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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배신 : 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

원제 : Too Much of a Good Thing: How Four Key Survival Traits Are Now Killing U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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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리 골드먼
  • 역 : 김희정
  • 출판사 : 부키
  • 발행 : 2019년 01월 25일
  • 쪽수 : 56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0516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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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인류 진화의 역사로 밝혀 낸 현대병의 놀라운 비밀

    아마존 올해의 책 -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강력 추천


    인간이 20만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멸종을 면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이로울 정도로 훌륭한 유전자 덕분이었다. 진화의 여정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어 두고, 소금을 간절히 원하고, 불안해하거나 우울해지는 전략을 취하고, 신속하게 혈액을 응고시키는 보호 체계를 발달시켰다. 이런 네 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인간은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형질들이 최근 겨우 2세기라는 짧은 기간 사이에 목숨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도리어 빼앗아 가는 주요 현대병의 원흉으로 돌변해 우리의 건강과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도왔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장악하는 근원이 된 바로 그 특징들이 어째서 오늘날 이토록 치명적인 독이 되어 버린 것일까?
    저자는 역사와 진화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유익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자연 선택 되고 실제로 작동해 왔는지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이제 어째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불안과 우울증, 심장 질환과 뇌졸중을 부르는지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 보인다. 나아가 유전자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류 역사상 이 초유의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한다.

    출판사 서평

    인류의 생존은 뛰어난 뇌보다 위대한 유전자에 달려 있었다
    호모 속 출현 후 230만 년, 호모 사피엔스 출현 후 20만 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을 견디고 인류는 지금 여기까지 와 있다. 단순히 살아남는 데 그친 것만이 아니다. 4만 년 전부터는 유일하게 생존한 호모 종이 되어 찬란한 문명을 건설하고 말 그대로 지구를 정복했다.
    지구상에 출현했던 생물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비율은 500종당 1종, 0.2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 인간은 포식자, 환경 재난, 전염병 등 온갖 재앙 속에서 어떻게 이 극한의 확률을 뚫고 지금과 같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을까? 가장 손쉽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마 우리의 커다란 뇌, 그러니까 뛰어난 지능 덕분이라는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심장병 전문의 리 골드먼 박사는 뇌를 넘어서 더 근원적인 요인에 주목한다. “우리가 오늘날 여기 있는 것은 우리 뇌력의 궁극적인 승리 덕분이지만 우리의 생존은 언제나 우리 몸에 달려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생존하고 심지어 번성했던 것은 근육의 힘보다 생존을 가능케 한 타고난 형질들 덕분이라는 의미다. 예술, 과학, 철학, 테크놀로지 등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뇌의 힘은 우리 몸이 힘든 환경, 때로는 적대적인 환경을 버텨낼 만큼 강하지 않았으면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p.28)
    진화는 자연 선택과 적자 생존의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관건은 누가 ‘가장 적합한 유전 형질’을 가졌느냐다. 그런 특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하고, 그 자손들이 다시 더 많은 후손들을 낳는 일이 반복된다. “이처럼 자연 선택은 느리지만 꾸준하고 거침없이 어떤 유전자가-그리고 거기에 따라 어떤 사람들이-지구상에 살아남을지를 결정해 왔다.”(/ pp.35~36)

    우리 조상들은 굶주림과 탈수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지구상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류를 위협한 가장 큰 문제는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이었다.(/ pp.10~12) 이 위험을 극복하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나아가 우리 유전자들은 어떤 방어 체계를 마련해야 했을까?
    먼저 굶주림에는 어떻게 대비했을까? 음식이 생길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배불리 먹어 두는 보호 전략을 취했다. 이를 위해 우리 몸은 20개가 넘는 분자와 호르몬이 허기와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고,(/ p.90) 3가지 유전자가 좋아하는 단맛과 감칠맛을 감지하는 한편 25가지가 넘는 유전자가 위험한 쓴맛을 감지한다.(/ p.94) 또 배, 허리, 둔부에 집중된 350억 개의 지방 세포는 약 13만 칼로리(비만일 경우 1400억 개, 100만 칼로리)의 열량 비축 능력을 자랑한다.(/ p.136)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우리 조상들은 늘 아사의 위협에 직면해야만 했다.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 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의 본능과 인체 내 조절 장치는 전부 과식을 해서라도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 p.72)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탈수를 피하는 것 역시 생존에 대단히 중요했다. 작고 약한 인간은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뒤쫓는 방법으로 먹이를 구했는데, 이때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 끈기 또는 지구력이었다.(/ pp.168~169) 사냥 시에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엄청난 열량을 소비하는 동시에 엄청난 땀을 흘렸다. 땀을 흘려 몸의 과열을 방지해야 지구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땀 흘리는 능력, 인체의 냉각 능력은 너무나 탁월해 에어컨에 맞먹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p.174) “땀을 흘리는 것이 인간에게 이토록 중요하므로 우리는 다른 포유류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 … 호르몬들은 갈증을 일으켜 필요한 만큼 물을 섭취하게 유도하고, 짠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 소금을 섭취하게 한다. 또 신장을 제어해 소금과 물이 부족할 때는 보존하고 너무 많으면 배출하도록 한다.”(/ p.175) 그리하여 우리 유전자는 심지어 “소금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입맛과 생존을 위한 과잉 보호 본능 때문에 짠 음식을 먹고 싶”(/ p.178)게 하는 강력한 탈수 방어 기제를 만들어 냈다.

