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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인생

원제 : 街の人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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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장자리 인생들의 이야기, 보편적인 서사가 되다

이 책은 외국인 게이, 트랜스젠더, 섭식 장애인, ‘마사지 걸’ 싱글맘, 노숙자 등 ‘특이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과 사회학자가 나눈 인터뷰를 엮었다. 짧은 질문과 두서없이 이어지는 대답, 말줄임표와 멋쩍은 웃음에 그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개인의 생활사는 어떻게 우리의 보편적인 인생 이야기가 되는가.

출판사 서평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의 저자 기시 마사히코,
‘내가 아닌 나’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다

◈ 듣는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의 인터뷰집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은 기시 마사히코의 전작인 인터뷰집 [거리의 인생]이 출간되었다. 이 인터뷰집은 저자의 주요 학문적 방법론인 구술 채록을 생생히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이라는 독특한 책을 틔워 낸 싹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사람들, 일본계 남미 출신 게이, 트랜스젠더, 섭식 장애인, 성 노동자(‘마사지 걸’)인 싱글맘, 노숙자 등과 나눈 인터뷰가 실려 있다. 저자와 그의 제자들이(두 편 인터뷰) 대면 또는 전화로 나눈 다섯 편의 인터뷰를 저자가 최소한의 편집을 거쳐 다듬은 내용이다.
이 책에서 인터뷰어들(저자와 그의 제자들)은 인터뷰 대상 인물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되 그들의 이야기에 함부로 개입하거나 정리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로 인해 인터뷰 대상자들은 흔히 ‘소수자’라고 일컬어지는 인물들임에도 선정적으로 대상화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저자가 평소에 전혀 알지 못하던 인물과 인터뷰를 나눈 경우도 있지만,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라포르rapport)에 있었던 인물들과 나눈 인터뷰에서도 적정한 선을 넘는다 싶은 경우 바로 물러서 이런 태도와 거리는 잘 유지된다. 이러한 미덕은 ‘소수자’인 이들의 인생사를 나와 무관한 사람들의 것으로 주변화하지 않고 ‘내가 아닌 나’의 평범한 인생 이야기로 읽을 수 있게 한다.

◈ 외국인 게이, 트랜스젠더, 섭식 장애인, ‘마사지 걸’ 싱글맘, 노숙자가 들려주는 생활사
이 책에 나오는 다섯 사람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정상성에서 다소 벗어난 이들이다. 남미 어느 국가 출신(가명으로 처리됨. 이 책에 나오는 인․지명 등 대부분의 고유명사는 가명)으로 일본계인 루이스는 청소년기에 일본에 온 이래 외국인으로서, 게이로서 ‘이중의 소수자’로 살아왔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일본에 와서 명문대 법학부에 입학해 차별받는 외국인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고, 정규직 취업에 실패하여 파트타임 노동자로 살면서 겪은 노동 현실을 들려주기도 한다. 자신의 조국과 일본 사회의 부조리, 자신의 정체성이 지닌 한계를 모두 체감한 그는 일본의 다수자라면 알기 어려운 예리한 현실 인식을 보여 준다. 트랜스젠더인 리카는 성소수자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무너뜨린다. 일찌감치 자신의 성정체성과 재능을 깨닫고 ‘뉴하프’(여성의 모습으로 주로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로 살아가기로 결심하여 이를 실행에 옮긴 적극적인 소수자다. 그가 보여 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연애에 대처하는 자세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뚜렷한 이유 없이 섭식 장애를 겪어 온 마유는 자신의 병증을 곰곰이 고찰하고 질병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 반대하는 논문을 쓰는 등 사회적 차별이나 편견에 맞서는 운동을 모색하는 확장된 관점을 갖게 된다. 거품 경제기 호황을 누리다가 몰락한 남편의 빚을 떠안고 세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인 요시노는 출장 마사지업(일종의 성 산업) 종사자다. 생활 보호 수급자인 그녀는 빚을 청산하고 업계에서 떠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수급에서 제외되자 다시 업계로 돌아오는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의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차마 말하지 못하는 보통의 어머니로서의 모습과 성적 서비스의 양태에 따른 다양한 조어(造語)가 있을 만큼 세분화, 고도화된 일본 성 산업의 단면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출생 연도와 출생지, 본명조차 불명인 노숙자 니시나리 아저씨는 전쟁과 거품 경제, 지진 등 일본 사회의 변천과 함께 흘러온 자신의 인생 역정을 들려준다. 도박 빚을 감당하지 못해 아내에게 말도 없이 집을 나와 떠돌이 노동자로, 노숙자로 살아온 그의 이야기에는 변명과 허세, 회한, 불완전한 기억이 뒤죽박죽되어 있다. 노숙자임에도 삶의 질(매식, 커피, 담배 등)을 고집하고 돌봐 주는 이 없는 자신의 마지막을 걱정하는 보통의 노인이다. 신원 미상인 이 노숙자를 수소문한 저자에게 며칠 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져 읽는 이로 하여금 그의 인생을 좀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

