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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프레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건축가 프레임(Architect’s FRAME)’ 시리즈는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건축가들 대상으로, 그들의 언어와 글을 통해 건축 철학과 작품 세계를 풀어낸 시리즈이다. 가볍게 휴대할 수 있는 작은 단행본 형태의 모노그래프로 건축가들의 생각과 표현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동시대 한국 건축의 특징과 건축가의 특징과 흐름을 좇고자 기획되었다.
‘건축가 프레임’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은 아이디어 기반의 설계사무소 네임리스 건축의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이다. 젊은 건축가 나은중과 유소래로 이루어진 네임리스 건축은 RW 콘크리트 교회를 시작으로 동화고 삼각학교, 아홉칸 집 등을 선보이며, 네임리스만의 독특한 특징을 표출했다. 이 책은 단어를 나열하는 ‘사전’ 형식의 에세이를 통해 그들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내용, 추구하는 방향과 어떻게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어와 이미지, 글로 연결된 불완전한 사전
“실체를 바라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실체 이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들을 상상하는 건축가들에게 언어와 이미지는 실체만큼의 무게를 갖는다.”-350p

사전이란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서술한 책을 말한다.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은 사전처럼 단어와 그 의미를 서술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완전한’ 사전은 아니다. 먼저 단어들을 한글 쓰기 순서에 따라 나열하지 않는다.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은 특별한 규칙 없이 단어를 나열하고,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는 글과 이미지를 같이 병치한다. “언어와 이미지는 생각하기 위한 도구이자 동시에 외부와 관계 맺기 위한 수단”으로 독자는 이 책을 이미지만으로도, 텍스트만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이미지와 텍스트를 교차하여 관계를 바라본다면 해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또한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해석이라기보다는 네임리스 건축의 진지한 생각과 고민이 엿보이는 것들이다. 이는 “당대의 지식을 체계화한 오점 없는 완벽한 사전이 아닌 지금 여기의 미완 언어와 이미지가 쌓인 불완전한 사전”으로, 사전의 형식을 띠었지만 불완전한 형태의 사전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러한 형식은 정해진 규칙 속에서 건축적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된 공간에서 잠재적 가능성을 찾는 네임리스 건축만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네임리스 건축은 “불완전함은 온전하지 못해 남겨진 여지”라며, “그것은 작은 부분에서 시작하지만 때로는 전체의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며 “불완전한 사전은 이러한 부족하고 덜 만들어진 날것의 가능성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책의 내용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은 총 77개의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 분야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도면, 콘크리트 골조, 거푸집, 디테일 등뿐만 아니라, 일상 영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나무, 놀이터, 학교 등의 단어들을 다루고, 도덕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등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사물로부터 관념적인 가치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이는 “불완전한 사전은 건축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지만 …… 건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건축가의 기술적인 지식에 머물지 않고 보다 넓은 삶의 풍경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완전한 사전의 형태는 아니지만, 인덱스와 인포메이션을 두어 독자들이 필요한 단어와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에서부터 한 단어씩 의미를 되새기며 봐도 좋고, 원하는 단어부터 찾아서 살펴봐도 좋다. 어느 방법을 선택해도 네임리스 건축이 이제까지 고민했던 개념과 사고를 분명하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실린 단어들:

덜 만듦 / 이름 없음 / 단순함 / 불완전함 / 액체근대 / 근대적 신화 / 불이不二 /
의존성 / 중도적 유토피아 / 나무 / 놀이터 / 경계 / 액체의 돌 / 자연적 그리고 인공적 /
구축적 그리고 파괴적 / 벙커 / 도시 자연 / 건축-행위 / 변용(변형) / 가구 / 생각 /
해석 / 전통 / 역사 / 시간 / 커튼월 / 형태 없는 / 관음증 / 청사진 / 콘크리트 골조 /
거푸집 / 모형 / 도면 / 켜 / 안과 밖 / 교차점 / 부조화 / 냄새 / 촉감 / 진짜와 가짜 /
근본적인 / 신원시주의 / 동시대의 / 경험 / 경험의 미천함 / 상상 / 서울산 / 숲 / 잡초 /
어긋남 / 강함과 약함 / 지어지지 않은 / 깨지기 쉬운 / 깨지기 쉬움의 유형학 / 동굴 /
영상 / 건축-사진 / 한 평 마당 / 스케일 / 카메라 옵스큐라(어두운 방) / 산사태 /
유동적 그리드 / 느슨한 / 우연 / 문 / 디테일 / 중력 / 흐트러짐 / 관점 / 학교 /
집 / 공유주거 / 평상 공간 / 바위 / 투명성 / 아파트 / 시적인

