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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의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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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대안적 현재와 미래, 여전한 “플랜 A”로서의 공산주의
    공산주의, 우리 시대 살아 있는 현존 또는 가능성 그리고 점점 강력해지는 위력


    자본주의 세계의 현상태(status quo)에서 ‘공산주의’라는 오래된 반대항을 이상과 현실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분할하면서도 이어놓는 지평으로 호명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위기라는 우리의 현재 여건 속에서 대안적 현재-미래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바디우, 발리바르, 아감벤, 랑시에르, 네그리, 하트, 지젝을 경유·극복해 “공산주의의 재활성(reactivation)”을 선언하는 도발적·논쟁적 저작이다.

    공산주의를 여전히 혹은 최초로 우리 욕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당위성과 근거를 밝히고 있다. 결국 집합적 주권의 담지자인 “나머지 우리로서의 인민”이 “소통 자본주의” 속의 “민주주의적 충동”을 되풀이함으로써 겪는 “좌파 멜랑콜리”를 뛰어넘어 “공산주의적 욕망”을 다시금 집합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산주의적 이상을 소비에트연방 실패의 족쇄로부터 풀어놓는다.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 경험을 검토하면서, 당시와 같은 자발성이 혁명으로 발전되지는 않으며 자발성은 저 자신을 “정당”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공산주의의 지평』은, 당장의 중요성을 지닌 획기적 저작으로서, 새로운 집합적 정치를 위한 선언을 제시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알랭 바디우, 에티엔 발리바르, 조르조 아감벤, 자크 랑시에르,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슬라보예 지젝을 경유·극복해 “공산주의의 재활성(reactivation)”을 선언하는 논쟁적 선언

    1. “하나의 유령이 세상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의 지평이라는 유령이.”
    : ‘유령’ 혹은 여전한 ‘플랜 A’로서의 공산주의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 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

    “(마르크스·엥겔스는) ‘공산주의의 유령’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낡은 유럽의 모든 열강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유령이자, 그 당시에 도래할 것으로 남아 있었던 어떤 공산주의의 유령에 대해. 분명히 이미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의인 동맹이나 공산주의자 동맹보다 더 이전에) 공산주의지만, 그 이름을 넘어서 아직 도래할 것으로 남아 있던 어떤 공산주의에 대해. 이미 약속된, 하지만 단지 약속되기만 했던. 분명히 그렇지만, 단 이는 장래와, 어떤 유령의 되돌아옴을 더 이상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그렇다.”
    - 자크 데리다, 『마르크스의 유령들』

    “우리 시대의 일반적 지평은 공산주의적이다.”

    『공산주의의 지평』은 자본주의 세계의 현상태(status quo)에서 ‘공산주의’라는 오래된 반대항을 이상과 현실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분할하면서도 이어놓는 지평으로 호명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위기라는 우리의 현재 여건 속에서 대안적 현재-미래가 있음을 말하는 도발적·논쟁적 저작이다.

    『공산당 선언』(1848)의 첫 문장은 ―마지막 문장 또한 그러하지만― 너무나도 강렬하고 강력해서 아찔하기까지 하다.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이 책에 빗대어 『공산주의의 지평』의 첫 문장을 다음처럼 고쳐 써도 무방하겠다. (이 책의 저자 조디 딘은 2017년에 런던의 플루토출판사에서 다시금 출간된 『공산당 선언』 영어판 서문을 쓰기도 했다. 데이비드 하비가 후기를 썼다.)

    “하나의 유령이 세상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의 지평이라는 유령이.”

    2. “만국의 나머지 우리여, 공산주의를 욕망하라.”
    : 자유주의가 무릎 꿇린 공산주의? 역사의 종언? ― ‘역사의 종언’에 대한 적색경보(Red Alert)


    「역사의 종언?」
    - 프랜시스 후쿠야마, 『내셔널 인터레스트』(1989)
    “환멸: 역사의 끝은 연기되었다.”
    -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자유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20세기를 지배한 세 이데올로기. 이들 중 자유주의가 파시즘에 이어 공산주의를 상대로도 승리했다는 ‘역사의 종언’인 선언된 지 올해로 30년째다. 그러나 역사의 끝은 연기된 듯 보인다. 유발 하라리의 진단처럼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이래 전 세계 사람들은 자유주의 이야기에 점점 환멸을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유주의는 성공할수록 실패한다”라는 자유주의에 대한 적색경보(패트릭 J. 드닌,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도 울리고 있고, “다른 사회를 꿈꿀 상상력마저 잠식한 자본주의 역시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실패한 체계”(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이고, “‘공유경제’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플랫폼 자본주의의 기만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부패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가이 스탠딩,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적색경보도 연이어 울리고 있다. 이와 짝하여 “공산주의에 대한 지각은 공산주의를 유토피아가 아니라 사적인 전유를 거부하는 모든 순간과 집단적 재전유의 모든 실행 가운데 ‘이미 여기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브루노 보스틸스, 『공산주의의 현실성』)이라는 신호가 들린다. 과거의 ‘소음’이 아닌 현재적 대안의 ‘신호’로서의 공산주의에 대한 “적색경보(Red Alert)”다.