    우리 조상들은 폭력과 출혈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폭력과 그로 인한 비명횡사는 우리 조상들에게 다반사였다. 한때 우리 조상들이 ‘온화한 야만인’이었다는 신화가 존재했지만 금방 허구로 판명 났다. 일례로 5000년 전 사람 ‘아이스맨 외치’와 9400년 전 사람 ‘케너윅맨’의 사체를 정밀 조사해 보니 폭력의 흔적이 역력했다.(/ pp.227~228) “이러한 사례를 놓고 볼 때, 선사 시대의 비명횡사는 거의 대부분이 동물의 공격이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등의 사고보다 살인에 의한 것이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p230) 그렇다면 왜 인간은 1만 세대 동안 강한 살해 욕구를 가지고 살아왔을까? 그것이 진화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답한다. “살인을 통해 식량과 물, 그리고 원하는 여성과 그녀의 자손 번식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p.230) “살인자가 희생자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p.232)
    그런데 이 살인 능력만큼이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이 살해당하지 않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비명횡사를 피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어떤 형질을 발달시켰을까? 한 가지는 극도로 경계하고 두려워하면서 불안해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싸우거나 도망칠 수 없을 때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고 슬퍼하면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힘센 다른 인간들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는 환경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는 과잉 경계심, 심지어 가끔 일으키는 공황조차 생존에 중요한 기능일 수 있다.”(/ p.249) 아울러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나 이길 수 없는 도전에 부닥쳤을 경우 순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한 전략일 수 있다.”(/ p.250) 불필요한 또는 필요 이상의 두려움인 불안, 그리고 지나치고 끈질긴 슬픔인 우울은 진화가 낳은 탁월한 자기 방어법이었다.
    원시 지구를 누비고 다닌 선사 시대 사람들에게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로 인한 출혈은 심각한 문제였다. 한편 종족 보존이라는 목적에서 볼 때 출산 시 출혈은 더 중대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구석기 시대 사람의 12퍼센트, 초기 농업 정착민의 25퍼센트가 살인과 치명적 부상으로 사망했다고 추정되며(/ p.299) 구석기 시대 여성이 출산 출혈로 사망할 확률은 30분의 1로 추산된다.(/ p.300) “현대적인 산과 의료 서비스, 수혈, 외과 수술, 봉합 같은 치료의 도움 없이 수천 세대에 걸쳐 출산을 하고 폭력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피가 응고되어야만, 그것도 재빨리 응고되어야만 했다.”(/ p.300) 이처럼 출혈로 목숨을 잃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두 가지 혈액 응고 신속 대응 경로를 갖추었다. 첫 번째는 혈소판에 기초한 체계다. 혈소판은 혈액 속을 떠돌다가 혈관 안쪽 세포 방어벽에 손상이 생기면 재빨리 가서 구멍을 막는다. 그리고 유인 물질을 분비해 다른 혈소판들에게 전투에 신속하게 참가하도록 독려한다. 두 번째는 열 가지가 넘는 혈액 응고 단백질이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을 일으켜 일종의 섬유 그물망을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이 그물망은 혈관 벽의 더 큰 상처를 때우는 동시에 혈소판들이 와서 쌓일 수 있는 기본 구조물 역할을 한다.(/ pp.306~307)
    이처럼 훌륭한 네 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1만 세대, 20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하고 번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순조롭던 진화의 여정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인류를 굶주림과 탈수, 폭력과 출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던 유전자들이 단 10세대, 200년 만에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돌변한 것이다.

