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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강화 (講話) : 더 나은 언어생활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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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최경봉
  • 출판사 : 책과함께
  • 발행 : 2019년 05월 17일
  • 쪽수 : 33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899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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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세상에 그냥 쓰이는 말은 없다

    우리가 쓰는 말들에는 그 말들이 만들어지고 정착된 언어적 이유와 역사적 맥락이 있다. 그냥 생겨나서 아무 이유 없이 정착되어 쓰이는 말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가 쓰는 말이 지금처럼 쓰이게 된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국어학자 최경봉 교수는 이 책에서 지금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말에 대해 그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대화하듯 가볍게 풀어낸다. ‘가짜뉴스’, ‘신박하다’와 같은 신조어를 비롯해, ‘바라다/바래다’, ‘미혼/비혼’, ‘틀리다/다르다’와 같이 쓸 때마다 헷갈리거나 사회 분위기에 맞추어 달리 쓰이는 말들에 대해 새롭고 신선한 관점을 선보인다. 때로 그 원리를 분석하고, 때로 기존 학계의 주장을 비판하며 지금 우리가 그 말을 왜, 어떻게 그렇게 쓰고 있는지 명쾌하게 해설한다.
    단순히 전통 규범을 기준으로 ‘옳은 말’과 ‘틀린 말’ 혹은 ‘불온한 말’, ‘제멋대로 생긴 말’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그 말이 발생한 구체적인 이유와 맥락을 톺아봄으로써 독자들이 실질적으로 우리말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중간중간 박스글로 정리되어 있는 전문 개념들은 우리말과 글에 더 깊이 다가가도록 이끈다.

    출판사 서평

    “‘남녀가 부부 관계를 맺음’의 뜻인 ‘결혼’에는 ‘이룬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결혼’의 뜻이 이러니 ‘미성년, 미완성, 미해결’이 자연스럽듯 ‘미혼’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혼’이란 말을 만든 애초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려면 접두사 ‘비(非)-’와 ‘미(未)-’의 차이에 주목할 게 아니라 어근 ‘(결)혼’을 벗어나는 말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 ('비혼과 비정규직' 중에서/ pp.47~48)

    말을 그렇게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빵’은 먹으려고 만든 것인데 왜 굳이 ‘식빵(食-)’이란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식빵’이란 말이 자리 잡은 과정은 ‘종이책’이란 말이 자리 잡는 과정과 유사하다.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종이책’이란 말이 만들어진 과정에 비춰보면, ‘식빵’은 ‘빵’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주식용 빵’을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진 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식빵’이란 말이 일반화되면서, 한때는 ‘빵’ 그 자체였을 ‘식빵’은 어느 순간 ‘단팥빵’, ‘곰보빵’ 등과 더불어 ‘빵’의 한 종류가 되었다. 구별하여 지시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낱말은 진화를 거듭한다.” ('종이책과 식빵' 중에서/ pp.77~78)

    우리가 보통 말을 사용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상황과 의미에 맞게 말을 선택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경우라면 이에 더해 맞춤법, 띄어쓰기와 같은 어문 규범에 맞게 사용했는지를 신경 쓰곤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말을 사용할 때 의미적, 규범적 옳고 그름에 크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우리가 쓰는 말이 그렇게 쓰이게 된 이유에 대해선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가 쓰는 말들에는 그 말들이 만들어지고 정착된 언어적 이유와 역사적 맥락이 있다. 그냥 생겨나서 아무 이유 없이 정착되어 쓰이는 말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말이 지금처럼 쓰이게 된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더 나은 언어생활을 위한 우리말 강화(講話)]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최경봉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말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해 온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양상을 톺아본다. 책 제목에서 ‘강화(講話)’는 ‘강의하듯 풀어쓴 이야기’라는 뜻으로, 그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에서 비롯하였고, 왜 그렇게 이해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쓰이는지 그 근본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말은 하나의 현상이다
    옳고 그름을 넘어, 우리말에 내재된 원리를 풀어내다


