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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 : 박정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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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정언
  • 출판사 :
  • 발행 : 2018년 12월 27일
  • 쪽수 : 27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8160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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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금 버티고 있는 이곳이 조금은 버거울 때, 왠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을 때, 나에게 꼭 맞는 ‘내 자리’란 것이 있을까 의문이 들 때, 지금까지 지나온 자리와 앞으로 걸어갈 길들을 가늠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분기점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을 한다. 그것은 인생을 바꿀 큰 결심이 되기도 하고, 가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새로운 다짐이 되기도 한다.
이 책 [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은 이러한 다양한 선택과 그 과정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삶의 표정이 담고 있다. 신문사 기자에서 방송사 시사교양국PD로 그리고 다시 라디오PD로, 어떨 때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어떨 때는 떠밀리듯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 이동해 현재는 MBC 라디오PD로 일하고 있는 박정언이 그 진했던 시기를 자연스럽고 솔직한 필치로 담았다.

나에게 꼭 맞는 내 자리는 어디일까?
아직도 나는 나의 쓸모를 찾아가고 있어


힘들거나 슬플 때, 행복하거나 기쁠 때 우리는 그날을 기록으로 남긴다. 서랍 안쪽 혹은 책장 한구석에서 우리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해묵은 일기장이 펼쳐져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이라면 일기장 위에 적혔을 글들은, 요즈음에는 SNS 채널에서 한 장의 사진과 짧은 글로 그 감정을 대신한다. 어찌됐든 그날의 감정이 빼곡히 담긴 그 이야기들은 대개 시간이 아주 흐른 뒤에 다시 읽히곤 한다. 다시 읽힐 즈음에는 그날의 감정이 어느 정도 희석되었을 테지만, 그 당시의 날것의 감정을 품은 채 일기장 너머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이때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었어, 지금 너는 어때? ‘지금 너는 어떠냐’는 물음에 어떤 대답이 적절한지는 알 길이 없다. 저마다의 사연이 다른 만큼 각자가 서로 다른 일기의 흉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책 [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에는 저자가 신문사 기자에서 방송사 PD로, 그리고 그 속에서도 직종 전환을 하며 살아온 10년간의 한 시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길을 걷다 스치듯 지나가는 익명의 타인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소리의 세계’는 저자가 라디오PD로 일하며 경험한 일들이 담겨 있다. 처음 라디오PD로 시작해 ‘들려오는 것’들에 대해 좀더 섬세하게 체감하게 되며, 라디오 음악 선곡을 하며 모르는 노래가 나올 때 “아, 국영수만 하지 말고 음악도 좀 할걸”하며 후회하는 모습, DJ의 팬들이 보내온 문자를 보며 어릴 적 본인의 팬클럽 활동 시절을 생각하는 모습은 공감과 함께 웃음을 자아낸다. 2부 ‘혼자서 말 걸기’에는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며 맞지 않는 자리에서 진짜로 하고 싶은 일들 혹은 자기 자리를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갈피를 못 잡던 시절,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싶었던 내밀한 마음들을 편지를 보내듯 건네고, 각자의 자리에서 담담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발견하게 된다. 3부 ‘멈추어 듣다’에서는 길을 가다가 만난 사람들과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표정들을 담았고, 마지막으로 어릴 적 살았던 복도식 아파트, 가족과 학창 시절의 추억 등을 회고하는 4부 ‘안녕 나의 세계’로 이어진다.
살아가고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흐리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지만 돌아보면 무엇보다 진했던 한때, 이렇듯 추억은 다시 기억되기 때문에 찬란한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시간들을 거쳐 <푸른 밤 종현입니다>, <음악의 숲 정승환입니다>, 등을 연출한 라디오PD로 살아가고 있다.

그가 언제나 있고 싶었던 곳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조곤조곤 들려오는 ‘소리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저자는 어디서든 눈으로 보기보다 귀를 먼저 기울이며 거리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덧대어본다.

덜 기쁘게 살아도 좋으니
덜 슬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기록들


우리가 가장 진했던 시절은 언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때 우리는 모든 것이 흐렸고 막막했고 아무것도 몰랐다. 저자가 그려내는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어낸 감정들을 함께 따라가다보면 우리들 역시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한순간을 포착해낼 수 있을 것이다. 흐리고 어두운 그리고 점점이 사라져가는 기억들 속에서 삶의 환등기처럼 비추는 진했던 한때, 그리고 그때를 향한 노스탤지어까지. 마냥 아름답게 보이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안개의 시간을 건너왔기에, 안개가 걷힌 그 시기는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난다는 걸.

추천사

9년 전 첫 책을 쓸 때 나는 이분이 보내온 편지를 보며 책은 이 사람이 써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세월이 흘러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된 그의 책을 펼치며 나는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정도를 넘어 때때로 머릿속이 멍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 책은 이를테면, 몸에 밴 배려나 예의 같은 것들이 실은 따뜻함이나 정중함의 발로가 아니라 일종의 강박에서 비롯된 태도일 수도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쓴 글이다.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눈이 평범하고 무딘 것과는 거리가 먼 아주 섬세한 사람이 쓴 글. 그 섬세함을 과시하지도 부러 감추지도 않는 자연스러움과 솔직함으로 그가 본 세상과 자기 자신을 읽어나가는 일은 흥미롭다. 에세이라면 대개 감동이나 교훈 둘 중 하나는 노리기 마련인데, 나는 다른 책에서는 이런 글들을 좀처럼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마치 신문 사회부 기자의 사건일지를 보는 듯 감동을 자아내려는 시도는 조금도 없는 서늘함. 그 서늘함을 기어이 뚫고 나오는 일말의 따뜻함과 서글픔 같은 생의 감정들. 삶의 환등기처럼 그가 활자로 포착해낸 순간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 있다. 덩달아 나의 삶의 한 시기마저 끝난 기분이랄까.
나는 이분이 부디 계속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갈 날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 이석원 /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저자