    20만 년간 우리를 지켜 주던 유전자가 죽음의 원흉으로 돌변했다
    1988년 오프라 윈프리는 비만과 건강 문제를 염려해 체중 감량 작전에 들어가 95킬로그램에서 65킬로그램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들어 줄었던 체중이 금방 다시 불어나자 또 한 번 38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몸무게는 계속 늘어만 갔고 2005년 4개월간 거의 굶다시피 해서 72.5킬로그램으로 줄였다. 그렇지만 2008년 또다시 18킬로그램이 쪄 있었고, 그 뒤로 그녀의 체중은 요요처럼 오르내리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p.398)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가 1921년 39세의 나이로 소아마비에 걸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고혈압을 앓았다는 것은 덜 알려져 있다.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지 약 25년 후인 63세에 그가 사망한 것은 소아마비와는 상관없는 질병, 뇌졸중 때문이었다. 극도로 높은 혈압이 뇌 속 작은 동맥을 터뜨리면서 머리 속에 엄청난 출혈을 야기해 불과 몇 시간 만에 그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쓰러진 직후 그의 혈압은 300/190이었다.(/ pp.162~163, p.215)
    2012년 미육군 82공수사단의 일원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후 전역한 제이슨 펨버턴 하사는 자기 아파트에서 1년여 전 결혼한 아내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평범한 병사가 아니었다. 최전방 정찰병 임무를 맡았고 필요할 때는 저격수 역할까지 해내며 세 차례나 훈장을 받은 뛰어난 군인이었다.(/ p.222)
    오늘날 위와 같은 사례들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한 동시에 더 병들어 가고 있다. 살찌기는 쉬운 반면 살빼기는 너무나 어렵다. 세계적으로 고혈압과 뇌졸중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살인 사망보다 자살사망이 두 배나 높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리 골드먼 박사는 정곡을 찌르는 진단을 내놓는다. 수십만 년간 인류를 존속하고 번성하게 해 준 생존 형질, 우리를 더욱더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 준 유전자에 그 답이 있다고. 굶주림과 아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주던 과식 본능은 이제 비만과 당뇨병의 원흉이다. 치명적인 탈수를 예방해 주던 물과 소금 보존 본능은 고혈압이라는 직격탄을 날린다. 비명횡사당하지 않기 위해 경계하며 두려워하고 순종하며 슬퍼하는 전략이 불안과 우울증, 그리고 자살을 부추긴다.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는 신속한 혈액 응고 장치는 혈전을 형성해 혈관을 막거나 터뜨려 뇌졸중과 심장 질환을 부른다.
    지난날 인류에게 그토록 유익했던 것들이 오늘날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난 2세기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반면,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 고혈압, 우울증과 정신 질환, 심장 질환과 뇌졸중의 비율 역시 급등했다. 현재 미국 내 주요 사망 원인 중에서 심장 마비는 1위, 뇌졸중은 4위에 올라 있으며 당뇨병은 9위, 자살은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p.286, pp.366~367)