    최경봉 교수는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근본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말이 만들어지게 된 맥락, 과거의 말과 현재의 말의 상호작용, 우리말 사용자의 경험과 생각, 사회적 상황이 의미 변화와 정착 과정에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연구해 왔다. 또한 [우리말의 탄생], [한글민주주의], [국어 명사의 의미 연구], [근대 국어학의 논리와 계보] 등 학술서부터 교양서까지 다수 집필하며 우리말에 대한 이해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해 왔다.
    이 책은 최경봉 교수가 [한국일보]에 [우리말 톺아보기]라는 제목으로 2년 여 동안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새로 꾸민 책이다. 연재한 100여 편을 수정, 보완하고 30편을 새로 썼으며, ‘그 말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말 만들기의 원리’(1부), ‘그 말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말의 기원’(2부), ‘그 말이 그렇게 이해되는 이유는 뭘까?: 말의 의미화’(3부), ‘그 말은 왜 그렇게 써야만 할까?: 규범의 존재 의미’(4부)로 묶었다.

    “‘바보’란 말이 쓰이는 맥락이 다양해지자, ‘바보’가 포함된 말에서의 연상도 다채로워졌다. ‘바보상자’와 ‘글바보’에는 어리석고 아둔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느껴지지만, ‘아들바보’와 ‘딸바보’에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치는 사랑이 느껴진다. ‘글바보’와 다른 느낌의 말, ‘영화 바보’와 ‘책 바보’는 어떤가. ‘그것밖에 모르는 것’이 흉이 되지 않는 세상임을 이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쓰이는 맥락이 달라지면 말의 느낌이 달라진다. 느낌이 달라지면 그 뜻도 변할 수 있는 것이다.”('바보' 중에서/ pp.201~202)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말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이 이루어 온 언어 문화의 속성에 주목한다.”
    저자는 국어학자로서, 우리말을 전통적인 해석틀 안에서 바라보고 해석하지만, 단순히 전통 규범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우리말을 ‘옳은 말’과 ‘틀린 말’ 또는 ‘불온한 말’과 ‘제 멋대로 생긴 말’로 구별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그냥 쓰이는 말은 없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말이 발생한 이유와 맥락을 구체화함으로써 우리말에 대한 인식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이끈다.

    “사람들은 ‘눈물’에서 ‘짜다’는 떠올려도 ‘냄새’를 떠올리진 않는다. 그런데 왜 ‘눈물 나는 짝사랑’을 ‘짠내 나는 짝사랑’이라 했을까?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눈물’과 ‘짜다’를 관련 짓는다면, ‘짠내 나는 짝사랑’보다 ‘짠맛 나는 짝사랑’이 더 적절할 거라는 생각을…. 그러나 곧바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공감하여 흘리는 눈물이라면 혼자 느끼는 ‘짠맛’보다 여럿이 함께 느낄 수 있는 ‘짠내’가 더 어울릴 것이기 때문에….”('짠내' 중에서/ pp.246~247쪽)

    이 책은 신조어부터 기존 어문규범까지 폭넓게 다루며, 말의 생성 원리, 어원, 정착 과정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말법을 재미있게 풀어내기 위해 최근 신문 기사, 방송, 영화 대사 등을 예시로 들었다. 또한 외래어와 순화어의 관계(‘마인드’, ‘블라인드 채용’ 등), 일본어 표현에서 비롯된 말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교감과 교육감’, ‘기망과 기만’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사전편찬자로써의 경험을 살려 우리말 사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전문 개념들은 글 중간에 박스글로 따로 정리해 두었다.

    언어활동은 사회상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러한 언어활동의 저변에는 논리를 뛰어넘는 의식의 흐름이 있다. 어떤 말을 그렇게 쓰는 데에는 사회, 그리고 그 사회의 일원인 나 자신의 뚜렷한 이유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말 현상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우리말 사용자로서 내 안에 잠재된 언어 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의식을 잘 깨워 활용한다면, 우리말 능력을 강화(强化)하는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

    1부 그 말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말 만들기의 원리
    가짜뉴스 | 개이득과 개 좋아 | 개장국과 육개장 | 고급지다 | 극장골과 극장 | 긴팔과 긴소매 | ‘꽃’과 어울려 만들어진 말 | ‘꿀’과 어울려 만들어진 말 | 도끼병 | 떡락과 떡 | 마른장마 | 불맛 | 비혼(非婚)과 비정규직(非正規職) | 삼계탕(蔘鷄湯)과 계삼탕(鷄蔘湯) | 손글씨 | 손기척 | 순삭하다 | 신박하다 | ‘엄마’를 가리키는 말 | 여자사람친구 | 열일하다 | 오지다 | 완곡어 | 웃프다 | 잉여롭다 | 종이책과 식빵 | 줄임말 | 짤방과 짜르다 | 충(蟲) | 콧방울과 꽃망울 | 핵(核) | 혼밥과 혼술 | 흙밥과 흙수저

