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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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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단어 하나를 둘러싼 고뇌부터 번역료 이야기까지
구석구석 남김없이 확실하게 들여다본 번역의 세계

과학책 번역하는 남자, 스릴러 번역하는 여자의
언어로 세우는 세상 이야기


말을 깁고, 짜고, 엮는 번역가들의 치열한 시간을 탐험하다
베테랑 전문 번역가들이 풀어놓는 텍스트 분투기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 번역”

한국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의 비율은 눈에 띄게 막대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은 책들이 한국 시장에 발 빠르게 출간되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저마다 ‘믿고 보는 번역가’가 있을 만큼 열렬한 팬을 거느린 이들도 여럿이다. 특히 한강이 쓰고 데버러 스미스가 영어로 옮긴[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면서 번역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원작의 가치와 문학적 아름다움을 번역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데버러 스미스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번역가의 일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물론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도 늘어났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쓴 저자들은 그동안 걸출한 인문 도서를 번역해온 노승영 번역가와, 환상적인 장르 소설을 한국에 소개해온 박산호 번역가다. 노승영은[시사IN]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 뽑힐 만큼 인정받은 실력파다. 특히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박산호 번역가는 스릴러 소설을 많이 번역해왔다. 탐나는 책을 소개하고 옮기기에도 바쁜 그들이 어쩌다가 의기투합해 이 책을 썼을까? 노승영 번역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 진지한 이야기로 머리말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이 언어를 저 언어로 바꾸는 것만이 번역가의 일은 아님을 밝혀두고 싶어서다. 번역을 하다 보면 언어에 대해, 문화에 대해, 균형에 대해,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이 접하는 것은 고민의 결과, 즉 종이 위의 텍스트뿐이지만 그 뒤에 고민하고 실천하고 무엇보다 ‘살아가는’ 번역가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텍스트 뒤에 우뚝 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을 다룬 이 책은[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라는 제목처럼 번역가의 일상에서부터 번역 테크닉, 번역가 되는 법, 번역료 문제, 선배 번역가로서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과 미래의 번역가들을 위한 참고 도서 목록까지 온갖 주제를 다룬다. 번역과 번역가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던 독자는 물론 책의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번역이란 단순한 옮김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번역가는 숱한 고민의 밤을 보낸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어 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은 쉴 새 없이 흐르는 물속에서 단어를 길어내는 것과 같다. 길어낸 단어를 적당한 모양새로 다듬고 알맞은 곳에 이어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일품인 조각보를 만드는 것, 그 지난한 일이 바로 번역이라는 작업이다. 그래서 박산호 번역가는 이를 일컬어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표현한다. 그에게 사진을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일본과 한국의 공기나 바람이 달라서 사진에 그런 점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을 때 번역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러니 번역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것과는 다른 공기와 바람과 습도를 언어로 포착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이 질문에 두 번역가는 본인들의 일상을 대답으로 제시한다. 박산호 번역가는 “텍스트를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는다.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그 텍스트를 생각한다. (……) 작가와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하며 한 언어와 다른 언어 사이에 일어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줄기차게 매달린다.”
노승영 번역가는 “좋은 번역은 자국어의 지평을 넓힌다”는 신념으로 텍스트를 파고든다. 그는 번역투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번역투가 우리말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언어는 번역을 거쳐 다른 언어와 접촉하며 끊임없이 발전한다. 기존의 한국어 어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문장을 만났을 때 번역가는 한국어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모색한다”고 말한다. 충분한 고민을 바탕으로 짜인 ‘번역투’는 한국어를 확장하는 실험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무대가 쌓여갈수록 한국어가 다른 나라의 독자들을 만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텍스트에 대한 번역가들의 치열한 고민을 담다
번역가는 텍스트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벼려진다. 단어 하나를 두고 미궁에 빠질 때도 많다. 예컨대 노승영 번역가는 미국 오대호를 요트로 일주한 저자가 쓴[오대호 항해기]를 번역하던 중 ‘세일(sail)’이라는 대목에서 발목이 잡혔다. 세일은 한국어로 ‘항해하다’, 사전적 의미는 ‘배를 타고 바다 위를 다니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작품의 무대는 호수였다. 처음에 그가 생각해낸 대안은 ‘항해하다’의 ‘해(海)’를 호수를 뜻하는 ‘호(湖)’로 바꾸어 신조어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번 쓸 단어를 억지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 유의어들을 뒤졌다. ‘항주하다’, ‘주항하다’, ‘운항하다’ 등 과연 어떤 단어가 독자의 머릿속에서 충돌하지 않고 부드럽게 흡수될지 머리를 썩인 끝에 그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호수를 항해하다’라는 모순적인 표현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어는 친족 관계를 유난히 세세하게 따지는 언어다. 그래서 ‘sister’라고 불리는 인물이 언니인지 여동생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자에게 직접 문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 한국어와 영어 앞에서 고뇌하는 번역가들은 집단 지성으로 일구는 대역어 사전을 꿈꾼다.

