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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항에서 :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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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최갑수
  • 출판사 : 보다북스
  • 발행 : 2019년 05월 13일
  • 쪽수 : 312
  • ISBN : 979119667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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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당신을 더 깊은 생으로 안내할 것이다.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오랜 여행자가 들려주는 삶의 매혹과 슬픔 그리고 비밀

『밤의 공항에서』는 여행 작가 최갑수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여행 에세이다. 여행과 삶에 관한 75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그가 펴낸 책이 그러하듯,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1999년 우연히 여행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여행을 계속해왔다. 그에게 여행은 곧 삶이었고 삶이 곧 여행이었다. 때로 그는 여행하듯 느리게 삶을 살았고, 삶을 살듯 치열하게 여행했다. 그는 여행같은 삶에서, 삶같은 여행에서 조용히 응시한 풍경의 내면과 그 앞에 선 그의 감정을 차분히 글로 풀어냈다.
이 책에서 그는 20년 동안 여행을 해오며 점점 더 선하고 올바른 인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여행을 하며 수많은 선량함과 만났다. 수많은 선의가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아가며 조금씩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갔다. 나는 더 낙관적이 되었고 세상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p.160)
여행을 통해 인생을 탐독하던 그는 3년 전 부탄 여행에서,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가 가진 하루가 "하루에 하루만큼씩 꼭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깨달음은 그에게 '삶은 유한하며 허무하다' 것을 알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유한함과 허무가 우리가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했다. 오직 사랑만이 우리가 이 생의 허무를 견딜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그는 말한다. "내 곁엔 아직 소중한 것들이 남아 있다. 그것들을 가지지 못하고 쓰다듬지 못하는 마음, 그 안타까움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나는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 하루가 가고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이젠 그 사랑에 대해 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다. 그러기에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p.304)
이 책에는 오래된 여행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매혹적인 문장들로 가득하다. 삶의 기쁨과 외로움, 슬픔, 위로, 그리움, 희망을 짚어내는 그의 문장은 전작에 비해 한결 섬세해 졌다. 풍경과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더욱 깊어 졌다. 행복과 슬픔, 외로움이 묘하게 어울린 파스텔톤의 사진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의 글과 사진들이 당신을 더 깊은 생으로 안내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여행에서 엿본 삶의 비밀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단순히 여행일 뿐이지만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삶일 수도 있다. 최갑수는 일 년에 반 이상을 비행기와 기차, 낯선 호텔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여행 작가다.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겨들고 국내 곳곳과 전 세계를 떠돌며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에게 여행은 곧 생활이고 일이다.
그는 여행을 하며 스스로를 성장시켰다고 고백한다. 그러니까 그를 키운 건 '팔할이 여행'이었던 것이다. 이 책 곳곳에는 그가 여행의 삶을 살아가며 건져 올린 진주같은 잠언들이 가득하다. 그는 남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를 놓치고 겨우겨우 닿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셔볼 수 없지 않았을까"하고 말한다.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쉼 없이 출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어디론가를 향해 가고 있었고 또 어딘가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공항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인생에는 그다지 좋은 일도 없고 그렇게 나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인생에는 각자에게 일어날 만한 일만 일어난다. 조금만 애를 쓰면 그럭저럭 극복하며, 즐겨가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또 인생인 것이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 아닐까 하며 나는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커피를 마셨다."(p.167)
이십대 후반 여행을 시작한 그는 이제 사십대 중반에 접어 들었다. 그는 말한다. "나이가 드는 건 놀랄 일이 줄어 들고 별일 아닌 일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p.14) 그는 어두운 식탁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흔 언저리의 어두운 밤. 식탁에서 홀로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알게 된다.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p.15)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는 우리 인생이 지독하게 외롭고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기 때문에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노이의 어느 쌀국수 집에서 쌀국수를 먹다가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러니 어찌 모든 여행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궤적은 사라지고 흔적은 소멸하는데, 어찌 모든 인생을 걸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p.232)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것
그는 우연히 여행 작가가 됐다. 시인이었던 그는 신문사 문학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어느 날 여행 작가로 '발령'을 받는다. 이후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여행기자로 일하던 그는 2006년 직장을 나와 여행 작가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지금까지 여행 작가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동안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쌓아온 작가의 노하우도 담겨있다. 그리고 이 노하우들은 여행에서 깨달았고, 삶과 여행에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은 길고 지루한 싸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할 순 없는 거죠.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걸어야 할 때가 있고 그늘에 앉아 쉬어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지금이 꼭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도끼날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루 종일 나무만 베는 사람보다, 중간 중간 쉬면서 날을 가는 사람이 결국 나무를 더 많이 벤다는 것이죠."(p.94)
"수천만 번의 작은 걸음들이 필요합니다.?앞으로 나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왼발 앞에 오른발을 두고, 다시 오른발 앞에 왼발을 두는 것이었습니다. 톱니바퀴는 계속 돌아가야 톱니바퀴입니다. 그러니까, 뭔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p.114)
"비관하는 가운데 낙관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갈 수 있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건 비관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낙관이다."(p.138)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행복이 공존하는 포즈
최갑수의 사진은 다른 여행 작가의 사진과는 시선이 다르다. 그가 이번 책에서 보여주는 풍경과 인물은 쓸쓸하고 고독하다. 때로는 파스텔톤의 회화처럼, 때로는 로맨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의 사진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오던 여행 사진과는 다른 풍경과 장면을 보여준다. 이번 책에 실린 사진 중에는 유독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많은데 작가는 이를 '의도된 연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행을 하며 나는 일부러 한발 늦게 도착하곤 했다. 모든 여행자들이 지나간 후의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은 표정과 만나고 싶었다. 그들이 혼자 있을 때 만들어내는 동작을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의 연착은 언제나 의도된 것이었다. 늦게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는 머뭇거리며 만났다. 우리 사이에는 약간의 어색한 공기와 약간의 경계심이 얇은 커튼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수줍어했고 오래 서성였다. 나는 많이 망설였고 겨우 셔터를 눌렀다. 이 사진들이 그 마음들이다."(에필로그 중)
책 출간과 함께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책 제목과 같은 타이틀의 사진전이 열린다. 리스본, 멜버른, 애들레이드, 류블랴나, 시애틀, 이스탄불, 더반, 두바이…. 그동안 그가 거쳐온 수많은 도시들과 그 속의 인물들, 그 다채로운 풍경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실로 설레는 일이다.