    · 문법화와 어휘화 | 유추 | 환유(換喩) | 은유(隱喩) | 다의어와 동음이의어 | 유표성(有標性) | ‘-롭다’와 ‘-스럽다’ | 준말과 줄임말(약어)

    2부 그 말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말의 기원
    간발의 차이 | 개거품과 깨방정 | 교감과 교육감 | 구레나룻과 마름질 | 금자탑(金字塔) | 기망(欺罔)과 기만(欺瞞) | 낙타와 밧줄 | 내일 | 노동과 근로 | 닭도리탕 | 도깨비와 꿀떡 | 말귀 | 망측하다, 느지막하다, 직사게: 음운변화와 규범 | 무색옷 | 발이 넓다와 얼굴이 넓다 | 빈대떡 | 사체(死體)와 시체(屍體) | 숙맥과 쑥맥 | 애당초와 애시당초 | 오덕후 | 입장(立場)과 처지(處地) | 자유(自由) | 장부(帳簿)와 치부(置簿) | 젠체하다와 재다 | 창피하다 | 천만에와 천만의 말씀 | 천장과 천정 | 청국장과 호빵 | 한데 | 핸드폰

    · 원어(原語)와 어원(語源) | 닭볶음탕 | 어로불변(魚魯不辨) | 젠체하다와 내로라하다 | 수저의 어원 | 콩글리시와 한국 한자

    3부 그 말이 그렇게 이해되는 이유는 뭘까?: 말의 의미화
    간식(間食) | 감칠맛 | 개와 개집 | 긋다 | 껍데기와 껍질 | 네와 넵 | 늙은이와 어르신 | 도련님과 아가씨 | 동성애와 찬성하다 | 드레스 코드와 표준 옷차림 | 뜬돈과 뜬벌이 | 마인드 | 바보 | 방금과 금방 | 보수(保守)와 수구(守舊) | 블라인드 채용 | 뼈, 뼈다구, 뼉다구, 뼉다귀 | 생(生) | 선글라스와 색안경 | 수우미양가 | 시크하다 | 신소리와 흰소리 | 씨(氏) | 아무나 | 아저씨 | 여성(女性)과 지방(地方) | 영화와 활동사진 | 오징어와 낙지 | 올림과 드림 | 전환(轉換)과 환수(還收) | 우연찮다 | 정훈(政訓)과 정훈(精訓) | 짠내 | 페미니스트와 미망인 | 표와 촛불 | 한글과 한국어 | 행여나와 혹시나

    · 외국어를 우리말에 수용하는 방법 | 바보의 어원 | 어휘장

    4부 그 말은 왜 그렇게 써야만 할까?: 규범의 존재 의미
    건넛방과 건넌방 | 그러다와 그렇다 | 난들과 낸들 | 내지(乃至) | 노라고 | 돋치다와 부딪치다 | 두음법칙 | 등(等) | 딛다와 갖다 그리고 서툴다: 준말의 활용 | 맞다와 걸맞다 | 매무새와 매무시 | 머지않아와 머지않다 | 문화어와 평양말 | 바래다와 놀래다 | 붇다 그리고 누렇다와 뿌옇다: 낯선 형태의 말 | 사겨보다와 줴박다 |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 | 손수건과 발수건 | 수(數)를 표기하는 방식 | 쉼표 | 스스럽다와 스스럼없다 | 아무러면과 아무려면 | 알은척 | 에와 애 | 오지랖과 무릎 | 우려내다와 울궈내다 | 자그마치와 자그마한 | 졸다, 줄다, 쫄다 | 주책과 안절부절 | 틀리다와 다르다 | 행복하자