    우리 유전자가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다
    살찌기보다 살빼기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체중이 감소할 경우 우리 몸에서는 입맛을 돋우는 최소 일곱 가지의 호르몬과 분자의 분비가 상승한다. 게다가 이 물질들의 분비 수준은 한번 높아지면 몇 년간 지속된다.(/ p.133) 여기에 비만증의 ‘허용’ 인자라고 불리는 육체 활동량 감소와 고열량의 값싼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이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한다. 또 “현대인이 먹는 고기에는 수렵·채집인들이 먹었던 고기에 비해 지방이-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포화 지방산을 함유한 지방이-훨씬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우리 몸은 지방 저장 능력까지 탁월하다.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조상들이 겪었던 식량 부족을 평생 겪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전 형질은 마치 그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우리 몸을 작동시킨다.”(/ pp.135~137)
    상황은 달라졌는데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 몸을 작동시키는 것은 다른 유전 형질들도 매한가지다.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0.7그램의 나트륨만 섭취하고도 잘 살았다.(/ p.196) 반면에 현대 미국 성인은 일일 평균 3.6그램, 세계적으로는 평균 5그램을 섭취한다.(/ p.179) 사실 우리는 하루에 1.5그램 이상의 나트륨은 필요치 않다.(/ p.219)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몸의 탈수 방지를 위한 과잉 보호 조절 장치는 어김없이 작동하고, 나트륨 보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고혈압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본태성 고혈압’이 발생한다.(/ pp.204~205)
    현대 사회에서도 경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목숨을 건 폭력 투쟁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우리는 이제 육체적 폭력을 동원한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 경쟁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위상을 확보한다.”(/ p.231) 그럼에도 폭력과 비명횡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생존 본능은 두려움, 불안, 공포, 순종적인 태도, 슬픔, 우울함이라는 보호 전략을 변함없이 작동시킨다. 그리하여 “살해당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가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해 원래 피하려 했던 폭력 자체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 pp.288~289)
    우리는 이제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과다 출혈로 죽을 위험이 낮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봉합술, 수혈, 줄어든 폭력, 그리고 향상된 산과 의료 기술 덕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혈액 응고에 아주 능했던 사람들의 자손인 탓에 그 유전적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고, 이는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과 직결된다. “오늘날 미국에서 혈전으로 인한 질병-심장 마비, 혈전성 뇌졸중, 폐색전 등-은 모든 사망 원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외상, 살인, 자살, 출혈성 뇌졸중, 궤양 등 출혈 증상으로 인한 사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네 배 이상 많다.”(/ p.339)
    이 모든 역설적 상황이 빚어진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다시 한 번 예리한 진단을 내놓는다. “우리는 뇌를 사용해 환경에 대단한 변화를, 그것도 이전에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속도와 방향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세대가 흘러도 이전 세대의 DNA를 ‘복사기로 복사하듯’ 완벽하게 반복하도록 만들어진 우리 신체는 계속해서 느린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유전자가 현대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p.65) 요컨대 우리는 “인류 생존이라는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적응이라는 전투에서는 지고 있다.”(/ p.67) 인류는 진화 역사상 처음으로 맞이한 이 사태를 극복하고 또다시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대병을 해결할 방법과 대안은 무엇인가
    2030년에 이르면 고소득 국가의 평균 수명은 여성 85세, 남성 80세로 높아질 전망이지만, 주요 현대병은 더 한층 위세를 떨치며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리라 전망된다.(/ pp.366~367쪽)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 골드먼 박사는 의지력에서부터 최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해법을 살피고 대안과 가능성을 모색한다.
    먼저 과잉 보호 형질을 확산시키는 유전자가 문제라면 원인이 되는 그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로 그것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유전자라는 본성이 아니라 양육(후천적 학습)이라는 환경 적응 과정에서 타개책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몸 자체에서 해결책을 찾지 않고 의지력(정신력)으로 우리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도 길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 운동, 소금 섭취 줄이기, 심리 치료, 공공 프로그램 등에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고 때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와 노력이 완전히 가망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한계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부디 오해 없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죄책감과 가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는 대신 우리는 뇌를 써서 우리의 체질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꿔야 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p.451)
    그러므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는 현대 과학과 의학, 즉 약과 수술이다. 예를 들어 비만 치료제로 공식 승인된 약이 다섯 가지 있으며,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또 빛으로 미각 세포를 속이거나 지방 세포를 조작하는 방법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장 속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조작 기술 같은 것도 있다. 그리고 ‘비만 대사 수술’은 병적 비만과 비만 관련 당뇨병에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pp.463~475) 나아가 최첨단 기술들의 성공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연 선택보다 더 빨리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유전자 치료법, 불리한 DNA와 RNA를 직접 수정·수선하는 방법, 유전자를 후성유전학적으로 변화시켜 기능을 바꾸는 방법 등이 그런 예다.(/ pp.502~504)
    저자는 정밀 의학 시대의 도래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엿본다. 현대 생물학과 의학의 발달로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으며, 태어나기 전부터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pp.508~510) 물론 맹신과 남용은 금물이다. “목표는 우리 모두가 약에 취한 좀비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와 있거나 미래에 개발될 치료법을 신중하게 활용해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가진 뛰어난 뇌를 십분 활용해 타고난 체질과 시대의 요구를 일치시켜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문제를 야기하게 된 것도 우리 뇌의 힘 때문이다. 그러니 “20만 년에 걸쳐 살아남은 인류가 성공적으로 헤쳐 온 모든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pp.512~513)

    추천사

    역사와 진화, 유전학의 정수를 집약해 낸 깔끔한 논리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 《워싱턴포스트》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책.
    - 에릭 캔들 / 2000년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

