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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VOSTOK 매거진 11호 : TIME SLIP: 타임 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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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사진 속에서 마치 여행하듯 펼쳐지는 독특한 시간의 풍경들
    다채로운 시간의 감각을 일깨우는 다양한 읽을거리


    보스토크 매거진 11호 [타임 슬립]은 사진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시간의 이미지를 여행하듯 펼쳐 보여준다. 사진이 제공하는 과거와 미래의 모습은 우리의 시각적 경험을 복잡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왔다. 이번 보스토크 매거진은 동시대에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를 탐사하는 사진가들의 작업과, 시간의 복잡한 흐름이 잠시 뒤엉키거나 미끄러지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 내는 사진들을 풍부하고 섬세하게 수록하고 있다.
    또한 시인 김혜순, 유희경, 소설가 김봉곤, 물리학자 이강영 등의 에세이와 평행우주의 시간을 다루는 김동식의 소설, 예술과 사진에서의 시간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비평들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대한 독특한 감각과 경험을 일깨우는 다채로운 읽을거리가 쉼 없이 펼쳐진다.

    출판사 서평

    다채로운 시간의 이미지를 사진으로 여행하는 법

    보스토크 매거진 11호 [타임 슬립]은 ‘시간’을 다룹니다. 시간은 사진과 뗄 수 없도록 단단히 묶여 있는 존재죠. 사진은 본질적으로 과거의 한 순간을 동결시켜서 이미지의 형태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독특한 기술입니다. 사진으로 인해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이제는 늙어버린 이들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사진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일상이 지금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시간의 이미지로 가득하지는 못했겠지요.
    또한 사진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지요. 디스토피아 소설을 줄창 써대던 깁슨의 평소 성향을 생각하면 그리 밝고 명랑한 의미는 아닐 거 같긴 한데 일단은 접어두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깁슨의 말이 우리가 ‘현재’, 혹은 ‘동시대’라고 부르는 지금의 시공간이 사실 과거와 미래가 복잡하게 섞여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카메라를 들고 같은 서울을 돌아다니더라도 어떤 사진가는 빛나는 초현대적 건물로 가득한 미래의 이미지를, 다른 어떤 사진가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올 법한 음울한 도시의 이미지를 가져옵니다. 물론 그 두 모습 모두 지금 우리의 ‘현재’에 이미 존재하는 미래의 가능성이지요. 사진가들이 지금 여기에서 과거와 미래의 흔적을 사진으로 발견해 내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시간의 이미지는 점점 더 복잡하고 다채로워집니다. 즉 사진은 과거의 여러 순간들의 기록물이며, 한편으로는 미래에 도래할 유토피아를 보여주는 수정 구슬 같은 존재입니다. 어쩌면 사진을 찍고 보는 재미와 경이로움은, 이 다양하고 변덕스럽게 펼쳐지는 사진 속 시간의 이미지를 여행하듯 즐기는 데 있는 게 아닐까요?

    움직이던 것이 멈출 때, 멈춰 있던 것이 움직일 때

    자, 그렇다면 이 중요한 ‘시간’을 어떻게 멋지고 재미있는 사진 잡지의 특집으로 묶어낼 것인가? 주제와 세부 편집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보스토크 매거진 편집부에서는 격렬한(혹은 감정적인)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회의론자(이 글을 쓰는 접니다)는 뭔가 어렵고 안 예쁜 잡지가 될 것 같다고 걱정했지요.(결론적으로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긴 고민과 토론 끝에 이번호 보스토크 매거진은 [타임 슬립]이라는 조금 기묘한 제목을 달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눈을 지닌 사진가들은 우리의 일상이 낯선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즉 시간의 복잡한 흐름이 잠시 뒤엉키거나 미끄러지는(slip) 듯한 모습을 정확히 포착해 냅니다. 그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시간이 정지되거나 기묘하게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이번호 특집은 시간의 존재감을 독특하게 드러내는 사진가들의 멋진 작업을 화보로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번호 맨 앞에 수록된 모모미와 정멜멜, 자크 오렐리옹 브룅 같은 이들의 사진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들의 사진 속에서 찰랑거리는 물과 빛, 섬세하고 풍부하게 드러나는 사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멈춘 듯한데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한데 멈춘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자신이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움직이던 것이 멈출 때, 멈춰 있던 것이 움직일 때’라고 표현하는 사진가 모모미의 말은 그 이상한 순간을 잡아내는 독특한 감각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 속에서 조용히 정지해 있는 아이들을 찍은 플로리안 봉길 그로세의 사진은 세상이 멈춘 듯 꼼짝할 수 없는 유년의 어떤 기억을 불러옵니다. 중국 사진가 뤄양은 송곳 같은 말과 가시 같은 장면이 각자의 작은 세계를 찌르고 베어오던 어느 시절을 묘사하고, 마리엘라 싱카라는 자살한 아버지와 같은 나이의 노인들을 카메라로 찍으며 아버지가 살지 못한 미래의 시간을 더듬습니다. 까미유 레베크는 다양한 시공간에 찍혀진 각자의 가족사진을 퍼즐처럼 맞추며 접합되지 않는 시간의 파편의 어긋난 이음새를 드러냅니다.
    이외에도 서울의 지속되는 순간을 찍은 패션 사진가 김현성의 스냅 사진과 서울의 미래적 속성을 현란하게 드러내는 KDK의 사진, 쇼와 시대가 지금도 지속된다면 일본의 모습은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기묘하게 뒤섞은 이미지 세계인 카즈요시 우스이의 [쇼와Showa] 시리즈, 매일 작은 방 안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작은 창문 유리에 조금씩 다르게 깃드는 빗살을 발견하는 미즈키 킨의 사진, 다양한 시간대의 사진을 콜라주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드는 신지효의 작업 등이 다채로운 화보로 펼쳐집니다.