    · ‘ㅎ’ 불규칙 활용 | 의미의 전염

    본문중에서

    ‘고급지다’가 확장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다’와 ‘-스럽다’의 쓰임에 ‘고급지다’를 유추할 수 있는 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멋지다’와 ‘멋스럽다’는 모두 가능한데, ‘멋스럽다’에서 ‘고급스럽다’를 연상하는 일이 잦아지면 어떻게 될까? 머릿속엔 “멋지다 : 멋스럽다 = × : 고급스럽다”의 틀이 생길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그 틀의 ×가 ‘고급지다’로 채워질 것이다.
    ('고급지다' 중에서/ pp.24~25)

    ‘남녀가 부부 관계를 맺음’의 뜻인 ‘결혼’에는 ‘이룬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결혼’의 뜻이 이러니 ‘미성년, 미완성, 미해결’이 자연스럽듯 ‘미혼’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혼’이란 말을 만든 애초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려면 접두사 ‘비(非)-’와 ‘미(未)-’의 차이에 주목할 게 아니라 어근 ‘(결)혼’을 벗어나는 말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
    ('비혼과 비정규직' 중에서/ pp.47~48)

    재봉틀을 이용하는 바느질이 일반화되면서 ‘손바느질’이, 기계로 뽑는 국수가 일반화되면서 ‘손국수, 손칼국수’가, 세탁기가 일반화되면서 ‘손빨래, 손세탁’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으로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인데, 이제 어떤 낱말에 ‘손’을 붙여 새말을 만들게 될까?
    ('손글씨' 중에서/ pp.51~52)

    대부분의 새말은 육아와 교육에 극성스러운 엄마를 가리킨다. 극성스러운 엄마는 ‘고슴도치 엄마(자기 자식을 무척 아끼고 귀여워하는 엄마)’에서 시작하지만 ‘헬리콥터 맘(자녀 주위를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으로 발전한다. 결국 입시 제도를 비꼬는 ‘엄마사정관제’라는 말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엄마를 자기 자식만을 위하는 사람으로 보는 사회에서 엄마는 비하와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맘충(mom蟲)’은 그래서 슬픈 말이다.
    ('‘엄마’를 가리키는 말' 중에서/ pp.61~62)

    ‘빵’은 먹으려고 만든 것인데 왜 굳이 ‘식빵(食-)’이란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식빵’이란 말이 자리 잡은 과정은 ‘종이책’이란 말이 자리 잡는 과정과 유사하다.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종이책’이란 말이 만들어진 과정에 비춰보면, ‘식빵’은 ‘빵’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주식용 빵’을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진 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식빵’이란 말이 일반화되면서, 한때는 ‘빵’ 그 자체였을 ‘식빵’은 어느 순간 ‘단팥빵’, ‘곰보빵’ 등과 더불어 ‘빵’의 한 종류가 되었다. 구별하여 지시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낱말은 진화를 거듭한다.
    ('종이책과 식빵' 중에서/ pp.77~78)

    그렇다면 ‘개방정’과 ‘깨방정’은 아예 다른 낱말일까? 그러나 연상의 흐름을 감안하면 ‘깨방정’은 ‘개방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듯하다. 다만, ‘경망스러운 행동이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을 표현할 일이 많아지면서, ‘개방정’의 변이형인 ‘깨방정’이 다른 어감의 말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깨를 볶을 때 통통 튀는 모습’에서 ‘경망스러운 행동’을 연상한 후 ‘깨방정’이란 말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깨방정’에서 ‘깨를 볶을 때 통통 튀는 모습’을 연상하면서 ‘깨방정’이 ‘개방정’과는 다른 어감의 말로 자리 잡았을 거라는 말.
    ('개거품과 깨방정' 중에서/ pp.100~102)

    ‘뜬돈’이 아무리 불안을 상징한다고 해도 그런 불안은 근본을 성찰할 때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 ‘뜬돈’은 당장의 행운일 테니까. 그런 점에서 ‘뜨다’에 깔린 불안은 생업과 연관된 ‘벌이’와의 결합에서나 실감할 수 있다.
    ‘뜬벌이’는 “고정된 일자리가 아닌 어쩌다 생긴 일자리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돈 따위를 버는 일”이다. 돈이 생기는 일이되, 돈이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뚝 떨어져야 돈을 만져볼 수 있는 것이다. 일자리가 ‘뜬돈’ 생기듯 나타나는 상황에서, 하루 벌어 사는 사람은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하나? ‘뜬벌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뜬돈’을 향한 열망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는 더 불안해진다.
    ('뜬돈과 뜬벌이' 중에서/ pp.197~198)