    골드먼 박사는 색다르고 장구한 관점에서, 오늘날 유행하는 많은 질병이 우리 종을 수만 년간 지속시킨 놀랄 만큼 훌륭한 유전자들 때문임을 논증한다. 이 유전자들이 인간을 비만과 고혈압, 우울증과 뇌졸중에 걸리게 만들어 배신한 것은 아주 최근 일이다. 그는 이 모든 문제를 복합적인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통합해 낸다.
    - 《뉴욕타임스》

    전문가다우면서도 열린 자세로 쓴 이 책은, 현대 의학이 마주한 도전을 인류 역사와 선사 생물학이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바라봄으로써,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현대병에 대한 참신하고 명료한 이해를 제공한다.
    - 엘리자베스 블랙번 / 2009년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

    리 골드먼은 그야말로 의학계의 선구자다. 이 도발적이면서도 품격 있는 책에서, 그는 우리 종을 이토록 멀리까지 데려다준 바로 그 생존 형질들이 이제는 우리를 죽음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탐구하면서 심오한 논증과 통찰, 해법을 제시한다. 오직 리 골드먼과 같은 위상과 균형감을 가진 사람만이 이런 책을 쓸 수 있다.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귀한 책이다.
    - 에이브러햄 버기즈 / 스탠퍼드의학대학원 교수

    목차

    머리말 9

    1부 인류를 생존시킨 네 가지 형질의 비밀

    1장 우리 몸은 어떻게 지금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까
    만일 에이즈가 더 일찍 출현했다면 20 | 인간은 어디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24 | 자연 선택의 진화 메커니즘과 ‘적자’ 생존의 원리 30 | 자연 선택의 실제 사례 하나, 튼튼한 뼈 37 | 자연 선택의 실제 사례 둘, 유당 소화력 46 | 전염병에서 살아남기 53 | 수십만 년의 느린 변화와 산업 혁명 이후의 극적인 변화 61 |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66

    2장 굶주림, 음식 그리고 비만과 당뇨라는 현대병
    인체는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을 모른다 70 | 사람은 얼마나 많은 열량이 필요한가 73 | 구석기 시대의 음식과 열량 77 | 열량을 넘어서: 우리 몸에 필요한 다른 영양소들 85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하나, 허기와 포만감 90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둘, 입맛 92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셋, 소화와 흡수 101 | 아사 방지 생존 형질이 부적절할 때 105 | 문명과 영양 공급 109 | 식사 시간, 열량, 운동의 관계 114 | 영양 상태의 시금석, 평균 신장 117 | 비만의 역사 123 | 체중은 왜 늘어날까 128 | 왜 비만에 신경 써야 할까 138 | 왜 당뇨병에 유의해야 할까 141 | 피마족의 교훈에서 배우기 145 | 현대인의 딜레마 154

    3장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죽음 162 | 탈수에서 살아남기 165 | 구석기 시대의 물과 끈기 또는 지구력 168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하나, 땀과 체온 171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둘, 물과 소금 175 | 탈수 방지 생존 형질이 부적절할 때 182 | 문명 그리고 물과 소금 공급 192 | 조상들과 현대인의 나트륨 섭취 195 | 고혈압이란 무엇인가 198 | 무엇이 고혈압을 부르는가 202 | 고혈압이 끼치는 폐해 208 | 루스벨트의 고혈압 213 | 현대인의 딜레마 217

    4장 위험, 기억, 두려움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이라는 현대병
    제이슨 펨버턴의 역설 222 | 경쟁과 위험에서 살아남기 225 | 구석기 시대의 폭력과 비명횡사 227 | 살인과 진화의 메커니즘 232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기억과 두려움 238 | 공격과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43 | 위협에 너무 과하게 반응하기 248 | 비명횡사 방지 생존 형질이 부적절할 때 259 | 문명과 폭력의 감소 264 | 과거와 현재의 살인율 270 | 현대 사회를 뒤덮은 불안과 우울증 274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다시 제이슨 펨버턴 이야기로 277 | 자살의 이유 281

    5장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로지 오도널과 ‘과부 제조기’ 292 | 출혈에서 살아남기 295 | 구석기 시대의 출혈 위험 299 | 우리 몸의 생존 장치, 혈액 순환 301 | 순조로운 피의 흐름과 응고 306 | 출산 시 출혈과 응고 사이의 균형 잡기 309 | 출혈 방지 체계가 고장 났을 때 316 | 출혈 방지 생존 형질이 부적절할 때 319 | 문명과 의학의 발전 328 | 심장 마비와 뇌졸중의 역사 332 | 출혈 문제의 과거와 현재 336 | 심장 마비: 다시 로지 오도널 이야기로 340 | 뇌졸중에서 살아남기 345 | 정맥 혈전과 폐색전에서 살아남기 349