좀비처럼 버텨 자리를 다진다
박산호 번역가는 장르 소설 전문 번역가로 성장한 일대기를 들려준다. 좀비라면 스카이 콩콩을 타고 뛰어다니는 홍콩 귀신밖에 떠올리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 그는 좀비 영화 연대기는 물론 좀비의 유형과 특징을 줄줄 꿰는 베테랑 좀비 번역가다. “꿈꾸지 않았던 천직”이라고 자신의 업을 설명하는 박산호 번역가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지나 운명처럼[세계 대전 Z]라는 작품을 만났다. 말 그대로 ‘좀비’처럼 버텼던 시절이었다.
그의 시간은 “크로노스다. 철저히 마감을 중심으로 흐른다.” 슬럼프가 덮칠 때도 있고, 직업병이 몸을 습격할 때도 있다. 이 모든 방해 공작을 불사하고 마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번역가의 일상이 박산호 번역가의 유머러스한 글솜씨로 술술 쏟아져 나온다.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가 전수하는 ‘번역가의 영어 공부법’도 놓치기 아깝다.
이처럼[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에는 분명한 색을 가진 두 번역가의 개성이 담겼다. 자기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열정과 성실함은 장인 정신과 닮았다. 묵묵히 책을 빚는 사람들, 책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 출판 번역계의 내로라하는 두 베테랑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기 권한다.

추천사

번역은 단순한 옮김이 아니다. 번역은 새로운 문화의 창조다. 동네 친구이기도 한 박산호와 노승영이 평소에 술자리에서 해주던 이야기다. 말로 들으면서 받은 충격이 머리에 스치는 자잘한 펀치였다면『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통해서 글로 읽으면서 받은 충격은 감동의 핵 펀치였다. 그렇다. 번역의 생존은 인공지능에게 달린 게 아니다. 어떤 번역가가 있느냐가 결정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승산이 있다. 번역은 사람의 일이다.
- 이정모 / 서울시립과학관장

목차

들어가는 말

번역이라는 작업
번역한다는 것, 번역된다는 것_ 노승영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 번역_ 박산호
쉬운 책, 힘든 책, 어려운 책_ 노승영
직역, 의역 논쟁_ 노승영
세상에는 두 종류의 번역가가 있다_ 노승영
나는 더 인간다워지기로 했다_ 박산호
오역_ 노승영
정오표_ 노승영
재번역_ 노승영
책으로 떠나는 여행_ 박산호
마감이라는 숙명_ 박산호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
꿈꾸지 않았던 천직_ 박산호
작업실 연대기_ 박산호
번역가와 시간_ 노승영
번역가의 직업병_ 노승영
한밤의 리추얼_ 박산호
몸에게 물어야 할 시간_ 박산호
번역보다 힘든 옮긴이 후기_ 노승영
옮긴이 후기의 괴로움_ 박산호
번역료_ 노승영
번역료를 받기까지의 험난한 여정_ 박산호
책 쓰는 번역가로 살다_ 박산호

살펴보고, 톺아보고, 따져보기
제목이 반이다_ 노승영
좀비처럼 버티기_ 박산호
과학책 번역_ 노승영
‘항해하다’와 ‘항호하다’_ 노승영
‘instead of ~ing’와 ‘대신’_ 노승영
메일_ 노승영
‘Fuzon Chung’을 찾아서_ 노승영
신견식 씨에 대하여_ 노승영
고마운 사람들_ 노승영
스크린셀러 뒷담화_ 박산호
저주받은 걸작들_ 박산호

번역가의 친구들
번역가의 우정_ 노승영
편집자와 나_ 박산호
번역가와 편집자_ 노승영
나의 사랑하는 사전_ 노승영
번역가의 장비_ 노승영
영국에 이어 내 몸매까지 점령한 홍차_ 박산호
슬럼프를 통과하는 몇 가지 방법_ 박산호