이제 아름다움이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그는 왜 여행하고 왜 쓰는 것일까. 이 근원적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매일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다. 그것은 무언가로부터 나를 지키는 일이다. 그것은 깊은 먹구름 같은 것이기도 하고?눈앞을 달리는 가랑비 같은 것이기도 하다. 나는 때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고백이다. 나는 웅크린 자세로 견딘다."(p.12) 그에게 여행과 글쓰기는 이 세상을 견디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지의 낯선 아침 앞에서 글을 쓰며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긴긴 여행에서 돌아오는 그는 "오로지 혼자이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p.12)는 것을 알게 됐고 "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외롭고, 외로운 것들은 대부분 아름답다."(p.12)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어느 보랏빛 구름 앞에서 그는 혼자 중얼거린다. "이제 아름다움이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p.35)

목차

제1장 아름다움이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12 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외롭고
14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18 상처는 만들지 않을 수 있다면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22 우리 생을 더 빛나게 하는 건 사랑보다는 휴일
27 “괜찮아”하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8 인생은 나쁘고 가끔 좋을 뿐입니다
32 우리는 고독하면서도 개별적인 선인장
35 아름다움이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38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사랑할 것입니다
42 괜찮으니까, 괜찮을 거야

제2장 당신이 아니면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서
46 우리는 언제나 떠나려 하고 있었다
49 하루에 하루씩 하루만큼 사라져 가는
52 내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는지
56 사랑하도록 합시다
59 달립니다, 가랑비
60 그런 거죠, 네, 그런 겁니다
62 배를 띄운 밤바다같이 달을 내건 밤하늘같이
65 조금 더 안고 있도록 합시다
66 이게 사랑일까
68 별빛 하나로도 생을 건너가는 사람이 있답니다
72 당신이 아니면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서
76 그렇게 살아갈 것
80 우리가 기억할 만한 건 꽃 한 다발의 일일 뿐일지도
84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86 이별에 관하여
89 우린 의외로 쉽게 잊혀진다

