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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거울, 그 거울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거울은 신이 내린 신표이며 신의 의지를 알려주는 매개체이다. 그러나 지금 거울은 한낱 외모를 비춰보는 도구취급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울”은 인간의 문화 속에서 시공간의 통로로서, 신물(神物)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언어와 더불어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필요한 어떤 조건, 인간다움의 정수(精髓)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원하는 기능으로 응답해 주는, 당신을 기꺼이 마주보는 거울이다.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 거울』은 인간과 영장류 등 타 동물들과 인간을 결정적으로 구별하게 하는 인류만의 고유한 특질은 무엇인가를 문화인류학적으로 파헤친 인문서이다.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다른 인문학 서적들과 다르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장점이다. 비록 영어, 불어, 일어, 산스크리트어에 이르기까지 인류문화를 선도해 온 각 민족의 언어들이 인용되지만 친절하게 해석이 되어 있으므로 외국어를 한 줄도 모르는 독자가 읽어도 술술 읽히는 쉬운 인문서이다. 이 책이 연구 자료로 삼은 것은 고고학적, 역사적 자료들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소위 옛날이야기라고 부르는 각 나라 민화에서부터 전설, 신화에 이르기까지 주로 그림책이나 동화의 소재로 쓰였던 구비문학 작품들이므로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다가갈 수 있다. 이 재미있는 인문서적을 읽는 동안 우리는 어렵다고 느꼈던 인문학을 문학작품처럼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라깡의 거울이론이나 “거울”이라는 시를 쓴 시인, 김해경, 즉 이상의 필명에 대해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일축할 수 있는 신빙성 있는 자료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요즘은 핸드폰 중독에 걸린 사람들도 많다지만 아직도 핸드폰,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가지지 않은 국민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전 국민이 예외 없이 매일 가까이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거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 아무런 생각도 없이 거울을 매일 한 번 이상 마주보곤 한다. 이제 꾸준히 우리 곁을 지니는 이 문명의 이기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거울이 왜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지, 왜 가족보다도 가까이에서 우리를 지키고 있는지 이 책은 독자여러분에게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들려줄 것이다.

너무 늦게 바치는 사부곡---------------------------- 9
Prologue-------------------------------------------16

part 01. 인간에게 있어 거울이란 무엇인가

1. 왜 거울인가.--------------------------------------24
2. 보편적 인간성의 페르소나, ‘거울’---------------------32

Part 02 거울의 문화사적 고찰
1. 거울의 간략한 歷史的 고찰(考察) --------------------48
1) 한국 거울의 역사----------------------------------50
① 금속거울-----------------------------------------50
② 유리거울-----------------------------------------54
2) 유리거울이 생산되기까지-서양 거울의 역사-------------66

Part 03 문화적 코드(Code)로서의 거울-------------------71
1. 표식으로서의 거울----------------------------------72
1) 통치자에게 내린 신표(信標)---------------------------74
2) 정표(情表)로서의 거울 ------------------------------78
2. 마술적 도구로서의 거울------------------------------83
1) 빛·문명·거울----------------------------------------83
2) 악마의 시선 혹은 신의 저주---------------------------91
3) 권력을 견제하는 타자의 시선 - 요술거울----------------95
3. 통로로서의 거울-------------------------------------97
1) 시공간의 통로로서의 거울: 한족의 설화 「거울 속의 안해」---97
2) 시공간의 통로서의 거울 - 말리스 밀하이저의 「더 미러」---105
4. 양심의 잣대로서의 거울------------------------------110
1) 명경대(明鏡臺) 전설---------------------------------110
2) 般若思想 -----------------------------------------113

Part 04 ‘또 하나의 자아-거울’을 모티프로 창작한 작품들 --125
1. 서영해의 거울, 불행의 근원( MI ROI R, CAUSE DE MALHEUR)
과 “거울을 처음 보는 사람”의 설화----------------------126
1) 작품의 소재와 배경 --------------------------------126
① 근원설화-불교설화 ---------------------------------127
② 한국구전설화--------------------------------------129
③ 문헌설화 ----------------------------------------131
2) 서영해의 비틀기------------------------------------140
① 인간본성에 대한 비틀기-제 생각만큼 보고듣기-----------141
② 사회 윤리적 관행에 대한 비틀기-축첩제도--------------142
③ 사회 모순에 대한 비틀기----------------------------143
3) 서영해의 거울 ------------------------------------146
2. 페로 그리고 「거울, 오랑뜨의 변신」 ------------------150
1) 꽁뜨와 페로 -------------------------------------150
2) 거울, 페로의 쌍둥이 강박증 ------------------------174
3) 「거울, 오랑뜨의 변신」 조감도(鳥瞰圖) 그리기 ---------183

Part 05 이상의 거울과 라깡의 거울---------------------197
1. 라깡, 정신분석의 테이블에 거울을 장착하다------------201
1) 라깡의 탄생배경과 트라우마-------------------------201
2) 거울단계 ---------------------------------------207
3) 프로이트에게서 독립하기 ---------------------------220
2. 이상, 거울 속 세상을 가르치다 ----------------------231
1) 이상이라는 필명이 탄생된 경위 ----------------------231
2) 이상의 트라우마 ---------------------------------236
① 첫 번째 트라우마, 가계의 불행 ----------------------236
② 두 번째 트라우마, 집단적ㆍ시대적 불행----------------244
3) 트라우마를 비추는 거울, 작품 속의 구절들 ------------250
① 출생의 트라우마---------------------------------- 250
② 가난하고 비루한 성장환경이 주는 트라우마 -----------252
③ 가족의 불구와 자신의 병을 엿볼 수 있는 시 -----------255
④ 정상적인 정신적 발달 단계를 밟지 못한 데서 오는 트라우마---256
4) 거세된 성인가, 휴머니스트의 배려인가 ----------------262
3. 이상 VS. 라깡------------------------------------265
1) 코기토(Cogito) 무효선언 ---------------------------265
2) 특수성에서 보편성 찾기 ----------------------------267
3) 이상은 트릭스터인가 -------------------------------271.
4. 이상의「거울」에 나타난 현대 한국인의 거울관 ----------274