목차

프롤로그 오래된 우편함

1부. 소리의 세계
잃어버린 대화
소리의 세계
팬클럽 평행이론
어느 무명 배우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나의 중력
국영수만 하지 말고
뉘앙스
취향의 공동체
감정 계약서
‘어디’의 사람과 ‘무엇’의 사람
눈물 냄새
커피 마셔도 될까요
푸른 밤
여러 개의 얼굴

2부. 혼자서 말 걸기
보낸편지함 : 자리 찾아가기
김부장과 손톱깎이
한강의 남자
특기는 청소
그런 적 있으신가요
어떤 날
이직
양복 뒷자락이 말해주는 것

나의 본질
어떤 하루
회사원의 사랑
선배
두번째 파업의 기억
기도하는 이유
선택의 흔적
비관으로 낙관하기

3부. 멈추어 듣다
1월 1일의 결심
라면 냄새
코털과 흰머리
온도와 습도의 병
시간여행자의 종로
대화의 태피스트리
광화문 빵집에서 헤어지는 연인
장소에 대한 사랑
강변북로의 집
웃는 주름
말의 세계
행복
광화문에서 너구리를 보았다
143번 버스의 여자
수족관에서
시간과 물건
어떤 버스
3인칭 관찰자 시점
당신의 스키드 마크
주어진 세계
라덱과 60km 청년
나는 내가 부끄럽다
기차에 대한 질투
VS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평행우주

4부. 안녕 나의 세계
과거의 나
파국적 상상력
보일러실의 비둘기
건강염려증
싫다고 말하지 못한 것
열일곱 서른둘
일기의 흉터
노래가 저장하는 것
안녕 빛의 세계
햇볕의 힘
외할머니
혹시 스무 살?
너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니가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기억에 대하여
야경과 안정감
엄마가 다녀간 자리
나의 복도식 아파트

본문중에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소리 조화의 법칙’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길 원한다면 곁에 있는 소리들과 최대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혼자 목청을 높여봤자 결국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악을 쓰게 만들 뿐이란 것이다. 그와의 짧은 만남 이후로는, 어딜 가든 눈으로 파악하기보단 귀를 먼저 여는 습관이 생겼다.
소리의 세계에 귀를 열고 나니, 그간 세상을 얼마나 시각 중심으로 살아왔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소음이라고만 여겼던 소리 안에도 이야기가 숨어 있었고, 눈을 감고 소리만 들었을 때 더 잘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관계 같은 것들이 그랬다. 대부분 어떻게 ‘보이는지’에 신경을 쓰다보니 어떻게 ‘들리는지’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소리의 세계' 중에서/ p.17)

행위는 지속될 때 빛을 발한다. 이 명제는 ‘보통의 존재’들뿐 아니라, 보통을 넘어선 특별한 존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오로지 지속될 때만이, 행위는 그 자신도 모르게 모습을 바꾸어가며 진화한다. 그러니 그 어떤 작은 가능성이라도 기대한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한다. 계속 한다.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중에서/ p.29)

한 해를 시작할 때 신과 인간이 감정에 관한 표준계약서를 썼으면 좋겠다.
주어진 계약서에 인간이 사인을 하면, 한 해 분량의 감정이 정해진다. 만약 1월에 갑작스레 슬픈 사건을 만나 100의 슬픔을 한 번에 쏟아버린다면, 그 이후에는 한 해가 다할 때까지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는 시스템이다. 물론 기쁜 일, 설레는 일, 다른 감정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덜 기쁘게 살아도 좋으니 덜 슬플 수 있다면 좋겠다.
('감정 계약서' 중에서/ p.40)

어떤 일을 가진다는 건 전인격적인 사건입니다. 일의 성격에 따라 제가 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완전히 달라지죠. 사소하게는 옷 입는 스타일부터 전화 통화에 응대할 때의 말투까지 모두 변합니다. 자주 만나는 집단이나 사람들과의 대화 주제 역시 완전히 다르죠. 제 경우엔, 심지어 자주 꾸는 꿈의 내용도 바뀌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스스로에게 조금 더 맞는 일을 찾아간다는 건 간절한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원래의 제 모습을 크게 바꾸거나 욱여넣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거든요.
('보낸편지함 : 자리 찾아가기' 중에서/ pp.63~65)

새 물건을 대할 땐 조금 더 신중해지고 지나간 물건을 통해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새 물건은 미래의 시간을, 지나간 물건은 과거의 시간들을 구획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오래 함께한 물건, 이를테면 오래 쓴 일기장 같은 건 괜히 한번 더 쓰다듬게 된다. 이 물건만이 줄 수 있었던 고요한 시간이 존재했기에.
나는 시간으로 물건을 선물하고, 물건은 내게 다시 시간을 선물한다.
('시간과 물건' 중에서/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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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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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평일의 라디오PD. 주말의 산책자.
2010년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10개월 만에 사표를 쓰고 MBC 시사교양국PD가 된다. 2014년부터는 라디오국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MBC 라디오PD로 일하고 있다. 연출했던 프로그램으로는 [윤정수 신봉선의 좋은 주말], [푸른 밤 종현입니다], [이 사람이 사는 세상], [음악의 숲 정승환입니다], [FM영화음악 한예리입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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