    2부 현대 사회에서 우리 몸 보호하기

    6장 유전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있을까

    우리 조상들의 자손 증식과 수명 356 | 현대인의 수명 연장과 창궐하는 현대병 361 | 현대병의 미래 366 | 유전자로 전세가 뒤집힐까: 비생산적 형질 제거하기 368 | 유전자로 전세가 뒤집힐까: 새 돌연변이 유전자 퍼뜨리기 372 | 환경은 우리를 더 빨리 변화시킬 수 있을까 386

    7장 우리 행동 바꾸기
    우리 의지가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398 | 다이어트로 먹는 본능 이기기 405 | 다시 오프라 윈프리와 요요 다이어트로 412 | 우리는 왜 살빼기에 실패할까 415 | 가끔 있는 대성공 사례와 좋은 소식 422 | 운동으로 과잉 보호 본능 상쇄하기 426 | 소금 섭취 줄이기 433 | 불안과 우울증 대처법 438 | 빅 브라더가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443 | 슬픈 진실 449

    8장 우리 체질 변화시키기
    현대 과학이라는 선택지 454 | 현대인이 할 수 있는 일, 약과 수술 457 | 과체중과 비만 치료법 461 | 운동 촉진제 476 | 고혈압 치료법 478 | 불안과 우울증 치료법 482 | 혈전 치료제 489 | 최첨단 기술들 502 | 미래의 전망 508

    감사의 말 514

    주 516 | 참고문헌 557

    본문중에서

    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이 네 가지 유전 형질의 도움으로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놀랍게도 바로 이 네 형질이 미국 내 사망자 40퍼센트의 목숨을 앗아가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주요 사망 원인 여덟 가지 중 네 가지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이 유전 형질로 인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보다 죽는 사람의 숫자가 무려 여섯 배나 많아졌다. 인류의 생존을 도왔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장악하는 근원이 된 바로 그 특징들이 왜 이제는 이토록 비생산적이 되었을까?
    이러한 역설이야말로 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머리말' 중에서/ p.12)

    식량 부족을 견디고, 가뭄을 이겨 내고, 위험한 상황을 인식해 피하고, 상처를 입었을 때 피가 응고되는 형질은 우리 조상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일으켜 온 급속한 환경 변화와 우리 유전자가 변화해 가는 느린 속도 사이의 불균형은, 산업화 이전 오랜 세월 동안 생존을 보장했던 유전 형질에 우리가 오히려 발목을 잡혀 버린 이유를 설명해 준다.
    우리 유전자는 현대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도와 발맞춰 돌연변이를 할 수 없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 되어 버린 병들이 우리가 자손을 퍼뜨린 다음에 우리 몸을 공격하고 그 아이들도 다시 똑같은 일을 겪게 되는 한, 자연 선택 과정은 그런 환경 변화에 유리한 유전자를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 결과 인류라는 생물 종을 그토록 효과적으로 잘 보호했던 생존 형질들은 이제 많은 경우 과잉 보호적이고 때로는 명백히 해롭기까지 한 요인이 되고 말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음식과 소금과 물이 너무 흔하고, 폭력 사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줄고, 피를 너무 흘려 죽는 일 또한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경구를 뒤집어 말하자면, 우리는 인류 생존이라는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적응이라는 전투에서는 지고 있다.
    ('1장 우리 몸은 어떻게 지금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까' 중에서/ pp.66~67)

    영양 실조와 굶주림은 인간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그러니 우리 몸이 음식-특히 몸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음식-을 원하고, 오염되거나 독이 든 음식은 먹고 병들거나 죽지 않도록 알아서 거부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몸은 허기와 입맛, 소화를 북돋고 제어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기관에 의존한다. 결국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2장 굶주림, 음식 그리고 비만과 당뇨라는 현대병' 중에서/ p.89)