    ‘바보’란 말이 쓰이는 맥락이 다양해지자, ‘바보’가 포함된 말에서의 연상도 다채로워졌다. ‘바보상자’와 ‘글바보’에는 어리석고 아둔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느껴지지만, ‘아들바보’와 ‘딸바보’에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치는 사랑이 느껴진다. ‘글바보’와 다른 느낌의 말, ‘영화 바보’와 ‘책 바보’는 어떤가. ‘그것밖에 모르는 것’이 흉이 되지 않는 세상임을 이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쓰이는 맥락이 달라지면 말의 느낌이 달라진다. 느낌이 달라지면 그 뜻도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바보' 중에서/ pp.201~202)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이나 출신지 등 편견을 부추길 수 있는 정보를 배제하고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블라인드’와 ‘정보 가림’은 이러한 취지를 온전히 담기엔 부족하다. ‘무엇을 보느냐’를 드러내기보다 ‘정보를 보지 않음’을 강조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블라인드 채용’의 순화어로 ‘능력 중심 채용’과 ‘능력 위주 채용’을 배제한 결정은 아쉽다. 편견은 정보를 가림으로써 없어지는 게 아니라 편견에 의해 보지 못했던 것을 보려 함으로써 없어지는 게 아닐까.
    순화어를 만들 때 순화 대상어의 어감을 나타내는 건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그것이 가리키는 바를 어떤 말로 의미화할 지도 고민해야 한다. ‘블라인드’란 말에 매몰되지 말고 ‘블라인드’로 표현하고자 했던 애초의 문제의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블라인드 채용' 중에서/ pp.210~211)

    사람들은 ‘눈물’에서 ‘짜다’는 떠올려도 ‘냄새’를 떠올리진 않는다. 그런데 왜 ‘눈물 나는 짝사랑’을 ‘짠내 나는 짝사랑’이라 했을까?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눈물’과 ‘짜다’를 관련 짓는다면, ‘짠내 나는 짝사랑’보다 ‘짠맛 나는 짝사랑’이 더 적절할 거라는 생각을…. 그러나 곧바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공감하여 흘리는 눈물이라면 혼자 느끼는 ‘짠맛’보다 여럿이 함께 느낄 수 있는 ‘짠내’가 더 어울릴 것이기 때문에….
    ('짠내' 중에서/ pp.246~247)

    ‘스스럼없다’는 ‘스스럼이 없다’란 구에서 조사 ‘이’를 생략하여 만든 합성어다. 여기에서 ‘스스럼’은 ‘스스럽다’에 명사를 만드는 말 ‘-ㅁ’이 결합한 것이다. ‘스스럽다’에 ‘-ㅁ’을 결합하면‘스스러움’이 되어야 할 텐데 ‘스스럼’이 된 것이 특이하다. 이렇게 된 건 ‘스스러움’을 ‘스스럼’으로 줄여 쓰는 일이 잦아지면서 ‘스스럼없다’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스스러움’이 ‘스스럼’으로 쓰인 건 ‘부끄러움’과 더불어 ‘부끄럼’이 쓰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스스럼없다’나 ‘부끄럼’처럼 낱말로 완전히 굳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자주 쓰여도 그 예외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자랑스런’과 ‘사랑스런’은 ‘자랑스럽다’나 ‘사랑스럽다’의 활용형으로 널리 쓰이지만 규범은 여전히 ‘자랑스러운’과 ‘사랑스러운’만을 인정한다.
    ('스스럽다와 스스럼없다' 중에서/ pp.311~312)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어휘의미론, 국어학사, 국어정책과 관련한 연구를 하면서, [국어 명사의 의미 연구], [우리말의 수수께끼](공저), [우리말의 탄생],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공저), [국어사전학 개론](공저), [한글 민주주의], [교양 있는 10대를 위한 우리말 문법 이야기], [의미 따라 갈래지은 우리말 관용어 사전], [어휘의미론]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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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도매상 및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절판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음(이 경우 인터파크도서에서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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