    『공산주의의 지평』의 저자 조디 딘은 공산주의를 “현존하는, 점점 강력해지는 위력”으로 다룬다. “공산주의는 여전히 전지구적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수반하는 극단적 불평등, 불안정, 그리고 인종주의적, 국가주의적 자민족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의 이름이다.” 딘에게 무엇이 공산주의[적]인가?

    “무엇이 공산주의적인가? 국가보건의료. 환경주의. 페미니즘. 공교육. 단체교섭. 누진과세. 유급휴가. 총기 규제. 월스트리트 점유가 그렇다. 자전거는 공산주의에 이르는 ‘습관형성약물’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일깨워낸 ‘개인의 자기실현이라는 매력적인 전망’을 드러내므로 웹 2.0은 공산주의적이다.”

    “누가 공산주의적인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미국의 군사침략에 항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다. 부시 행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다. 부자에게 과세하고, 법인세 체계의 틈을 메꾸고, 파생상품 시장을 규제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다. 실업보험, 식품구입권, 공교육, 공공분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다.”

    딘은 “정치적 대안으로서 공산주의를 활기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동적 그물망을 갈라 찢을 수 있는 집합적 욕망을 증폭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공산주의의 지평』의 마지막 문장을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에 빗대어― 다음처럼 고쳐 써도 무방하겠다.

    “만국의 나머지 우리여, 공산주의를 욕망하라!”

    3. “나머지 우리로서 인민의 공산주의적 욕망”, 공산주의의 재再활성”
    : 민주주의적 충동과 공산주의적 욕망, 자본주의와의 멜랑콜리한 동거를 끝낼 시간


    “소비에트연방은 별반 공산주의의 안정적 지시대상이 아니다.”

    조디 딘은 『공산주의의 지평』에서 공산주의적 이상을 소비에트연방 실패의 족쇄로부터 풀어놓는다. 정보기술 네트워크로 엮인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바로 우리 자신의 소통하는 능력이 착취당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공통적·집합적 욕망들에 기초해서 조직한다면 혁명은 여전히 가능하다.

    딘은 2011년의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Occupy Wall Street)” 경험을 검토하면서, 당시와 같은 자발성이 혁명으로 발전되지는 않으며 자발성은 저 자신을 “정당”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독자들은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의 자리에 ‘촛불의 물결’을 대비해 사유해볼 수 있음직하다.]

    『공산주의의 지평』의 전언은 집합적 주권의 담지자인 “나머지 우리로서 인민”이 “소통 자본주의” 속의 “민주주의적 충동”을 되풀이함으로써 겪는 “좌파 멜랑콜리”를 뛰어넘어 “공산주의적 욕망”을 다시금 집합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딘의 화두 혹은 논거 각각에 대해 좀 더 들어가보자.

    4. “나머지 우리로서 인민” ― “우리가 99퍼센트다”, 인민주권
    : “각자로부터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조딘 딘은, 극소수 부자들과 나머지 우리 사이 분할이 오늘날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환경에 비추어, 공산주의 주체의 명칭인 프롤레타리아트(마르크스), 다중(네그리·하트), 몫이 없는 몫(랑시에르)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그 대안으로서, 분할적·분열적 위력으로서의 인민을 뜻하는 “나머지 우리로서 인민(he people as the rest of us, 나머지 우리)” 개념을 제시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 적대[살아남기 위해 자기의 노동력을 판매하도록 강요받는 인간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 사이 적대]를 생산수단의 소유자인 부르주아지와 임노동자인 프롤레타리아트 사이 투쟁으로 묘사했던 데 비해, 당대 미국·영국·유럽연합에서 이런 대립은 부자와 나머지 우리 사이 투쟁으로 보는 쪽이 더 잘 들어맞는다.”

    “나머지 우리”는 자본주의로 인해 착취·강탈·비참의 과정으로서의 프롤레타리아화된[“살아남기 위해 자기의 노동력을 판매하도록 강요받은”] 사람들을 지칭하며, 최고 거부의 향락을 위해 우리의 실천 활동 및 소통 활동을 착취·추출·몰수함으로써 생산된 인민을 지칭한다. “나머지 우리”는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에서 뿜어져 나온 슬로건인 “우리가 99퍼센트다(We are the 99%)”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우리’의, 인민주권의 원리이자 목표는 명백하다. 100년도 더 전에 「고타 강령 초안 비판」(1875)에서 표명되었듯, 역시 너무나도 강렬하고 강력해서 아찔하기까지 한, 바로

    “각자로부터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5. “소통 자본주의” ― 소통 행위 및 소통의 결과물까지 전유하는 당대 자본주의
    : 광장이 아닌 안방에서 ‘댓글’/‘트윗’으로 자신이 정치적·사회적 대의와 “소통”하고 있다는 판타지