    1945년 당시만 해도 고혈압의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 증상이 우리 조상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간 탈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생물학적 메커니즘 때문에 벌어진다는 것을 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더 많은 육체 활동을 해야 했으므로 우리보다 더 많은 열량이 필요했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땀을 더 많이 흘렸다. 특히 원래 인류가 살던 아프리카라는 환경에서 활동적인 생활을 하는 데는 더 많은 양의 물과 소금이 필수적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현대인보다 안정적으로 물과 소금을 손에 넣을 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미래의 부족에 대비해 물과 소금을 찾고 소비하고 충분히 몸속에 저장하도록 몸이 적응해야만 했다. 그리고 물과 소금이 부족해지면 다양한 호르몬이 동원되어 탈수로 인해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요컨대 루스벨트는 인류의 생존을 20만 년 동안 보장해 온 과잉 보호 형질과 호르몬들이 작동한 결과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3장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중에서/ pp.163~164)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극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35세 이하에서는 5퍼센트인 고혈압 환자 수가 35~44세에서는 15퍼센트, 45~54세에서는 35퍼센트, 55~64세에서는 50퍼센트, 65~74세에서는 65퍼센트가 되고, 75세 이상 인구 중에서는 70퍼센트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이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고혈압이 심장 마비와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의 원인 중 약 50퍼센트를 차지하며, 심부전과 신부전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고혈압은 매년 미국 내에서만도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700~800만 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고혈압은 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병이기도 하다. 이 병 치료에 드는 의료비와 이 병으로 인해 근무를 못 한 날의 비용을 모두 합치면 미국에서만 매년 무려 750억 달러를 웃돈다. (…)
    약간 과잉 보호적인 체질을 갖는 데 대한 대가가 60대에 고혈압과 뇌졸중을 앓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면, 인류라는 종 전체로 봐서는 기꺼이 치르고도 남을 만한 희생이었다. 그러나 이제 물과 소금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고 심지어 정맥 주사까지 쉽게 맞을 수 있으니, 탈수증을 일으키기 쉬운 활동을 하며 살던 우리 조상들을 구했던 형질들을 온전한 축복으로만 볼 수는 없게 되었다. 미국 내 사망 원인의 15퍼센트를 차지하는 고혈압이 탈수증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장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중에서/ pp.217~219)

    조상들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 방어 또는 식량, 물, 배우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명예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도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죽음-살해나 다른 방법으로-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인간은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어떤 두려움은 타고나 우리의 반사적 행동 중 일부가 되고, 어떤 두려움은 경험을 통해 얻는다. 상황에 따라 우리는 어떨 때는 맞서 싸우고, 어떨 때는 위험으로부터 도피하며, 또 어떨 때는 순종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상대방이 너무 심한 상처를 입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는지를 알고, 학습하고, 기억하도록 도운 바로 이 두려움에 기초한 극도의 경계 메커니즘은 상당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불안증, 공포증, 우울증,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이 점점 더 안전해지면서 혜택과 부작용 사이의 균형이 변화했다. 현대 미국 성인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매년 4만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살해당하거나 전투 중 사망하는 수의 두 배에 달한다.
    구석기 시대에 우리를 보호했던 타고난 행동이 이제는 그 행동으로 대처하려 한 도전이 초래하는 죽음보다 더 많은 죽음을 낳는다는 사실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세상이 도전으로 넘쳐났던 공격적 환경에서 벗어나 문명 사회로 변화하면서 이 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미묘해진 위협에 대해 치명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반응이 되어 버린 것이다.
    ('4장 위험, 기억, 두려움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이라는 현대병' 중에서/ pp.223~224)

    구석기 시대 조상들의 12퍼센트, 초기 농업 정착민의 25퍼센트가 살인과 치명적 부상으로 사망했다면, 죽지 않을 정도로 베이고 부딪히고 멍드는 일은 얼마나 빈번했을지 가히 상상이 간다. (…)
    선사 시대에는 부상도 큰 걱정이었지만 종족 보존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출산에 따른 출혈이 더 큰 문제였을 것이다. (…) 구석기 시대 여성이 평생 평균 10명의 아이를 낳고 이와 비슷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면 출산 중 또는 그 직후 출혈로 목숨을 잃을 확률은 평생 30분의 1이었을 것이다.
    현대적인 산과 의료 서비스, 수혈, 외과 수술, 봉합 같은 치료의 도움 없이 수천 세대에 걸쳐 출산을 하고 폭력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피가 응고되어야만, 그것도 재빨리 응고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현대의 우리 몸도 조상들과 같은 방식으로 피가 응고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5장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중에서/ pp.299~300)