제3장 뜻대로 된다면 인생이 아니겠죠
94 약간의 각오와 약간의 여유 그리고 즐겨 보자는 마음가짐
98 죽기 살기로 덤빌 필요가 없으니까요
102 일단 눈 앞의 일에 집중하자고요
106 잘 살고 있지?
109 기계처럼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릅니다
114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죠
118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은 우리가 이미 보냈던 시간들이다
122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 잔에
125 돈을 벌면 기분이 좋잖아요
129 비난하는 사람은 늘 있게 마련입니다
132 하나를 준다고 하나를 얻는 건 아니더라고요
134 그때 거절했더라면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테
138 비관이라는 현미경, 낙관이라는 망원경
142 먹기 좋은 온도
145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148 북극곰은 북극곰의 인생을, 얼룩말은 얼룩말의 인생을
152 뜻대로 된다면 인생이 아니겠죠
156 맛없는 음식을 먹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지

제4장 절망보다는 포트와인, 사랑보다는 에그 타르트
162 어딘가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다
166 각자의 인생에는 각자에게 일어날 만한 일만 일어난다
170 쉬는 이유
176 저지르고 생각합니다
180 포기할 땐 쿨하게, 멋있잖아요
184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세계를
188 절망보다는 포트와인, 사랑보다는 에그 타르트
192 케언스, 그 해 여름
202 그러니까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졌습니다
214 여행을 왔기 때문에 여행하고 있는 것이에요
224 어찌 모든 인생을 걸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234 오늘이 나쁘다고 내일까지 나쁘라는 법은 없어
238 그러니 계속 걸어가렴
241 목련의 시간
242 혹등고래의 캔맥주 따개 꼬리
244 인생이 팩트로만 이뤄진 건 아니죠

제5장 모든 꽃들이 시들고 모든 풍경이 사라져도
251 나만 생각할 것
252 지금 사랑해야지. 우린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까
256 바간에서
260 조금 더 낙관적이 되었고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264 밤의 공항에서
268 모든 꽃들이 시들고 모든 풍경이 사라져도
272 사랑같은 건 없어도 되고
276 우리는 사랑했고 더 깊은 눈동자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280 잠든 당신의 등에 귀를 댄 적이 있다
286 당신의 솔을 따라
290 나는 더 많이 여행할 것이고 나는 더 오래 외로울 것이다
294 사랑은 떠나고 여행만이 남았으니
298 사랑을 잊고 생과는 무관하게
300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 모든 것이 변했다
304 나는 여행했고 당신은 아름다웠다
309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음악을 듣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외로워서잖아. 외로워서 페이스북을 하고, 외로워서 요리를 하고, 외로워서 건물을 짓고, 외로워서 당신을 만나는 거지. 외로워서……. 그런데도 우린 왜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거지? 어제보다 오늘, 우리는 더 외로워진 거지?
- p15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곁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더군요.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었어요. 물론 저 말고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요. 모두 다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네요. 모든 게 엉망입니다. 저도 모르게 서서히, 서서히 엉망이 되어 갔던 것입니다. 아, 엉망진창이야 하고 깨달았을 땐 이미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고 난 뒤였죠. 한때 상처가 삶을 지탱해 준다고 믿은 적이 있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상처는 만들지 않을 수 있다면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 p18

인생은 원래 물거품이에요. 그러니까 즐겨야죠. 우리 생을 더 빛나게 하는 건 어쩌면 사랑보다는 휴일이랍니다.
- p23

산다는 건 익숙해지는 일입니다. 하루는 저물게 마련이고, 아침이면 다시 날이 밝습니다. 저무는 것도, 환해지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건지도 모릅니다. 어쨌든시간은 공평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1년마다 한 살씩을 던져줍니다. 지금 이해를 못한다면 나중에 이해할 날이 오겠지요. 안 오면 또 그뿐이고요.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 우리를 이해할 것이고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사랑할 것입니다.
- p41