    딘은 우리 시대의 여건을 특징짓는 네트워크 자본의 동학 개념으로 2005년부터 “소통 자본주의(communicative capitalism)”라는 용어를 제시·사용해왔다. “소통 자본주의”는 오늘날 소통(통신) 네트워크 기술이 정치에 가한 충격을 포착하기 위해 현행의 정치·경제 양식을 개념화한 용어로, 포괄과 참여 등 민주주의의 정초적 이상들이 통신 매체 네트워크에서 물질화됨으로써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서로 결합하는 양상을 지칭한다. “신자유주의적 소통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쉽게 결합한다.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미디어에 열광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신자유주의를 강화한다. 이는 불평등의 극적 증가로 귀결된다.”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와 소통 자본주의가 서로를 강화해왔다. 정보 기술 네트워크는 사람들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경쟁적 강도에 종속시켜온 수단이 되어왔다. 1인 미디어[개인형 미디어] 및 소셜 미디어에 열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집에 광대역통신망을 깔았어! 새 태블릿이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해줘! 스마트폰 덕분에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언제든 알 수 있지!— 우리는 우리를 포획하는 함정을 만드는 중이다. 이 함정은 전지구적 휴대전화 이용이나 소셜 네트워크 참여를 뛰어넘어서, 전화기나 네트워크용 기재 생산을 아우르는 데까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딘이 현재 우리의 여건을 소통 ‘자본주의’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소통 자본주의가 나머지 우리의 불불노동이 생산한 가치를 소수 자본이 전유하는 체계라는 점에서다.

    “우리는 검색하고 연결하며 우리가 따라가는 경로를 만든다—이와 동시에 구글은 저 자취들이 자기네 소유라고 주장한다.”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수많은 인터넷 회사와 마찬가지로, 자기네 사이트에 자리 잡은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이 회사들이 자기만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생산물은 무보수의 창의적 노동의, 소통상 노동의 산물이다. 이 회사들은 수백만 명의 자발적 불불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얻으면서, 소통 네트워크와 이미 합치하는 착취의 관행을 사회까지 확장한다.”

    따라서 소통 자본주의에서 사적 소유(전유)의 반대항으로서 “공산(共産)”은 주요한 논점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공산’은 생산과정 자체 내에서의 소유 문제 즉 타인의 노동을 자기의 소유로 하고 자기의 노동을 타인의 소유로 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므로 생산 이후의 몫을 나누는 “공유”와는 다른 개념이다. “나머지 우리”를 프롤레타리아로 만들어내는 소통 자본주의의 여건에서 ‘공산주의’는 강조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민주주의와는 다른 자리에 놓이게 된다.

    6. “좌파 멜랑콜리” ― 좌파의 우울한 정조, 좌파의 현실 순응 혹은 지금 여기의 타협
    : “민주주의적 충동” 대신 “공산주의적 욕망”을


    “좌파에게 민주주의는 공산주의의 상실이 취하는 형식이다. 좌파는, 집합적 이상을 위해 싸우면서 우리 나머지 편에 선 투쟁에 종사하기보단 거듭해서 민주주의를 들이대고 이미 있는 것을 요청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이런 기원들은 라캉이 충동(drive)이라는 정신분석의 관념을 통해 묘사한 것 같은 경향성을 띤다. 충동이란, 욕망(desire)과 마찬가지로, 주체가 자기의 향락(주이상스)을 배열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욕망과 관련될 적에, 향락은 주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엇이며, 주체가 원하나 결코 얻을 수 없는 무엇이다”

    현실 역사의 진행 양상은 좌파에 멜랑콜리를 전염시킨다. 딘은 프로이트로 되돌아감으로써 웬디 브라운이 “좌파 멜랑콜리”를 해석하는 방식과 대립하고자 한다. 프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멜랑콜리에는 두 국면이 있다. 하나는 멜랑콜리 환자가 자기를 책망할 때 그 책망의 대상은 실은 자기가 아니라 자기가 애착을 가진 대상이기에 자기 책망에는 대상 애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책망이 실제적인 것이며 이는 대상에 대한 욕망을 이미 포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브라운은 프로이트의 분석에서 첫 번째 국면을 쫓아간다.

    반면에, 딘은 “좌파 멜랑콜리”라고 처음 명명한 발터 벤야민을 좇아, 좌파가 자기의 타협한 처지(현실을 받아들이고 자본주의 너머의 세계에 대한 고민을 포기한 처지)를 숨기기 위해 자기비판을 수행하는 척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우리 앞에는 [웬디 브라운이 보는 것처럼] 공인받지 못한 정설에 집착하는 좌파가 있는 게 아니라, 공산주의를 향한 욕망을 양보해버리고,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역사적 헌신을 배신하고, 혁명적 에너지를 만민구제론적 관행으로 승화시켜 자본주의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좌파가 있다.”

