며, 대다수인 노동자는 오히려 가난해지는 ‘디스토피아Dystopia’가 찾아온다.
    (/ p.161)

    나는 근로복지제도에도, 참여소득제도에도 부정적이다. 기본소득은 그것 자체에 노동을 장려하는 정책이 들어 있어서 복지정책에서 노동정책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최저한의 생활에 필요한 돈을 국민에게 지급할 때 취업과 사회참여를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 pp.231~232)

    원래 유토피아란 자본가에 의한 착취가 없는 사회라기보다 노동이 필요 없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노동이야말로 인간에게 소외를 초래하는 근본 요인이기 때문이다.
    (/ pp.263~264)

    마르크스는 ‘소외된 노동’이 ‘인간적 본질을 소외시킨다’라고 말했는데 정확히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모든 노동이 인간적 본질을 소외시킨다. 노동은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없게 하며, 인간을 한낱 ‘노동하는 동물’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자본가에게 착취당하지 않는 자영업자라도 생활수단에 불과한 노동에 많은 시간을 쓰는 한 ‘작업’과 ‘행위’에 집중할 수 없으므로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자본가에 의한 지배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기보다는 노동 자체에서 해방되어야 하지 않을까.
    (/ p.268)

    저자소개

    이노우에 도모히로(井上智洋)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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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 박사. 게이오기주쿠 대학 환경정보학부를 졸업하고 와세다 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단위 취득 후 만기퇴학했으며, 2015년 4월부터 고마자와 대학 경제학부의 강사를 맡고 있다.
    전문 분야는 거시 경제학, 화폐 경제 이론, 성장 이론이다. 인공 지능과 경제학의 관계를 연구하는 개척자로서 학회 발표와 정부 연구회 참여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AI 사회론 연구회의 공동 발기인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새로운 자바 교과서], [리딩스: 정치 경제학에 대한 수리적 접근](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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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졸업 후 20여 년간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사사키 아타루의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와 [제자리걸음을 멈추고]를 비롯해 [고흐가 되어 고흐의 길을 가다], [경제고전], [사고개혁의 심리학], [타로의 미궁], [서바이벌 미션], [사고력을 키우는 읽기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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