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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일상을 뒤흔드는 영화 스토리의 힘은 의외로 강합니다
해리슨 K의 영화 리뷰 32편은 지친 어깨를 다독입니다

오늘도 한 편의 영화를 꺼내봅니다. 슬픈 이별 영화를 볼까요. 사랑으로 질주하는 해피엔딩 영화를 볼까요. 시퍼런 칼날 같은 메시지가 꽂히는 독립영화를 볼까요. 인생에는 수많은 수수께끼와 우연성이 숨겨져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내도 그 비밀을 다 헤쳐 볼 순 없습니다.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챌 즈음이면 짧은 생은 벌써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비밀을 여는 열쇠를 다양한 영화와의 만남을 통해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는 수많은 스토리가 희로애락의 물결과 파란만장의 파도를 타고서 넘실댑니다.
우리는 타고난 바보나 소심한 겁쟁이가 아닙니다. 생계와 생존의 현실에 갇혀 있다 보니 마음은 작아지고 시선은 좁아졌습니다. 생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삶의 동선은 짧아지고 협소해졌습니다. 바로 이때 영화는 소심함과 타성을 깨뜨려줍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을 한번쯤 달리 살아보게 합니다. 영화는 당연한 것에 한번 문제를 제기해보라며 지친 제 어깨를 툭툭 건드립니다.

영화는 스토리를 품고 있습니다. 멋진 스토리는 지친 인생을 독려하고 다시 일어서게 해줍니다. 시네마 스토리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에 의해 스토리텔링(storytelling)됩니다. 주인공의 무표정은 무엇을 숨기고자 함일까. 일관된 영화세트 색채은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여주인공의 드레스 코드는 무슨 의도일까.
영화를 고르며 영화 속에 숨겨진 연출의 메타포를 스토리텔링해주는 스토리텔러를 상상하는 것. 첫 관람은 혼란을 던져주었으나 두 번째 세 번째 관람을 거치며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 보입니다. 이 과정은 흥분되는 시간입니다.
영화 리뷰는 세상과의 소통장치입니다. 여기 32편의 영화 리뷰는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며 잊힌 사랑을 다시 불러보는 한 남자의 가슴앓이입니다. 원고를 쓰는 시간은 휘청거리는 제 삶의 일기 쓰기였습니다. 우리는 영화를 즐기면서 공감능력을 키우고 표현의 다양한 기법을 배웁니다.
둔감해져가는 순수를 깨닫고 타인의 삶을 엿보기도 합니다. 사회적 소수를 대변하는 영화는 완고한 근본주의의 횡포를 고발합니다. 멋진 영화는 열린 사회 열린 의식을 보여줍니다. 주류 프레임을 의심하고 비주류의 생기발랄함을 앵글에 담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극장의 전등에 불이 들어옵니다. 객석에서 일어나니 영화의 여운이 밀려옵니다. 함께 관람한 사람들과 씨익 미소를 나눕니다. 이때 제 삶은 한 뼘 더 넓어집니다. 슬픔에 공감하고 사연에 교감하면서 어느덧 상처받은 마음은 위로받고 다시 살아가게 합니다. “인생을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영화의 힘은 의외로 강합니다.

1.<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삶은 스토리를 먹고 자랍니다
2.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여자와 남자가 서로 같은 꿈을 꾼다면 어떻게 될까
3. <캐롤> 우린 서로에게 놀라운 선물이야
4. <지니어스> 천재 소설가가 천재 편집자를 만났을 때
5.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스본에서 발견한 생의 후반전
6. <내일을 위한 시간> ‘쓰러지는 법’이 ‘일어서는 법’
7. <파리로 가는 길> 53세 앤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8.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부르고뉴 와인 한 병 속에 담긴 것
9. <굿 윌 헌팅> 충고보다 한마디 위로의 말이 필요할 때
10. <미라클 벨리에> 딸의 목에 손을 대고 딸의 노래는 듣는 아빠
11. <그대를 사랑합니다> 황혼기에 피어나는 러브 스토리
12. <킹스스피치> 영국 조지 6세의 장애 극복 실화
13. <에곤 쉴레> 젊어서 부족했고 천재여서 안타까운
14.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왜 하녀가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있을까
15. <러빙 빈센트>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에 직접 와 있는 착각
16. <내사랑>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17. <폭스캐처> 남자의 인정 욕구, 남자의 삶을 삼키다
18. <팬텀 스레드> 여자를 장악하려다 장학당하는 남자
19. <튤립피버> 욕망을 넘어선 광기, 광풍을 넘어선 투기
20. <라쇼몽> 인간은 믿고 싶은 대로 기억한다
21. <색, 계> 남자가 사랑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까닭
22. <엘 시크레토> 미완성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나요
23. <덩케르크> 당신 가슴을 옥죄는 고밀도 생존 체험
24. <마션> 외로운 남자의 400일 화성 생존 투쟁기
25. <인터스텔라> 사유 깊은 연출과 천재적인 영상 편집력
26. <스포트라이트> 가톨릭교계 수천 년 ‘침묵의 카르텔’을 파헤쳐라
27. <노스 컨츄리> 아담과 이브 때부터 남자는 치근거려 왔다고?
28. <역린> 망해가는 조선, 정조의 마지막 몸부림
29. <명량> 그의 조국은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30. <남한산성> 비루한 리더십은 역사의 죄악 행위
31. <왕의 남자> 흥청망청의 유래를 아시나요
32. <택시운전사> ‘광주사태’로 낙인찍힌 광주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