    딘에 따르면, “충동”은 그 방향을 뭔가를 향해 정하지 않는다. 충동은 결여에서 빚어지고 아무런 것이나 옛날의 사물에 그저 부착되면서, 강렬한 애착을 띤 하나의 대상으로부터 다른 대상에게로 손쉽게 옮겨 다닌다. 반면에 “욕망”은 바깥쪽을, 지평을 향해 바라본다. 그렇다면, 욕망의 관점에서 생각된 공산주의는 반성의 함정을 부수고 나올, 간극을 설치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공산주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는 ‘집합성을 위한 집합적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공산주의를 사고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7. 공산주의의 지평을 향한 “점유”와 “정당”
    : 더 나은 세계, 곧 집합적 인민에 의해/인민을 위해 공통의 것을 생산하는 평등주의적 세계의 전망


    딘에게 공산주의적 욕망을 현재의 현실과 연결하는 매개의 하나는 “점유”다. 2011년 9월의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에서 뿜어져 나온 특수한 힘과 결합된 슬로건 하나는 “우리가 99퍼센트다”다.

    “‘우리가 99퍼센트다’라는 포고는 (…) 또한 평등과 정의를 향한 집합적 욕망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1퍼센트가 99퍼센트를 나머지 존재로 내팽개친 채 공통된 것의 대부분을 자기들만을 위해 장악하게끔 만들어주는 갖가지 조건의 변화를 향한 집합적 욕망을 말로 표현한다.”

    “99”라는 숫자는, 어떤 분할과 어떤 간극을, 최상위 1퍼센트의 부와 나머지 우리 사이 간극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 따라서 ‘점유(occupation/occupy movement)’는 완강한 집합성을 작동시키고 있는, 자본주의와 인민 사이 양립불가능성을 확언하는 사건이[었]다.

    한편으로, 저자는 “2011년의 점유 운동과 항의시위는 (…) 첫눈에 보기엔 무정부주의자들이 옳다는 분명한 징조 같았”으나 “운동이 발발할 때 사람들에게 가장 활기를 불어넣었던 자율성, 수평성, 지도자 없음의 이념은, 그러나, 이후에는 (…) 흠 잡히기에 이르렀다”라고 말한다. 자율성에 대한 강조는 공통의 목표보다는 개별적이고 상충되기까지 한 목표들을 쫓도록 부추겼고, 수평성에 대한 찬사는 구조 조직(점유자 총회인 ‘제너럴 어셈브리’와 단체들의 대표회의체인 ‘스포크스 카운실’)을 향한 회의론을 고조시키다 두 구조 모두의 해체를 불러왔으며, 지도자 없음[비대표성]에 대한 확언은, 부각되었지만 지도자로서 인정받거나 책임을 맡지 못했던 지도자들을 둘러싼 일종의 [망상적] 편집증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검토를 거쳐, 딘은 “정당이 집합성의 명백한 확언이고, 책임성의 구조물이며, 변별적 자질의 인정이자, 연대의 매개물인 한에서, ‘점유하라’는 왜 정당 같은 게 필요한지를 예증해준다”라고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는, 무정부주의가 내세우는 바와 같이 행동의 직접적 문제들과 과정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좌파의 정치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내기보다는, 사실상 그 문제를 새롭게 제기한다.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는 공산주의 정당의 역할에 관해 다시 한 번 사고하도록 우리를 밀어붙인다.”

    “나머지 우리”가 집합을 구성해도 분할은 숙명적이기에, 딘은 “나머지 우리”가 그저 다양한 다수로 모여 있는 게 아니라 집합적 방향을 조타해가는 과정에서 더 큰 책무를 띤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분할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딘은 조직하고 앞장설 정당의 책무를 부인하지 않는다. 곧 정당이 욕망의 특정한 간극을 견지하고 집합성을 향한 집합적 욕망을 견지하는 일에 매개물이 된다는 논변이다. 딘에게, 우리 시대의 일반적 지평은 “공산주의의 지평”이듯, 정당이란 당연하게도 공산주의의 정당이다.

    “공산주의 정당은 필연적이며 그 이유는 자본주의의 역학도 대중의 자발도 내재적으로는 인민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끝장낼 프롤레타리아혁명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민의 예시화도 인민의 대표함도 아닌 것으로서, 공산주의 정당은 집합성을 향한 당원의 집합적 욕망(collective desire)을 형식화한다. 정당이 욕망의 간극을 열어두는 일에 실패할 때, 그 정당은 공산주의 정당이기를 그친다.”

    아울러 딘이 말하는 공산주의 정당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한편으로 정당은 엄격하게 규율 잡혀야만 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당은 유연성과 반응성이 있어야 하며, 변화무쌍한 상황으로부터 배워나갈 수 있고 그런 상황에 적응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투쟁 중인 대중으로부터 배워가면서, 정당은 이 대중이 저 자신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저 자신들의 집합적 의지를 표현할 수 있게 해줄 매개물을 제공하는데, (…).

