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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꽃피운 시문학 [6.25 전쟁과 펜의 전쟁].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프레임을 바꾸면, 내 삶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존귀하게 바라보면 가치가 역시 동반한다. 6.25 전쟁을 하나의 펜의 전쟁으로 재인식하는 것 역시 필요한 우리 시대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제1장 충격의 현장에서 핀 펜의 문학 /13
1. 종군시의 역할 / 14
2. 6 · 25 전쟁의 비극 / 29
3. 전장체험을 전제로 한 현실문학 / 35

제2장 종군 작가단과 시문학 / 39

제1절 종군 작가단의 조직과 활동 / 42
1. 문인들의 종군 활동 / 42
2. 조지훈, 조영암, 유치환의 종군활동 / 60

제2절 종군시문학의 성격과 특징 / 70
1. 종군시문학의 대두 / 70
2. 종군시문학의 특성과 방향 정립 / 73
3. 종군시문학의 성격과 특징 / 80
4. 종군시의 등장과 전개 과정 / 82

제3장 6 · 25 전쟁기 종군시의 주제의식과 미적 특성 / 85
제1절 축자적 세계와 추상적 휴머니즘 / 88
- 조지훈의 『역사 앞에서』
1. 전장의 생체험과 시적 대응 / 90
2. 무매개적 일상성과 겨레의 재발견 / 106
3. 휴머니즘의 발현과 그 추상성 / 120

제2절 관념으로써 전장과 성전 시의 이데올로기 / 131
- 조영암의 『屍山을 넘고 血海를 건너』
1. 전장의 이항대립적 구조와 성전 시 / 139
2. 죽음에 대한 미의식과 자기파멸적 세계 / 152

제3절 전쟁의 비인간화와 미적 거리 / 167
- 유치환의 『보병과 더부러』
1. 자기 반성과 관조의 세계 / 172
2. 자연의 순환과 초월적 기표 / 184
3. 서정성의 역사적 의미와 모더니즘 탄생 / 194

제4장 6 · 25 전쟁과 펜의 전쟁, 문학사적 의의 / 209
· 참고문헌 / 218

머리말
“마음이 일어나면 뜻이 이루어진다.”
“心之起爲意(마음이 일어나면 뜻이 된다.)”
이 말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은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꿈꾸는 자만이 이뤄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꿈을 갖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세상 이치라 생각한다.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데, 저절로 성취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목적의식이 있어야, 행동이 뒤따른다.
6 ? 25 전쟁 문학을 집대성할 튼튼한 서정의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 지가 어느덧 20 여년이 흘렀다. 물론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그러한 나름대로의 뜻이 생겨서, 오늘에서야 자그마한 집 한 채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그만 집에 세상의 독자들을 초대할 정도로 잘 정돈된 집은 아니지만, 비가 내리면 잠깐 쉬거나, 너무 더울 때 잠깐 머물 정도의 용도라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암 수술을 마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법정 스님의 귀한 말씀 하나를 공유할 수 있었다.
‘一期一會(지금이 생애의 단 한 번의 기회, 순간)’의 철학이다.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내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살라.
우리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一期一會,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이다.(중략)
모든 것은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라.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또는 지금이 이 생애, 단 한 번뿐인 순간이다. 바로 지금을 지나치면 안 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며,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신념은 기적을 낳고, 하겠다는 집념은 천재를 만든다.’라는 말과 같이 어떠한 일이든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왕 할 일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 행동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한 세상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집중하고, 함께 변화해 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있어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빙상계의 여왕 이상화 선수의 발, 잉글랜드 빅 리그에서 활약을 한 박지성 선수의 발이 있다. 이 세 사람 모두 발이 못생겼다. 혹독한 훈련으로 인해 예쁘거나 잘 생긴 발이 아니다.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상처를 극복한 영광스런 세계 최고의 발이다. 발레리나 강수진에게 무대는 어떤 곳일까? 이상화 선수에게 빙판은 어떤 곳일까? 박지성 선수에게 그라운드는 어떤 곳일까? 바로 그곳은 전투의 현장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부터 시작해서 상대와 자웅을 겨루는 전장이라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이 세 사람은 모두 승리자의 성취감을 맛보았으리라. 전장에서 승자와 패자가 없는 전쟁도 공존한다.
6 ? 25 전쟁은 실제 전투를 치룬 역사이며, 승자와 패자를 결정할 수 없는 휴전선이 현존한다. 총성은 멎었으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멈춰져 있을 뿐이다. 한편, 대나무에는 아무리 물을 주고 볕을 쬐어도 성장하지 않는 시간이 있는데, 이를 ‘모죽의 시간’이라고 한다. 대나무는 죽순이 시작되기 전에 모죽(母竹)으로부터 뿌리를 깊게 내리는 시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사실은 성장을 위해 뿌리를 깊게 내리는 시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대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이룬다. 성장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시간을 모죽의 시간으로 부른다. 비록 잉여시간으로 보일 지라도 그것을 모죽의 시간으로 여길 줄 알면 이것 역시 일명 반전의 시각일 것이다. 6.25 전쟁을 단순히 총의 전쟁이 아닌, 펜의 전쟁으로 재조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모죽의 시간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작업으로 본다.
6 ? 25 전쟁은 잊혀져가고 있는 역사적 상황이다. 그럼에도 6 ? 25 전쟁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존재한다. 그러한 6 ? 25 전쟁을 테마로 하여, 전개된 종군문학 혹은 종군시(從軍詩)를 재조명한 연구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오늘날 현대문학사에서 6 ? 25 전쟁의 실마리를 찾는 작업은 많다. 그 중에서도 종군작가들이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미적 거리를 통해 종군문학의 의의를 재조명한 문학적 작업이야말로 현실과 문학 속에서 갈등하며 육화(肉化)시킨 작가들의 고뇌를 성찰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6 ? 25 전쟁 당시, 총탄의 전쟁뿐 아니라, 남과 북은 종군 작가단이 결성되어 펜의 전쟁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그들의 펜은 총 못지않게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중에서 종군시는 펜 문학의 하이라이트이다. 남한의 대표적 3대 종군 시집을 텍스트로 삼아, 펜의 전쟁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벌써 여름 막바지이다. 작열하는 태양이 바다를 감싼다.
“뽑으려 하면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하니 모두 꽃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프레임을 바꾸면, 내 삶도 바꿀 수 있게 있음을 시사해 주는 말이다. 존귀하게 바라보면 가치가 역시 동반한다. 6.25 전쟁을 하나의 펜의 전쟁으로 재인식하는 것 역시 필요한 우리 시대 작업이라 볼 수 있다.

2018년 8월 포항 영일대에서
저자 정 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