◈ ‘가장자리 인생’ 이야기, 가장 보통의 서사가 되다
저자는 우리의 인생, ‘나’라는 존재 역시 ‘단편’이라고 말한다. 여기 실린 개인의 생활사 역시 각자의 긴 인생에서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 전체에서 보면 단편적이더라도 각각의 서사는 생생하고 완결되어 있고, 세계 자체와 비슷한 의미와 무게와 폭을 갖고 있다. 그는 이 ‘단편의 단편’을 될 수 있으면 그대로 기록하여 ‘인생의 모습에 가까운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서 자신의 생활사를 들려주는 사람들은 특출한 사람, 뛰어난 사람에 대비하면 보통 사람이며, 사회적 정상성의 범주에 대비하면 소수자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모두가 자신이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생각하고 싶은) 보통의 범주와 이들 ‘소수자’의 범주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들이 들려주는 각자의 어둠과 난관은 우리 모두가 맞서 싸우고 있는 각자의 무게와 질곡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의 인생을 본질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 선택이 가능한 경우라도 그 이유와 결과가 같지 않다는 점, 그럼에도 선택지 가운데 최선의 것을 혼자 선택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은 이들의 이야기를 평범하고도 위대한 서사로,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사회적인 서사로 읽게 만든다.

추천사

각자의 인생을 비교하고, 그 인생에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인생이 통계표의 숫자로 환원될 수 있을까?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는 그럴 수 없다고 단호히 대답한다. 그리고 모든 인생은 비교 불가능한 고유성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다섯 명을 인터뷰했고 기록으로 남겼다.
마치 다섯 명이 모두 주인공인 옴니버스 로드무비를 보는 느낌이다. 이 영화를 닮은 인터뷰집에서 이 다섯 명은 사회적 인정과 대우와 상관없이 각자 모두 주인공이다. 기시 마사히코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을 버림받은 사람, 내쳐진 사람, 감추어진 사람, 숨어 있어야 하는 사람, 발언해서는 안 되는 사람, 부끄러워해야 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생이 담긴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변신시켰다. 감히 사회학의 힘이라 말하고 싶다. 기시 마사히코처럼 나도 사회학자임이 자랑스러워졌다.
- 노명우

목차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006
머리말 008

루이스-국가, 가족, 사랑 021
리카-‘여자 되기’ 097
마유-병, 존엄, 회복 147
요시노-싱글맘으로서, 마사지 걸로서 191
니시나리 아저씨-길거리 그리고 전쟁 251

맺음말 355
옮긴이의 글 360

본문중에서

여기에 있는 서사는 최소한의 시간에 급한 걸음으로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그 사람의 인생 전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생 전체에서 보면 단편적이더라도 각각의 서사는 지극히 생생하고, 한 편으로 완결되고, 매우 자극적이고 시사적입니다. 이 책의 서사는 각각 단편이면서도 세계 자체와 비등한 의미와 무게와 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음으로써 겨우 몇 시간 동안이지만 ‘내가 아닌 나’의 인생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인생 기억이나 시간, 감정, 경험을 더불어 나눌 수 있습니다. 생활사를 읽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지 않은 또 다른 우리 인생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별개의 우리 인생’도 단편일 따름입니다. 다만 그 단편을 통해 우리는 ‘내가 아닌 나’의 가능성을 훨씬 더 멀리까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또 ‘지금의 나’로 돌아오고 말지라도....
('머리말' 중에서/ pp.13~14)

일본인이라고 할까..., 음...., 뭘까, 내가 제일 화가 났던 건, 저, 뭐였더라. 리먼 쇼크 때, 그럼 항공권 사 줄 테니까 가라, 이런 말은, 그건 정말 화가 났어(2009년, 일자리가 격감해서 생활이 파탄 난 브라질인 등 외국 국적의 주민이 속출했고, 주로 일본계 남미 사람에 대해 귀국할 비용을 일본 정부가 부담한 일. ‘귀국 지원금’이라고 불렀는데, 이 비용으로 돌아가면 일정 기간은 일본에 재입국할 수 없는 등 제한이 있었다).
무슨 소리지? 무슨 말을 하고 있어?! 그런 생각이 들었지. 어쩐지...
('루이스-국가, 가족, 사랑' 중에서/ p.74)

강의 때 남학생한테 물었어. 친구가 게이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커밍아웃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요즘 애들이니까, 대체로 "전혀 상관없어요" 하더라고. 그런데 한 아이만, "나한테 다가오면 좀 곤란하긴 하지요" 하더라.
그렇지? 그러니까 다가오면(덮치면) 어떡하느냐, 그런 생각이지? 나 참, 네가 그렇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면박을 주고 싶어. ...(중략)...