    그리고 딘이 말하는 “공산주의의 지평”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공산주의를 우리의 지평으로 삼음으로써, 혁명의 이론과 실천을 위한 가능성들이 펼쳐진 영역은 그 형체를 바꾸기 시작한다. 행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차츰 내려앉는다. 새로운 잠재성과 의욕이 앞서 나온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occupy’는 흔히 “점거”로 말해지지만 ‘점거’는 장소 중심적인 데 비해 ‘점유’는 행위(뿐 아니라 소유) 중심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소유 형태로서의 공산주의를 강조하는 이 책의 주제를 따라 “점유”라고 옮겼다.]

    8. “저술은 고독한 것이지만 사고는 집합적인 것이다.” ― 주목받는 학자의 국내 첫 소개서

    조디 딘은 제도권 정치가 아니라 혁명적 혹은 진보적 정치의 원리와 동력을 분석하고자 하는 학자이자, 정치의 집합적 주체와 정당의 선도적 역할을 실천이 벌어지는 자리에서 사고하려는 현장의 이론가다. 『공산주의의 지평』 역시, 저자가 아카데미와 현장을 오가며 활동하듯, 거리의 실천인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와 ‘이론’을 이어보고자 의도한 책이라 하겠다.

    딘은 이 책 출간 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디프사우스의 남침례교파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초기 기독교 교회 사도들이 일과 재화를 분배하는 방식과 공명하는 ‘각자로부터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라는 공산주의의 이상이 전혀 급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냉전 말기인 1980년대에 미국에서 소비에트 정치를 선입견 없이 공부할 수 있었던 극소수 대학생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주 이른 시기부터 소비에트 공산주의의 사회적 평등에 익숙했다고 말한다.

    지금껏 책의 추천글(브루노 보스틸스, 『공산주의의 현실성』)이나 책 뒤 대담자(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등 단편적으로만 국내에 소개되었던, 조디 딘의 저서로는 국내 첫 번역서다.

    [딘은 “공산주의의 지평”이라는 용어를 현 볼리비아 부통령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로부터 얻었다. 그는 사회주의운동당 소속으로 2005년 대선에서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승리한 후 그가 속한 정당의 계획을 묻는 한 인터뷰어의 질문에 이렇게 응답했다. “우리 시대의 일반적 지평은 공산주의[의 지평]입니다.”]

    [책의 구성]

    ■ “미국은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생산적이다. USSR은 생산적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공평했다.”

    1장과 2장은 몰락한 현실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등치시키는 일반적 인식을 교정한다. 1장 「우리의 소비에트」는 소비에트연방과 미국이 서로의 결여로부터 만들어진 거울 이미지를 서로에게 덧씌워서 각자의 이상적 국가 이미지를 형성했음을 보인다. 소비에트연방의 ‘사회주의적 생산성’에 대한 강조는 자본주의와 견주어 결여된 생산성을 보충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었음이 논해진다. 미국의 ‘소비 재화를 평등의 표지 및 민주주의의 지침으로 취급’하는 처방은 소비에트라는 상대편을 위한 것이었다. 사회주의 소비에트의 이미지가 자본주의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자본주의 미국의 이미지가 사회주의 소비에트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소비에트연방은 동떨어진 타자라기보다는 “우리의 소비에트”다.

    ■ “공산주의는 끈질기게 지속 중이다. 그것은 특히 전지구적 혁명과 신자유주의의 위기라는 우리의 현재 여건 속에서 살아 있는 현존 혹은 가능성으로서 종종 일깨워진다.”

    2장 「현존하는 위력」은 공산주의가 자동적으로 소비에트로 스탈린주의로 이어지는 관념의 연쇄는 실제 소비에트의 현실과도 공산주의 자체와도 아무 관련이 없음을 보인다. 공산주의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는 사람들은 언제나 현실사회주의 몰락의 역사에 호소하지만, 이는 실제 있었던 역사에 대한 호소라 보기 어려울뿐더러 공산주의는 지난 과거가 아니라 현존하는 위력이라는 것이다.

    ■ “나는, 나머지 우리로서 인민에 대한 강조가 이전에 ‘프롤레타리아트’를 통해 수행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내기를 건다.”

    3장과 4장은 현재의 자본주의 여건에서 공산주의의 전통적 관념들이 어떻게 변형되고 재규정될 수 있을지를 논한다. 저자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소통 자본주의”라고 규정하고, 오늘날 “나머지 다수”의 처지를 확인하기 위해 “착취, 강탈, 비참의 과정으로서의 ‘프롤레타리아화’”라는 관념을 도입한다.

    3장 「인민주권」은 당대 여건에서 “프롤레타리아독재” 관념을 대체할 수 있는 정치적 작인으로서 “인민주권”을 생각해본다. 한편으로 ‘프롤레타리아’가 당대 소통자본주의의 현실적 여건에 맞지 않게 산업 노동자라는 협소한 표상만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해서이며, 다른 한편으로 ‘독재’는 그 어원상 일시적 관리만을 지칭해서다. 벅모스, 푸코, 랑시에르, 네그리와 하트 등의 정치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인민주권이란 분할이 늘 있는 현재 여건에서 “나머지 우리”가 우리 자신을 통치할 때의 핵심 작인임을 밝힌다.

