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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만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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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현정
  • 출판사 : 북멘토
  • 발행 : 2019년 01월 07일
  • 쪽수 : 160
  • ISBN : 9788963192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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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의 삶
잊혀진 역사를 동화로 일깨우다

독립운동가와 그 자손들의 이야기를 담은 북멘토 가치동화 서른두 번째, ?백 년 만의 이사?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열세 살 강산이네 가족을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다.
일제 강점기나 독립운동가를 다룬 역사동화들은 대개 과거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이는 당시를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옛날이야기’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있다. 박현정 작가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소재로 백여 년 전의 역사를 현재의 이야기로 소환했다. 그들의 삶을 보다 생생하고 진지하게 담아내기 위해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상상력의 살을 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주인공 강산이와 할아버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우리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강산이네와 같은 우리 곁의 평범한 가족의 역사 속에 백여 년을 이어온 시대의 아픔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자들은 유쾌하고 다정한 강산이네 가족의 이야기를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처럼 귀 기울여 들으며, 백여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건 무엇인지, 이제라도 찾아내고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독립운동가의 자랑스러운 후손?
현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내몰린 가족!
2017년 7월 서울 천연동에 ‘나라사랑채’라는 주택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그동안 고달픈 삶을 이어 온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앞으로의 생을 이어가며 살아갈 곳이다. 평생을 살아도 되는 집을 마련한 기쁨에 눈물을 삼키며 인터뷰하던 그분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시류에 맞춰 태세를 바꿔 일제의 앞잡이로, 미군정의 경찰로 모습을 바꿔 권력을 차지한 이들은 떵떵거리며 살아왔다. 그들의 친일 행적은 묻히고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은 사라져 갔다. 작가는 소외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목소리에 확성기를 대 주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어린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발로 뛰어 취재를 하고 글을 썼다.
그리하여 동네 상가 주택에 세 들어 살며 미용실을 운영하는 강산이네 가족이 탄생했다. 아이돌을 꿈꾸는 주인공 한강산을 필두로, 공부를 잘하지만 집안 형편을 생각해 일반고에 지원하는 누나, 동네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하루아침에 가게에서 쫓겨나게 된 부모님, 그리고 독립운동가의 아들이지만 나라에 인정받지 못하고 근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으며 평생을 어렵게 살아 온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강산이는 살던 집이 불이 나는 바람에 자신의 방으로 밀고 들어온 꼬장꼬장한 할아버지가 밉기만 하다. 자신이 우상처럼 따르는 현진이 형처럼 할아버지가 국회의원을 하고 아버지는 대학 교수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던 어느 날, 여름방학 댄스 워크숍비가 필요한 강산이에게 할아버지가 은밀한 제안을 하는데…….

열세 살 여름, 할아버지와 강산이가 겪은 일
세대를 넘어 역사를 이해하는 길
?백 년 만의 이사?는 열세 살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는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우리 주변 소시민 가정의 ‘현재’ 모습으로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찡하게 들려준다. 이야기의 한 축은 열세 살 강산이의 꿈을 따라간다. 강산이는 현진이 형에게 여름방학 댄스 워크숍에 참가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워크숍 참가비를 마련하기 위한 강산이와 친구 혁이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와 만난다.
그것은 독립운동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의 유공자 서훈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할아버지 이야기이다. 할아버지가 강산이에게 한 제안은 워크숍 참가비를 내 줄 테니 불난 집에 같이 가자는 것. 강산이는 할아버지가 불난 집에서 찾은 낡은 가방 속 서류가 어떤 의미인지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와 강산이의 동행은 둘 사이를 돈독하게 해 주고 어린 강산이가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이야기의 두 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적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의 진상을 좇는 과정에서 강산이는 우상처럼 우러러보았던 현진이 형네 증조할아버지가 강산이 증조할아버지를 밀고한 배신자이며 친일파라는 사실과 마주한다. 독립유공자 후손 강산이네와 친일파 현진이네로 대비되는 두 가족을 통해 각각의 후손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극명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로 인해 유년 시절의 혼란과 가난을 겪고, 해방 후 친일파로 인해 좌절하고, 한국 전쟁으로 여동생을 잃고, 도시 개발로 인해 애써 마련한 작은 집에서조차 쫓겨나 처절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 온 강산이 할아버지의 삶은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3?1 운동 백 주년을 앞둔 지금, 이제 더는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은 진짜 역사를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할 때이다. 백 년 만에 온전한 집으로 귀향한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목차