번역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원석을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번역 기획_ 노승영
검토서부터 써보라_ 박산호
단어 공부_ 노승영
번역가의 영어 공부_ 박산호
번역가의 단어 공부법_ 박산호
알파고와 번역의 미래_ 노승영
번역 지침서 추천_ 노승영


도서 목록

본문중에서

번역은 텍스트에서 출발하지만 텍스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말하자면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상태,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존재할 뿐인 무정형의 상태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작가를 일종의 번역가로 볼 수도 있고 번역가를 일종의 작가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직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어떤 플롯을 한강은 한국어로 번역했고 스미스는 영어로 번역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어느 시점부터 작가와 번역가는 대등한 존재가 된다.
(노승영, '번역한다는 것, 번역된다는 것' 중에서 / p.18)

번역가들은 자신이 다루는 텍스트를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는다.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그 텍스트를 생각한다. 그 문장에서 작가가 한 말은 무슨 뜻일까? (……) 한 언어와 다른 언어 사이에 일어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줄기차게 매달린다. 그래서 번역가는 그 작품의 가장 성실한 독자이자 가장 열렬한 독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번역을 꿈꾸는 이들이 이 말을 고려해준다면 좋겠다. 이 일은 끊임없이 텍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읽고 또 읽는 생활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또한 옮길 수 없는 텍스트를 옮기는 일에 비애와 슬픔을 느끼겠지만 그마저도 즐길 경지에 오르면 굉장히 강력한 무기가 생기는 셈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이모든 괴로움과 슬픔을 음미할 준비가 됐다면, 번역의 세계로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박산호,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 번역' 중에서 / p.27)

직역·의역 논쟁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주는 간단한 예로 관용 표현이 있다. ‘핫 포테이토 hot potato ’라는 표현을 맨 처음 한국어로 번역한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까다로운 문제’로 의역할 것인가, ‘뜨거운 감자’로 직역할 것인가? (……) ‘뜨거운 감자’는 단순한 번역어가 아니라 한국어의 관용표현이 되어 우리말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런데 과연 ‘hot potato’와 ‘뜨거운 감자’는 같은 의미(내포)일까? 이런 의견을 생각해보라. “영어권에서는 감자를 뜨거울 때 먹지 않으니 뜨거운 감자는 기피 대상이고 그래서 이런 관용어가 생긴 것입니다. (……) 하지만 한국인들은 뜨거운 감자를 맛있다고 합니다.” 하긴 한국어 ‘뜨거운 감자’는 호호 불면서 먹는 맛있는 음식이다. 그렇다면 ‘뜨거운 감자’는 잘못된 번역일까?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가 ‘뜨거운 감자’를 순수한 한국어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가 영어의 관용 표현임을 아는 사람은(대부분의 사람이 학생 시절 영어 시간에 배워서 알 것이다) ‘뜨거운 감자’의 의미를 한국이 아니라 영어권의 맥락에서 유추해야 함을 안다. 그러니 ‘hot potato’라는 간단한 표현을 직역할지 의역할지조차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노승영, '직역, 의역 논쟁' 중에서 / pp.37~38)

소설 번역가에게는 한 가지 일이 더 있다. 작가가 묘사한 풍경, 사건과 등장인물의 심리를 옮길 때 단순한 내용 전달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의도까지 읽어내 그것에 가깝게 옮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그 작품의 문장을 이해하고 감상하고 음미까지 해야 한다. 가능하면 작품과 심각한 사랑에 빠져야 한다. (……) 외국 소설은 특히나 이국적인 나라의 도시나 자연의 풍광을 배경으로 할 때가 많다. 나는 먼저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떠올린다.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그때의 날씨, 온도, 습도까지 치밀하게 상상한다. 그것들을 종합해 활동사진 이미지로 만들어본다. (……) 그렇게 해서 나타난 도시, 유적지, 자연환경의 실제 모습을 내 머릿속 그림과 대조한다. 이미지가 선명할수록 번역가의 실감도 커지고 그에 따라 원고의 해상도도 높아진다.
(박산호, '책으로 떠나는 여행' 중에서 / pp.68~69)