    ■ “영구적으로 사로잡혀서, 우리는 검색하고 연결하며 우리가 따라가는 경로를 만든다 — 이와 동시에 구글은 저 자취들이 자기네 소유라고 주장한다.”

    4장 「공통과 공유물」은 “나머지 우리”의 “공산주의적 욕망”이 “소통 자본주의” 네트워크를 돌며 진보적, 좌파적 충동으로 승화되는 양상을 비판하면서, 이러는 와중에 어떻게 공유물이 몰수당하고 어떻게 공통이 억압당하는지를 보인다.

    ■ “최근에 보이는 공산주의의 재활성 역시 좌파적 욕망의 구조로서 멜랑콜리의 종말을 입증한다.”

    5장과 6장은 현재의 좌파가 멜랑콜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를 욕망하는 길로 나서야 함을, 공산주의적 욕망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당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함을 각각 역설한다.

    5장 「욕망」은 ‘좌파의 멜랑콜리’에 대한 웬디 브라운의 논의와 그 원전이 될 발터 벤야민의 에세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욕망과 관련된 라캉의 윤리학을 간략히 참조함으로써, 욕망에 필연적인 결여를 인정하되 욕망 자체를 포기하거나 승화시키지 않음으로써 공산주의에 대한 욕망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산주의적 욕망”이란 집합적 주체로서 나머지 우리가 집합적으로 욕망하는 대상이다.

    ■ “정당이 집합성의 명백한 확언이고, 책임성의 구조물이며, 변별적 자질의 인정이자, 연대의 매개물인 한에서, ‘점유하라’는 왜 정당 같은 게 필요한지를 예증해준다.”

    6장 「점유와 정당」에서 우리는 집합적 주체가 집합적으로 욕망하는 대상이, 소통 자본주의와는 양립할 수 없는 —따라서 민주주의는 결코 아닌— 대상이 분명히 있다는 교훈을, 그리고 그 대상은 당연히 “공산주의”로 명명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다. 집합적 주체로서 나머지 우리에게 공산주의적 욕망을 가져다줄 매개는 곧 “정당”이다.

    추천사

    이 책이야말로 해방을 향한 오늘의 싸움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우리가 마주한 궁지에 대한 현실주의적 평가를 이론적 촘촘함과 결합한 독특한 책이다.
    - 슬라보예 지젝

    좌파가 처한 난관에 대한 조디의 날카로운 분석은 지난 10여 년의 2.0 광풍 대부분을 떠나보내는 만가이기도 하다.
    - 마크 피셔 /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저자

    강력한 좌파 정치를 ​​이론화하는 최근의 비판적 이론에서 가장 주목할 책의 하나. 책의 정신과 논의는 활력이 있으며, 딘의 분석은 착취를 끝내기 위한 초국가적 연대에 대한 욕망을 강화할 것이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정말 많은 사람이 저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무기력에 절망하는 지금 현재의 순간에 특히 영향력이 크다.
    - 《정치이론(Political Theory)》

    (…) 『공산주의의 지평』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좌파 구성원들, 특히 ‘점유(Occupy)’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왜 공산주의인가”를 자신에게 여전히 묻게 되는 사람들이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조디 딘은 현재 [진보의] 전술 문제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열어젖혔다는 점에서 찬사 받아야 마땅하다. (잠재적) 활동가들을 직접 다뤄보려는 발상은, 바라건대, 여타의 마르크스주의 학자로 하여금 비판을 수행하고 입장을 취하게 만들고, 다시 한 번 더 실천적으로 관여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 쥘 엠스(Jule Ehms) / 《마르크스 & 철학(Marx & Philosophy)》

    (…) 딘의 대안적 비전에 대한 확신은 신선하고, 딘의 우리 삶 전체 측면의 심화된 상품화를 향한 적대감은 전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공산주의를 대안의 하나로서 새롭게 붙잡고 여기에 관심을 증대시키는 것은 점점 심화하는 급진화의 한 표현이다. 또한 딘은 구체적 내용을 제안함으로써 막대한 다수보다는 기생적 극소수의 삶을 우선하는 체제에 저항할 싸움을 강화하려고 애쓴다는 점에서도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
    - 숀 하킨 / 《ISR(International Socialist Review)》

    (…) 『공산주의의 지평』은 도발을 의도한 논쟁적 저작이다. 독자들은 그런 만큼 자신들이 기초적으로 상정하는 것들에 도전할 채비를 해야 하고, 기꺼이 도전해야 한다. (…) 『공산주의의 지평』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이론이며, 그러니 나는 딘의 논변들이 정말로 속한 자리에 대해, 그것들이 세미나실이나 강의실이 아니라 사람들의 집과 일터에, 인민이 공적으로 머무는 곳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 이상의 찬사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
    - 새뮤얼 그로브 / 《리뷰 31(Review 31)》