그렇다면 넌 길에서 스치는 여자 엉덩이는 전부 만지냐고 묻고 싶겠지? (웃음)
맞아, 그렇다니까. 넌 치마만 둘렀으면 전부 그런 눈으로 보느냐고 말이야. 그렇게 허구한 날 덮치고 싶어? 이렇게 쏘아 주고 싶다니까.
('루이스-국가, 가족, 사랑' 중에서/ pp.92~93)

난 편견에 찬 말을 듣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는 않은데, 그래도 안타까우니까, 한 번쯤 직접 보고 나서 생각하고 말을 해 보라고 해. 한 번 보라고 말이야. 그러고 나서 좋다든지 싫다든지 말하라고 해. 안 그러면 아무런 설득력도 없잖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 보라고.... 그래야 하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해. 그게, 같은 인간으로 대하는 느낌이지.

어떤 세상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든지, 그런 거 있어?
음, 글쎄. 어떤 세상이 되면 좋겠느냐고? 모든 차별이 없어지면 좋겠지. 그게 없어지면 다른 게 곤란해지는 일이라도 있을까? 그래서 차별이 없어지지 않는 걸까?
('리카-여자 되기' 중에서/ pp.142~143)

...어떻게 하면 나을까?
글쎄요, 근거 없는 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난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십 년, 몇 십 년....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절대 무리라고, 낫지 않는다고, 설사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는 걸, 멈추는 날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그게 지금의, 내 현실이니까요. 엄청 시간이 걸렸어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음.... 낫는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회복론이라는 게 있지요? 회복에 관여하는 거, 증상이 없어지는 거, 그거 이퀄 회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았다, 낫지 않았다, 난 이런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나 혼자서도, 건강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밖에는 가능하지 않다고 할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서 나았느냐? 이렇게 물으면 지금도 대답할 수 없어요. 무엇을 가리켜 회복이라고 하나요? 그러면 증상이 없어지면 사람은 회복한 걸까요? 증상이 없어져도 괴로워하는 사람을 잔뜩 보아 왔기 때문에, 문제는 증상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
으음..., 회복..., 그렇다면 거꾸로, 회복이라는 건 어떨까요? 그건, 어떤 것일까요? 아하하.
('마유-병, 존엄, 회복' 중에서/ pp.173~174)

현재 서른여덟이지요?
지금 서른여덟이에요. (서른여섯쯤에 일단 그만둔) 그다음? 그다음에는..., 선술집에서 일하거나 했어요. 음. 역시 여유 있게 지내고 싶어서요. 모자(母子) 가정, 이니까요.
저기, 금액이 같은 금액밖에 받지 못하잖아요. 같은 금액이랄까, 저, 생활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요....(중략)...
그런데 저, 그러니까, 아이가 셋이나 있어요. 그래서요. 저기, 초등학교에 들어가거나, 중학교에 들어가거나, 그런 단계가 꽤 있잖아요. 아이들은요. 그럴 때, 중학교까지는 생활 보호요, 생활 보호를 내주지만, 고등학교는 나오지 않거든요. 전혀요. (학비 이외에도) 교복이니, 뭐니, 그렇게, 처음에 들어가는 돈을, 왕창 들여야 하잖아요, 고등학교 가면요. 그런 돈은 하나도 내주지 않아요. 예, 그래요. 부모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돈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건 참 이상한 일이지요.
우후후. 그러니까, 역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니까, 일을 해야지요.
('요시노-싱글맘으로서, 마사지 걸로서' 중에서/ pp.204~205)