    시간의 묘한 감각을 일깨우는 에세이와 비평, 소설

    사진 외에도 이번 보스토크 매거진은 시간의 묘한 감각을 다양한 스펙트럼의 글쓰기로 드러내는 열두 편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가 동시적으로 얽히는 시인의 행성에서 소설가 최인훈 선생과 평론가 황현산 선생을 기억하며 말을 거는 김혜순 시인의 에세이,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보내는 한 시간 사십오 분의 시간 동안 유령처럼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과 감각에 대해 생각하는 유희경 시인의 에세이는 천천히 적요롭게 읽힙니다.
    또한 피아니스트를 찍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생의 감각으로 충만한 콘서트홀의 음악과 산문 글쓰기를 대비하는 소설가 김봉곤과, 자신의 인생을 ‘죽음이라는 마감이 있는 장기 프로젝트’로 간주하며 마감이 주는 ‘시간이 잘게 쪼개지는 감각’에 대해 묘사하는 창작자 최서윤, 시간을 채집하는 저널리스트로서 되돌릴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세계의 감각에 대해 말하는 기자 김인정, 허블 망원경이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응시하며 우주의 광대함과 장구한 시간의 심연을 설명하는 물리학자 이강영의 글 들이 사진가 박현성의 반짝이며 명멸하는 일상의 사진과 함께 독특하게 교차됩니다.
    뿐만 아니라 기묘한 평행우주를 다루는 김동식의 소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물을 담는 아카이브로서의 예술의 기괴한 욕망에 대해 쓰는 영화평론가 유운성의 묵직한 비평, 미술가 최진욱과 이혜인, 이은새의 ‘사진적 회화들’에서 회화가 상기시키는 사진의 시간성을 읽어내는 안소현(아트스페이스 풀 디렉터)의 비평, 타임라인에서 오가는 사진들의 작동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비평가 이기원의 글, 서른한 살의 나이에 트럼프 타워의 건축 책임자가 되었던 능력 있는 어머니가 트럼프의 교묘한 성차별을 고발하고 투쟁하는 긴 시간이 낳은 다양한 사진 이미지를 책으로 엮은 서른한 살의 미국 사진가 레스(RES)의 작업을 소개하는 감정사회학 연구자 김신식의 글, 미치오 카쿠의 [초공간]에서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그리고 SF 소설가 필립 K. 딕, 테드 창에 이르는 열한 권의 책으로 구성한 출판 편집자 최원호의 시간여행에 대한 도서 목록까지, 이번 보스토크 매거진은 시간의 독특한 감각을 일깨우는 다채로운 읽을거리가 마치 여행하듯 펼쳐집니다.

    목차

    [VOSTOK] 2018년 9-10월호 / VOL. 11

    특집 │ 타임슬립(TIME SLIP)
    001 Light and Matter _ 모모미
    010 Melting Frame _ 정멜멜

    018 After Anna _ Jacques Aurelien Brun
    038 Crystallized _ 박현성

    040 죽음이 먼저인 행성에서 _ 김혜순

    046 한 시간 사십오 분-서울에서 광주 혹은 광주에서 서울_유희경

    052 플래시백이 없는 동안 _ 김봉곤

    058 반백수의 시간 관념_최서윤

    064 리와인드 _ 김인정

    070 시간을 담은 사진_이강영

    074 The Seasonal Scrapings _ 신지효

    082 [소설] 이상한 아르바이트 _ 김동식

    090 The Timeless Moment in Seoul _ 김현성

    100 sf.Sel _ KDK
    110 Showa 88-96 _ Kazuyoshi Usui

    124 Lights & Ether _ Mizuki Kin

    134 사진 없는 유토피아_유운성

    140 회화 속 사진적 시간_안소현

    148 타임라인 위에서의 시간 _ 이기원

    152 나의 서른한 살_김신식

    162 시간여행의 이해를 돕는 과학/소설 읽기 _ 최원호

    170 Als das Kind Kind war _ Florian Bong-Kil Grosse
    180 Girls _ Luo Yang

    192 Moises _ Mariela Sancari

    202 Universal Truth _ Camille Leveque

    212 [화면 조정 시간] 김경태, 비(非)투시도법적 종합 _ 윤원화

    226 [사진집 아나토미] 큐레이터의 책 만들기 _ 이사빈 x 김현호
    238 [전시 셔틀]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_ 이기원