    (…) 최근 사회적 고조의 여러 면모를 통합하면서도 ‘점유하라’에서 영향력이 매우 컸던 이데올로기적 공통 감각의 어떤 부분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수평성, 직접민주주의, 자율성 등의 개념이 그런 것들이다.” (…)
    - 조지프 G. 램지 / 《사회주의와 민주주의(Socialism and Democracy)》

    목차

    서론
    제1장 우리의 소비에트
    제2장 현존하는 위력
    제3장 인민주권
    제4장 공통과 공유물
    제5장 욕망
    제6장 점유와 정당

    옮긴이 후기: 누가 공산주의적 욕망을 두려워하랴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공산주의를 우리의 지평으로 삼음으로써, 혁명의 이론과 실천을 위한 가능성들이 펼쳐진 영역은 그 형체를 바꾸기 시작한다. 행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차츰 내려앉는다. 새로운 잠재성과 의욕이 앞서 나온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공산주의를 우리의 지평으로 삼음으로써, 혁명의 이론과 실천을 위한 가능성들이 펼쳐진 영역은 그 형체를 바꾸기 시작한다. 행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차츰 내려앉는다. 새로운 잠재성과 의욕이 앞서 나온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 p.19)

    좌파는 더 나은 세계의 전망 곧 집합적 인민에 의해/인민을 위해 공통의 것을 생산하는 평등주의적 세계의 전망을 방어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에 좌파는 개인주의에, 소비지상주의consumerism에, 경쟁에, 특권에, 그리고 시장의 이해관심에 비추어 지배를 수행하는 국가의 대안은 정말로 없다는 듯한 진행에 굴복하면서 자본주의를 수용해왔다.
    (/ p.23)

    공산주의는 여전히 전지구적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수반하는 극단적 불평등, 불안정, 그리고 인종주의적, 국가주의적 자민족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의 이름이다.
    (/ p.51)

    집합적 권력과 맺는 관계야말로 우파와 좌파를 가르는 정초적 차이이다. 우파는 개체를, 개인의 생존을, 개인의 능력을, 개인의 권리를 강조한다. 좌파는 모름지기 인민의 집합적 권력에 헌신해야 한다. 좌파가 저 자신을 한정해 우파가 차지하고 선 개체주의와 민주주의의 개념 어휘들에 묶여 있는 한, 좌파가 집합적 에너지를 떠도는 감성적 경험들과 절차상의 성취들 속으로 산개시키는 한, 좌파는 평등을 쟁취하려는 전투에서 계속 지고 말 것이다.
    (/ p.70)

    “나머지 우리로서 인민”은 우리 중 자본주의로 인해 프롤레타리아화된[“살아남기 위해 자기의 노동력을 판매하도록 강요받은”] 사람들을 지칭하며, 최고 거부의 향락을 위해 우리의 실천 활동 및 소통 활동을 착취, 추출, 몰수함으로써 생산된 인민을 지칭한다. 우리가 공산주의를 정치적 가능성의 지평으로 삼을 때에, 인민주권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집합성으로서의 우리를 위해 통치하는 데서 우리가 이용하는 것으로서의 국가라는 시야가 펼쳐진다. 인민주권이란 우리 공통의 선common good을 위해 우리 공통의 미래를 우리가 집합적으로 조타하는 행위다.
    (/ p.98)

    통신기술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만하게, 신나게, 쿨하게 만들고, 비판가들을 신기술공포증에 시달리는 철지난 인간으로 간주토록 함으로써 자신을 향한 비판에 면역력을 띠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통신기술이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를 가속화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 구성요소들을 제공하는 한편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노트북을 갖고 놀면서도 급진적이고 접속되어 있다고 느끼게 해줄 흥겨운 딴짓 뭉텅이를 가져다주었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 p.136~137)

    각인이 표현하고 느끼고 소통하는 존재로서 생산적인 한 그리고 모두가 자신들의 소통적 상호관계 속에서 생산적인 한 —함께 모여 우리는 우리를 편성하는 사회적 실체를 생산하므로— 그 어떤 소유권도 이윤도 명백히 도둑질이다. 소통 자본주의 아래에서, 사회적 실체에 대한 이와 같은 몰수는 눈에 보일뿐더러 부정할 수 없다 — 따라서 전지구적이고 보장된 수입으로 인해 벌어지는 논쟁의 토대가 된다. 기여하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 p.163)