거기에서 망해 버렸어. (복구 사업 수요가 한 단계 감소하면서) 일거리가 없어졌거든. 그래서 100명 있으면 50명 줄여야 한다는 거야. 그럼, 옛날부터 오래 일한 사람이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새로 온 사람을 그만두게 할까 하는 얘기가 나왔어. 절반쯤 난..., 일을 하지 못했어. 일을 그만둔 거나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오사카로 와서, 돈이 없으니까, 텐트라고 하나? 텐트 생활 말이야, 전혀 (무료 급식 같은 정보를) 알지 못했어. 그래서 아까 얘기한 것처럼 된 거야. 이리 가서 밥 얻어먹고, 저리 가서 밥 얻어먹고. 잘 때는 밤에 골판지 상자 안에서 자고. 역 안 벤치에서 자기도 하고. 온갖 별짓을 다 했어. 그래서 내가 경험 좀 했다고 말하는 거야.
참, 그거 말이야, 자고 있으면,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랬는데 그때 마침 툭툭 치는 거야. 눈을 떠 보면 (야간 순찰 스태프가) "몸은 괜찮습니까?" 물어. 괜찮다고 하면,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몸조심하세요" 그러고는 가 버려. "나 참, 모처럼 기분 좋게 자는데, 추워 죽겠네, 왜 깨우고 야단이요? 깨우지 말란 말이요." 그런데 저기 가면 오늘 따뜻한 된장국과 주먹밥을 준다고 알려 줘. 그러면 거기에 가 보자, 하고 가서, 거기 가서 자고 있잖아? 그러면 역시 밤에 다들 그리로 모여들어. 그러니까 머릿속에, 저기 가면 어느 요일 밤에, 거기로 가면 밤에 주먹밥과 된장국을 주겠구나. 그러니까 거기 가서 잠을 자자, 그런 생각만 해.
('니시나리 아저씨-길거리 그리고 전쟁' 중에서/ pp.263~264)

난, 인생 참, 멍청이였다고 생각하거든. 지금 일흔 몇인데도 말이야. 그 인생의 삶을, 삶의 방식, 삶의 방향을, 방향을 잘못 잡았구나, 생각해.
벌써 내가 지금 일흔일곱이잖아? 일흔일곱이 되도록, 성인이 되어, 무슨 일을 했나, 생각해 봤어. 그랬더니 아무것도 여기에 남아 있지 않은 거야.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 무덤이라도 마련하고, 유족이 무덤을 만들어 주기라도 하잖아. 나 같은 건, 아-무도 무덤을 만들어 주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무연고자 묘에 들어가야 하겠지. 음, 그야 물론 넣어 주겠지. 그런 곳이 따로 있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도, 추석 같은 때 성묘랄까, 뭐, 보통 사람도 그렇겠지만. ...없을 거야.
그리고 또, 전혀, 이런 생활에는 그게 없어. 죽으면, 죽은 다음은 딱히 생각한 적이 없지만....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다, 보통 가정이라면 감기 들어서 앓아누워 있으면 말이야. 감기 들면 수건 한 장이라도 여기에 대 주잖아. 열 있으면. 아무도 그런 것 해 주러 오지도 않고, "어라, 감기 들었어?" "응, 감기 들었어." 그걸로 끝이야. "조심해야지," 이런 말은 누구나 하잖아. 감기 들면 안 된다고 말이야. 그런 말 들으면 고맙다는 마음은 들지만, 그다지 뭐....
('니시나리 아저씨-길거리 그리고 전쟁' 중에서/ pp.307~308)

‘사람의 생활사란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잘난 사람이나 뛰어난 업적을 쌓은 사람, 또는 특이한 경험을 가졌거나 훌륭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워서 읽는 사람을 질리게 하지 않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재주가 별로 없기 때문에 실은 조사나 취재 때문에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는 일은 고통스럽기조차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긴장과 불안을 극복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이 일을 선택한 보람을 느낍니다.
나는 이제까지 몇 백 명의 사람들과 만나 생활사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직접 구체적인 개인과 만나 이야기를 계속 듣는 조사 방식은 힘들고 지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제까지 참 많은 사람들과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람들과 만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싱글맘인 요시노 씨는 오사카와 모리오카를 잇는 한 가닥의 전화선으로 이어졌을 뿐, 이름도, 얼굴도,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요시노 씨와 유흥업에 종사하는 요시노 씨, 이 둘의 생활이 지닌 양 측면을 동시에 들은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뿐이겠지요. 그것은 한 사람의 여성이 살아가는, 가족조차 모르는 생활사입니다 아마도 그 작업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맺음말' 중에서/ pp.355~356)

저자소개

기시 마사히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7~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7년생으로 사회학자다. 오사카시립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를 수료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류코쿠(龍谷)대학을 거쳐 2017년부터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주제는 전후 오키나와의 노동력 이동과 아이덴티티, 도시형 피차별 부락의 구조와 변용, 생활사 방법론 등이고, 에스니시티(ethnicity), 차별, 사회 조사 실습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오사카 번화가를 자주 어슬렁거리며 재즈와 동네 산책을 좋아한다. [동화와 타자화-전후 오키나와의 본토 취직자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보통의 행복](대담집), [처음 만나는 오키나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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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KimKyoungwon)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4~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객원연구원,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및 한양대학교 비교역사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동서문학상 평론 부문 신인상 수상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 출강한다.
저서로는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가난뱅이의 역습』 『일본변경론』 『대논쟁! 철학 배틀』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거리의 인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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