    244 [도킹! 2018] 사진 아니면 설거지밖에 _ 최다함 인터뷰 _ 김현호
    256 [에디터스 레터] 누구에게나 충분히 _ 박지수

    본문중에서

    그럼에도 나는 시란 시간이라는 망각의 폭력성 속에서 살아가는 자가 내 미는 어떤 ‘확산의 디테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디테일로 시간의 구성을 파고드는 존재의 기획.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서 감응이 일어나고, 그 다음 두 사람의 변신이 도모되는 과정. 이 과정은 시간의 계량적 전개를 뛰어넘는 어떤 ‘하기’라고 생각해왔다.
    ('죽음이 먼저인 행성에서' 중에서)

    분명 나는 기차 안에서 ‘당장’이라는 시(時) 개념 안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정확히는 못한 채) 거의 지 워진 채로 내가 없는 곳을 공상하면서 기쁨을 느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것은 기묘한 공간감이었다. 출발해 ‘버렸고’ 도착할 ‘예정’이었고 ‘여기’와 ‘거기’라고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뒤틀리지 않았다. 왜곡 없는 직선이었다. 예정은 결과로 도출되고 결과는 다른 예정으로 가고 있었다. 사라지지 않았다. 있지도 않았다. 지워지고 나타나는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그 정해진 수순에서 나의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
    ('한 시간 사십오 분-서울에서 광주 혹은 광주에서 서울' 중에서)

    그를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여기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그는 나의 연인도 아니었으며 친구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죄책감 없이 좋아하게 된 첫사람,이라 말하자니 조금은 비장해지고 엷은 꽃잎처럼 내 인생에서 가볍게 떨어져나간 사람이라 말하려니 약간은 부족하다. 그를 떠올리다 선별되고 산란되고 얼었다 녹기도 하는 마음을, 흩어지고 고이고 멈추고 끝나는 사랑을 떠올리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테다. 너무 많은 것을 닮은 사랑과 시간은 닮았다는 생각을, 그것에 대해 느긋하게 말하기에는 역시 산문이 좋겠다는 매일 하는 생각을, 마치 처음인 듯, 또 한 번 되풀이한다.
    ('플래시백이 없는 동안' 중에서)

    인생이라는 시간을 형상화할 때 소쿠리가 떠오른다. 여러 추억이 방울방울 여물어 소쿠리에 소복이 싸여있는 모양. 그 ‘추억방울’들이 즐거움, 몰입감, 성 취감 등 아름다운 색채의 것이었으면 한다. 물론 스트레스와 고통의 결정체가 없을 수는 없겠지. 그래도 가능한 적었으면 한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제거하려 궁리하고 좋은 기분과 만족감을 주는 일을 좇는다. 결국, 쓸데없는 일로 시간 보냈어도 즐거웠으면 됐다고 생각하며 죄책감 느끼지 않는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다.
    ('반백수의 시간 관념' 중에서)

    세상은 우리를 사초를 쓰는 현대의 사관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날마다 ‘오늘’ 일어난 일을 쫓아다니는 자신을 자조적으로 ‘하루살이’라 부른다. 세상에 존재하는 숱한 이해집단을 모두 만족시키는 문장은 드문 것이어서, 편집된 기사를 공기 중에 날려 보내고 나면 원망이 섞인 말들을 듣는다. 왜곡이나 곡해 없이, 균형을 잡았다고 믿고 싶지만, 이 직업의 본질이 양면적이다. 균형감을 강조하면 서도 어떤 시간에 더 주목할지, 어느 쪽의 어떤 말을 들을지에서 이미 균형추를 어디로 기울일지 결정해야 한다. 객관을 추구하면서도 저널리즘의 본령에 따른 것일지라도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하게 된다. 과연 오늘의 판단이 맞나, 제대로 편집했나에 대한 의심, 취재원들의 다양한 반응은 저녁 뉴스가 끝나는 밤이 되면 칼이 되어 목 안으로 들어온다. 목으로 삼킨 칼자루는 횡격막 근처에 차곡차곡 가라앉아 있다, 퇴근 무렵 홀로 운전대를 잡고 덜컹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면 질서 없이 무너져 내려 내부 어딘가를 형편없이 찢어놓는다.
    ('리와인드' 중에서)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은 허블 딥 필드 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사진이 바로 아득한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본 모습이다. 수많은 은하가 보인다. 우리 은하와 같 은 나선 은하도 있고, 멀어서 그저 별빛처럼 보이는 은하도 있으며, 더욱 멀어서 희미한 흔적만 보이는 은하도 있다. 이 은하들은 아득한 거리를 유한한 속력으로 날아온 빛에 실린, 까마득한 태고의 존재들이다. 딥 필드는 우주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모습을 한 장에 간직하고 있는 사진첩이다. 우주의 사진이란 언제나 이렇게, 그 안에 시간까지 함께 담고 있다.
    ('시간을 담은 사진' 중에서)

