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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우는 그 일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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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조순희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19년 04월 20일
  • 쪽수 : 120
  • ISBN : 979115728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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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순희 시집 [꽃 피우는 그 일].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개인의 삶과 생각을 넘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면면이 적극적 감성을 돕는다.

출판사 서평

퇴근 무렵,/ 한 사내가 술을 마신다// 두어 평 남짓한 포장마차에 앉아/ 잘려나간 하루를 되새김질한다// 주름진 목 안으로 불편을/ 밀어 넣고 있다
― 「소」 전문

오늘날 우리 시단에 발표되는 시들을 보면 대체로 길이가 길고 무언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내용을 중얼거리는 것 같은 인상을 많이 받는다. 시는 길고 복잡해서 시가 아니다. 짧아서 시이고 단순한 형식과 절실한 표현이 있어서 시이다. 예부터 그것은 그래왔다. 그런 걸 요즘의 시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고 요설에 기울어서 그런 것이다.
여타의 시들을 읽다가 조순희의 시를 읽으면 거꾸로 신선함을 느낀다. 복고(復古)의 새로움이다. 3연 6행의 간략한 작품. 분명하고 단출한 문장. 차례대로 세 개일 뿐이다. 그런데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해내고 있는 느낌이다. 직장인인가 싶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 무렵, 저녁때. 그의 눈에 비친 조그만 세상 풍경, 삽화다.
퇴근 무렵, ‘한 사내’를 등장시킨다. 아니, 시인이 ‘한 사내를’를 본다. ‘두어 평 남짓한 포장마차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사내다. 그런데 그 사내의 술 마시는 분위기나 품세가 평온하지 못하다. ‘잘려나간 하루를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병상린이다. 아무래도 ‘주름진 목 안으로 불편을/ 밀어 넣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여기서 제목인 ‘소’가 나왔다. 이렇게 일급의 시는 시의 본문에 시의 제목이 나오지 않는 작품이다. 시의 본문에 동원된 언어와 제목으로 사용된 언어가 될수록 거리가 있을 것. 그러나 관계가 있을 것. 이것은 단순한 과제지만 지켜내기는 어려운 약속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업을 조순희는 초장부터 해내고 있음을 본다. 믿음직한 능력이다.


하루를 설레게 하는/ 저 공손한 미소// 새하얀 모시옷/ 정갈하게 차려입고// 없는 듯이 떠 있는/ 하늘 떠돌이// 그대여, 속마음/ 가볍게 드러내지 마시라
― 「낮달」 전문

자화상 같은 작품이다. 세세히 문장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 의인법이다. 자연의 일을 인간의 일로 빗대어 바꾸는 작업. 시 표현의 기초다. 그런데 그것이 제목에서는 또 ‘낮달’로 바뀌었다. 자연(대상)→ 인간(본문)→ 다시 자연(제목). 그 순환. 이 또한 조순희가 홀로 터득한 비법이다. 알기로는 조순희 시인의 전공은 문학이 아닌 것 같은데 어느새 이걸 혼자 힘으로 깨쳤을까. 그 독학과 위기지학이 아름답다.

하고 싶은 말/ 침 한 번 꿀꺽 삼키며/ 참으면 된다// 한겨울 추위 견디며/ 마음 깊이 담아둔 말/ 지절의 향기로 피어나는 매화// 그래, 눈발 세게 얻어맞더라도/ 침 한 번 꿀꺽 삼키면 되는 거야,// 꽃피우는// 그 일
― 「그 일」 전문

이제 말을 마칠 때가 되었다. 입을 다물기 앞서 한 편의 작품을 또 읽는다. 이번에는 ‘매화’를 불러온 작품이다. 매란국죽(梅蘭菊竹)이라니! 여전히 고전적이지만 미래지향을 담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침 한 번 꿀꺽 삼키며/ 참으면 된다’네. 요즘 이런 사람 어디 흔할까. 그렇다 해도 이는 오늘을 사는 또 하나의 지혜요 소망이다.
그래서 ‘한겨울 추위 견디며/ 마음 깊이 담아둔 말/ 지절의 향기로 피어나는 매화’라 한다. 여기서 또 특이한 것은 ‘지절(志節)’이란 단어다. 지조와 절개. 요즘 세상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단어를 또 불러냈다. 아니다. 삶의 태도를 또 상기시키고 있다. 다시 한번 조선적인 세계. 역시 그 안에 서슬 푸른 한 선비가 큰 눈을 뜨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무어라 하는가 ‘그래, 눈발 세게 얻어맞더라도/ 침 한 번 꿀꺽 삼키면 되는 거야,// 꽃피우는/ 그 일’. 여기서 시집의 제목이 또 나왔다. 먼 거리를 돌아서 돌아서 시의 나라에 도달한 조순희 시인의 짚신을 본다. 조금은 지쳤고 조금은 헐거워지기도 했을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그 일 12
소 13
사람답게 14
행복 15
기다림이란 16
어울림 17
쉼 18
낮달 19
의자 20
오름과 흐름에 대하여 21
그리움 22
대나무의 꿈 23
꽃샘추위 24
어떤 대화 25
공통점 26
하늘말나리 27
노을 28
참깨 29
배우다 30
돌 31

2부

해울 34
모과 35
낮 달맞이꽃 36
기다림 37
은방울꽃 38
제비꽃 39
벚꽃 피다 40
봄 41
나무에게 듣다 42
산딸기 43
부용 44
나무 45
능소화 46
동구밖 47
예쁘다 48
민들레 49
꽃 50
스스로 51
난초 52
풀꽃 53

3부

감나무 56
어시장 풍경 57
이소離巢 58
사랑 59
겨울비 60
고향에 대한 61
노각 63
바다에 가면 64
이 가을 65
퇴근길 66
바다 67
따뜻한 국수 68
한 몸 69
세모시 70
둥글다 71
중심 72
꽃이 그녀를 73
지도 74
선물 75
성글게 76

4부

강 78
소풍 79
대나무 80
작설차 81
고독 82
농부 83
시원의 풍경 84
여름, 매미 85
길 86
내 일상은 87
자정 무렵 88
가을에 하는 일 89
부탁 90
매미 91
낙엽 92
가을 93
섬 94
맥문동 95
겨울나무에게 96
사는 일 97

해설ㆍ조선 선비의 시ㆍ나태주 100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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