백 년 만의 이사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나는 발끈해서 화풀이를 해 대기 시작했다.
“나는요, 할아버지 때문에 창피해서 살 수가 없어요! 내 친구 정수네 할아버지는 엄청 부자라서 걔네 아빠랑 아빠 형제들한테 건물 한 채씩 물려줬대요. 정수한테 매달 용돈도 20만 원씩 준대요. 현진이 형네 할아버지는 전에 엄청 유명한 국회의원이었대요. 지금도 명절이면 선물 든 사람들이 줄을 선대요. 현진이 형은 세상에서 할아버지를 제일 존경한대요.” (40쪽)

아버지는 내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지만 나는 자꾸 어머니 뒤로 숨기만 했어. 당장이라도 이놈, 네 녀석 때문에 내가 여기 갇혀 있다고 호통을 치실 것만 같아서 겁에 질렸지. 한편으로는 우리 아버지가 나쁜 사람들이 가는 감옥에 갇혀 있다니, 엄청난 죄를 저지른 게 틀림없구나 싶었어. 어린 나는 남의 돈을 빼돌렸다는 일본 놈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거야. 아버지가 잡혀간 후 우린 일본 놈들에게 집과 재산을 모두 빼앗겼어. (77쪽)

시내에 큰 포목점까지 가진 부잣집 장손으로, 할아버지의 인자하고 넉넉한 보살핌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게 지냈던 게 불과 몇 해 전이었어. 순식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형무소에 갇히고 집이 사라졌어. 단칸방에서 춥고 배고프게 지내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학교도 갈 수 없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고 위안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 밤에 서늘하고 축축한 기분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요가 젖어 있었지. 차가운 요 위에 누워 있을 때면 아버지가 참을 수 없이 미웠어. 이 모든 불행이 아버지 때문인 것 같았지. 아버지가 죄만 짓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좋은 집에서 편안하고 풍족하게 지냈을 텐데. 나는 가죽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녔을 거야. 우리 아버지는 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78~79쪽)

“강산아, 할아비가 학원비 내주는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지? 하나는 짐 정리였고, 나머지 하나가 뭔지 알겠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모르겠는데요.”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건 바로 지금처럼 네가 할아비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거란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도무지 할아버지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비, 그리고 느이 아빠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너한테 얘기해 주고 싶었어. 우리가 힘들게 살아온 이유가 뭔지, 우리가 물려받은 게 뭔지 알려 주고 싶었다. 우린 물질적으로는 가진 게 없고 누구한테 인정도 못 받았지만 조금도 창피하지 않단다.”
순간, 내가 할아버지 때문에 창피하다고 퍼부었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121~122쪽)

“증조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킨 게 당신 잘살려고 그랬을까? 그건 아니지. 자식들을 위해서였지. 내 자식뿐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자식들이 내 나라에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하려고 말이지.” (122쪽)

사람들은 이 사건이 터질 걸 미리 알고 현진이 형과 가족들이 외국으로 나간 거라고들 했다. 현진이 형은 정말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을까? 형이 그토록 존경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비리를 저질러 구속되는 걸 보면서 어떤 표정이었을지 궁금했다. 친일파 자손이라는 걸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형도 이제는 자기 집안의 숨겨진 비밀을 제대로 알았으리라. (154쪽)

그렇게 염원하던 일이 이루어진 날, 할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할아버지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우리 아버지가 고향집을 떠나 온 것이 3·1 만세 운동 이후였다고 하니 꼭 백 년 만이구나!”
우리 가족은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해 나라에서 마련해 준 임대 주택으로 이사했다. 일제 강점기에 집을 잃고 설움과 고난의 시간을 보낸 지 백 년 만에 드디어 할아버지에게도 쫓겨날 염려 없이 마음 편하게 여생을 보낼 집이 생긴 것이다. (155~156쪽)

저자소개

박현정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7

1967년생. 대학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잡지사 기자, 방송 작가, 출판 기획 프리랜서로 일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경기도 남양주의 배밭 골짜기에서 보냈다. 그때의 다양한 경험과 추억들이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 동화작가의 꿈을 키우게 되었고, 어린이책 작가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하였다. 지은 책으로는 손양원 전기동화 '하얀불꽃', '도란도란 함께 읽는 우리 옛 이야기 열 가지'(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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