    이미 자본주의의 불가피성을 수긍했기 때문에 이 좌파는, 벤야민의 언어로 돌아가 말하자면, “거대 부르주아지에 대항하는 그 어떤 타격력도” 눈에 띄게 포기한다. 이와 같은 좌파에게는 책무로부터 물러나는 데에서 향락이 비롯되며, 그 책무와 목표를 승화시켜서 분기되고 파편화된 미시정치의 실천으로, 자기 관리로, 사안별 이해로 고상하게 만드는 데에서 향락이 비롯된다. 영구히 괄시받고, 해를 입으며, 되다 만 채로, 이 좌파는 반복에 계속 붙잡혀서는 저가 사로잡힌 충동의 회로를 깨트리고 나올 수 없는데, 저 자신이 그것들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 p.183)

    좌파가 뭔가? 새롭고, 전위된 욕망, 대상에 도달하거나 대상을 성취하는 일의 불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움켜쥐고 지속하는 욕망이자, 그것을 양도하기를 거절하는 욕망이다.
    (/ p.194)

    집합적이고 공산주의적인 욕망이 없다면, 혁명적 격변기는 반혁명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 p.206)

    우리 시대의 일반적 지평은 공산주의적이다. 공산주의는, 우리의 여건에 이 여건이 취하는 형체를 부여함으로써, 우리의 여건을 짠다. 공산주의는 부재하는 위력이자 대안적 위력으로서, 일반적 영역이자 공통된 것의 분할로서, 욕망의 간극에 대한 주체화로서 현존한다.
    (/ p.217)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주체를 상상하고 활성화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집합적이며, 어쩌면 조증에 빠져 있고 산만할지언정, 몰두하는 주체다. 우리 자신들에게 다르게 나타나는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우리 자신이 변화시키는 것을 봄으로써, 우리의 여건 또한 다르게 보게 된다. 우리의 여건은 이제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 그것은 이제 파열되고 개방되어 있다. 우리의 여건은 자본주의라는 힘겨운 현실로서 고정되고 주어진 것이 이제 더는 아니다.
    (/ p.222)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는 상위 1퍼센트에 대항하는 미합중국(혹은 세계) 인구 99퍼센트의 운동이 실제로는 아니다. 그것은 점유된 월스트리트 주위에 99퍼센트의 이름으로 그 자신을 동원하는 운동이다. 운동이 출현시킨 정초적 적대와 관련해 모종의 분할이 있음을 확언함으로써, ‘점유하라’는 부자와 나머지 우리 사이 간극에 속한 잘못을 대표하고 재현한다.
    (/ p.237)

    정당이 집합성의 명백한 확언이고, 책임성의 구조물이며, 변별적 자질의 인정이자, 연대의 매개물인 한에서, ‘점유하라’는 왜 정당 같은 게 필요한지를 예증해준다. ‘점유하라’는 또한 그런 정당이 취할 법한 형식에 대해서도 짐작케 한다. 그 형식은 바로 집합적 욕망을 유지하는 가운데 두 간극[체제의 간극과 욕망의 간극]의 겹침에 대한 자기의식적 확언이다.
    (/ p.246)

    혁명이 현실성을 띤다는 사실은 결정, 행동, 판단이 영구히 미뤄질 수는 없다는 점을 뜻한다. 우리가 결정하고 행동하고 판단할 때, 우리는 역사에서 보장받을 여지가 없는 우리의 결여에, 혁명적 순간의 혼돈에 전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혁명의 과정이 새로운 성좌, 새로운 맞춤, 새로운 기량, 새로운 확신을 가져올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뭔가 다른 것이자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던 어떤 것을 우리가 만들어낼 것임을 굳게 믿어야 한다. 레닌주의 정당 입장에서, 기다리는 것, 우리가 확실하고, 우리가 알 때까지 연기하는 것은 당장 실패하[자]는 것이다.
    (/ p.247~248)

    욕망의 간극에 관한 고집스러운 주장을 통해 ‘월스트리트를 점유하라’를 읽어냄으로써만 다시 말해 형식으로서의 공산주의 정당이라는 관점에서 ‘점유하라’를 읽어냄으로써만, 저 운동이 갖는 공산주의의 지평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다.
    (/ p.252)

    공산주의의 목표도 마찬가지로 명백하다. 각자로부터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만들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 이는 인민주권의 목적이자 원리다.
    (/ p.256~257)

    저자소개

    조디 딘(Jodi Dea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2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현재 뉴욕 주 제네바 호바트앤윌리엄스미스대학에서 정치 이론, 미디어 이론, 페미니스트 이론, 공산주의 등을 가르치는 교수다. 제도권 정치가 아니라 혁명적 정치 혹은 진보적 정치의 원리와 동력을 분석하고자 하고 있다. 『지젝의 정치』(2006), 『민주주의 및 여타 신자유주의 판타지들』(2009), 『블로그 이론: 충동의 회로 속 피드백과 포획』(2010), 『공산주의의 지평』(2012), 『군중과 정당』(2016) 등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딘은 이 책 『공산주의의 지평』에서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수습된 것 같았던 때에 정치적 역동성을 만든 여러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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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인수(Yum In Su)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5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고려대학교에서 한국 현대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이슨 바커의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이후, 2009)을 번역하였으며, 현재 순천향대학교, 백석대학교, 가천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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