Part 06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 거울
1) 각 장의 요약 -------------------------------------295
2) 인류에게 거울은 무엇인가 ---------------------------302

참고문헌 -------------------------------------------309

1) 빛ㆍ문명ㆍ거울
청동거울을 명도(明圖)라 부르는데, 이 명도의 뒷면에는 해, 달, 별이 새겨져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문명에서는 하늘에서 빛을 내는 존재가 예외 없이 신적인 존재와 연관되어 있고 특히 해는 거울과 자주 동일시된다. 하백의 딸 유화를 따라다니다가 잉태하게 하는 빛은 천제의 아들 해모수이며 일본의 여신 아마테라스는 태양을 관장하는 신이다.
만주족 신화에서도 해는 구리거울과 동일시된다. 아부카언두리와 두 딸은 삼만 삼천 삼백 서른 세 개의 조막퉈리, 즉 구리거울을 만들어 낸다. 아부카언두리가 묵묵히 일하는 동안 두 딸은 이 조막퉈리들을 어두운 하늘로 던지며 놀았다.

“[…] 조막퉈리들은 뜨거운 불구슬마냥 반짝반짝 빛을 뿌렸다. 거거(아가씨, 공주)들은 아부카언두리가 만들어낸 퉈리를 하나 집어 하늘에 올려 뿌려 보았는데 반짝 불꽃이 튕겼다. […] 이렇게 하늘에는 왜사슴 목에 돋친 반점들처럼 별과 북두성이 생기었다.
[…] 아부카언두리는 […] 마지막으로 붉은 불퉈리 열 개를 만들어 내었다.”

아부카언두리의 두 딸은 이 불퉈리를 가지고 땅과 하늘을 비추었다. 그 바람에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불타올랐다. 영리한 사람이 활을 만들어 불퉈리 여덟 개를 쏘아 떨어뜨렸지만 여전히 뜨거워서 지상의 동물들은 아부카언두리를 찾아가 하소연을 한다. 그제야 사실을 알게 된 아부카언두리가 두 딸을 각각 떨어져 있도록 명했고 함께 활동할 수 없게 만들어 불퉈리 하나는 언니가 낮에 비추어 해가 되었고 나머지 하나는 여동생이 비추어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만주족이 청동거울을 하늘의 해와 달이라고 생각했다는 자료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거울을 빛과 동일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주족은 우리민족과 원류가 같은 민족이며 고려시대에는 오늘날 연변지방의 만주족들을 정치체계 안에 포함시켜 통치했으므로 이 신화는 우리의 신화와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일본의 아마테라스 여신 이야기도 빛과 거울의 상관관계를 신화로 설명해 준다. 세상이 창조되던 시절에 태어난 부부신 이자나기 신(伊邪那岐 神)과 이자나미 신(伊邪那美 神)은 섬을 열 넷이나 낳았고 서른다섯 신을 낳았다. 마지막으로 불의 신인 히노야기하야오신(火之耶藝速男神)을 낳다가 이자나미 신은 화상을 입어 죽고 말았다. 아내를 그리던 이자나기는 저승으로 찾아간다. 아내는 자신이 나오기 전까지 들여다보면 안 된다면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금기를 깬 이자나기는 아내와 사신(死神)들에게 쫓겨 이승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가 도망 와 옷을 벗고 몸을 씻을 때 또 여러 신이 태어났는데 왼쪽 눈을 씻을 때 태어난 신이 아마테라스오오미까미(天照大神)이며 오른쪽 눈을 씻었을 때 태어난 신이 쯔끼요미노미꼬도(月讀命)‘코를 씻었을 때 태어난 신이 다께하야스사노오노미꼬이다. 이자나기노미꼬또는 이 세 신을 가장 사랑하여 아마테라스오오미까미와 쯔끼요미노미꼬또에게는 각각 해와 달, 밤과 낮을 맡기고 스사노오신에게는 바다를 다스리도록 했다. 그러나 스사노오가 자기 일을 맡지 않고 어머니가 그립다면서 산천초목이 마르도록 울기만 했으므로 이자나기노미꼬또는 그를 추방했다. 스사노오는 떠나기 전에 누님을 보겠다면서 아마테라스를 찾아갔으나 거기서 다시 행패를 부려 아마테라스 여신이 동굴 속에 숨어버리게 했다. 아마테라스가 동굴로 들어가자 세상은 암흑에 휩싸여 모든 생물이 큰 고통을 당했다. 이에 신들이 회의를 해서 그녀를 동굴 밖으로 끌어내기로 하고 하늘에 있는 천금산의 쇠를 캐내어 대장간의 대장 아마쯔마라(天津麻羅)를 시켜 거울을 만들게 한다. 아메노우즈메노미코토가 하늘에 있는 천향산의 가지에 야타의 거울을 걸게 한 다음 옷을 벗으며 익살스럽게 춤을 추자 모든 신이 웃음을 터뜨린다. 아래 인용문은 거울을 마주했을 때 보이는 아마테라스 여신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