    공 박사가 죽은 지 3개월. 나는 매주 지하실에서 로또 당첨 번호를 검색했고, 그 페이지를 찍은 사진을 과거로 보냈다.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매주 교회 가는 길목에 잠깐이다. 또 정말로 로또에 당첨될지도 모른단 기대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번 그의 이메일을 확인해도 새로운 메일은 도착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에게 배운 대로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이상한 아르바이트〉중에서

    만물의 아카이브, 완전한 박물관의 21세기적 은유의 후보로 그럴싸한 것은 미술관이 아니라 가상현실이 아닐까? 가상현실을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면서 이를 사진, 영화, 비디오 혹은 게임과 같은 계보에서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가상현실은 사진, 영화, 비디오, 게임은 물론이고 책, 음악, 회화, 조각, 건축, 공연 및 나아가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을(심지어 가상현실 그 자체를) 그 세계 내에 포괄할 수 있는 메타적 매체의 이념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사진 없는 유토피아' 중에서)

    회화는 사진의 시간을 불러옴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갱신하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은 그 불러온 시간이 왜 갱신된 사진의 시간일 수는 없는가 하는 것이다. 사진의 시간은 어쨌거나 기계의 시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사진가의 존재를 위태롭게 할 만큼 자기 파괴적인 시도로 이어져 왔는데, 회화는 그런 아슬아슬한 사진의 시간을 빌려올 수는 없는 것일까? 사진이 회화에게 동시대 미술관의 인류학 유물 같은 존재로 머물 이유가 없다면 회화의 사진 참고문헌은 여전히 업데이트를 요한다.
    ('회화 속 사진적 시간' 중에서)

    이미지 자체를 제외하고, 사진에서 읽어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는 아마 시간일 것이다. 우리는 사진이 필연적으로 그것이 촬영된 순간에서부터 끊임없이 과거로 떠내려간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사진 속 이미지만 보고 언제 찍힌 것인지, 그러니까 얼마나 과거로 밀려난 사진인지 판독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리고 그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타임라인 위에서의 사진' 중에서)

    무엇보다 내가 이 사진집에 끌리는 이유는 이미지의 할애다. 레스(RES)는 비판하려는 트럼프 위주의 이미지보단 세상과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어머니의 모습에 중점을 두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국내에도 트럼프를 조명하는 도서가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덴 트럼프의 정신장애를 진단하는 정신의학적·심리학적 진단서도 일정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책들이 트럼프에게 ‘정신 장애를 겪고 있는 대통령’이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부여하는 데만 복무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나의 서른할 살' 중에서)

    ‘시공’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받아들여지면서 태어난 단어다. ‘시간 및 공간’이라는 평범한 뜻의 축약어처럼 보여서 자주 오해를 사는 이 단어는 실제로는 시간과 공간이 통합된 물리적 환경을 뜻한다. ‘시간과 공간’이 아니라 ‘시-공-간’이다. (...) 그러니까 시간은 물리적 환경에 따라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멈추거나 역행하거나 도약할 수 있다. 불변하는 시간 속에 영영 사로잡힌 줄만 알았던 인간들은 이 새로운 상식을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종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어질 도서 목록은 그 꿈의 목록에 가깝다. 이 꿈들 중 일부는 현실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예정이다.
    ('시간여행의 이해를 돕는 과학/소설 읽기' 중에서)

    인간은 여러 가지 형태의 세계상을 만들고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데, 그것이 언제나 투시도법적으로 조망되는 삼차원 공간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때로 화가가 만든 평평하게 물결치는 공간에 잠기기도 하고, 필자와 그래픽 디자이너 가 구축한 평평하고 복잡한 구조의 정보 공간에 머물기도 한다. 이 평면들은 단순히 납작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정신적인 것도 아니지만 나름의 규칙에 따라 세계를 담는다. 김경태는 사진을 통해 이런 재현의 평면을 구성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이는 세계를 다르게 보고 새롭게 지어 올리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
    ('김경태: 비(非)투시도법적 종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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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보스토크 프레스 편집부 [편저]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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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수 0권

    구병모, 곽재식, 배명훈, 정세랑, 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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