번역은 잠과 같다. 한 번에 몰아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이도 말고 적게도 말고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런데 2~3개월의 주기에서 번역가가 괴력을 발휘하는 시기가 딱 한 번 있는데 바로 마감 일주일 전이다. 마감이 눈앞에 닥치면 편집자의 얼굴이 어른거리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밤에도 잠이 오지 않는다. 번역가가 마감을 이유로 약속을 취소하더라도 서운해 마시라. 마감은 단순한 핑계가 아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번역가는 오늘 무엇을 할까? 마감을 일주일 앞둔 번역가라면 번역을 할 것이다.
(노승영, '번역가와 시간' 중에서 / pp.96~97)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 짧게는 한두 달에서 서너 달까지 걸린다고 생각해보자. 결과물을 넘기기 전까지는 처음 계약할 때 받은 계약금 100만 원을 제외하고 아무 수입도 없다. (……) 그렇다면 번역가는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처음 계약했을 때 받은 100만 원 남짓 되는 돈으로 급한 불을 끄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 나는 이제 중견 번역가가 돼서 고맙게도 작업 의뢰가 끊이지 않고 들어오지만 불규칙한 번역료 지급일 때문에 수입이 들어오는 주기는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번역료는 올랐지만 그만큼 체력이 떨어졌고 의뢰받는 원고의 난도는 대체로 높아졌다. 그러니 결국 내가 해낼 수 있는 작업량은 초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번역료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몇 달치 생활비를 쌓아두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각종 공과금과 카드 대금 지급일이 몰리는 월말이면 가슴이 답답하다.
(박산호, '번역료를 받기까지의 험난한 여정' 중에서 / pp.135~137)

우리가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는 이유는 외국어 인명이나 지명을 정확하게 불러주어 꽃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끼리 소통하기 위해서다. 정확한 표기보다 중요한 것은 발음하기 쉬운 표기, 즉 한국어 음운 체계에 맞는 표기다. 각 언어권은 자기네 음운 체계에 맞도록 외래어를 수용했다. 이를테면 영어 이름 ‘존(John)’은 그리스어 ‘야니(Γιαννη)’, 독일어 ‘요한(Johann)’, 덴마크어 ‘한스(Hans)’, 헝가리어 ‘야노시(Janos)’, 아일랜드어 ‘숀(Sean)’, 프랑스어 ‘장(Jean)’, 이탈리아어 ‘조반니(Giovanni)’, 스페인어 ‘후안(Juan)’, 포르투갈어 ‘주앙(Joao)’ 등으로 철자와 발음이 제각각이다. 우리가 ‘존 폰 노이만’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영국에서는 ‘존 본 노이먼’, 독일에서는 ‘요한 폰 노이만’, 헝가리에서는 ‘너이만 야노시 러요시’라고 부른다. 이 나라들은 전부 자기네 식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는데 왜 우리만 원음대로 부르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일까?
(노승영, '‘Fuzon Chung’을 찾아서' 중에서 / pp.196~197)

언젠가 어느 국내 작가가 자신의 소설이 영화로 나온 것을 극장에서 보다가 중간에 나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기가 그린 주인공과 영화 속 주인공이 너무 달라서 황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해가 간다. 비록 작가는 아닌 번역가이지만 내가 옮긴 소설이 영화로 나오면 매번 가슴이 뛴다. 원작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궁금해하며 극장을 찾아가서 하나하나 뜯어본다. 놀라기도 하고 실망도 하고 어느 순간 뿌듯하기도 한다. 미우나 고우나 이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보는 데 나도 일조했다는 혼자만의 다독임이라고나 할까? 좋든 나쁘든 그 역시 나의 분신인 셈이다. 1000만 분의 1일지라도.
(박산호, '스크린셀러 뒷담화' 중에서 / pp.215~216)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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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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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고 생각한다. 옮긴 책으로[트랜스휴머니즘],[나무의 노래],[노르웨이의 나무],[정치의 도덕적 기초],[그림자 노동],[새의 감각],[테러리스트의 아들],[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숲에서 우주를 보다],[스토리텔링 애니멀] 등이 있다. 홈페이지(http:// socoop.net)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들에 대한 정보와 정오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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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번역가. 중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배운 영어에 유달리 흥미를 느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외국 작가가 쓴 두꺼운 책을 늘 끼고 다니는 문학소녀였다. 이때부터 ‘영어’와 ‘책’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공부했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회화와 토익 강사를 거쳐 영상 번역가로 일하다가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가 로렌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의 번역 테스트에 통과하면서 출판 번역계에 입문해 [세계대전 Z], [퍼시픽 림], [토니와 수잔], [하우스 오브 카드 3] 등 60여 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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