    봉합술, 수혈, 줄어든 폭력, 그리고 향상된 산과 의료 기술 덕분에 우리는 이제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과다 출혈로 죽을 위험이 가장 낮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혈액 응고에 아주 능했던 사람들의 자손이므로, 그들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특징은 산업화 사회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들과 직접 연관된다.
    오늘날 미국에서 혈전으로 인한 질병-심장 마비, 혈전성 뇌졸중, 폐색전 등-은 모든 사망 원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외상, 살인, 자살, 출혈성 뇌졸중, 궤양 등 출혈 증상으로 인한 사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네 배 이상 많다. 그리고 이런 불균형을 초래하는 유전자는 계속해서 후세에 전달될 것이다. 혈전으로 인한 질병이 자손을 낳기 전에 발생해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5장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중에서/ p.339)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평범한 다형성이어서 인구의 약 10퍼센트에서 발견된다고 할지라도 5세대가 지나면 인구의 40퍼센트가 이 유전자를 지니게 된다. 5세대는 20만 년이라는 인류 역사에 비하면 눈 깜짝 할 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에이즈가 임상적 증상으로 처음 보고된 시점과 그 병에 대한 효과적인 약품이 개발된 시점 사이 기간인 1세대와 비교하면 다섯 배나 긴 시간이다.
    따라서 흥분해서는 안 된다. 현재 규모의 인구에서는 1만 년 전에 비하면 유익한 돌연변이 유전자가 무작위로 생길 확률이 7000배 높고, 확산 속도 또한 이론상으로는 1만 년 전과 비교할 때 불과 두 배의 시간이면 전 인구에 퍼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그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수가 너무 많고 지역적으로 너무 널리 퍼져 있어서 모든 인간의 혈통이 섞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점은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나 기존의 유익한 유전자가 급속히 확산되어 비만, 고혈압, 우울증, 과도한 혈액 응고의 빈도를 낮춰 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장 유전자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있을까' 중에서/ p.384)

    우리는 누구나 여러 가지 장애를 극복하고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려는 시도가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서 과거 우리가 살아남는 데 필요했던 형질들의 부작용인 비만, 당뇨병, 고혈압, 불안과 우울증 그리고 과도한 혈액 응고를 피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체중을 감량하고 운동량을 늘리고 소금 섭취를 줄일 수 있으며, 시각화와 명상을 통해 살을 빼고 혈압을 낮추고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심장 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러자면 건강한 삶을 위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실질적인 조언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좋은 생각과 의도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슬픈 진실이다. 우리 중 약 35퍼센트는 비만, 또 다른 3분의 1은 과체중이다. 그중 많은 수가 체중 감량 시도를 반복하고 줄인 체중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들 조상들을 아사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신진 대사율을 낮추고 더 많이 음식을 섭취하도록 자극하는 일련의 호르몬이 작업에 착수해 우리의 노력을 좌절시키곤 한다.
    ('7장 우리 행동 바꾸기' 중에서/ pp.449~450)

    새로 도래한 이 정밀 의학 시대에는 우리가 건강 관리와 의학을 대하는 태도에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건강 보험이 처음으로 도입되었을 때는 이미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제는 건강 보험의 범위가 점점 확산되어 예방과 진단을 위한 다양한 검사를 포함하고 있다. 게놈 분석 능력 덕분에 건강 관리는 질병이 걸릴 위험이 높아지거나 증상을 나타내기 훨씬 전에,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미 질병을 앓은 사람의 재발이나 악화를 방지하는 ‘이차 예방’, 또는 심지어 질병에 걸리거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방지하는 ‘일차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이제 우리는 ‘원천 예방’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원천 예방이란 질병에 걸리게 될 상당한 위험에 처하기 훨씬 전에 위험 요소 자체를 없애는 것을 말한다.
    ('8장 우리 체질 변화시키기' 중에서/ p.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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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로,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의학건강과학대학원 학장, 컬럼비아대학병원 원장 겸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의학 및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대학교샌프란시스코병원,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예일뉴헤이븐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았다. 하버드의학대학원 의학 교수와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 전염병학 교수를 거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의학대학원 의학부 부학장과 임상학 학장을 지냈다. 미국의학원 회원이며 미국일반내과의사협회, 미국의사회, 미국의대교수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상을 수상했다. 흉부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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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내가 사는 이유][우주의 마지막 책] 함께 옮긴 책으로[코드북][두 얼굴의 과학]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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