Architect’s FRAME Series
Architect’s FRAME (건축가 프레임) 시리즈는 동시대 건축의 양상 속에서 한국 현대건축과 건축가의 줄기를 쫓아 간다. 프레임은 뼈대, 장면, 틀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프레임을 하나의 정의로 한정하지 않는다. 이는 한 명의 건축가를 하나의 단어로만 정의하는 것이 아닌, 그 시기 건축가가 고민하고 생각했던 내용을 담고자 한다. 건축가가 가지고 있던 단어는 프레임에서 나와 새롭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Prologue
Words
Epilogue
Index
Information

불완전함은 …… 부족함이 있기에 채워질 수 있고, 남겨져 있기에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이다. …… 불완전한 사전은 이러한 부족하고 덜 만들어진 날것의 가능성에서 시작한다. …… 유동적이고 완성되지 않은 견해를 전함으로써 이 책을 접한 이들과 생각의 틈을 공유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Prologue, 14~16p

건축물은 땅에 기초를 내리고 서 있는 단단한 물체이지만 고정되기보다 사용자의 생활, 주변 환경 그리고 시간에 의해 늘 달라진다. 단순히 멋진 건물을 짓기보다 건축이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결국 건축물은 건축가의 기술만큼이나 그곳을 둘러싼 환경과 거주자와 함께 나이 들며 변화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하다. 건축은 늘 시간과 함께 흐른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삶의 생각도 함께 흐른다. ?Prologue, 18p

불완전함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에는 작은 차이가 존재한다. 완벽한 원은 주변으로부터 독립되어 순수한 자기완결성을 지닌다. 그러나 흐트러진 원은 완결성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주변과 호흡하며 충만함을 드러낸다.
불완전하고 비어 있기에, 완전하고 충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본을 바탕으로 한 변화할 수 있는 상대적 가치의 유무에서 출발한다. 이미 존재하는 단단한 것들을 기반으로 하지만, 과거의 모든 것들이 재해석되고 재발견될 수 있다는 믿음은 새로운 관계의 틈새를 바라보게 한다. 그곳에는 자연적-인공적, 무거운-가벼운, 단단한-약한, 영구적-일시적, 단순한-복잡한 등 상호적이며 불완전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건축의 불완전함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36p

도시 자연
가끔 동네의 한적한 공원에 산책하러 나간다. 밀집한 건물들 사이에서 풀과 나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꽤나 멋스러운 장소이다. 종종 그곳 작은 나무 아래 벤치에 몸을 기댄다. 날씨 좋은 날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은 늘 기운을 북돋는다. ?90p

모형
건축에는 두 개의 실체가 있다. 우선 건축물이라는 실체는 최종의 결과물로서 건축가의 사고가 다양한 외부 요인에 종속되어 만들어지며, 최종적으로 건축주에게 인도되는 관계의 결과물이다. -150p

냄새
냄새는 경험론적인 감각이다. 좋고 나쁘고 이상한 냄새는 선험적인 것이 아닌 경험에 기초하며, 체득한 지식이 부재한 상황에서 냄새의 실체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다른 감각과 비교해 편협하고 배타적이지만 때로는 매우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경험이 녹아 있다. 공간의 냄새는 개인적 기억과 체험 그리고 인지 작용을 통해 느껴지는 장소의 주관적인 경험을 표현한다. ?174p

느슨한
조금 넓은 복도, 방 사이 틈, 일부가 열린 층, 돌아가는 외부 동선, 돌출되어 걸터앉을 수 있는 툇마루. 이러한 느슨한 작은 요소는 공간에 여지를 만든다. 생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은 목적이 뚜렷한 밀도 있는 공간보다 오히려 느슨해진 목적 없는 공간에서 높아진다. 수치상으로 계산하면 낭비라고 여겨지는 공간이 실제 삶에서는 계산할 수 없는 풍요로움을 만든다. ?282p

생각은 안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 외부와 관계 맺게 된다. 언어와 이미지는 생각하기 위한 도구이자 동시에 외부와 관계 맺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 언어는 좀 더 구상적이고 때로는 수사적이지만 이미지는 함축적이며 동시에 확장될 여지를 남긴다. 이 책이 생각을 전하기 위한 방식으로 하나의 글과 하나의 이미지를 병치한 이유는 바로 이 이미지와 언어 사이의 해석의 가능성이다. ?Epilogue, 350p

불완전하며 원초적인 날것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은 실체를 구체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 경험과 해석의 폭이 넓고 깊어질수록, 실체에 대한 생각은 단순 명료해진다. ?Epilogue, 35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