우리는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이 생에 무심해질 수 있으니까.
모든 인기척을 지울 수 있으니까.
비행기가 힘껏 날아오를 때면 우리는 눈을 감으며
지상의 일들을 잊으려 애썼다
- p46

다음 여행은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나올 수 있게 새벽에 출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손을 떠올릴 수 있도록 겨울이었으면 더 좋겠구요. 나는 지금 어떤 시절을 그리워하는 자세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여행이 더 간절하고 나는 갈수록 당신을 더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 p69

이별이 슬픈 건 네가 울고 있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빈 자리를 보는 것이 제일 슬프다.
- p86

인생은 길고 지루한 싸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할 수는 없는 거죠.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걸어야 할 때가 있고 그늘에 앉아 쉬어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지금이 꼭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도끼날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루 종일 나무만 베는 사람보다, 중간중간 쉬면서 날을 가는 사람이 결국 나무를 더 많이 벤다는 것이죠.
- p97

'일단 이걸 해치우는 거야. 이걸 잘하고 나면 그다음 일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고.' 이런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쌓여 일 년이 되고 일 년이 쌓여 십년이 되는 거니까요. 너무 먼 훗날의 일은 생각하지 맙시다. 중요한 건 매 순간마다 가장 적합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 p103

20년 가까이 프리랜서로 일해 오며 가장 힘든 부분은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결과물들은 최소한 80점 이상은 되어야 하죠. 물론 100점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쨌든 '버려지지' 않을 정도의 점수는 80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프리랜서는 부레가 없는 상어 같아서 계속해서 지느러미를 흔들지 않으면 바닥으로 가라앉고 맙니다. 계속 떠 있지 않으면 죽고 마는 것이죠.
- p114

세상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적당히 해서 되는 것도 있지만, 적당히 한 것들은 딱 적당한 수준에만 그치게 된다. 지금에야 뒤돌아보니 너무 쉽게 타협한 것이 아닌가. 더 고집을 부렸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은 우리가 이미 보냈던 시간들이다.
- p119

모든 내용은 각자에게 알맞은 형식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는 시라는 형식 속에 들어가야 가장 아름답고 축구는 역시 축구장에서 해야 가장 재미있죠. 형식은 곧 표현이니까요. 에스프레소 잔은 에스프레소라는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형식이자 표현인 것이죠.
- p122

"뭐 꼭 거창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요리를 시작하게 됐고, 요리를 하다 보니 요리사가 된 거죠. 요리사로 살다 보니 요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고요." 레이먼 킴이 말했고 박찬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인생은 짧으니까, 그래서 맛없는 음식을 먹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인 거지." 주인 할머니는 조용히 빈 잔을채워 주었다.
- p157

여행을 할 때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다니!'하는 놀라움을 느끼고, 그것이 바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마키야토는 그런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듯, 어딘가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문을 열고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 p164

일하는데 중요한 게 이런 마음가짐 같다. '내 글이 안 좋을 수도 있어. 하지만 괜찮아. 이건 나만 쓸 수 있는 글이니까.' 이게 바로 자신을 애정하는 방법이다. 오늘 쓴 글이 반드시 어제보다 나아야 하는 건 아니다. 어제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일할 수 있고, 오래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p181

밤의 공항입니다. 배낭을 베고 공항 바닥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게이트가 열리려면 아직 다섯 시간이나 남았군요. '밤의 공항'……. 세상에서 가장 피곤하고, 가장 외로운 말인 것 같습니다.
- p264

쌀국수가 좋은 점은 누구라도 평균 이상 맛을 낼 수가 있다는 것으로, 동남아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아주 맛있는 쌀국수를 먹은 적은 많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맛없는 쌀국수를 먹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쌀국수가 '이 정도면 괜찮군. 먹을 만해'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데 아마도 재료 때문이 아닐까.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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